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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a Cake

 

 

 

 

 

 

 

 

上 - 下

집을 나가자 찬바람이 몰려왔다. 3월 초,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는 아침. 성규가 몸을 움츠러트리며 종종걸음으로 마트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모처럼 아침 일찍 우현과 집을 나선 거였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마트에 도착하고 싶었다. 천천히 걸어 아침의 여운을 우현이와 나누기에는 날이 너무 추웠다. 이는 우현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마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바람에 움츠러들었던 몸이 저절로 펴진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마트 안에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직원들만 보일 뿐, 그들처럼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성규는 100원을 넣고 카트를 하나 빼내 흥얼거리며 카트를 몰기 시작했다. 우현은 호주머니에 두 손을 꼽아 넣은 채로 성규의 뒤를 따라 걷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1층 식품코너로 내려왔다. 성규는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무언가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꺼냈다. 우현이 성규의 어깨너머로 슬쩍 종이를 훑어보았다.

 

 

<달걀, 설탕, 밀가루, 레몬, 우유, 바닐라빈(또는 바닐라오일), 산딸기, 펄슈가, 민트잎>

 


아무거나 짚어주었단 케이크의 재료들이었다. 성규가 고개를 들어 매장 천장에 매달려있는 안내판을 훑어보았다. 채소, 생선-. 그리고 다시 한 번 종이를 읽어보더니 가장 가까운 것은 달걀이라 생각했는지 달걀부터 사자며 카트를 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우현아, 달걀은 몇 개 사야할까?”

 

 

 

성규가 달걀 한 판과 15개가 들어있는 판을 가리키며 물었다. 우현은 글쎄? 라 말하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레시피에 몇 개 필요하다고 적어져 있지 않았어?”
“음……기억이 안나, 아하하.”

 

 

 

성규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우현이 피식, 웃으며 성규를 바라보았다. 성규가 달걀을 종류별로 하나씩 들어가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많은 것 같구, 이건 너무 적은 것도 같구.

 

 

 

“그냥 한판 사. 다 못쓰면 다음에 쓰면 되지.”
“그럼 그럴까?”

 

 

 

우현이 내려준 결론이 흡족한지 성규가 배싯 웃으며 달걀 한판을 들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카트에 내려놓으려던 순간 발이 꼬였는지 휘청거린다. 우현이 기겁하며 성규를 붙잡았다. 만약 그대로 넘어졌다면…. 성규는 다치고 달걀은 깨져 처참하게 바닥을 나뒹굴었을 것이라. 거기에 그 또한 달걀을 흠뻑 뒤집어 썼을 테니. 머릿속에 드는 끔직한 상상에 우현은 몸서리를 치며 생각을 물리쳤다. 우현은 성규의 손에서 달걀을 빼내 자기가 직접 카트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카트를 밀겠다는 성규의 손에서 카트마저도 빼내 직접 밀기 시작했다.

 

 

 

“자, 다음은 밀가루야!”

 

 

 

성규가 척 하니 한쪽을 가리키며 앞으로 나간다. 우현이가 천천히 카트를 밀며 다시 성규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코너를 한번 돌고, 두 번 도니 밀가루들이 잔뜩 놓여있는 진열대가 나타났다. 성규는 팔짱을 끼고 진열된 밀가루를 쭉 훑어본 후 눈에 들어온 밀가루 몇 개를 들어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어디서 만들었는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상을 찡그리며 제자리에 내려놓고 새로운 밀가루를 집어 들기를 반복했다. 우현은 성규를 흐뭇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다 은근슬쩍 뒤로 다가갔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

 

 

 

바로 귀 옆에서 느껴지는 우현이의 목소리에 성규가 깜짝 놀라며 우현이를 바라보았다. 우현이가 고운 눈웃음을 지었다.

 

 

 

“너랑 내가 먹을 건데 좋은 거로 사야지. 좋은거 먹어야해!”

 

 

 

성규가 주먹을 불끈 쥐며 제일 좋은 밀가루를 고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우현이 피식, 웃으며 성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내게 제일 좋은건-”

 

 

 

능글거리는 웃음과 함께 우현의 얼굴이 성규의 얼굴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성규의 허리를 끌어안은 우현의 손이 조금씩 성규의 허리를 더듬기 시작했고 그에 성규의 얼굴은 조금씩 붉게 물들어갔다. 차마 소리치며 우현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기 바빴다. 주변에 사람이라도 있으면 이를 핑계 삼아서 우현의 손을 뿌리치기라도 하겠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우현이의 얼굴이 더욱 가깝게, 성규의 목덜미로 내려앉았다. 우현이는 성규의 목옆에 후, 하고 작은 바람을 불었다. 성규가 화들짝 놀랐다. 이젠 성규의 귀 끝까지 물들어있었다.

