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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 전체글ll조회 868l

 

 


연산홍붉음


W.순백

 

 

 


 찬열에게 있어 사랑이란 큰 의미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꼬여드는 여자들 중 반반하고 인맥 좋은 몇몇만 골라 가볍게 사귀어 보고, 값어치가 사라지면 가볍게 헤어지고, 또 필요로 하는 몇을 가볍게 만났다. 다들 제 수려한 겉모습만 보고 달려들었고, 조금만 맞춰주면 좋아라 하는 모습이 다른 이였다면 못마땅했을 지 몰라도 찬열은 그리 반감이 들지는 않았다. 다루기 쉽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편해진다는 것을 뜻했으니까. 세상만사 지지고 볶고 볶이고 살아보며 순탄한 삶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굳이 반짝반짝 빛나고 싶지도, 구석에 찌그러져 살고 싶지도 않았다. 어느 쪽이던 피곤한 건 매한가지다. 큰 일이 터졌을 땐 한발짝 뒤로 물러섰고, 큰 일을 해야할 땐 교묘히 다른 이를 시키고 종용했다. 제 말에 반기를 드는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그 드문 이들 조차도 반기를 들지 않는 남은 대부분의 사람들에 의해 그 기가 꺾였다. 가만히 있어도 잘 돌아가는 세상, 굳이 끼어들어 흔적을 남길 필요는 없다.

 

 

 

 기분이 나쁠 땐 웃었다. 할 말이 없을 때 웃었다. 화가 날 때 웃었다. 놀림을 당하고 비웃음을 받았을 때 웃었다. 슬플 때 웃었다. 미친듯이 화가 나고 증오심이 불타올랐을 때, 찬열은 다만 밝게 웃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고 웃는 낯에 화 못 낸다.

 

 웃으면 일은 쉽게 끝난다. 미움을 살 일도 없고 불쾌함을 줄 일도 없다.

 

 

 

 의도하여 튀려고 아둥바둥 노력한 적은 없었지만 쉽게 웃는 탓에 인기가 많았던 지라 모든 이가 저와 친해지고 싶어했고 모든 이가 친절했고 모든 이가 빌빌 기었다. 가끔가다 뒤에서 가식이라 지껄이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제 귀에 그 말이 들려오면 웃어넘겼고, 그럴수록 제 이미지는 한 겹 더 쌓여갔다. 제 욕을 한 작자들만 오히려 사회에서 매장되어갔다. 저렇게 멋진 분을. 저렇게 착한 분을. 가식? 수군대는 목소리들은 찬열에겐 순탄한 삶의 원동력이었다. 남의 헐뜯는 말들은 제게 비수였지만 동시에 방패였고 기회였다. 그들이 나를 깎아내리려 한다고 굳이 그에 맞춰 깎아내려질 이유가 있나. 속내를 감추고 말을 틀어 그들을 깎아내리고 최고위의 자리엔 당연한 듯 다만 제가 굳건히 서있었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 봐야 좋을 일은 없다. 불쾌한 말투. 불편한 태도. 불확실한 말들. 이들은 오히려 제 수준만 깎아내릴 뿐이었다.

 

 

 

 


* *

 

 

 

 

 찬열에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었다. 한 번 뿐인 인생, 마음껏 놀고 먹고 즐기며 필요한 만큼만 공부하여도 되지 않나. 충분히 공부 할만큼 하고 적어도 과제 검사가 끝난 직후, 혹은 등하교 시간 즈음에는 수다라도 떨거나, 혹은 운동이라도 하거나, 하는 게 정상 아닌가. 등교 시간, 하교 시간은 당연지사, 다른 이들과 말하는 시간마저 없앤 채 단 한 시도 손에서 공부꺼리를 놓지 않는 저 자는 인생을 무슨 낙으로 사는 것일까. 있는 듯 없는 듯 일학기 때에는 있는 지도 몰랐던, 이학기에 들어서야 눈에 띄기 시작한 이였다. 찬열은 지금껏 그의 눈을 정면에서 마주한 적이 없었다. 하물며 다른 이들도 그럴 것이었다. 그 이유라 함은, 그의 눈은 항상 앞의 글자만을 향해 있었으니. 밥먹을 때 조차도 반찬을 고를 때, 숟가락에 밥을 얹을 때, 국물을 뜰 때의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그는 반대쪽 손에 들린 단어장에 집중했다. 가끔은 그것이 잘 정리된 노트일 때도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이던간에 요점은 그는 놀고 쉬고 휴식할 자투리 시간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단점이다.

