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을 괴고 창문 밖을 무심히 바라보던 지민은 도착까지 기다려야 할 시간을 죽이기 위해 창문 밖의 별들을 세기 시작했다. 대충 20개까지 세던 지민이 하품을 할 때,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제 곧 대기층에 도달하니 승객 여러분은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이제 곧 대기층에 도달하니 승객 여러분은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체가 흔들리더라도 승객 여러분은 당황하지 마시고 자리에 앉아……. 지민은 안내원의 목소리가 흐르는 스피커를 흘깃 쳐다보곤 다시 창문 밖의 별들을 세기 시작했다. 지민의 눈앞은 점점 붉은 빛으로 가득 찼다. 지민은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은 창문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창문은 차디차기만 할 뿐이었다.
지민이 밟은 지구의 땅은 꽤나 오랜만인 일이었다. 지민은 인공 태양으로 만든 인위적인 빛이 아닌 태양을 바라보며 우주 여행선의 계단에 섰다. 한참을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던 지민의 옆으로 앙칼진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콜로니로 돌아가고 싶어. 겨우 지구에 하루 있었을 뿐인데 주름이 하나 더 늘어버린 것만 같단 말이야. 지민은 ‘지구’라는 말을 듣자마자 태양에서 눈을 돌려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젊은 여성 둘을 바라봤다. 지민은 그 단어를 들으니 그때서야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오른손에 든 가방의 손잡이를 고쳐 잡은 후에서야 우주 여행선의 계단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계단 한 칸을 남겨둔 채 긴장감과 설렘이 뒤섞인 기분 좋은 쿵쾅거림을 애써 진정시키며 한 발을 땅에 내딛었다. 도착했다. 우주 여행선에 타고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설렘을 지금에서야 느끼고 있었다. 나머지 발을 땅으로 옮기자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지구의 풍경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지민은 메시지로 받은 주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지민이 도착한 지구는 하필 가장 더울 ‘겨울’이었다. 지민은 땀을 뻘뻘 흘리며 꽉 조이는 군복의 상의 깃을 당겨도 봤지만 빳빳한 상의는 늘어날 리도 없다는 듯 지민의 목을 오히려 더 조여 왔다.
지민의 길 건너편에서 어린 아이의 외침이 들렸다.
“엄마, 나 저 옷 뭔지 알아! 저 옷 우주 영웅이 입는 옷이잖아!”
아이의 외침에 길을 걷던 사람들 일동 지민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던 지민은 난감함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미처 보지 못했다는 듯 꽤 오버하는 행동을 취하며 입을 가린 채 ‘어머나, 어머나!’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아이는 지민에게로 달려와 지민이 입은 군복 바지를 잡아당기며 지민에게 말을 걸었다. 히어로! 히어로! 길을 걷던 사람들 모두 발걸음을 멈춘 채 지민을 주목했다. 지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모자를 벗어 꾸벅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람들은 지민의 주위로 점점 더 몰리기 시작했고 지민은 더욱 더 난감해 하며 손사래를 쳤다. 저는 일개 군인일 뿐입니다. 제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 걸요…. 지민은 자신의 사타구니 근처를 붙잡고 놓지를 않는 아이의 손을 억지로 떼며 머리를 쓰다듬고선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자신의 어깨를 꽉 움켜잡는 누군가가 있었다. 지민은 바깥에선 군복을 벗을 수 없다는 규정을 원망하며 뒤를 돌았다.
지민의 어깨를 잡은 누군가는 다름 아닌 지민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전정국?”
“무사히 도착했구나, 형! 형은 영상보다 실물이 훨씬 낫네.”
낯선 타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타인이 아닌 자신의 피붙이, 동복형제 전정국이었다.
지민은 눈앞의 정국을 확인하자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에 정국을 와락 껴안았다. 정국은 전쟁터에서 온갖 수난을 겪었을 자신의 형제의 등을 토닥임으로써 위로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있던 형제는 애써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형제가 두 눈이 붉어진 채, 정국이 지민을 달래며 어머니가 기다리신다고 말했다. 지민은 전쟁터에서 그리움에 사무치던 ‘어머니’라는 단어를 듣자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국은 자신의 품에서 서럽게 우는 형을 떼어내며 눈물을 닦았다. 지민의 손에 들려있는 군모를 들어 다시 지민의 머리에 씌워주며 우리 형아가 군복 제일 잘 어울리네 하며 웃었다.
