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녕하세요. 김동혁입니다.”
처음엔 형의 소개로 알게 된 카페였다. 꿈과 현실. 두 갈림길에서 몇날 며칠을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이 꽤나 눈에 거슬렸는지 자기가 직접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나선 거다. 처음엔 이 분야랑 관련이라고는 1도 없는 사람이 무슨 능력으로 일자리를? 하는 생각이었는데 하루도 채 지나가지 않아 카페 명함과 면접 날짜, 시간까지 떡하니 구해다 주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 날만큼 형한테 살갑게 군 적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거다.
설레기도 하고, 붙은 것도 아니면서 벌써 붙은 사람 마냥 기세등등해진 마음으로 카페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 카페를 찾아갔었다. 내 얼굴에 먹칠이나 하고 오지 마, 되도 알바고 넌 배우는 입장이니까 무조건 겸손하게 행동해. 별 잔소리를 다 하다가도 끝에는 붙고 오라는 말로 말을 마친 형이 내 등을 탁탁 두들겼다.
시작.
이 단어만큼 설레는 말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Cafe La Belle Suasion 사랑은 타이밍
02 사랑에 빠진 스물일곱 하나
BGM 버스커 버스커 - 아름다운 나이
(BGM 불편하시면 끄고 보셔도 좋아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처음 마주친 사람은 지원이 형이었다. 어, 우리 닫을 시간인데. 그 말을 하고는 가게 문 앞에 [CLOSE] 라고 적힌 팻말을 가리킨 남자가 한 번 씩 웃었다.
“그게 아니라 저 면접,”
“오, 네가 김한빈 동생?”
김한빈? 그게 누군데?
지원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윤형을 향해 물었다.
“내 친구 있어, 거기 앉아 있어요. 내가 구준회 불러오게.”
카운터에 서있던 윤형이 [STAFF ONLY] 문구가 박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구준회? 사장인가. 윤형의 말을 시작으로 갑작스레 들이 닥친 상황 정리에 정신없는 동혁을 지원이 빤히 쳐다봤다. 동혁의 표정을 훑던 지원이 동혁을 끌어 당겨 카페 테이블에 앉혔다. 그리고는 조곤조곤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봐.
* * *
그렇게 한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처음 만난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주제란 주제는 다 늘어놓았는데도 할 말이 없어 참 난감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분위기였다. 멀리서 조그맣게 대화 소리가 들리더니 직원실로 보이는 곳에 문이 열렸다. 윤형의 뒤를 따라 나온 키가 크고, 눈썹이 아주 짙은 남자와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오, 잘생겼다.
어느새 저와 남자의 앞자리로 와 앉은 둘이 동혁을 빤히 바라봤다. 궁금함이 잔뜩 서린 그 시선에 동혁이 그 시선을 애써 피했다. 이렇게 부담스럽긴 또 오랜만이네..
눈이 마주쳤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면접이랄 건 없고.”
“…….네?”
“그냥, 자기소개나 해요.”
아, 아. 자기소개?
“지금 해요?”
“응, 지금 해요.”
어, 저는 스물여섯이고 김동혁이구요. 초콜릿.. 잔 지식은 많고 저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학력은 고졸이고, 어.. 경력은 따로 없어요.
“야, 아무리 김한빈 동생이라지만 경력도 없는 애를 우리가 어떻게 커버해.”
다 들려요, 카운터 형.. 뭔가 주눅 드는 기분이기도 하고 더 이상 소개할 말도 없어 입을 꾹 다문채로 앞에 남자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반응도 별로인 것 같고, 경력도 없어서 써줄 마음도 없어 보인다. 동혁이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내일부터 나와요.”
“…….네?”
“뭐? 야, 뭘 믿고 바로 써? 다수결 해. 난 반대. 너 찬성, 그럼 김지원은?”
“무슨 투표요. 전 대장이니까 찬성으로 3표 쳐주세요.”
얄미운 남자의 말을 가로막은 남자가 날 향해 고개를 작게 두어 번 끄덕였다.