 


 찬열에겐 사람들이 잘 다가오지만 섣불리 다가서는 사람은 적다. 워낙 우월시되는 그이다 보니 괜히 퇴짜맞을까 하며 쭈볏거리는 자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순탄한 삶을 좇는 찬열에겐 그들이 필요했다. 어딘가의 리더이거나, 어느 그룹과 연이 깊거나, 어떠한 교수와 친하거나, 하는 류의 사람들.

 

 

"저 분 여러 번 뵈었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하시더라."
"아…. 민석 선배?"

"…선배? 몇학년?"

 

 

 찬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얼마만의 당황인가.

 

 처음 봤을 땐 웬 고딩 티도 벗지 못한 애가 저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나 싶었다. 적어도 빠른년생. 아니면 조기입학으로 들어 왔으리라,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한 것이리라 생각했건만 선배라니. 에이, 장난이지? 장난 아닌데…. 저 선배 귀엽지? 자연산인지 염색인지 오렌지빛의 밝은 갈색 머리와 새하얗고 잡티 하나 없는 볼, 댕그런 눈과 선분홍의 조그만 입술은 아무리 봐도 저보다 나이가 많다고는 절대로 예상할 수 없던 외모였다. 귀여우면서도, 예쁜.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는 듯 곱게 미간을 찌푸리며 뒷목을 긁는 모습마저도 그의 젊어보임에 한 몫을 더하는데. 그런 그가 저보다 나이도 많은 선배라니. 순간 떠오른 기다란 기럭지의 제 모습에 찬열이 눈을 부볐다.

 

 아니다, 그 빠른년생이나 조기입학 때문에 학년이 높은 것이겠지.

 

 

"1학년. 복학생이셔. 군대 갔다 왔으니까 스물둘..일걸."

 

 

 스무 살의 찬열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 예상은 참혹히 엎어졌다.


 

 

 

 

**

 

 

 

 

 이름 김민석. 나이 스물둘. 곱상한 외모로 첫인상은 좋지만 성격이 미미함. 입을 열지 않으니 알려진 거라곤 지독한 공부벌레라는 것 쯤 뿐. 특이사항은 부모님이 손꼽히는 엄청난 재벌이라는 소문이 있음.

 

 재벌집…아들?

 

 관심에서 치근덕댐으로 바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을 훌쩍 넘도록 쉴 새 없이 말을 걸어봤자 민석은 대답이 없었다. 가끔가다 어. 무심하게 내뱉기도 하였지만. 찬열은 그 작은 대답에도 한 발짝 다가갔네, 스스로를 칭찬하며 뿌듯해 했다. 민석은 말 그대로 지독한 공부벌레였다. 적어도 대답이라도 할 때에는 저를 보면서 해주면 안 되는 것인가. 이 정도로까지 제게 관심이 없는 이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재벌집 자제라는 소문에 혹해 그에게 관심을 끌기 시작했던 그였지만 이쯤되니 진짜 제가 관심이 생기려 했다. 게다가 얼굴도 반반해. 아니 반반한 정도가 아니라 꽃미남이야. 공부도 엄청나게 잘해. 그리고 가장 관심도가 높은, 처음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이유인 재벌집 아들이라는 소문. 삼박자가 완전히 갖춰진 그라면 관심이 생길 법도 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올 해 입학한 일학년 박찬열입니다!"

 

 


 민석의 옆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아 그에게 했던 첫 말이었다. 찬열이 머슥할 정도로 민석은 가볍게 찬열의 말을 무시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마치 찬열같은 것따위 제게 말을 건 적 조차 없다고 여기는 것마냥 민석은 읽던 내용을 살짝도 떨지 않곤 그대로 이어갔다. 무참하게 허공으로 흩날려진 제 첫 인사말과 반응 없는 민석에, 찬열은 뒷목을 긁적였다. 도저히 다시 말 걸 타이밍은 못 잡겠네. 여전히 공부에 집중한 민석을 지그시 응시하던 찬열이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이름도 말했으니 적어도 제 존재는 인식이 되었겠지. 첫 날부터 큰 발전이라 생각하며 찬열이 빙긋 웃었다. 민석은 다만 서적에 집중했다. 입과 손을 제외한 그의 모든 신체부위 중 유일하게 움직이는 그의 오렌지빛 머리칼만이 여전히 창문 틈으로 얕게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렸다. 민석의 눈이 빠르게 한 번 깜빡였다. 찬열의 눈동자가 민석에게 올곧이 멈췄다.

