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sh
김성규 X 남우현
기분 나쁜 하수구의 악취가 코를 찌른다. 잔뜩 좁아진 미간 사이로 땀방울이 흘렀으나 그쯤은 이젠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익숙한 걸음으로 골목을 돌아 귀퉁이를 빠져 나온 우현이 슬슬 속도를 내려 발을 굴렀다. 동시에 턱, 하고 잡혀버린 뒷덜미에 놀라 움찔한 우현의 앞뒤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늘어선다. 한번 터진 피가 굳어 찝찝한 잇새 사이로 우현이 거친 욕설을 뱉었다. 씨발, 좆됐네.
“ 우현씨. ”
“ 꺼져, 난 안 간다고 했어, 어? ”
“ …이사님께서 많이 찾으십니다. ”
“ 씨발, 안 간다고. ”
요동 없이 평평하던 얼굴이 이내 굳어진다. 우현은 본능적으로 그 위험을 직감했으나,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다는 사실이 먼저라는 것을 알고는 절망에 빠졌다. 우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이내 다시 평온해진 그가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순식간에 주위는 어둠으로 가득 찬다.
“ 딱, 죽을 만큼만 하라시더군요. ”
“ …몇 번이고 죽은 몸이야, 내가. "
말로는 뱉었지만 움츠러드는 몸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달려드는 몸짓들에 바닥으로 나뒹군 우현이 포기한 듯 몸을 뉘었다. 날카로운 구두코가 제 가슴을 짓밟고, 제 다리를 짓이긴다. 인상은 한껏 찌푸리면서도 결코 입은 열지 않는다. 벌써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뱉은 신음을 넘어오는 토기와 함께 삼킨다.
“ 이정도만 하죠. ”
“ … ”
“ 바로 한국으로 넘어 가셔야 합니다. ”
쿨럭, 하고 피를 토한다. 몸 곳곳에 남은 선명한 선혈, 그 선혈보다 더 또렷한 적기를 가진 우현의 눈이 남자에게로 향했다. 면역된 몸이라도 맞고 나서 바로 움직이긴 역시 힘들다. 이대로 한국까진, 가야한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엿같은 상황이지만. 방금 제 시야를 스쳐간 이국의 이름모를 돌담보다 더 높은 우현의 자존심이 더 무너지는 이유는, 남우현은 약했다. 김성규보다.
“ 그래서. ”
“ 지금쯤 호텔에 계실겁니다. ”
“ 수고했어. 가 봐. ”
꽉 조인 넥타이가 갑갑한 듯 풀어 내리는 성규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 말도 없이 사라졌던 남우현을 단 사흘 만에 타국에서 찾아냈다. 이미 여러 번 제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바둥거렸던 녀석이라 별로 놀랄 일도 없었다. 없어지면 찾으면 되고, 매달리면 잡아주면 되는 거다. 중요한 건 남우현은 제게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거다.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사이로 불안정한 녀석의 뒷모습이 보였다.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띄운 성규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 …김성규? ”
“ 밖에서 며칠 구르더니 말도 짧아졌나 보지? ”
“ 나 어떻게 찾은 거야. ”
그새 마른 우현의 몸이 휘청거리며 침대에 앉았다. 원망 가득한, 조금은 쉰 듯한 우현의 목소리에 성규가 말없이 넥타이를 풀었다. 김성규! 결국 그 잠시간의 정적도 참지 못한 우현이 소리를 높였다. 제 앞으로 천천히 걸어와, 제 눈을 천천히 응시하는 성규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는 걸 느낀 우현이 급히 눈을 피했다. 그러나 그 여유 넘치는 손짓으로 그 얼굴을 바로잡은 성규가 입을 열었다.
“ …어떻게 찾았냐고? ”
“ …. ”
“ 궁금하겠지. ”
난 말이다 우현아…. 나지막이 숨을 뱉은 성규가 다시 한 번 우현과 눈을 맞췄다. 소리 잘만 지르던 투견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흔들리는 눈을 하고 벌벌 떠는 우현의 모습마저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성규가, 가볍게 웃었다.
“ 너 없이는 못 산다니까, 단 하루도. ”
“ … ”
“ 그래서 찾았지, 죽도록. ”
옅은 담배냄새와 향수냄새가 훅, 끼쳐왔다. 결국 눈을 질끈 감은 우현이 모든 걸 놓은 듯 성규의 가슴 아래 누웠다.
흐으, 우현이 잘게 몸을 떨었다. 부들거리는 하얀 다리를 가만히 지켜보던 성규가 느긋하게 허리를 쳐 올렸다. 땀과 눈물로 번들거리는 하얀 얼굴이 오늘따라 야하다. 욕구 불만인가? 눈썹을 살짝 찌부러트린 성규가 우현의 안에 넣은 그대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 흐으, 씨발아, 뭐, 해… ”
“ …담배 말려. ”
“ 아, 좀…! ”
떨어질듯 말듯 위태로운 담뱃재를 불안하게 바라보면서도 자꾸만 허리를 떤다. …담배보단, 남우현이 말린다. 서둘러 한 번 더 빨아들인 장초는 재떨이 아무 구석에나 쳐박아 놓고, 그대로 우현의 골반을 턱 하고 잡은 성규가 속도를 올렸다. 봇물 터지듯 터지는 신음에 정신을 놓는다. 맞붙은 배가 뜨거워, 저도 모르게 우현의 목에 입술을 묻은 성규가 끈적하게 혀를 놀렸다. 정신을 못 차린다. 시발, 남우현….
“ 우현아, 남, 우현, 으, ”
“ 흣, 뭐어… "
미치겠네, 이거 진짜. 얼굴을 한껏 구긴 성규가 진득히 우현의 안에 몸을 묻으며, 사정했다. 손이 하얘질 정도로 이불을 꼭 그러쥔 우현이 다 마른 눈물 자욱 위에 다시 눈물을 덧칠한다. 비슷한 타이밍에 우현의 눈가를 훔친 성규의 큰 손이 그대로 우현의 작은 손을 잡았다. 히끅거리며 욕을 웅얼거리던 우현의 소리가 잦아든다.
“ 남우현, 나 봐봐. ”
“ …싫어. ”
“ 우현아. ”
심술 가득한 젖은 얼굴로 불퉁한 말을 뱉는다. 귀여운 새끼. 다시 성규가 우현의 턱을 잡아챘다. 진득하니 눈을 맞춘 성규가 살짝 웃었다. 다시 눈을 꼭 감은 우현은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그을린 마른 등, 마른 팔, 마른 목, 하나하나 훑던 성규가 그의 뒤를 가볍게 안았다.
“ 남우현. ”
“ …뭐. ”
“ 다시 도망 갈 거야, 안 갈 거야. ”
“ …다시 도망가면 뭐. ”
“ 다시 도망가면? ”
내 손에 죽지, 우리 멍멍이.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가 우현의 귓속으로 파고 들었다.
리퀘받고 바로 써서 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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