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면의 앞집에는 세훈이 산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키와 비율에 조각같은 외모를 가진 대학생은 첫대면에서 이미 저의 우위를 차지했다. 안녕하세요, 앞집에 잠시 살게된 오세훈 입니다. 씨익 웃으며 저를 대하는 세훈에게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풍겨져나왔고, 곧 준면은 그게 착각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렸다.
중종...이에요?
와, 눈치채셨네. 숨긴다고 숨기긴 했는데, 맞아요. 뭐일것 같아요?
장난스럽게 말려올라가는 입꼬리에 시선을 둔 채 자신의 입을 옴싹달싹하던 준면은 이내 조그맣게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악어...? 그 순간이었다. 팡 하고 순식간에 펼쳐지는 혼현에 순간적으로 욱하고 입을 막은 준면이 뿅, 하고 제 귀와 꼬리를 드러냈다. 번뜩이는 황금빛 눈과 가늘어진 혓바닥, 손등에 오소소 돋아나던 비늘에 눈을 떼지 못하던 준면이 결국 주저앉자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세훈이 손을 건넸다.
의도치 않게 그쪽 혼현도 봐버렸네요. 아, 기분좋아.
.....
뱀이에요. 아나콘다쪽에 가까운. 많이 당황하셨으면 죄송해요, 쿡쿡.
아...아니에요.
이름이 뭐에요? 나이는?
김준면...스물여덟,이요.
헐. 기껏해봐야 고딩이나 나랑 동갑일줄 알았는데. 난 스물 셋이에요. 준면이 형, 이라고 불러도 되죠?
아, 네...
형도 말 놓아요. 라며 샐샐 웃던 세훈의 표정에 준면은 갑자기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 위험한 이웃과의 만남을 최대한 피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준면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세훈은 귀신같이 제 퇴근시간이 지나면 초인종을 눌러댔다. 형, 저에요. 손톱을 깨물며 열기를 망설이자 콩콩콩- 답지않게 귀여운 노크소리를 내며 졸랐다. 혀엉, 문좀 열어줘용.
헤에. 안녕? 지난번엔 실례가 좀 많았어요.
들어...오세요.
에이, 말 놓으라니까.
..그래, 어쩐 일이..야?
그냥 놀러온거죠 뭐. 부담가지지 마세요, 진짜 아무짓도 안한다니까?
정말로 그날 세훈은 준면을 졸라 같이 저녁을 먹고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혼현은 코빼기도 들어내지 않고. 이런 만남이 반복되자 준면도 서서히 긴장을 풀었고 이제는 편한 형동생 사이가 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한가지 걸리는게 있다면, 가끔 이상한 말을 툭툭 내뱉곤 한다는 것이었다. 샐쭉 웃으면서.
형 진짜 귀여운거같아요. 아, 존나 좋아.
형 뒷모습보면 막 끌어안고싶어져요.
형 꼬리 한번만 더 보여주면 안돼요? 진짜 귀여웠는데.
아, 형이랑 결혼하고싶다.
처음에는 입을 떡벌리고 굳어있던 준면이지만 이제는 제법 웃으며 맞받아칠 정도까지 되었다. 뭔소리야, 나 말고 이쁘고 섹시한 여우나 한마리 물어야지.
글쎄? 그럴 필요가 있을까, 형.
응?
아냐, 내 이상형은 여우가 아니라고. 그 말 한거였어.
초인종이 울렸다. 막 재킷을 벗은 준면이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방금왔어요? 옷도 안갈아입었네."
"응. 조금만 기다릴래?"
"안갈아입으면 안돼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래. 고개를 갸우뚱한 준면이 불편한데... 라며 투덜거리자 세훈이 준면의 두 볼을 꽉 잡으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아, 한번마안. 나 파스타 해줘요. 배고파 디질것같아. 제 볼을 짚은 손에 화들짝 놀란 준면이 금방이면 되는데, 라고 말하려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음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맑게 웃고있는 세훈에게서 혼현의 느낌은 코빼기도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하네.
