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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te the sin, love the sinner. 

-Mahatma Gandhi

 

 

 

 

망향 (No Way To Go Home)

 

 

 

[6화]

 

 

 

 

[EXO/백도] esperar 6 | 인스티즈

 

 

 

 

백현아. 오늘은 네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언제였더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던 날의 꿈이다. 악몽 아닌 악몽으로 인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키자 커튼 사이로 보이는 창문에 붙은 물방울들이 보였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몸에 열이 오른 듯 뜨끈한 몸을 이끌고 욕실로 갔다. 평소보다는 조금 높은 온도의 물을 욕조에 받아 앉아있었다. 그리고 뿌옇게 오르는 김 사이로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눈을 감았다.

 

그래. 기억나지 않는다 했던 것은 거짓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그 날을….

 

그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다. 오늘처럼.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어 있어 무언가 괜스레 우울해지는 그런 날이었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그 날은 왠지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그 전날부터 나와 함께 있었던 너는 내 기분이 가라앉은 걸 눈치채고 함께 드라이브나 가자며 차를 이끌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기묘한 느낌이 들었을 때 너와 함께 그냥 집에 있어야만 했다.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밖으로 나가자. 내 손을 이끄는 너를 뿌리칠 수 없어 할 수 없다는 듯이 나갔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공원을 걸었다. 빨리 들어가자던 나와는 다르게 콧노래를 부르며 조금 더 있다가 가자고 하던 너. 결국, 투닥투닥하다 항상 그렇듯 네가 이겼다. 그리곤 역시 차를 가지고 오는 게 좋겠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 너는 차를 몰았다.

 

피곤할 테니 내가 몰겠다는 말에도 함께 일했으니 너도 피곤하잖아. 하며 아이처럼 웃던 너. 그리곤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어제 고생해서 허리 아플 텐데 보조석에 앉아있더라 던 너.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올라서 발로 차버리자 우는 표정을 지으면서 못됐다고 하던 너. 보조석에 앉자마자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길래 당황해서 말을 더듬자 안전띠 해주려고 했는데. 뭘 기대한 거야? 하면서 히죽대던 너. 그래.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즐거워했다. 자꾸 묘한 기분이 들어서 불안해하고 불쾌해 하는 나를 알고 일부러 더 아이처럼 굴던 것을 알고 결국 웃어버렸다. 내가 웃자 너도 환하게 웃었는데. 그랬는데.

 

그러했는데…. 어디에 가고 싶으냐고 묻는 말에 바다 보러 갈까? 하고 너에게 말했던 과거의 내가 밉다. 원망스럽다. 왜 그랬을까. 불안한 감정을 애써 뒤로 감추어서는 안 되었는데 말이다.

 

바다에 가자는 말에 좋은 생각이라며 차를 모는 네 옆모습을 보면서 나는 설레어 했다. 너와 함께 어딘가로 간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행복이었으니. 그리고 왜 자꾸 쳐다보느냐며 웃던 네 말에 또 얼굴이 달아올라 너를 본 게 아니라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곤 창문을 살짝 열어 얼굴을 식히려 했다. 빗방울이 들어와 바로 창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흘끗 보던 너는 소리 없이 웃어버렸다.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그게 참 편안해서 졸음이 몰려왔었다. 하지만 운전을 하는 너를 두고 잠을 자기에는 미안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내 노래에 너는 기분이 좋은 듯 함께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바다에 도착했다. 바다에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잿빛 하늘과 검은 바다를 보자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와 네 옷자락을 꽉 잡았다. 갑작스레 눈물이 났다. 불안함이 몰려왔다.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왜 그러냐고 묻던 너는 이유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를 보면서 당황해 나를 끌어안았다. 우리가 있던 곳보다 훨씬 많이 내리는 비에 집으로 가는 가게들도 대부분 닫혀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기에 가능했었다. 떨리는 몸이 이해되지 않아 너를 끌어안고 있었다. 너는 웃으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 하며 다그치지도 이유를 묻지도 않고 등을 토닥였다. 귓가에 나긋한 목소리로 괜찮다고 속삭여주는 너로 인해 점차 안정됐었다. 

