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한남동 블루스(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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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옥탑방 그 남자 한남동.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시는 최고위층, 재벌들도 살지만 여기저기 치이며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하루살이 밑바닥 인생들도 공존하는 이 곳. 나 남우현은 그 둘의 경계에서 살고있다. 앞에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잣집과 작은 주택들이 벌집처럼 모여있다. 이 곳에는 하룻동안 개미처럼 일하면 검은색 정장에 금 목걸이를 차고 나타난 생 양아치들 한테 돈 떼이고 남은 돈으로 어떻게든 먹고 살아가려고 아등바등 거리는 사람들이있다. 반면, 내 오피스텔 뒷 편에는 크고 아름다운 정원에 밑에 여러 명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온갖 부귀를 다 누리는 그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왕국이 있다. 이 호화롭고 아름다운 곳에는 그 어려운 사람들, 등쳐먹은 더러운 돈으로 매일 호의호식하며 웃고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간대가 바로 아침이다. 달동네 사람들(편의상 길 건너편 사람들을 달동네 사람들이라고 하겠다.)은 동이 트자마자, 볼 품없이 구겨지고 더러워진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일터로 달려나가지만, 재벌집들은 명품칠을 하고, 아침부터 고용인에게 괜한 히스테리를 부리고 차 한 잔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며 고급 외제차에 몸을 싣고 편안하게 그들의 일터로 떠난다. 나는 매일 아침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의 아침을 보며 내 하루를 시작하는데, 내 눈에 띤 아무데도 속하지 않는 한 사람. 그 사람은 바로 길 건너편에 사는 옥탑방 남자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 남자는 하루종일 기타 하나만을 들고 자신의 옥탑방 앞에 있는 평상 위에 앉아서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한참동안(겨우 몇 시간 정도가 아니라, 짧으면 하루 길면 일주일동안 안 나올 때도 있다.) 옥탑방 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얼마간 틀어박혀 있다가, 다시 밖으로 나오면 눈엔 턱 밑까지 내려오는 다크써클과 며칠동안 면도도 안해서 푸르른 빛을 띠는 수염을 잔뜩 달고 나온다. 그리고 다시 그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시곗바늘처럼. 남자는 웃음이 많다. 정말 푼수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다. 어떤 상황이든지 간에 일단 미소를 짓는다. 한 번은 남자가 매일 도와드리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남자가 수소문을 해 할머니의 자식들을 찾아낸 적이 있었는데, 자식들은 할머니의 장례 부담을 맡는 것을 매우 불쾌해 했다. 남자는 그래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며, 할머니의 마지막이라도 같이 계셔달라고 말했지만, 종단에는 막내딸 하나 빼곤 모두 가버렸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남자는 자신이 모든 뒷감당을 했다.(어쩌면 그가 원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막내딸을 위로하고 웃는 얼굴로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처음에는 그렇게 자신이 돌봐드리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모습이 이상해보여,속으로 남자를 욕 하기도 했으나 푼수같은 그 남자만의 이별방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또한 남자는 강하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떻게 하던지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하던지 간에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 등굣길을 같이 하는 남자아이가 있는데, 하루는 그 아이가 부잣집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나보다. 남자는 그걸 보자마자 달려가 부잣집 아이들을 엄하게 혼냈다. 후에 그 아이들의 부모라는 작자들이 남자에게 이러쿵 저러쿵 따지고 협박하는 걸 보았으나, 정확한 상황은 모른다. 아무튼 그 일도 남자가 깨끗하게 해결했다.(그 후로 등굣길을 같이하는 그 아이는 옥탑방 남자를 영웅이라고 부른다.) 그는 등굣길 아이에게 좋은 방패가 되주었다. 마지막으로 그 남자는 나의 우상이다. 내가 항상 되고 싶었던 사람. 웃음이 많고 강하고 선량한 사람. 용기와 배짱과 양심을 잃지 않은 사람. 하지만 지금 나는 나를 감싸고 있는 오피스텔 창문으로 관찰하는 일 밖에 하지 못한다. 나는 남자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옥탑방 남자가 좋다. 그래서 남자가 옥탑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을 때에는 몰래 남자가 하던 일을 대신하곤 한다. 그러면 여태까지 쌓아왔던 많은 죄책감, 자괴감, 열등감등이 씻어 내려간다. 이것도 자기 만족에 의해 하지만 말이다. 같은 동네에다가 집도 매우 가깝고, 몰래 남자를 관찰하다 보니 가끔씩 이 남자를 마주치게 된다. 그럴때면 거의 서로 모른 척 지나가거나 어색하게 인사만 하고 지나쳤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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