 

 

 

“이것보다는-”

 

 

 

우현이 다시 한 번 성규의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성규가 더욱 크게 놀라며 몸을 비틀어 우현의 품 안을 벗어났다. 우현이 왜에- 하며 성규를 바라보았다. 성규는 빨개진 얼굴을 가라앉히지도 못하고 버벅거리며 우현에게 말했다.

 

 

 

“아, 아침부터…!”
“아침에 왜에?”

 

 

 

한참을 버벅거리던 성규는 재빠르게 밀가루 하나를 집어 카트에 담고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현은 싱글싱글 거리며 성규의 뒤를 쫓았다. 빨개진 얼굴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지 성규가 연신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얼굴을 가라앉히고자 노력했다. 우현이 카트를 조금 빠르게 밀어 성규의 옆으로 다가갔다. 성규는 제 옆으로 다가온 우현을 슬쩍 보더니 다시 얼굴을 붉히며 우현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우현은 성규의 손에서 구겨져가는 종이를 빼들었다. 하나도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는 재료들이었지만 하나, 우현의 눈에 들어오는 재료가 있었다. <바닐라오일>.

 

 

 

“바닐라오일 사러 갑시다아!”

 

 

 

우현이 성규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렸다. 성규가 어어, 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느새 시간이 조금 지났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던 지하1층에 하나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규는 그들의 눈치를 보며 우현의 손에서 제 손을 빼내려 하였으나 우현은 더욱 굳게 잡아 성규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어느새 식용유들이 즐비하게 세워져있는 곳에 와있었고 그제야 우현은 성규의 손을 놓아주었다. 성규는 다시 달아오른 얼굴을 애써 식혀가며 다시 또 식용유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우현은 성규를 가만히 바라보다 또다시 성규의 뒤로 슬며시 다가가 성규의 허리에 팔을 휘감았다.

 

 

 

“우리 이러니까 신혼부부 같다.”

 

 

 

성규가 우현의 팔을 찰싹 때리며 제 허리에서 팔을 뗄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우현은 더욱 능글맞은 웃음을 띠며 성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놔아. 사람들 보잖아.”
“뭐, 어때. 저기 저 사람들도 이러고 있는데. 우리라고 이러지 말란 법 있어?”

 

 

 

우현이 성규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바로 귀 옆에서 들려오는 낮은 우현이의 목소리에 성규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우현은 그런 성규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실실 웃으며 귀에 바람을 후, 하고 불어넣었다. 성규가 몸을 흠칫 떨며 우현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우현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살짝 혀를 내밀어 성규의 귀를 할짝였다. 성규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뿌리치듯 우현의 품에서 또다시 벗어나 잽싸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너, 또 그러기만 해봐!”

 

 

 

성규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에스컬레이터로 뛰어들었다.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 뛰어든 것이 화근이었는지 성규가 휘청거리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보였다. 우현이 화들짝 놀라며 성규를 붙잡으러 움직였으나 성규는 재빠르게 손잡이를 잡고 몸을 바로 세웠다. 그제야 우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빠르게 위로 올라가는 성규를 바라보았다.

 

 

 

“귀여워, 정말.”

 

 

 

우현이 고개를 흔들며 흐뭇한 미소를 뗬다. 천천히 에스컬레이터 위에 카트를 올렸다. 마음은 이미 1층, 성규의 옆에 가있는 우현이었으나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는 카트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1층으로 빠르게 올라갈 수 없었다. 이것이 못마땅한 우현은 툴툴거리며 애꿎은 에스컬레이터 바닥을 발로 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현에게는 길게만 느껴지는 몇 초가 지나 우현은 드디어 1층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내가, …내가 좋아서 기다린 건 아니구…!”

 

 

 

성규가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우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우현이 자신의 허리를 휘감을까 걱정된 성규는 우현이 보이자마자 눈을 질끈 감고 말하기 시작했다.

 

 

 

“계산해야하는데, 카트랑 돈이 네게 있으니까…!”

 

 

 

푸하하하하. 우현의 웃음소리가 마트에 울리기 시작했다. 씨이, 성규가 입을 삐죽 내밀며 우현의 손에서 카트를 빼앗아 자기가 밀기 시작했다. 우현은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훔쳐내며 성규의 옆에서 그의 보폭에 맞춰 따라 걸었다.

 

 

 

 

 

 

 

 

 

 

 

♪ copyright ⓒ 2012 by 홍은조. All Page Content is property of 홍은조

Writer. 홍은조

愛. 감성님 토벤님

(+) 지난번 덧글 감성님, 독자1님 감사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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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재밌어용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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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좋군 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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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감성 이에요 우엌 진짜 대박이야 ㅠㅠ 너무좋아 으헝 대박 신혼 같고 달달하고 케잌같은 커플같으니라규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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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미쳤네ㅠㅠㅜ 달아요 ... 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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