 

떨림이 멈추자 슬쩍 너를 밀었고 너는 그에 장난으로 상처받았다고 하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란 걸 알지만, 혹시나 삐칠까 볼에 살짝 뽀뽀를 해주자 당황한 듯 어물거리던 너를 보며 나는 웃었다. 하필 그때 사람이 있었는지 뒤에서 게이인가 봐. 더럽다. 하는 소리가 들려 흠칫 거리며 너에게 미안해 고개를 숙이자 너는 오히려 내 턱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매서운 눈초리로 뒤를 노려보다가 내게 키스했다. 평소와는 달리 거친 입맞춤이었지만 그것도 너라서 설렜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어지러운 느낌에 네 옷자락을 잡자 너는 내 입술을 살짝 물고는 평소처럼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서로 얼굴이 빨개져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끙끙거리다가 인제 그만 돌아가자며 일어섰다. 이미 아무런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반대편에서 어떤 차가 중앙선을 넘어 달려왔다.

 

 

 

 

 

[EXO/백도] esperar 6 | 인스티즈

 

 

 

 

어지러운 와중에 몸이 들리는 느낌이 나서 눈을 뜨자 백현이 네가 보였다. 이곳에 네가 있을 리 없으니 해리엇이겠거니 하고 얌전히 있었다. 아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게 옳겠지. 열에 들떠 손가락 하나 까닥일 수 없었으니. 얼마나 오랜 시간 욕조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내 몸이 뜨거워 그런 것인지 물이 식은 건지는 몰라도 차갑다고 느껴졌다. 그렇지만 나를 끌어안는 손과 몸은 따듯했다. 그리고 커다란 수건을 감겨주는 모습이 마치 백현이 너를 보는 것 같았다. 욕실을 벗어나자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떨리는 몸을 느낀 것인지 더욱 내 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는 느낌이 나고 금방 푹신한 침대가 느껴졌다.  

 

그사이 잠깐 기절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눈을 감고 있다가 떴을 때는 옷은 입혀져 있고 두꺼운 이불이 내 몸에 덮여있었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무거운 눈꺼풀에 가만히 있자 소리가 들렸다. 색색거리는 내 숨소리와 쿵쿵 뛰는 심장. 그리고 거세게 뛰는 심장 소리가 들렸다. 까드득. 하는 이빨을 가는 소리도 들렸다. 슬며시 눈을 뜨자 화가 난 건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해리엇이 보였다. 괜찮다는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였지만 막힌 목에서 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다.  

 

화내지 마. 해리엇. 단지, 씻으려 했을 뿐이야. 괜찮아. 나는. 괜찮아. 정말로…. 

 

그리고 점멸되었다.  

 

다시 눈을 띄었을 때는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갔나. 하는 생각을 하다 몸을 일으켰다. 어지러워 일어나기는 힘들었지만 일어나야 할 것 같아 일어났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수건에 간호해준 건가 싶었다. 여전히 몸은 뜨거웠다. 시야는 뿌옇게 변하고 물건들이 여러 개로 보였다. 열이 높은 모양이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해리엇이 들어왔다. 쟁반을 들고 있는 해리엇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입술을 깨물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바보같이. 욕조에서 잠이 들면 어쩌자는 거야!"  

 

 

으르렁. 마치 동물이 성을 내듯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성질을 낸 해리엇이 멍하니 바라보는 나를 노려보다 죽이라며 옆에 앉았다. 감기약으로 보이는 알약들이 함께 있었다. 천천히 그가 불어주는 죽을 먹으면서 백현이 네가 생각났다. 내가 아플 때면 항상 옆에 붙어있던 네가 말이다. 약골이라며 내게 투덜대면서도 죽을 후후 불어주던 너였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말에 항상 말대꾸했었다. 약골은 내가 아니라 너였으니까. 나보다 감기도 잘 걸리고 잘 낫지도 않았기에. 내가 말대꾸를 할 때면 너는 입을 삐죽삐죽 내밀며 죽이나 먹으라고 했다. 입에 떠다 주면서.  

