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온 몸에 퍼진 미열이 사랑의 열병인 듯 느껴졌다. 미친 놈이니 자신을 욕해봤자 돌아오는건 자기학대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준회의 반쯤 뜬 눈이 몽롱했다.
옮았나.. 간밤에 잠을 설친 준회가 눈을 끔뻑끔뻑 뜨고 일어나 지원을 먹일려고 사온 약을 냉큼 삼켰다.
물도 없이 넘긴 약이 뻑뻑해서 미간을 좁히고 인상을 쓰며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차단까지 해놓은건 너무했나?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전화부목록에서 수신차단버튼을 눌렀다.
별의별 생각을 다했던 간밤에 든 주된 생각은 김지원에게 미안했던 것들에 대한 상념이었다.
어차피 받아줄 생각도 없는데 상처는 주지말자. 라는 결론과 함께 긴긴 고민들을 하나로 고이 접었다. 물론 접힌다고 접혀질 생각은 아니었지만,
메신저까지 차단해제를 하니까 그간 지원이 보냈던 톡들이 31개나 떠있었다.
딱 한달을 채운 그 메시지를 쭉 읽어보는 준회의 표정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딱 그 중간에서 헤메였다.
처음 키스를 당했었던 다음날 새벽 한시쯤부터 매일마다 같은 시간쯤에 이어진 그 짧지않은 메세지들.
침대에 걸터앉으며 그 메세지들을 다시 한 번 쭉 읽어내려갔다.
-준회야. 나 오늘 설레여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네가 날 싫어하기만 하는 줄 알았거든. 곰곰히 씹어보니까 내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준회야. 너랑 처음한 키스라 나 무지 떨렸다. 홧김에 깨물어버린 것 같은데 입술은 괜찮아?
-나도 이런데 너는 얼마나 힘들까, 내 기준으로 최대한 네 입장을 생각해보려 노력해봤어.
-오늘도 안 읽었네. 왠지 읽지않아서 계속 써내려가게 되는 것 같아. 네가 이 메세지들을 볼 때가 올까?
-오늘은 네가 무슨 향을 좋아할까, 생각하다가 꽃집에 들러 꽃을 죄다 사버렸어. 덕분에 3만원이나 썼다. 형아. 지갑이 텅텅 비었다. 애들도 은근히 싫지않던 눈치던데, 너도 싫지 않지? 그 꽃향기가 네 몸에 베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생각할까?
-은근히 추위 잘 타면서 옷 좀 잘 챙겨다녀. 내가 목도리 매주는 거 싫어하면서 자주 그러더라. 혹시 나보고 매번 그래달라고 그런건 아니지?
-네가 tv보면서 새우새우 그러길래 마트 좀 들렸는데 맛 없었냐? 손까지 다쳐가면서 만든건데.. 다음에 이모가 만든 감자전병 먹으러가자. 정말 맛있거든. 한빈이도 진환형도 보장했으니까 너랑 둘이 가는 일만 남았네.
...
-요즘 잠 못드는 날이 많아서 그런지 감기기운이 도네. 너도 감기 조심해. 구준회.
-사실 네가 간호하던 중간에 깼었다. 네 손길이 좋아서 가만있었는데 네가 입술을 부딪혀올 줄은 몰랐어. 그냥 눈 꼭 감고 있었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또 키스해버렸다. 없었던 일로 하자던 네 말에 나 솔직히 좀 아팠다.
가슴에 알싸하게 퍼지는 찌릿함 때문에 휴대폰을 쥔 준회의 손끝이 떨렸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나지막히 원망하듯 퍼진 준회의 목소리가 새벽녘 공기를 담아 먹먹하게 퍼졌다.
한참 멍하니 바닥을 노려보다 나갈 준비를 마친 준회가 아직 깨지않은 듯 닫힌 지원의 방문을 흘겼다.
안돼. 주먹을 꼭 말아쥐고 머리를 흔든 준회가 짤막한 다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밖으로 나오니 해가 어스름하게 머리를 내비치고 있었다. 숨을 쭉 들이쉬니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싸는 듯했다.
약기운이 퍼지는지는 몰라도 새벽공기를 맞은 머리가 조금은 깨어나는 듯 했다. 시원했다.
