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우는 이 제주에서.
어린 남자 아이가 바다에 물질하는 해녀들을 바라보다가, 제 바지춤을 접어 올린 후, 신을 고이 해가 잘 드는 곳에 두었다. 바닷물이 거쳐갔는지 하얗게 소금기가 인 바위를 살색으로 밟고 걷더니 물이 들어차는 곳에 다리를 뻗어 담그더니 눈을 느리게 감았다.
빛이 몸을 감쌌고, 물이 뒤덮었다. 비릿할 법도 한 바다내음이지만 남자 아이는 그저 편히 눈을 감고 물에 동화되었다. 남자 아이의 몸이 천천히 바다에 잠겨들었다. 접어올린 바지춤을 적실 때가 되자, 몸을 일으켜 조금 젖은 바지자락을 꾹 쥐어 물기를 짜냈다.
어린 손은 그렇게 바다를 담았다.
어느 날은, 바위에 붙어있는 조개들을 보고 저도 시늉을 한다고서 손으로 조개를 따 윗옷에 한 품 담아오는 건. 할머니들의 칭찬과 한숨이 뒤섞이게 만들었다.
"할무이, 나 조개 많이 가져왔지!"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내며 제가 가져온 조개들을 바위에 내려놓았다. 마냥 좋아하는 표정. 어린 손 끝이 붉어진지는 알지도 못하고서.
그렇게 자기가 딴 조개들을 다시 하나하나 주워 바다에 풀어주고 지는 노을에 손 흔들며 인사하던 아이는 할머니와 나란히 누워 눈을 감았다.
"근데, 할무이."
새근새근 거리는 숨소리가 대답을 대신 했고 아이는 다시 눈을 떴다. 천장이 눈에 가득 들어찼고, 고개를 돌려 시야에 들어온 할머니는 눈을 깜빡이고 계셨다.
"나 물질할래."
아이는 그저 물이 좋았다. 그래서 하나가 되고 싶었다.
할머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가 평온해지기를 반복했고 아이는 그저 이불끝을 잡고 제 코 끝까지 올렸다.
그날 밤, 아이는 자신이 바다에 있는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