 

죽을 먹으면서 이곳에 온 뒤로 아무에게도 한 적 없던 이야기를 했다. 더듬더듬. 처음 말을 배운 아이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그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내겐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그리고 너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그렇지만 너와 얼마나 다른지를. 내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너를 보며 좀 미안했다.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말할까 싶었다. 난 여전히 백현이를 사랑하니까 너를 받아줄 수 없다고. 이리 말해야지 네가 포기할 것 같았다. 참으로 잔인한 말이지만 여전히 나를 좋아하는 너를 보면서 기억을 잃은 백현이를 사랑하는 내가 보였으니까.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이제 포기하라고.  

 

내 말을 이어짐에도 너는 떨리는 손으로 죽을 내게 건네었다. 그리고 적은 양의 죽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었고 내 말도 점차 느려졌다.  

 

 

"그래…. 그리고 그 사람은. 음…. 복사꽃 같은 사람이야."  

 

 

백현아.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고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운 사람.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참 아름답다. 성숙하고 깊은 마음을 가진 너는 눈도 참 예쁘다. 언젠가 너는 내게 복숭아를 닮았다고 말했다. 동그랗고 뽀얀 게 나를 닮았다고.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도 복숭아처럼 둥글고 예쁘다고. 그리고 나는 너에게 복사꽃을 닮았다고 말했다. 멀리서는 눈에 띄고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운 그런 사람이기에. 이유를 묻는 너에게 대답은 해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사랑이었다. 

 

 

"멀, 리에게서는 눈에 띄고…. 가까이서 보면 아름답거든…. 그래. 어쩌면 나는 노예였을 수도…. 그 녀석은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말이야.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걸 봐." 

"어째서…. 왜…. 그 사람은 너를 잊었다며…. 너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이미 잠에 취해 눈을 깜박이는 나를 천천히 침대에 눕혀주며 해리엇이 물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글쎄. 왜일까. 어째서일까. 답은 하나이지 않을까. 해리엇.  

그리고 내 말을 들은 너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목을 놓아 울었다. 잔인한 나라 미안하다.  

하지만 이것이 답인 걸 어찌할까. 

 

 

 

"내가 그를 사랑하니까." 

 

 

 

나 정말 꿈인 줄 알았죠
그대 내 눈을 봐요. 사랑스러운 그대
가슴이 뛰어서 숨이 막혀서
그냥 웃죠  

 

 

백현아.  

왜인지 네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환청이라도 좋다. 오랜만에 듣는 네 노래가. 참 좋다.  

 

 

나만의 별이 돼 줄 수 있나요
세상 끝까지 그대를 지키죠
그대 나를 봐요. 그대
나 이제 고백하죠 

 

 

백현아.  

네가 만약 기억을 찾더라도 자신을 미워하지 마라.  

죄는 미워하더라도 죄인은 사랑하랬다.  

네가 잊은 것을 미워하더라도 너 자신을 사랑하길 바란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경수야." 

 

 

 

 

 

 

[암호닉]

망고레오

창문

잇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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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잇치입니다 ㅠㅠㅠ 정말 잘보구 갑니당! 백현이랑 경수랑 행복했으면 좋겠어여!!
9년 전
독자2
망고레오입니다 젭알 둘이 행벅해씀 좋겠어요 (눈물이 흐릉다)
9년 전
독자3
창문입니다.
얼른 만나서 다시 좋아졌으면 좋겠네요.
백현아 얼른 기억해내ㅠㅠㅠ

9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백현이 기억이 돌아온다면 좋을텐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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