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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알고 있었어?]

“..뭐가?”

[김민석일 말이야.]

 3년 전, 대학교 졸업을 앞두느냐 정신없던 그 겨울. 느닷없이 아침부터 걸려온 주현이의 전화에 나는 재빠르게 텔레비전을 켰다. 브라운관에서는 온통 축구 유망주로도 잘 알려져 있던 김민석의 부상 소식이 가득했다.

 

“말도 안돼”

 이건 분명 무언가 잘못된 일이었다.

 

 

[EXO/김민석] 남자와 친구 02 | 인스티즈

 자와 친구 02

w.우리망고

 

 

 

 

“정신 좀 드냐?”

 

 

 타는 목마름으로 냉장고 앞에서 찬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나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김종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저 새끼는 누나한테 하는 행동이 저게 뭐야. 라며 시비를 걸려다가 힘 없이 식탁 의자에 주저 앉았다. 너무 오랜만으로 만난 사람들이라 재밌게 놀다가, 그래 김민석이 나한테 외투를 걸쳤던 것 까지 생각이 나는데 그 이상은 도통 떠오르지가 않는다. ​​깨지려는 머리통을 부여 잡고 있으니, 김종인이 선반 위에서 라면 하나를 꺼낸다. 해장이나 하라고. 라면서 냄비에 물도 올려준다.

 

 

 

“으아, 죽겠다.”

“그러게 술 좀 작작 쳐먹지. 너 그러다가 저번처럼 병원에 실려간다?”

“야, 몇년전 얘기를 꺼내냐. 그나저나 나 어제 집에 어떻게 들어왔어?”

 

 저번처럼은, 스물 네 살때, 방송작가 취업 2개월만에 일어난 일로, 바로 윗 작가 언니한테 된통 깨지고서 저기 집 앞에 포장마차에서 술을 퍼 마시다가 병원에 실려간 일을 말했다. 당시 군 입대를 하루 앞둔 김종인이 그 까까머리를 하고 헐레벌떡 응급실로 와서는 요리조리 나를 살폈었다. 그 이후로도 김종인은 '술'이라는 한 단어가 들어가면 눈살을 찌푸렸다.

 

 

“누나 기억 안나?”

“...응”

“민석이형한테 전화왔었어. 너 좀 데려가라고.”

“뭐? 김민석이?”

“엉. 야, 여기 라면.”

 

 

 보글보글 끓는 해장라면을 내 앞에 놓고서는 강아지인 몽구를 끌어안고서는 김종인도 맞은편에 앉았다. 자극적인 라면 냄새에 몽구가 혀를 핥짝이고 있으면 김종인이 몽구의 코를 툭- 친다. ​

 

 

 

 

 

 

 

 

“화해는 했냐?”

 

 

 

 

 

 

 

 

 

 아직도 김민석과 내가 싸운 줄 아는 김종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싸우고 말고 할게 뭐가 있을까. 감정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피해를 준 쪽은 오히려 나인데. 말 없이 수저에 라면 국물을 담았다. 그러자 앞에서 자신도 달라는 듯 몽구가 낑낑 대자 김종인이 다시 한 번 몽구의 코를 툭 쳐낸다.

 

 

 

 

 

 

 

 

“대체 둘이 뭐가 문제야?”

“어른들 일에 알려하지마라. 조무래기야.”

“지랄.”

 

 

 

 

 

 

 간단한 조소와 함께 김종인녀석은 울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얼마전에 만났다던 새 여자친구인 모양이었다. 하여튼 저것도 제정신은 아니다. 2년가량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한달도 채 안되어서 새 여자친구라니. 저런 깜씨새끼가 뭐가 좋다고. 저리 여자들이 꼬이는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들이 마시다시피 한 내가 그대로 방 침대로 쓰러지듯이 누웠다. 그리고는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액자 속 사진을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졸업 때 사진.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던 김민석과 나였다. 그 이후로 얼마나 큰 폭풍이 다가오는 지도 모른채. 저리 웃고만 있을까. 순진무구하게 웃는 그 모습에 괜히 입을 삐죽였다.