아, 파스타 하려면 오래걸릴텐데.
"세훈아, 배 많이 고파? 빨리 할 수 있는거 먹을래?"
"아녀. 참을 수 있어요. 저 오늘 파스타 아님 안될거 같아요."
"그럼 식탁에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세훈이 의자를 빼내어 앉고 턱을 괴었다. 냉장고와 싱크대를 분주히 오가는 뒷모습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관찰했다. 적당한 핏의 화이트 셔츠와 블랙 슬랙스 위로 드문드문 드러난 곡선이 몸을 움직일때마다 선명해졌다. 그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세훈이 어느순간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뿅, 버섯을 칼질하는데 집중하던 준면의 뒤로 뭉툭한 꼬리가 솟았다. 머리맡에 위치한 붙박이장 때문에 기다란 귀가 눌리는데도 전혀 신경쓸 겨를이 없어보였다.
"형, 집중하면 귀랑 꼬리 나오는거 알아요?"
"....어, 어? 헐 진짜네. 아,"
으잉, 울상을 지은 준면이 두 귀를 꾹꾹 누르며 낑낑대자 세훈이 피식 웃으며 말렸다.
"뭐 어때요, 어차피 집인데."
"그래도..."
"어, 면 끓기 시작했다."
"아, 그래?"
급히 뒤돌아 젓가락을 잡고 면을 휘휘 젓는 준면의 뒤로 세훈의 눈이 황금색으로 번뜩였다. 슬슬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해볼까. 순간적으로 몸을 바르르 떤 준면이 뒤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 있냐는 듯 세훈이 눈을 동그랗게 떠보이자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냄비에 시선을 꽂으며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기분탓인가.
"형은 알비노에요?"
"응? 아 응, 어머니가 알비노 토끼이셔."
"...아버지는 어떠신지 물어봐도 돼요?"
"..아, 그게..."
머뭇거리던 준면이 입을 떼었다. 호랑이. 세훈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경종 어머니와 중종 아버지... 아! 지난 번 모임에서 보았던 새까만 호랑이새끼를 기억해내었다.
"형 혹시 동생 있어요?"
"아니? ...아, 사촌동생 있다."
"호랑이죠? 피부 좀 까맣고."
"맞아! 종인이 알아?"
"아뇨, 얼굴만 봤어요."
사소한 마찰이 있었다는 것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 세훈은 놀랍도록 빠르게 계산을 끝냈다. 현재 종인의 아버지인 호랑이 가주에게 경종과의 결혼으로 권력을 잃은 형제가 하나 있다고 했다. 필시 준면은 그의 아들일 터였다. 그렇다면- 근본 없는 경종도 아니고, 세간의 시선을 모으는 위치도 아니다. 뭐, 호랑이 가문이라는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정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막 냄비의 물을 부어내고 면을 접시에 담는 준면을 본 세훈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형."
"..응? 뭐 필요한 거 있어?"
"형이 그렇게 응? 하고 나 쳐다볼때마다, 엄청 귀엽고."
"뭐야, 오세훈 또 시작이야."
픽 웃은 준면이 다시 젓가락을 든 손을 올리자 그를 잡아챈 세훈이 입꼬리를 올려 빙긋 웃었다. 반달모양으로 이쁘게 접힌 눈을 계속 보고 있으니 세훈이 그의 손에서 젓가락을 뺏어 내려놓았다. 그 움직임을 의문스럽게 좇고 있을때, 갑자기 확 가까워진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내 말 아직 안끝났어. 엄청 귀엽고,"
"...세훈,"
"존나 꼴려서 미칠 것 같아."
반달모양으로 이쁘게 접힌 눈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미친 저 다시한번 밝히지만 떡고자에요 ㄹㅇ 여러분 노예들의 반응이 너무 햄보캐서 쪄온글임.
일단 최선을 다해서 신음 쓰고있는데 기빨려서 죽을것같다... 메모장 껏다켯다하는중
아 난 모르겠다 이미 저질러버렸어..ㅜㅜ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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