* * *
정국이 태어났을 때, 지민은 정국과 어머니와 찍은 사진 한 장만을 남기고서 전쟁터로 떠나야만 했다. 지민은 그때 고작 나이가 15살인 소년이었을 뿐인데도 군복을 입고서 적군과 싸웠다. 지민이 싸워야 할 전쟁터는 땅, 바다, 하늘도 아닌 ‘우주’였다. 지민은 군인이 되어 군용 우주선의 조작법을 배우고, 군용 우주선에 장착된 머신건 작동법을 배우고, 거대한 모빌 슈트에 탑승해 조종하는 방법을 배웠다. 전쟁터는 역시나 살벌했다. 정찰용으로 제작된 슈트를 입은 적군의 뒤를 습격하여 숨통을 끊는 것도, 전투용으로 제작된 모빌 슈트를 입은 적군의 산소통을 끊어버리는 것 모두 직접 폭발이 난무하는 우주라는 전쟁터에서 지민이 배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지민의 남다른 총명함 때문이라고 전쟁터에서 함께 싸웠던 아군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지민의 총명함이 이번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않았나 하고 군대의 윗사람들은 모두 지민을 칭찬했다. 덕분에 지민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높은 계급장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적군에게 ‘전쟁의 광: 아레스’라고 불릴 정도로 냉철한 모습으로 군대를 지휘를 하던 지민도 군함으로 돌아올 때면 한없이 여려지는 소년이 되었다. 군함으로 돌아오면 항상 메일 박스엔 가족의 영상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우주에 있는 바람에 지민은 나이를 제대로 먹지 않았지만, 지구라는 땅을 밟은 지민의 어머니는 하루가 멀게 눈에 띄게 주름이 얼굴에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또한 정국은 지민이 지구를 떠나올 때의 나이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지민에게 전쟁터는 억겁의 시간과도 같았지만 실상 자신이 보낸 시간은 6년밖에 되지 않았다. 가족이 보낸 시간에 비하면 자신만 여전히 멈춰있는 것만 같은 느낌에 가족들의 메일을 읽기만 할 뿐 답장을 할 수 없었다. 아군이 우위를 완벽히 점한 뒤 휴전을 하겠다는 공포가 알려지자 그때서야 가족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저는 잘 지내요, 어머니…….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가요……. 정국이도 어머니도 얼른 보고 싶어요. 지민은 울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누른 후에야 영상 메시지 남기는 것을 끝낼 수 있었다. 영상 메시지가 전송된 것을 확인한 후,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한참 짐을 싸던 지민은 군함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적군의 모빌 슈트의 파편을 보며 아릿한 통증을 느끼며 오른쪽 손목을 감싸 쥐었다.
지구로 돌아가기 하루 전 날 군함에서 지민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본 영상 메시지 속의 정국은 어엿한 청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자신이 지구를 떠날 때 갓난 애기일 뿐이던 정국이 어느 새 어엿한 모습으로 자란 것을 보니 자신이 우주에서 적군과 싸우고 있을 동안 지구의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났다. 집을 떠난 지 6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지구에서는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지민은 침대 한 가운데 모로 누워 홀로그램 티브이를 켰다. 홀로그램 티브이 속 정국은 죽음이라는 것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있는 지민과는 달리 죽음과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눈이 부실 정도로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민은 정국의 홀로그램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지민의 손을 통과한 정국은 지지직거리는 소음을 남기며 형체를 감췄다.
지구로 돌아가기 하루 전날 지민은 꿈을 꿨다. 설렘 탓인지 괜한 긴장 때문인지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지민은 잠에서 깰 때마다 다른 꿈들을 꿨는데 : 전쟁터에 처음 끌려 왔을 때 입을 수밖에 없었던 군복들이 갈기갈기 찢기는 꿈 / 처음으로 정찰용 슈트를 입은 적군의 산소 호스를 끊었을 때를 실현하는 꿈 / 자신이 타고 있던 군함 ‘이글루’가 블랙홀로 빠져버리는 꿈 / 자신이 탑승한 모빌 슈트가 적에 의해 폭발하는 꿈 / 적군의 대장의 심장을 머신건으로 관통시키는 꿈 / 누군가의 시작으로 모빌 슈트의 손에 쥐여진 머신건들을 모두 버린 채 적군과 아군이 화해를 하며 전쟁을 멈추는 꿈 / 전쟁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 마침 내 전쟁을 끝냈지만 지구로 돌아오니 어머니와 정국 모두 늙어 세상을 떠나는 꿈 / 우주 여행선이 대기권을 통과하지 못하고 그대로 뜨겁게 몸이 타 죽는 꿈 / 하지만 마지막으로 지민이 꾼 꿈은 전쟁터로 불려가기 전 어머니와 갓난아기 정국과 비눗방울 모양의 투명한 캡슐을 타고 산책을 하는 행복한 꿈이었다. 마지막 꿈으로 지민은 겨우 미소를 지으며 잘 수 있었지만 눈을 뜨자마자 지민이 꾸었던 꿈들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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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저는 똥냄새 풍기는 걸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글잡에 감히 방탄소년단 말머리를 달고 똥글을 올려 똥냄새를 풍기나 봅니다.
② 이해를 돕기 위해서 :
-13000년 후의 지구를 모티브로 삼고 있어서 여름이 춥고 겨울이 더운 지구가 되었습니다.
-건담 세계관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에 건담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 모빌 슈트 이꼬르 건담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커다란 로봇 안에 사람이 타서 조종을 하며 싸우는 거예요.
-우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일단 지르고 보자 해서 시작은 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 상대성 이론 1도 몰라요... 그냥 지민이가 있는 우주의 1년이 지구의 3년이라 잡고 대충 나이 계산 했습니다. 다음에는 공부를 더 하고 쓸게요... 일단은 시작해버렸으니까... 헤헤 이 오류는 애교로 넘어가 주세요 > w <~
-핃백 조아합니다 오타 지적 고맙습니다 다른 것들도 모두 좋아합니다 글잡 오랜만입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ㅠㅠ 어떤 것을 고쳐 달라 요구하시면 즉각 수정 들어가겠습니당!!! ㅎㅎ
-아, 방탄소년단 전부 나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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