“내일부터 나와요. 아침 여덟시.”
“…….네, 감사합니다.”
둘이서 한 번에 이름이며 나이며 자기 프로필을 말해주는데 아무 말도 귓속에 안 들어왔다. 나 지금 감동 먹었나봐.
* * *
정말 다음 날부터 꼬박 꼬박 카페로 출근하게 되었다. 송윤형 형은 날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게 너무 티나 지만 막상 구준회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는 것 같았다. 사장이라니 권력은 대단한가보네. 사실상 말만 못하지 옆에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그걸 어디서 다 봤는지 그 때마다 나타나 태클을 걸어대기 바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형보다 더 한 스트레스 유발자. 구준회다. 이틀은 어색해서 존댓말을 쓰고 있는데 피크가 지나면 꽤 조용해지는 카페 안에서 뭐해야해요? 하고 물으면 뭘 해야 될까요? 하고 그냥 지나가 버리질 않나. 초콜릿을 용기에 담아놓고 있는데 지는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은근히 지 어깨로 내 몸을 밀어버리질 않나. 하나 둘 구준회에 대한 짜증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구준회의 행동 역시 계속 되어갔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에는 갑자기 잡일을 엄청나게 시켜댔다. 초콜릿을 만드는 시간보다 청소를 하는 시간에 더 늘어났을 정도로.
폭발하게 된 기점이 언제였더라.
하루는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하나하나 닦는데 구준회가 초콜릿 탕이라도 들어갔다 온 건지 초콜릿이 가득 묻은 신발로 정성스레 닦은 계단을 정성스럽게 밟으면서 가더라. 초콜릿 자국을 가득 찍으면서. 그 때 참아뒀던 화가 밖으로 팍 새어나왔던 것 같다. 씨발,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네? 제가 뭘요?”
“지금, 제가 청소한 계단에, 후.. 자국이 났잖아요.”
시선을 내려 제가 올라온 계단을 스윽 쳐다본 구준회가 고개를 올려 날 다시 쳐다봤다.
“아, 그래요? 미안해요.”
아 진짜 미쳤나.
“미안하면 뭐요? 아니, 내가 진짜 우리 형 생각해서 다 참으려고 했는데 진짜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이러려고 저 받아주셨어요?”
“…….아니, 저기.”
“아, 씨발. 생각하니까 또 억울하네. 내가 청소하려고 여기 온 것도 아니고 초콜릿 배우러 온 건데 내가 오늘 청소만 몇 시간 한지 알아요? 아냐고요. 모르죠? 모르겠지. 알 리가 없지.”
“일단 진정하고 내 얘기,”
“자꾸 말 끊지 마세요. 아 억울해, 씨발 나 존나 억울해!!!”
* * *
“그랬었지, 김동혁이.”
“그럼 억울한 걸 어떡해요.”
“야 난 진짜 너 존나 또라인 줄 알았잖아.”
무슨 패기로 구준회한테.
윤형이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캔 맥주 하나를 더 땄다. 한 모금 마시더니 동혁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땐 네가 좀 불쌍했는데 지금은 구준회가 존나 불쌍.”
“왜요, 뭐요. 내가 뭘.”
“구준회는 맨날 호구같이 당하고. 넌 구준회 열 받으라고 치대고.”
내가 뭘 심했다고. 동혁이 퉁명스레 반문했다.
이건 똑똑히 알아야 한다.
세상이 두 쪽 나도 구준회랑 김동혁이 하하 호호 웃으며 붙어 있을 일은 없다는 걸.
지금까진.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사랑은 타이밍 입니다 ♡ 3♡~
일단 1편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다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이번 편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동혁이가 준회를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에 대한 에피소드 풀어봤어요.
글에 대한 댓글, 신알신 , 암호닉 모두 다 감사히 받습니다 ^0^
3편도 완성되는대로 얼른 들고 올게요. 다시 한 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암호닉분들 (사랑해요)
알린 님
오열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