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조인(前生遭人)
전생에 만났던 사람.
전생조인(前生遭人).
며칠 전, 학교를 끝마친 뒤에 집으로 가는 길이였다. 평소대로 집을 들어가기 전에 우편함을 확인했는데 왠 책이 한권 있길래 꺼내들어 봤더니
전생조인이라는 제목에 책의 표지 밑부분에 그려져있는 한 여자와 5명의 남자의 뒷모습이 그려져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잘못 온 것이 아닌가 싶어 책의 앞 뒤를 이리저리 확인해 보았지만 조그마한 글씨는 커녕 아무것도 쓰여있질 않았다.
뭐지? 소설책인가?
흥미로운 눈으로 잠시 바라보다 빨리 집으로가 쉬고 싶단 생각에 집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으며 저를 유혹하는 푹신한 침대에 뛰어들었다.
뛰어듬과 동시에 배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이물감에 아픔을 느끼기도 잠시, 손을 제 배 아래에 갖다대어 그 정체를 밝혀내려 하였다.
꺼내든 것은 낮에 우편함에서 가져다 둔 책이였다. 왠지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책.
하지만 사람은 역시 호기심의 동물이랬던가, 책의 내용이 무얼까 궁금했다.
사락- 두꺼운 책의 첫장을 펴보았다.
'당신은 전생을 믿습니까?' 라는 첫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첫 문구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다 다음 문구들을 읽어 내려갔다.
당신은 전생을 믿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두가지 대답을 합니다.
믿는다. 믿지 않는다.
하지만 저는 전생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책을 보며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지만,
그를 증명할 예로 저는 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한 여인과 그 여인을 마음에 품었던 사내들의 이야기.
당신이 주인공이 되어 읽어보시지 않겠습니까?
어디선가 향피리 소리가 구슬프게 울려 퍼진다. 그와 동시에 나의 눈은 무기력하게 감겼다.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감았던 눈을 비비며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머릿 속엔 이질적인 기억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 마치 이 기억들이 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갑작스레 많은 양의 기억들이 몰아쳤다. 그 기억들은 내가 어렸을 적에 제 아비의 어깨에 올라타 곶감을 따던 기억,
옆 집 도령을 연모하여 항상 종을 시켜 옆 집 담벼락을 몰래 훔쳐보던 기억.
이루 말할 수 없는 수 많은 기억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깨어나기 전, 침대에 누워 책을 펴 보았던 여고생은 그저 꿈일 뿐이라는 듯.
혼동이 왔다. 어디가 꿈인 것이고, 어디가 현실인지.
하지만 지금 이곳의 기억이 여기가 바로 현실이라는 것 마냥 기억이 요동친다. 아, 방금 그 장면들은 그럼 꿈이였던 거로구나.
의외로 간단하게 답을 내린 나는 깨지않는 잠을 억지로 깨어 분주하게 종들을 시켜 꽃단장을 하였다.
비록, 옆 집 도령에게 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혹시라도 자신의 모습을 보는 날이 있지 않을까 싶어 항상
도령을 몰래 훔쳐보는 날이면 이렇게 꽃단장을 했다. 오늘도 역시 체격이 좋은 건장한 종에게 '항상 미안해' 라는 말을 뱉곤 등을 밣고
올라가 담벼락 너머의 도령에게 시선을 두었다. 매번 볼 때 마다 잘생긴 것 같았다. 정갈하게 생긴 외모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잘 어울리는 동그랗게 큰 눈. 그리고 자꾸만 눈이가는 입술.
황홀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정으로 다 드러내며 훔쳐보고 있을 때 쯤 이였다.
"..."
눈이 마주쳤다. 헙- 갑작스런 눈맞춤에 숨을 들이키며 고개를 숙여 모습을 감추었다.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제 심장소리가 넓은 마당에 퍼져
온 세상 사람들이 전부 들을 것 만 같은 기분이였다.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
쿵 쿵 쿵- 온 나라의 북들이 요동치며 자신의 마음을 알리는 것 만 같았다. 처음 들은 그의 목소리는 외모와는 달리 낮은 중저음이였다.
고개를 들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는 도중에 그의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
"셋 셀 때 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거기로 찾아갈 거야."
"..."
"하나."
"..."
"둘."
"..."
"ㅅ.."
"잠,잠깐만요."
온 몸이 발가 벗겨진 기분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담 벼락 너머의 도령에게 모습을 보였다. 찾아 온다는 말에 덜컥 겁이나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푹- 숙여진 고개를 차마 들진 못할 것 같았다.
"왜 항상 날 몰래 쳐다보는 거지?"
"그,그게."
"날 연모하기라도 하나?"
당찬 그의 물음에 갈 곳 잃은 눈은 그저 허공을 맴돌 뿐 이였다. 어쩌지, 이렇게 허무하게 들키는 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 한 채, 머리를 굴리다 문득 담벼락 옆의 감나무가 눈에 띄었다. 그래, 감이야!
"도령네 집에 있는 감나무에 달려있는 감들이 맛있어 보여 그저 보았을 뿐 입니다."
황당한 대답이였을 것이다. 아니, 황당할 것이다. 분명. 아아, 이유진 똥멍청이!!!!!!!!!!!!!!
잠깐, 똥멍청이? 이게 무슨 말이지? 저도 모르게 머릿 속으로 내밭은 단어에 혼란이 몰아쳤다.
그것도 잠시, 다가오는 도령의 발길에 흠칫- 놀라 그에게 시선을 두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네 발자국.
그리고 마지막 발자국.
도령은 내 눈 앞 까지 다가왔다. 갑작스레 가까워진 탓에 온 몸이 붉어진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미 다 붉어졌을 것 이다.
"우리 집 감이 맛있어 보였어?"
말을 꺼낸 그는 바로 옆에 있는 감나무에 달려있는 감을 툭- 하고 꺽어 손에 쥐었다.
그리곤 크게 한입을 베어 물었다.
담벼락 뒤에 숨겨둔 손이 살짝 떨려왔다.
"그럼 말을 하지 그랬어."
한 입 베어 문 감을 든 손을 뻗어 내 입술에 갖다댄다. 그가 베어 문 흔적이 입술에 느껴졌다.
"내가 한 입 먹은거라 더 맛있을거야."
무표정하게 말하던 그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앞으론 감이 먹고 싶으면 말해."
"그 핑계에 넘어가 모른 척 감을 내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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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찌통오는엑소'입니다..ㅎ 첫 작품이라 미숙해도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오타나 미숙한 부분은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게 고치겠습니다.
다음편엔 경수말고 누가 나올까요?ㅎㅎㅎ
궁금하지 않으셔도 궁금한 척이라도...(구걸) 구독료는 글이 너무 짧아서 없는걸로..!
아무튼 그럼 전 이만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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