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기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벌써 친구가 된지 횟수로만 10년이 다되가니까. 그렇지만 오늘은 10년 내내 내가 봐왔던 민윤기의 모습 중에서, 가장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얘 뭐야, 이제껏 내 앞에서 취한적 한 번도 없었는데. "민윤기, 취했어?;" "그으래, 취했다. ...나쁜 가시나...쓸데없이 예뻐가지고..." 다짜고짜 새벽 2시에 전화로 나를 불러낸 통에, 난 자다말고 뛰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 오늘은 열대아가 기승을 부리던 밤이었다. 그래서 내 목에 감긴 민윤기의 팔이 너무 뜨겁게만 느껴졌다. 어느새 키가 훌쩍 커버린 민윤기 때문에, 부축하는 것도 너무 힘이 들었다. 아, 더워. 언제 이렇게 큰거야 이 자식은... 목 끝까지 차오른 한숨을 애써 억누르고 천천히 민윤기의 집으로 향했다. "아 민윤기! 거기 주저앉지말라고! 무거워 죽겠구만 진짜." "흐흐. 싫은데." 더 이상 도저히 못 걷겠어서 민윤기를 골목길 벽에다 버려두었다. 그렇게 잠깐 힘겨운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민윤기는 그새를 못참고 바닥으로 스르르, 주저 앉아버렸다. ..화도 못 내겠구만. 가만히 주저앉은 모양새가 퍽 우스워서 잠깐 보고있다가, 나도 민윤기 앞에 쪼그려 앉았다. 계속 바닥만 내려다보며 뭐라 뭐라 중얼거리던 민윤기는 내가 앞에 앉자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근데 아까부터 자꾸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피식 피식 웃는 모양새가, 진짜 많이 취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윤기의 애교라니. 완전 새로운데? 다시는 못 볼 역사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 되나. 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여주야.." 민윤기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나를 부르는 말꼬리가 길었다.
"야, 있잖아. 내가 부탁이 하나있는데에.." "..뭔데."
"..이젠 나 한번 봐줘라, 응?" "....." "내가 그동안 많이 참은거, 너도 알지?" "....." "...김여주"
"..내가 너 많이 좋아해..." 한여름밤, 더 이상 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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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몬드 봉봉입니다. 앞서 연재하던 병원물을 무기한 연기해야 할 것 같아서 기다린 독자분들께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에 짧게 올려봅니다. 너무 바빠진 탓에 장편 연재가 힘드네요ㅜㅜ... 빠른시간 내에 정리해 다시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이렇게 짧게 조각글로 돌아올게요! 죄송스러운 마음에 구독료는 받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