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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loves too must be endured.

-Gabriel Coco Chanel

 

 

 

 

체리블로섬

 

 

 

 

 

[1화.]

 

 

 

 

 

[EXO/백도] esperar 1 | 인스티즈

 

 

 

 

"장난합니까. 도경수 씨. 이것밖에 못 합니까."

"…. 죄송합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너는 내가 알던 네가 아니다. 항상 웃던 얼굴은 석고상처럼 굳어 무심하게 나를 쳐다본다. 2년. 요 2년간 너는 항상 내가 하는 일에 트집을 잡는다. 아무리 완벽하게 해와도 너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트집을 잡는다. 그러면서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짜증 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항상 바로잡아오라는 말을 하고 나는 또 할 수 있는 만큼 바로잡아오고, 그제야 너는 받아준다. 그렇게 하루에 세 번씩 나는 네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된다.

 

첫 번째는 공식일정을 알려주기 위해서

두 번째는 이렇게 퇴짜를 맞을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퇴짜 맞은 서류를 다시 한 번 검토하고 바로잡은 뒤에 제출하기 위해서.

 

네가 나를 잊은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나는 아직도 너의 곁에서 허덕이며 너의 기억이 돌아오길 바라며 너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 자신의 회사에 오면 더욱 많은 급료를 주겠다, 이런 혜택을 주겠다. 저런 혜택을 주겠다. 하는 말들로 나를 스카우트하려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너로 인해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내일이면 네가 나를 잊은 지 2년하고도 반, 너와 내가 사귄 지 5년이다.

또다시 나 혼자 챙겨야 할 기념일.

우울하다.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고 바로잡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웃어본 지가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너와 내가 마주 보고 웃은 지.

네가 나를 보고 웃었던 것도. 내가 너를 보고 웃은 것도.

이제는 바스러질 기억인가 보다.

 

 

"도경수 씨."

"……. 네."

 

 

너에게 뒤돌아 나가려는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가 뭔가 떨리는 듯하다. 떨어지지 않는 입을 떼며 대답하며 뒤를 돌아본다. 입안이 쓰다. 그리고 너는 뭔가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인상을 찌푸린다.

 

 

"아닙니다. 나가보세요."

"…. 네."

 

 

이번에도 역시나.

 

항상 나가려고 할 때면 너는 나를 부르고 돌아보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혼자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나가라고 한다.

 

차라리 그러지 마라. 백현아.

그런 표정으로, 목소리로 나에게 대하지 마라.

내가 너에게 기대하지 않도록.

 

 

너를 뒤로하고 문을 닫고 나가자 방 안에서 작은 욕설이 들린다. 그래. 항상 너는 나에게 나가라고 한 뒤면 이렇게 욕설을 내뱉는다. 그리도 내가 보기 싫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너의 기억에 이제는 정말로 너의 곁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말이다.

 

 

 

12월 23일. 24일이 되기 전날. 우리의 8주년을 앞둔 전날.

 

오늘도 어김없이 남아서 야근을 한다. 12월과 1월은 특히나 가장 바쁜 달이라 나뿐만 아닌 모든 직원이 야근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시기만 지나면 짧으면 3일, 길면 5일이라는 휴가를 주기에 다들 쳐지지 않고 일을 한다.

 

달달한 노래와 크리스마스 캐럴들이 회사 내에 울려 퍼지고 다들 흥얼거리며 힘들지만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더욱 우울하다. 매년 크리스마스이브는 너와 나의 기념일로 함께하였고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이니 연인과 함께해야 한다. 우기던 너와 함께 했다. 그런데 이번 연도도 나는 너와 함께하지만 단둘이 아닌 회사 사람들과 모두 함께 있는다. 이제는 떠나갈 때가 다가오는 걸까.

 

 

24일. 너와 나의 8주년을 앞둔 지 10분 채 남지 않은 시간이다.

이게 마지막이다.

 

씁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EXO/백도] esperar 1 | 인스티즈

 

 

 

 

"아아. 이제 8분 뒤면 크리스마스이브네요. 오늘도 남자친구랑 못 보내고 일과 함께 보내다니…."

"힘내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휴가지 않습니까."

 

 

장난식으로 울상을 지으며 말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그녀를 보면서 슬피 웃음 지으며 답해주다 열심히 타자하고 있는 내 모습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설마설마하는 표정으로 묻는다.

 

 

"경수 씨. 뭐 하세요? 사장님이 또 바로잡아오래요?"

"…. 사직서를 쓰려고 합니다."

 

 

내 말에 그녀가 당황한 듯 어쩔 줄 모르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우리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든지 하던 일을 멈추고 나에게 시선을 모은다. 별로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당황한 듯 쿠당탕하는 소리를 내고 넘어진 사람도 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오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안된다며 나에게 모였다.

 

 

"경수 씨. 그…. 왜…. 다른 회사로 가시기로 한 거에요…? 이제껏 잘해오셨잖아요. 사장님 때문이면…."

"저희가 잘 말씀드려 볼게요. 가지 마세요."

"경수 씨가 가면 저희 모두 죽습니다"

"유능하신 분이 떠나면 저희는 어떡합니까."

"가지 마십시오. 저희가 좀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저희 때문에 맨날 까여서 그럽니까?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할 테니…."

 

 

 

우르르 몰려서 미안한 표정으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저들이 잘 할 테니 가지 말라며 남아달라고 하는 사람을 보며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이 결심을 지우지는 못할 터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니요. 그냥. 여행해볼까 합니다."

"그렇지만…."

"아마. 다른 회사에도 갈 일은 없을 겁니다. 그냥. 여행하고 싶습니다."

 

 

 

이제야 떠난다. 어쩌면 늦은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잊을 수 없을테지만 더이상 견디기에는 내가 너무 아프고. 힘이든다.

그러니 이제 너를 떠나려 한다. 이게 마지막이다.

 

 

하지만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 백현아.

 

 

 

 

20xx년

네가 누구든지.

네가 다시 태어나길 기다리고

너를 바라보고 너와 사랑하고

너와 이별하고 또다시 네가 태어나길 기다리고

그 일을 반복하는데 얼마나 기나긴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이번만.

내가 먼저 너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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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거 독방에서 한번본것같느데!!
아 취저 탕탕

9년 전
도란
독방에 올렸던 거 맞아요! 완결나서 글잡에도 올립니다!
9년 전
독자2
헐 분위기 너무 좋아요 취향저격 다음도 계속 나오실거죠 신알신 누르고 가요 어디 가시면 안 돼요 도란 님 (지켜본다)
9년 전
독자3
헐....취저.....신알신 누르고 갈게요!
9년 전
독자4
헐 경수..ㅠㅠㅠㅠㅠ떠난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홀홀홀 너징 독방 그징이구나! 우왕 글잡에서 만나다니! ㅎㅎ 다음편도 보러간딩!
9년 전
비회원252.155
헐헐...ㅠㅠ 브금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 ㅠㅠ 노래 제목 좀 알 수 있을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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