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운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아니 이상하게 생각해도 할 수 없다, 진짜 이상하니까.
당최 어떤 형사가 살인범을 서가 아니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갈까.
원식은 자신의 행동이 비정상적인것을 인정하면서도 택운을 제 집으로 데려가는 발걸음만은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현관문을 열어 고개를 까닥이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원식의 제스처를 바라보던 택운이 끄덕이며 한발 들어섰다.
일단 택운을 충동적으로 데려오기는 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눈동자만 도륵도륵 굴리던 원식에게 택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저기요. "
" 네? 아 아니 어어, 왜 "
" 씻고싶어요. "
씻고싶다는 택운의 말을 듣고나서야 하늘이 뚫린 것 마냥 비를 맞아댔을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짧게 감탄사를 뱉어낸 원식이 급하게 욕실로 들어가 따듯한 물을 욕조에 받고는 어서 들어가라며 고개를 한번 더 까닥 해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운이 멀뚱히 자리에 서서는 자신을 바라보기에 왜? 라며 물었더니 택운은 잘그락 소리를 내는 양손을 내밀었다.
아, 아아 수갑.
벙쪄버린 원식이 허겁지겁 수갑을 풀어내자마자 택운은 티셔츠를 벗어내고는 욕실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 이렇게 막 풀어줘도 돼요? "
- 탁 달깍.
이미 잠겨버린 욕실 문 앞에서 완전이 벙쪄버린 원식의 표정이 꽤나 볼만했다.
따듯한 욕조에 푹 몸을 담근 택운은 이내 눈을 내리감았다.
" 이대로.. 물에 코 박고 죽을까. "
잠시 고민하던 택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돌렸다.
저승에서 그 사람들을 또 만나게 될 바에야 오래도록 살아버리는게 나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택운이 빗물에 얼음장 처럼 얼어버린 몸을 녹였다.
한편 원식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3일째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말이 계속 떠올라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가 범죄자라는걸 아니 살인자 라는걸 아는데도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
원식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분주히 움직이는 몸은 멈출줄을 몰랐다.
먹음직스러운 색을 내며 구워진 생선과, 포근한 김치찌개, 각종 반찬들이 식탁위에 차려졌다.
집에서 밥을 잘 해먹지 않는 탓에 투박하게 잘린 햄과 야채가 애처로울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밥을 그릇에 담아낼때 쯤 욕실 문이 열렸다.
원식이 미리 가져다 둔 웃을 입은 택운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어쩐지 쭈뼛쭈뼛 다가오는 택운을 바라보자 원식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 푸흡... 엌... 너 생각보다.. "
" .... "
택운의 키가 워낙에 크고 어깨가 넓은 탓에 원식의 옷이 약간 작았는지
그 모양새가 상당히 추했고 원식은 이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양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 하는 택운이 귀여워서 입술을 꾹 깨물며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부끄러워 하기는.
원식은 택운의 촉촉히 젖은 머리를 가볍게 손으로 쓸어넘겨주고는 먼저 식탁 앞에 앉았다.
" 앉아. "
고분고분 맞은편에 앉는 택운을 바라보던 원식이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 정말로 살인자가 맞는걸까.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중독.
w. 세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