(이번화는 저번화에 이어지는 과거회상편입니다!)
민윤기가 고백을 딱 한 번 받아줬던 때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딱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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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난 상담을 하느라 교무실에 있다 민윤기가 기다리고 있을 교실로 갔다. 근데 웬 예쁘장한 여자애가 민윤기에게 편지를 건내 주고 있었다.
물론 민윤기는 관심도 없어 보였지만. 왠지 보고 있는 걸 민윤기한테 들키면 민망해 할 거 같아서 복도로 나와있었다.
그 여자애가 나올 때 얼굴을 보니 우리 학교에서 흔히 말하는 잘나가는 애들, 그 중에서도 제일 예쁘다고 인기가 많던 박서연이였다.
그 여자애가 나간 뒤 난 교실로 들어갔고 민윤기는 여전히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편지를 바라 보고 있었다.
"오? 뭐냐? 아까 박서연 지나가던데 박서연이 주고 갔냐?"
"상관 마라."
"받아 줄 거야? 쟤 우리 학교 인기스타시잖아"
"미쳤냐"
"헐 안 받아주게? 너 박서연 추종자들한테 욕 꽤 먹을텐데"
"내가 그런 거 신경 쓰고 살았냐, 그리고 어짜피 니랑 붙어 다니는데 뭔 상관이야"
"음... 그건 그렇지"
그렇게 집을 가고, 다음 날 등교하자마자 꿀잠에 빠지려고 하는 중에 박서연이 왔다.
여전히 민윤기는 시큰둥한 표정이였고 박서연만 수줍다는 듯 혼자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박서연이 와서 민윤기에게 뭐라뭐라 말을 하더니 민윤기를 데리고 복도로 나갔다.
난 거기까지만 보고 잠들었고 점심시간이 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윤기야 윤기야 오늘도 윤기나는 윤기야~ 밥 먹으러 가자~"
"어야, 빨랑 온나"
"니 사투리는 언제 고칠 거야? 도시 올라온지 10년이 넘었는데"
"집에서 아버지가 사투리를 써서 잘 안 고쳐진다. 이게 편하고 뭐, 그렇다고 서울 말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어김없이 민윤기가 주는 식판을 받고 오늘 메뉴에 감탄하며 영양사 언니를 찬양하고 있었다.
"ㅇㅇㅇ"
"안 된다. 스파게티는 안 돼."
"좀 듣고 말하지?"
"아, 이거 아니야? 그럼 뭔데"
"내일부터 너 수정이랑 밥 먹어야겠다."
"응? 왜?"
"나 박서연이랑 먹는다"
"박서연? 너가 걔랑 밥을 왜 먹는데? 원래 친했나?"
"친했겠냐"
"헐 설마..."
"어, 사귄다."
"와 대박 민윤기 이렇게 날 떠나가는구나 친구고 뭐고 사랑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지,
그럼 인정한다 누나가 그 맘 잘 알지"
"주디 다물라 시끄럽다."
"근데 어젠 안 사귄다며"
"그렇게 됐다."
그렇게 민윤기는 박서연과 연애를 시작했다. 박서연은 매 쉬는시간마다 날 찾아왔고 그 덕에 난 수정이 옆에만 붙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우리 반으로 달려오는 건지 항상 종례가 끝나면 복도에서 박서연이 민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바람에 나는 집에 혼자 가거나 수정이랑 갔다.
근데 이상하게 민윤기는 저게 사귀는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박서연한테 관심이 없어 보였고,
박서연은 그런 민윤기의 옆에서 민윤기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3주정도가 흘렀고 그때, 기어코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 날 수정이가 방과후에 할 말이 있다고 연못으로 오라는 문자를 보내 민윤기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수정이를 만나러 왔다.
연못 옆 의자에 앉아 수정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리길래 수정인줄 알고 뒤를 돈 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잡았다.
"악!!! 너 누구야!!! 이거 안 놔???"
"미친년, 너지? 니년이 윤기한테 꼬리치는 거지?"
윤기의 이름을 듣자 마자 아, 이건 박서연이구나를 깨달았다.
그렇게 박서연은 내 머리채를 잡은채 분리수거 장으로 끌고 갔다.
"왜 이러는데!! 놓으라고!!!"
"씨발 니년 안 그런척 하면서 윤기한테 꼬리치고 있는 거 다 알아"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니딴년이 뭐가 좋다고 민윤기는... 씨발.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쪽팔리는 줄 알아?"
"일단 놓고 설명을 제대로 해주기나, 꺅!!!!"
박서연은 내 머리를 놔주지 않은 채 반대편 손으로 내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한 5대 쯤 맞아 귀가 먹먹해졌을 때,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ㅇㅇㅇ!!!!!"