 

 

 

 

 

 

 

 

 

* * * * *

 

 

 

 

 

 인터뷰 좀 부탁해올게. 여주씨. 여기 적힌 주소로 가서 늘 하던 것 처럼. 알지? 아, 웬만하면 내가 가는데 지금 메인작가언니 히스테리때문에. 하하, 알지? 좀 부탁할게! 그거 갔다가 바로 퇴근해도 좋아. 내용은 이메일로 보내주고!

 

 

 

 바로 위의 사수언니인 유리언니의 말에 하하, 기분좋게 웃으며 방송국을 빠져나왔다. 김종인에게 특별히 빌린 그 차에 올라타고는 네비게이션을 찍었다. 와, 완전 시외쪽이네. 어쩐지, 유리언니가 갖은 핑계를 대면서 자기는 죽어도 안가려고 하더라. 혼자 중얼거리며 차를 고속도로로 몰았다. 씨발. 대체 이번엔 무슨 기획을 하길래 이 먼 곳 까지 사전 인터뷰를 가지라는 건지.

 

 

 

 

 

 

「여주씨! 어디에요?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하려고 했는데 없네~」 - 카메라 박찬열

 

 

 

 

 찬열씨의 카톡에 「지금 취재하러 왔어요!」라고 간단하게 대답을 한 후, 작은 길로 들어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작은 축구장이었다. 와, 이런 곳에도 축구장이 있네. 라며 안전벨트를 풀며 그제야 인터뷰파일을 훑기 시작했다.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들이 가지는 꿈. 이라는 제목의 다큐기획안이었다.

 이 선수는 텔레비전에서도 몇번 본 적 있고, 음 좀 잘생겼네. 이 친구도 인터뷰 체킹하고. 미드필더. 주장친구가 고집이 참 세게 생겼네. 라며 앳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청소년 선수들의 사진을 차례대로 넘겼다. 인터뷰 전에 사전정보는 필수니깐. 대강 인터뷰 체킹할 선수들을 몇명 집어내고는 다음에는 가장 중요한 감독과 코치진 프로필 파일을 집어 들었다. 

 

 

 

 

 

 

“...응?”

 

 

눈을 비비고 다시 보는데, 반듯한 와이셔츠를 입고 정면을 바라보는 남자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어..니가 여기 어떻게 있는거지. 라며 혼돈에 빠지고 있던 찰나,
다시 울리는 핸드폰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낯선 번호에 통화키를 누르며 차에서 내렸다.

 

 

 

[ 김여주작가님 번호 맞으시죠? ]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와 한껏 얼굴을 찌푸리면서 밖으로 나오고 있는 김민석 녀석과 두 눈이 마주쳤다.

 

 

 

 

 

* * * * *

 

 

 

 


“설마했는데 여주 너였어?”

 

 

 


 벙찐 듯 서 있는 내게 먼저 다가온 유니폼을 입은 김민석이 내 품안에 잔뜩 들려 있는 파일들을 빼앗다시피 받아냈다. 얼떨결에 파일들을 김민석에게 넘긴 내가 어..? 라며 입을 열자, 멋쩍게 웃던 김민석이 안들어가냐? 지금 감독님 꽤 화나셨어. 너 인터뷰 제대로 하려면 꽤나 욕볼지도 몰라.
라며 아무렇지 않게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얼떨결에 끌려가다시피 들어간 곳의 운동장에서는 서로를 마주보며 일렬로 서 있는 청소년 국가대표들이 연습에 매진 중이 었다. 그들 사이에서 꽤나 화가 나있는 감독님의 빨간 얼굴에 앞서 가던 김민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터뷰하려면 꽤나 오래 걸리겠네.”
“...얼마나?”
“저 감독님, 나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셔. 무슨 말인지 알지?”

 

 

 

 


 그 지옥의 감독님 말이야. 꼭지가 한번 돌면 애들을 반쯤 죽여놀 정도로 맹연습을 시키던 그 감독님이라는 말에 아, 하며 수긍을 하며 코치진들이 쉬도록 만들어 놓은 벤치 위에 앉았다. 그러자 김민석도 따라서 내 옆에 앉았다. 나란히 앉은 우리의 앞에 그림자가 내려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나란히 앉은 것도, 이런 운동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녀석의 모습도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공백이 낯설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익숙한 풍경들이었다. 달라진게 있다면, 저 아이들과 뛰어 다니던 녀석이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 한국 들어왔어?”

