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포인트 (trigger point)
written by. 청아
너의 존재는 내 모든 통증의 유발점이었다.
01
곰팡이 냄새로 코가 아린 습기 찬 반지하가 경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아늑한 공간이었다. 어렸을 적 강도로 인해 부모님과 형을 잃고 나서 여러 아르바이트로만 전전긍긍하다가 마침내 자기 손으로 얻어낸 집이기 때문이었다. 경수는 뉴스를 듣기 위해 고물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췄다. 치지직 거리는 잡음이 조금 섞인 음성이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소리를 알아가기엔 꽤나 나쁘지 않았다. 주파수를 조금 더 세밀하게 조절하자 흘러나오던 잡음이 살짝 멎었다. 경수는 밥과 김치뿐인 조촐한 식탁 위에 라디오를 올려놓고 조금 늦은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도 뉴스들은 하나같이 시시껄렁했다. 10시까지 가야하는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는 꽤나 경수의 마음에 쏙 들었다. 심지어 카페의 주인이 꽤나 착한 사람이어서, 잦은 아르바이트로 번번한 직업교육 하나 못 받은 경수에게 바리스타 교육까지 시켜주겠다 말했었다. 경수는 가게 주인인 백현의 서글서글한 인상을 떠올렸다. 아직, 경수의 세상은 살만 한 듯싶었다. 경수는 밥그릇에 담긴 반 공기 분량의 밥을 살짝 떠먹었다. 조만간 쌀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경수는 초조한 마음에 이곳저곳 연락이라도 해 볼까 고민했다가, 다시 숟가락을 놓고 이제는 제대로 된 기능조차 하질 못하는 고물 압력밥솥에 다시 밥을 쏟아 부었다. 경수의 공간에는 모든 것이 고물이었다. 고물 라디오, 고물 압력밥솥, 고물 냉장고……. 하지만 경수는 그런 고물들을 사랑했다. 경수는 냉장고를 열어 어제 끓여둔 물을 꺼냈다. 미지근한 것을 보니 냉장 시스템이 살짝 맛이 간 것 같았다. 미지근한 물로 입가심을 하고 경수는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몸을 씻었다. 아무래도 조만간 대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경수는 어제 챙겨둔 가방을 가지고 카페를 향했다. 열쇠, 열쇠가 어딨더라? 아참, 라디오 꺼야지.
-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묻지 마 연쇄 살인이 화제가……
묻지 마 연쇄 살인이라면 분명……. 역시 무서운 세상이다. 경수는 온 몸에 끼치는 소름을 뒤로 한 채 라디오의 전원을 껐다.
*
안녕하세요. 경수는 카페의 문을 열며 인사를 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좋은 향내가 나는 따스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들어왔다. 곰팡이 내가 나고 습기로 가득 차 축축해진 자신의 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팔에 한 가득 잡다한 물건들을 안고 있던 백현은 손에 묻은 커피 가루를 앞치마에 툭툭 털어내고 경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 어서 와.
- 네. 옷 갈아입고 올게요.
경수는 백현에게 꾸벅 고개인사를 한 후 직원 외 출입 금지라고 적힌 방 문을 열었다. 경수의 눈 안에 깨끗한 대리석 바닥과 작은 로커 하나가 보였다. 나무 바닥으로 된 카페 내부와는 달리 직원실의 대리석 바닥은 차갑고 이질적인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직원실 내 로커는 총 세 개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백현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중 하나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나머지 하나에는 김준면 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정 된 날, 경수는 백현에게 준면이 누구인지 넌지시 물었다. 단순히 다른 점원일 것이라 생각했던 경수에게 백현은 나지막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 시나몬 카푸치노 완전 잘 만드는 우리 사장님.
- 어디 계시는데요?
순수하게 그의 위치를 묻는 경수의 얼굴을 마주한 백현은 쉼 호흡을 한번 했다. 백현은 물기어린 눈빛으로 경수를 바라보며, 손을 하늘 위로 올려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 작년에 하늘로 갔어.
- 네?
- 큰 교통사고가 났거든.
- ……죄송해요.
- 아니, 괜찮은데. 나는.
백현은 금방이라도 울듯 한 표정을 지었다. 경수는 준면이 백현에게 꽤나 중요한 사람이었을 거라고 믿었다. 경수는 입고 온 맨투맨 티셔츠를 아무렇게나 벗어서 로커에 마구잡이로 쑤셔 넣었다. 맨 살에 닿는 직원실의 공기에 경수는 몸을 달달 떨었다. 경수는 재빨리 로커 안에 있는 정장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었다. 백현은 카페 밖에서 경수에게 소리쳤다. 일단은 청소부터 좀 하자. 또 손님 오면 주문 받고, 손님 가시면 커피 만드는 법 차근차근 알려줄게. 백현의 따스함에 경수는 절로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백현에게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주는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경수는 유니폼을 꼼꼼히 챙겨 입고 나왔다. 카라 끝까지 걸어 잠근 단추 탓에 이따금씩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꾸 목 부근의 나비넥타이를 건드리던 경수가 신경 쓰였던 것인지, 백현은 경수의 나비넥타이를 느슨하게 당긴 후 단추 하나를 풀어주었다.