 

 

 

 


**

 

 

 

 


 어김없이 찬열은 민석에게 말을 걸었다. 확실히 전보다 훨씬 늘어난 그의 대답 횟수에 찬열은 한층 더 성장한 기분이었다. 찬열은 급증한 심장박동의 경쾌한 울림을 느끼며 민석에게 말을 걸었다. 심장의 울림은 산뜻하고 생경했다. 여전히 주위엔 제게 다가오는 자들이 바글거렸고, 여전히 저는 웃으며 생활했지만 일상의 일부분은 민석의 차지가 되어버렸다는 점뿐이 달라진 점도 없었다. 찬열의 갸릉거림 앞에 민석은 무관심한 사육사였다. 먹이도, 사랑도 주지 않았지만 찬열은 끊임없이 갈구했다. 보살핌을, 먹이를, 사랑을.

 

 인맥을, 돈을, 삶을.

 

 


"선배님, 과제하세요?"
"어."

"선배님, 뭐 드시고 싶으신 것 없으세요?"
"어."

"김준면 교수님께서 선배님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어."

"어라, 이 단어는 어떻게 발음하나요?"
"……."

 

 


 대답의 구십구 프로는 어. 였지만 대답의 내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찬열은 대답을 들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곤 싱글벙글 웃었다. 입가에 경련이 날 정도로 웃고 있기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찬열은 웃었다. 밝게, 활짝. 히히. 찬열이 철저히 위장된 해피 바이러스를 내뿜었다.

 

 

 

 


**

 

 

 

 

 

  찬열은 어느덧 민석과 짤막한 대화를 나누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짤막하지만, 도저히 짤막하다고 표현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엄청나게 짤막한 대화. 대화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양심에 찔릴 정도로 짧디 짧은 대화. 내용이 어찌됐던 어. 가 아닌 다른 말이며, 명백히 대화의 형식은 갖추고 있었고, 찬열은 그에 만족했다. 적어도 유일하게 민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으니. 찬열은 민석이 제게 마음을 열었다 확신했다. 자신은 분명 다른 이들과는 차별 대우를 받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민석이, 제게는 대답이란 것을 해주니까. 찬열이 턱을 궤곤 민석을 빤히 쳐다봤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력적인 얼굴. 붉은 빛이 감도며 지속적으로 재잘거리는 입술. 장난끼 가득한 눈매를 가졌음에도 남성미가 넘치는 제 얼굴과 달리 민석은 순도 백퍼센트 귀여운 인상이었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그의 매력에 조미료를 가했다. 아ㅡ, 귀엽다. 잘생겼다. 그냥 몰빵이다, 김민석. 어긋난 심장박동이 귓가에 일렁였다.

 

 

 

 찬열은 차분한 자세로 걷는 민석의 뒤를 쫓아갔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지, 아마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리라 감히 예측한다. 민석은 별관 뒤쪽과 연결된 복도를 걸었다. 많이 사용하지도 않고 잘 찾지도 않는 남는 별관인지라 복도는 찬열의 목소리를 제외하곤 쥐죽은 듯 고요했다. 선배님, 선배님, 연신 민석을 부르며 말을 걸었지만 민석은 제 왼손의 자료에 몰두했다. 눈은 자료를 향하고 자료를 들지 않은 남은 손은 벽을 짚고 걷는다. 늘상 보던 모습임에도 아슬아슬하다. 찬열이 만약을 대비해 민석과의 거리를 좁혔다. 민석이 계단을 밟았다. 발뒷꿈치의 상하운동이 규칙적이다. 그의 걸음에 맞춰 찬열이 발을 뗐다. 민석이 난간을 짚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순간 민석의 발이 다음 칸 계단 찾지 못하고 허공을 밟았다. 민석의 몸이 기우뚱하자 찬열이 다급히 민석의 소매를 붙잡곤 단단한 팔로 어깨를 감싸듯 제게 끌어당겼다. 찬열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진심으로.

 

 


"선배님, 괜찮으세요? 어디 안 다치셨어요?"
"…어."

 

 


 제가 크게 다칠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민석은 동요치 않았다. 민석이 계단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진 프린트들을 주워모았다. 건강 따위도 제 공부엔 방해되지 못한다는 식의 행동에 화난 찬열이 소리쳤다. 선배, 조심 좀 하세요! 계단 같은 위험한 곳에선 특히 더요! 주섬주섬 종잇더미를 주워들은 민석이 우뚝하니 멈춰서곤 뒤를 돌아 찬열에게 터벅터벅 걸어왔다. 처음 보는 민석의 감정이 깃든 모습에 찬열의 입꼬리가 하강했다. 분명한 감정이다. 화남. 왜지? 왜 갑자기?

 

 


"박찬열."
"…네."

"여름인데 덥지 않아?"
"네..?"

