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여보 안녕.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착한 현이다.
여기다가 글 오랜만에 쓴다. 사실 300일 편지 쓰려고 방 만들어놨었는데 오늘 보니까 내가 넣고 싶은 노래가 안 들어가는 거야. 그래서 방 계속 다시 만들었어. 그래도 계속 진짜 딱 그 노래만 안 들어가길래 그냥 노래 바꿨다. 근데 그 노래보다 이 노래가 더 좋아. 노래 바꾸길 잘 했다. 애초에 바꿀걸. 괜히 시간만 더 끌었어.
노래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300일이잖아. 난 여보한테 되게 모른척하다가 편지 딱 던져주고 싶었는데 여보가 300일인 거 알아서 아, 어떡하지 이러고 있었다. 난 요즘 여보가 바쁘길래 모르고 지나갈 줄 알았거든. 그래도 알아주니까 좋기도 하고. 사실 좋아..ㅎㅎ. 300일이다, 300일이다. 할 때 너무 귀여웠어. 우리 300일이라는 시간동안 솔직히 아무일도 없던 건 아니잖아. 어떻게 보면 또 큰 일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실, 큰 일이야. 엄청 큰 일이었지. 나 되게 평탄하게 살고 있었는데 ㅂㄷㅂㄷ. 그 때 얘기 꺼내는 거 별로 안 좋아하기는 한데. 그래도 이제와서 보니까 ㅇㅇ...그래. 이제 와서 봐도 별로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서로 미워하거나, 섭섭해하거나, 헤어지려고 하지 말자. 그 때 지나고 나니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 둘만 보자고, 여보. 방금 멘트 조금 멋있었지? ㅎㅎ. 나도 알아. 문과 왔으면 이정도는 해야지.
요즘 우리 서로 자주 못 봤잖아. 그래서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근데 또 여보가 가끔 와서 해주는 말 볼 때마다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지더라고. 그런 거 보면서 내가 여보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느껴. 또 평일에는 짧지만 잠깐이라도 왔다가는 여보 보면서 여보가 나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끼면서 지내고 있어. 그래서 그럴 때마다 고맙고. 막 그렇다. 뜬금 없기는 한데. 나 사실 옛날부터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그 사람한테 마음 다 안 줬거든. 나중에 헤어지면 슬프잖아. 그러면 또 내가 너무 많이 좋아하면 잊는 것도 힘들고. 근데 여보는 또 다르더라. 여보한텐 그런 거 없어. 그냥 계속 계속 더 좋아해주고 싶고. 아무튼, 내 말은 내 마음이 100있으면 100 다 주고 있다고.
아, 편지 쓰면 또 하고 싶었던 말 있는데. 전에 여보가 편지에다 이런 관계가 족쇄같기도 했고. 내가 가끔 귀찮았고. 그런 말 했잖아. 그 이후로 계속 그 생각이 나는거야. 분명 그 글 밑에 안 그런다고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적혀있었는데도 그 밑에 말은 안 보이고 저 말들만 보이고, 생각나더라. 근데 또 그렇다고 그 때 그런 말 한 거 후회하지는 말고. 미안해하지도 마. 나는 되게 좋았어. 속마음 다 말해주는 것 같아서 되게 좋았어. 앞으로도 그냥 나한테 숨기지말고 다 말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태형이한테는 다 말할게. 약속. 저번에 태형이가 뭐 싫으면 싫다 이렇게 말하라고 한 거 생각나네. 그 때 약간 귀여웠다. 애기같았어. 앞으로는 서운한 거 있을 때 바로바로 말할게. 내가 태형이 서운하게 한 적은 많은 거 같은데 태형이가 나 서운하게 한 건 찾으려고 해도 못 찾겠다. 없어서 안 말하는 거니까 내가 아무 말 없으면 아 그냥 괜찮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굳이 진짜 굳이 고르자면 술 먹고 전 짝이랑 연락하는 거? ㅎㅎ.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그래, 그렇다. 각성해, 반성해. 그 부분에 대해서. 그 외에는 뭐 진짜 없다. 걔랑 통화하지말고 나랑 해, 그냥.
흠. 내가 선물 이번엔 진짜 진짜 300일 맞춰서 줘야지 했는데 결국 또 이렇게 됐네. 솔직히 변명같아 보인다고 해도 할 말 없는데 태형이 선물 고르기 엄청 힘들어. 그냥 내 친구였음 아무거나 담아서 주는데 태형이라고 생각하니까 저거 보면 저게 나은 것 같고 또 딴 거 보면 그게 나은 것 같고 그래서 똑같은 물건 가지고 계속 고민 중이다. 뭔지는 아직 비밀이고. 그 때 편지도 꼭 써줘야지. 손글씨 예쁘게 써서 줄거야. 나 글씨 엄청 잘 쓰는 거 모르지? 겁나 어른스럽다고. 그 때 또 써야되니까 할 말 좀 아껴야겠네.
마지막으로 300일이라는 시간동안 옆에 지키고 있어줘서 고맙고. 나 솔직히 태형이한테 많이 많이 진짜 많이 부족한 거 다 알거든. 그래서 가끔 미안할 때도 많는데. 예쁘다 예쁘다해줘서 고맙고. 아무튼, 그렇다. 내년에 많이 못 볼지도 모르는데 꾹 참고 기다려줘. 근데, 내년에는 여보도 어차피 바쁠 것 같아서 좀 다행이다. 아, 그리고 대학생되면 서울에 계속 계속 갈거야. 가면 꼭 술도 사주고, 잠도 재워주고 해. 약속해라. 예쁘게 해서 가야지. 예뻐지기 전엔 태형이한테 안 가려고. 그럼 평생 못 갈지도 모르겠네, 태형이 보러... ㅎ 아무튼 많이 좋아하고, 앞으로도 더 많이 좋아할테니까 태형이는 내 사랑 다 받아줘야 해.
뭐지, 편지가 너무 짧은 경향이 없지 않아 있네. 하고 싶은 말 되게 많았는데 막상 쓰니까 머리가 새하얗게 된다. 역시 편지 쓰는 건 어려워. 몇 번을 써도 어렵다. 근데 또 길게 써도 사랑한다는 얘기밖에 없잖아. 헐, 맞다. 생각났다. 내가 태형이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가끔 태형이가 내가 태형이 덜 좋아할까봐 걱정하는 거 처럼 보여서. 아님 말고. 나는 진짜 태형이 엄청 좋아하거든. 그래서 태형이가 약간 그런 식으로 말할 때 내 마음 열어서 막 보여주고 싶다. 그러니까 내 말은 태형이 엄청 엄청 좋아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많이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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