“부상당하고 바로.”

 

 

 


 우리 둘 사이의 생긴 침묵에 못 이겨 겨우 입을 떼었다. 뻔히 알지만 묻는 질문에 김민석이 여전히 시선은 필드 위의 선수들을 바라보며 짧게 대답했다. 아무렇지 않게 부상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녀석을 보니 한 쪽 마음이 시려왔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녀석의 오른쪽 발목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다시 생겨버린 둘의 침묵에서는 감독님의 호령만이 가득 채울 뿐이었다.

 

 

 

 

“어떻게 지냈냐고는 안 물어봐?”
“...어?”
“너 나도 인터뷰해야하잖아. 지금 해도 된다는 말이야.”
“...”
“다 대답해줄게. 뭐든 물어봐.”

 

 

 

 


 아무렇지 않다는 어깨를 올렸다 내린 김민석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치는 둘의 얼굴에 괜시리 얼굴이 화끈해버려진다. 괜히 휙 하고 고개를 돌려 옆에 놓인 파일을 집어 들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김민석이 웃는다.

 

 

 

 

 

“여전하네.”
“...”
“너 당황한거 다 티나.”

 

 

 

 

 

 아, 아니거든? 이라며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공을 패스하려던 한 선수가 우리 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감독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김민석에게도 또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 모습들을 번갈아 보던 김민석이 킥킥 웃으며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몸을 풀듯이 어깨를 쫙 폈다가 움츠리고, 또 목을 살짝 돌리던 김민석이 필드로 나가려다 말고는 다시 한 번 나를 바라보았다.

 

 

 

 

 

 

“여주야.”
“응?”
“나 불편해하지마. 그것도 다 티나.”
“...”

 

 

 

 

 


 아무렇지 않게 공을 자신의 옆구리에 올려 놓은 김민석이,

 

 

 

 


“남자로 강요안해. 우리 친구 잖아.”
“...”
“그러니깐 3년 전 네 말처럼 우리 계속 친구하자.”

 

 

 

 

 다시 한 번 쿵, 하고 내 마음을 내려다 놓았다.

 

 

 

 

 

 

 

 

 

 

+

 

천천히 3년전 이야기가 풀려서 나올거에용! 아슬아슬한 그 경계선에서 왓다갓다 하는 여주와 민서기...

축구하는 민서기...내 사랑이쟈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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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66.103
민석이 아련아련ㅠㅠㅠ문체도 깔끔하고 이런 전개 너무 좋아여ㅠㅠㅠㅠ종인이가 몽구 코 치는것마저 귀여우ㅠㅠㅠ
9년 전
우리망고
감사합니당 ㅠㅠㅠ 삼년전얘기가 차근차근 나오는데 아무래도 좀 질질끄는 것 같은 면이 없지 않아있는것같아서 맘 한쪽이 쭈그리마냥 그러구 잇습당..ㅎㅎ 댓글감사합니다! 좋은하루되세요 :)
9년 전
독자1
허류ㅠㅠㅠㅠ 재밌어요 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저도축구하는 민석이 참좋아하는데요ㅋㅋ
아 부상이랑 뭔가 관련있나봐요ㄷㄷ

9년 전
독자3
우으ㅠㅠㅠㅠㅠㅠㅠ민석이 왜이렇게아련하죠 글이너무 제스타일이예요 정주행감니다..ㅜㅅㅜ
9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아...안돼......친구말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아ㅠㅠㅠㅠㅠㅠ뭔가 아련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재밌어서 자꾸 보게 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아아 이노래 망고ㅜㅜ작가님 망고 좋아하시나요?? 저 좋아해요ㅜㅜ흐규흐규ㅠ
9년 전
독자7
윽 뭉클 ㅠㅠㅠ 아련쓰 하..... 정주행 지루하지 않아여
9년 전
독자9
헐헐 뭐지........ 글 분위기 좋아여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10
밍서기를 찬거야? 여주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1
민석이ㅠㅠㅠ 축구하는 남자였어ㅠㅠㅠ 분위기 대박이시죠ㅠㅠㅠ
8년 전
독자12
괜찮은척 괜찮지 않은 두사람이 이렇게 또 만나네요 후우우우우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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