 

 


 찬열이 눈에 띄게 얼굴을 굳혔다. 처음 보는 감정이 섞인 발걸음, 처음 듣는 감정이 섞긴 어조,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건, 게다가 긴 질문을 선사한 민석에 놀랄 틈도 없이 민석은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여름인데 당연히 덥죠. 애써 표정을 풀어내며 입꼬리를 올려 대답하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당황스러움에 찬열은 입만 뻐끔거렸다. 민석의 검지 손가락이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 연선홍의 입이 크게 움직였다. 민석은 미련 없이 제 손에 든 종이뭉텅이를 감싸앉곤 제 갈 길을 걸었다. 머리를 울리는 목소리에 찬열이 민석을 쫓아갈 생각도 않았다. 심장의 고동이 느껴졌다. 불쾌한 고동. 쿵쿵. 쿵. 쿵.

 


쿵쿵쿵.
쿵. 쿵쿵. 쿵.

 

쿵. 쿵. 쿵. 쿵쿵.

 

 

 


…쿵.

 

 

 

 

 


 그리 말했다, 분명.
얼굴 갑갑하잖아. 그것 좀 벗어.
벗어? 무엇을? 찬열이 물음표를 찍었다.
 
 저 멀리 사라져 버린 민석은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

 

 

 

 

 


 무의식 중에 자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처음 들었을 때 이미 인지했던 걸까. 민석이 말했던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이 미치자 찬열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지금껏 아무도 몰래 꽁꽁 숨겨왔던 것이다. 하다못해 제 부모조차 몰랐다. 알 리가 없었다. 제 모습을 보여낸 적도 없었으니 아무도 모르는 것이 정상이다. 괜한 과민반응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민석은 무엇을 뜻한 것이지?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그는, 알고 있다.

 


그래서,

 

 

 

 

 

과연 그는 나와 같은 과일까?

 

 

 

 

 


**

 

 

 

 

 


"선배님, 좋은 아침이에요!"

 

 

 찬열은 늘 그랬듯 오늘도 민석에게 산뜻한 아침인사를 건넸다. 민석은 대답을 않았다. 그가 평소에 늘 그랬듯. 마치 어젯 일은 없었던 일인 양. 이는 찬열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내가 무슨 말을 들었지? 어제 민석이 무슨 말을 했지? 잡념따위 별로 중요치 않았다. 알아내면 어떤가.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계속 붙어 있으면 미운 정이라도 들 것이다. 민석의 동공은 이쪽을 향하지 않는다. 제게는 인맥과 돈이 필요했고, 김민석은 제 욕구를 충족시킬 사람이었다. 내 필요를 위해 무엇을 못 하겠는가. 그리고 나는,

 

 

"몸은 괜찮으세요?"

 

 

 얕게 통통 튀는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느낀다.

 

 

 

 


 아,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구나.

 

 관심이 간다. 호감도 더더욱 간다. 호기심도 생긴다. 지금까지 생에 아무도 없었던 제 모습을 알아낸 단 하나의 사람. 지금까지 생에 아무도 없었던 제 관심을 무시하는 단 하나의 사람. 어려울 수록 모험심이 생기고 후에 성취감이 크지 않나. 김민석을 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제 편으로 끌어당길 것이다. 저 말고는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는. 그런 김민석을 원했다. 그의 인맥을 이용 할 수 있게. 그의 돈을 공유할 수 있게. 그리고,

 

그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게.

 

 

 

 

 


"너는, 뭐야."
"네?"

"떨어져줄래. 귀찮으니까."

 

 


 찬열이 민석에게 한참 꼬리를 흔들었다. 살랑살랑. 이제까지 민석에게 방해되지 않으려고,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절대 심기에 거슬릴 만한 짓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찬열이 민석과 그의 원서 사이에 손도 넣어 보고, 앞으로 가 다리를 쭈구려 앉곤 책을 내려 눈을 마주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민석은 말없이 찬열의 손을 치우거나 책을 제자리로 돌려 놓곤 다시 것을 읽었다. 찬열은 끊임없이 민석의 공부를 방해했다. 참다 못한 민석이 먼저 말을 걸었다. 평소엔 무심이었다면 지금은 유심이지만, 확실히 드러나는 불쾌한 기색. 찬열이 아랑곳않고 대꾸했다.

 

 


"선배, 저 되게 신기해요."
"…."

"그거 알아챈 거 선배가 처음이에요. 아세요?"
"상식적으로 이젠 떨어져야 정상 아니야?"

"괜찮아요. 있잖아요, 제가 만났어요."
"뭘."

 

 


 찬열이 실로 살인적인 웃음을 지었다. 잠시 눈을 찬열에게 향했던 민석이 살짝 입술을 곱씹었다.

 

 


"제 첫사랑을요."

 

 

 맑은 고동이 제 왼쪽 가슴에서 요동쳤다.
기분 좋은 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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