- 감사해요. 사장님.
- 사장님 소리 들으니까. 준면이 형 보고 싶다.
- …….
- 경수야.
- 네?
- 준면이 형이 준 커피에서는 항상 시나몬 향이 났어.
- 네.
- 근데, 똑같이 원두를 볶고 똑같은 방법으로, 또 같은 재료로 커피를 만들고 또 만들어도,
- …….
- 그 시나몬 냄새가 안 나.
백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경수는 한숨을 쉬었다. 백현이 아까 힘겹게 옮기던 자루 들 중에는 분명 시나몬 파우더가 담긴 자루가 있었다. 그 여파로 가게 곳곳에는 시나몬 향기가 가득했다. 잠시 후 백현이 바닥을 닦고 있던 경수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카푸치노 향기가 경수의 코를 콕콕 찔렀다.
- 마시고 해.
- 감사해요.
- 그냥, 심심풀이로 만들었는데 아무리 시나몬 파우더를 넣어도 시나몬 향이 도저히 안 나. 우리 메뉴에서 없애버릴까?
경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수가 들고 있던 뜨거운 커피 잔에서는 지독하리만큼 강한 시나몬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경수는 유니폼을 벗고 출근길에 입고 왔던 주름 가득한 맨투맨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자기가 봐도 너저분한 주름이 지어져 있어서 나 혼자 살아요. 라고 말하는 듯한 차림새에 경수는 기분이 나빴다. 피시방에 들려서 중고 다리미라도 하나 사야하나 고민하다가, 일단은 쌀부터 사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해서 참았다. 경수는 카운터에서 돈을 계산하고 있던 백현에게 인사를 꾸벅 했다. 문을 열기 직 전 백현이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 맞다, 밤 길 조심해, 경수야.
- 네?
- 묻지 마 연쇄 살인범 알지? 그 사람한테 당한 피해자가 이 동네에만 벌써 세 명이래.
- 사장님은요?
- 나는 콜택시 부를 건데.
그러니까, 조심해. 백현은 조심하라는 사람의 태도답지 않게 리드미컬하게 큭큭 거리며 웃었다. 경수는 감사하다고 말한 후 카페를 나섰다. 저런 소리를 들으니까 괜히 익숙한 거리도 무섭게만 보인다. 설마. 집으로 돌아가는 을씨년스러운 골목길은 낮에도 조금 무섭지만 밤이 되면 더더욱 스산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꽤나 매서운 바람이 경수의 볼에 맞부딪혀왔고, 경수는 몸을 더 웅크린 채로 집을 향해 걸었다. 집은 안전하리라고 믿었으니까. 더욱이 집에만 들어가면 누구보다 안전할 거라고 믿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었다. 일가족이 모두 죽고 말았던 절망적인 사고 또한 집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경수는 집에 대한 애착을 더욱 더 굳혀만 갔다. 경수는 집이 보이자마자 그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누군가 자신을 따라 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우일까. 경수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열쇠를 찾았다. 열쇠를 꽂고 문을 돌리는 순간 경수의 집 현관문은 열리지 않고 굳게 잠겼다. 분명히 확실히 잠궈 둔 문이었다. 어째서 열려있던 걸까. 경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도둑쯤이야 한 두 번 들어 올 수도 있고, 또 찢어지게 가난한 자신의 집에서는 딱히 가져갈 물건도 없을 테니 말이다. 경수는 잠긴 문고리에 열쇠를 다시 꽂고 한번더 돌렸다. 그제서야 철컹 하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경수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불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경수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불을 켜려던 손을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항상 느껴지던 곰팡이 내가 아닌 무언가 이질적인 냄새가 경수의 공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경수는 그 냄새의 근원을 찾고 싶었지만,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경수의 귀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우리 집에 있다.
집 안을 압도하던 이질적인 냄새의 정체는 피비린내였다. 경수가 조금 더 귀를 기울이자 달뜬 남자의 한숨이 방구석에서 들려왔다. 경수는 손을 달달 떨며 불빛의 스위치를 더듬었다. 그 때였을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은.
- 불 켜지 마.
| 주저리 |
안녕하세요! 청아임당 제가 드디어 질렀어요 미쳤나봐요 흐긓ㄱ........................................................흑..............흑...........미쳤나바.................... 너무쓰고싶었어요 손이근질근질했어..... 시간도 이제 방학이라 널널하고 ..........좋게 봐주셔씀 해여 헤..헤헤....헿...헤.... 브..블로그 놀러오세여 !! 어딘지는....ㄱ...주소 올리면 외식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튼 읽어주시는 분 모두 사랑하구, 정말 고마워요. 사랑해요 행복해요♡ 우리 결혼했나요? 7편은 내일 올라옵니다 사실 좀 써뒀어요 헤헤.........사라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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