박서연은 민윤기가 올 거란 걸 예상 못했는지 당황해 내 머리채를 놓았고 힘이 풀려 있던 나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씨발, 너 ㅇㅇㅇ은 건들이지 말라고 했지"
"윤기야... 윤기야 내가 잘못했어... 응? 내 말 좀 들어봐..."
"주디 다물어라, 한마디만 더 하면 여자고 나발이고 닌 뒤진다."
"..."
"꺼져라. 한 번만 더 ㅇㅇㅇ 앞에 나타나면 니 진짜 죽여뿐다."
그렇게 박서연이 가고 민윤기랑 눈이 마주치자 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흡, 흐엉, 흑, 흐아아아앙"
"어... 울지 마라... 많이 맞았나. 내가 미안타, 먼저 가서 미안타"
"윤기,흡,야.. 박서연이, 흐엉, 갑자기..."
"뚝해라, 울지 말고, 가뜩이나 못생긴게 더 못생겨져서 못 봐주겠다."
"...흐읍, 끅..."
"옳지, 걸을 수 있겠나"
"발목 접질렀나 봐... 못 일어나겠어..."
"후... 엎혀라"
민윤기의 등에 엎혀서 가는 가는 길에 민윤기가 물었다.
"박서연이 뭐라했어"
"어... 내가 너한테 꼬리쳤다고 그러더라, 너랑 나랑 사귀냐는 질문은 받았어도 꼬리치다니, 요즘은 꼬리칠때 이렇게 치나 봐"
"이 와중에 그런 말이 나오냐"
"근데 너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박서연이 그래?"
"나 걔 좋아서 사귄 거 아니야, 편지 주고 가버리더니 다음 날 와서 복도로 불러내길래 난 당연히 싫다고 했지"
"근데 왜 사귀게 된 건데?"
"걔가 갑자기 니 얘기를 하더라, 내 고백 안 받음 니가 학교생활 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그래서 알겠다고 했지 대신 니는 건들지 말라고"
"오~ 민윤기~"
"왜, 좀 멋있냐. 하여튼 그렇게 사귀게 됐는데 지 혼자 내 옆에서 아주 지랄 발광을 하다 내가 관심도 없어 보이니까 그게 니 탓이라 생각했나봐"
"미친년..."
"많이 놀랬지, 미안타"
"괘안타~ 근데 어떻게 알고 왔어?"
"너 수정이랑 약속 있다 했는데 집 가는데 정수정 있길래 너 왜 여깄냐 했지, 근데 정수정은 너랑 약속 잡은 적 없다 하더라,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다시 와봤더니..."
"그래도 너 와서 다행이다. 나 진짜 죽을 뻔 했어. 흑흑"
둘 다 외동이라 서로가 유일한 친구였고 남매 같았던 탔에 우리는 서로를 끔찍하게 아꼈다.
게다가 어렸을 때 부터 윤기네 이모가 하도 '윤기야, 윤기는 남자니까 윤기가 맨날 ㅇㅇ이 지켜줘야 돼, ㅇㅇ이는 오빠도 동생도 없으니까 윤기가 잘 지켜줄 수 있지?'
하며 민윤기를 세뇌시킨 덕에 민윤기는 나를 친동생처럼, 아니 그보다 더 나를 아꼈다.
그런 민윤기의 약점이 나라는 걸 안 박서연이 민윤기한테 나를 가지고 협박을 했나 보다.
맞은 곳과 넘어지면서 쓸린 곳이 아팠지만 민윤기가 괜히 신경 쓸 거 같아서 괜찮은척 하며 우는 흉내를 냈다.
"이야, 깝치는 거 보니까 살만한가보다. 내려라"
"싫은데~ 달려라 민윤기!!!"
"아 가스나!! 가만히 안 있음 진짜 버리고 간다?"
"버려봐라! 이렇게 꼭! 매달려 있으면 되지~"
민윤기는 그 이후론 단 한 번도 고백을 받아준적이 없다. 뭐, 여자애들은 철벽남이라며 매력있다고 좋아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박서연은 나랑 민윤기를 피해다녔고 나와 민윤기는 다시 평소처럼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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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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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카롱입니다!!! 민윤기 썰을 짧게 풀고 말까... 하다가 과거회상편을 그냥 한 편으로 써버렸네요...! 혹시 분량이 너무 적은가요ㅠㅠ? 장편은 처음이라 아직 분량 조절도 잘 안 되고 문체도 어설프고... 신경쓰이는게 한두개가 아니네요ㅠㅠ 오늘도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하고 신알신 해주신 분들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