-
성큼성큼 걷던 준회가 불이 밝게 켜져있는 연습실을 보더니 멈칫 거렸다. 누가 먼저 왔나? 무심코 연습실 문을 열자 지원이 반주도 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헉헉 거리는 지원의 숨소리가 가득한 연습실 안이 오래있었던 탓인지 온기가 가득했다. 격하게 몸을 비트는 동작을 하고 한쪽 다리를 쭉 벗고 돌다가 열린 문틈으로 들어서지도 못하고 굳은 채로 지원에게 시선을 떼지못하던 준회의 눈동자와 지원의 눈동자가 서로를 엉켜들었다.
준회의 눈이 감기기 전에 먼저 지원의 눈동자가 감겼다 열렸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털어내고 물 한모금을 넘긴 후 준회에게 한 번 시선을 흘긴 지원이 벽에 기대어 앉으며 제 옆자리를 톡톡 쳤다.
"앉아. 안 잡아먹으니까."
"..."
"좀 있으면 멤버들 올거니까, 허튼 짓 안 한다고."
거울에 제 자신만 바라보며 지원이 담담하게 얘기하자 준회가 쭈뼛거리며 지원의 옆자리에 앉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돌아섰을텐데 오늘은 유독 그러기가 싫었다. 상처주기싫고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지원과 같이 거울에 자기자신을 뚫어져라보니 처음 이 연습실에 들어섰을 때랑 자신도 그렇고 김지원도 그렇고 많이 달라져있었다. 훌쩍 커버린 몸도 표정도 제법 어른 태를 내려고 했다.
숨이 조금 챈 지원의 숨소리만이 연습실 안을 가득 메꿨다. 그 사이로 멈칫멈칫 숨을 꼴깍이던 준회의 어깨위로 지원의 머리가 기대어졌다.
"이대로 조금만 있자."
"..."
"준회야. 준회야. 대답 좀 해봐."
"어."
"나도.. 나도 쉬운게 아냐. 나도 사람인데 왜 안 두렵겠냐? 그래도 좋으니까. 니가. 계속 내 마음에 담겨있으니까."
"..."
"그런데 준회야. 나도 이러다가 힘들면 폭주해버릴까봐 무섭다."
"아프지나 마."
지원이 풀어놓은 속내를 고스란히 마음에 담으며 준회가 어깨에 기댄 지원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걸 외면하며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정적이 가득한 연습실 안에서 피곤이 몰려온 지원이 눈꺼풀을 감으며 잠으로 빠져들었고 뒤이어 준회가 지원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맞대며 깊은 꿈자리에 접어들었다.
-
새로 산 옷과 모자를 정리하던 진환은 뜸금없는 준회의 물음에 고개를 빼꼼히들고 침대 위에 종이를 펼쳐놓고 가사를 끄적이고 있는 준회를 보고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서로 사랑하는데 헤어질 수 있어?"
"아니.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쓰다말던 잉크펜을 놓은 준회가 진환에게 완전히 고개를 돌린 후 이마를 찌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경우 있잖아.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던지, 신분이나 그 어떤 장벽이 있어서 헤어지는 경우."
정리하던 손 끝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진환이 준회에게 웃음 띈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만약에 나라면. 서로 사랑한다면 그래도 해보는게 좋지않을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끝이 어떻게 될진 모르잖아. 꼭 그 소설처럼 비극으로 끝나라는 법은 없으니까."
"..."
"혹시 네 얘기야?"
"아니. 아는 사람 얘기. 가사 쓰는데 참고하려고."
"하긴. 네가 제대로 된 사랑은 안 해봤으니까,"
"놀리지마."
"데뷔하면 더 힘들다?"
"놀리지말라고."
가사를 쓰던 스프링지를 옆으로 치운 준회가 짐짓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싸맸다.
야, 구준회 삐졌냐? 하여간 잘 삐져. 진환이 새것 티가 나는 상표도 안 땐 모자를 쓰고 거울을 살펴보며 투덜거렸다.
-
매일 새벽에만 올리다가 저녁에 올리려니 어색하네요.
벌써 2월 3일인데 언제 데뷔공지가 뜰지 하루하루 기대하는 하루입니다.
독방에서 조금 놀다가 자려가야겠죠?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행복한 하루하루 되십쇼~!
전 남은 시간에 믹매dvd나 다시 봐야겠어요. 아직 출퇴근캠 다 못봤다는..
사랑합니다! (오글거려하지마세요. 저 슬퍼요.)
암호닉- [쿠]님♥ 감사드립니다. 댓글에 감동감동 크리로 먹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