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3 mov
(BGM- To The Moon ost-Once Upon a Memory)
W. 두번째손가락
20.
두 사람 사이에 조금의 어색한 공기가 둥둥 떠다녔다. 한 연습실에 단둘이 남겨진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피아노 연습실8.
이곳을 준회와 오게 될 줄은.. 오랜만에 닿는 피아노 연습실 특유의 분위기에 진환은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향수를 느꼈다.
준회가 기다란 다리를 휘적이며 연습실을 빙 둘러 걸었다. 진환은 그 모습이 낯설었다. 영역을 침범당하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 더 침범해줬으면 하는 느낌.
걸음을 멈춘 준회가 구석에 먼지 덮인 의자를 끌고 와 피아노 옆에 세우곤 손으로 대충 쓸어 앉았다.
뽀얀 먼지가 연습실 창문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빛에 반짝였다. 예쁘다. 그저 그의 모든 행동이 이유 없이 아름다웠다.
진환이 아장거리는 걸음으로 준회와 마주 보며 앉았다.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입꼬리가 움찔거리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 왜.. 왜 웃어? "
" 너는 왜 웃는데? "
" 난.. 나는 네가 좋아서.. "
으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린 진환이 급하게 악보를 내밀었다. 파닥파닥 손부채질을 하는 얼굴이 붉었다.
좋아한다는 말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어쩌면 온 세상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몰라.
내민 악보를 받아드는 준회를 보니 진환은 또다시 심장이 쿵쿵 뛰었다. 왜 저렇게 웃는 거야..
얼굴에도 심장이 있는 게 아닐까. 아니, 팔에도. 다리에도. 여기저기가 쿵쿵 뛰어댄다. 적혈구가 저들끼리 경주를 하나 봐.
태어나서 피가 가장 빨리 도는 순간이다. 의사는 아니지만 진환은 제 몸 상태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다.
" 동물의 사육제.. 백조네. "
" 아. 으응..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요즘 네 연주도 전에 비해 부드러워졌고.. "
" 그 와중에 내 연주도 들었어? "
" 어? "
" 나한테 홀린 건지, 내 연주에 홀린 건지. "
둘 다인데.. 어딘지 모르게 얄미운 그의 말투에 진환이 인상을 찡그리곤 악보를 펼쳤다. 뭔가 억울해.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난 얼굴만 봐도 이렇게 쿵쿵 뛰는데.. 준회만 쳐다보는 저와 달리 악보를 훑으며 여유롭게 다리를 꼬는 준회가 미우면서도 밉지 않았다.
악보를 덮은 준회가 고개를 들자 진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황급하게 피아노에 손을 얹었다. 어.. 음.. 그러니까.. 백조가..
" 좋을 것 같네. 나도 한 번 연주하고 싶었던 거고. "
" 어..? 정말? "
" 어. 정말. "
" 다행이다.. "
싫어하면 어쩌나 했는데. 헤헤.. 하고 웃는 진환의 얼굴을 준회가 빤히 쳐다봤다.
얼굴에 뭐가 묻었나..? 어리둥절해서 볼을 쓸어보지만 아무것도 없자 진환이 의아함에 그를 보았다.
" 왜 그래? "
" ... 아무것도 아냐. "
" 곡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고? "
" 그런 거 아냐. "
우응.. 단호한 준회의 말투에 진환이 금세 주눅 들어 아.. 알았어. 하고 말을 더듬었다.
옆에 세워둔 첼로를 가져오기 위해 몸을 일으킨 준회의 옆모습에선 유독 귀가 붉어 보였다. 진환은 제 눈을 비비고 실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귀가, 붉네. 진환이 어리둥절 그를 쳐다보다 곧 소리 내어 웃었다. 첼로를 들고오는 준회의 귀는 완전히 새빨개져 있었다.
너도, 부끄럼을 타는구나.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안도감에 진환이 조심조심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준회의 목소리가 떨렸다.
" 긴장한 것 같아서. "
" .... 아니라고. "
" 너도 내가 웃으면 떨려? "
" ...... "
" 두근두근해? "
" 맘대로 생각해. "
말은 툴툴거리면서 얌전히 손길을 받는 모습에 진환이 다시 웃었다.
그렇게 웃지 마.. 중얼거리는 준회의 목소리는 거대한 첼로의 현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낮고, 웅웅거렸다.
참 그와 닮은 악기이다. 수줍고, 점잖고, 요란스럽지 않으며 적당한 무게감을 주는 연주는 첼로만의 장점이었다.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라는 곡이 그러했다. 우아하며 제목 그대로 백조의 움직임과 그 느낌을 표한한 곡.
본래는 피아노 두 대와 함께 연주하는 곡이지만, 현대에 오면서 여러 방면으로 그 형식이 자유로워져 보통은 피아노와 첼로 독주, 혹은 하프와 함께 연주된다.
단연히 이 곡에서 돋보이는 것은 피아노보단 첼로이다. 완벽하게 그를 배려한 선곡이었다. 그 사실을 그도 알듯이.
" 근데.. 너 괜찮아? "
" 응? "
" 네 룸메이트였나. 처음엔 동명이인인가 싶었는데 C 클래스라 해서. 네 룸메가 맞는 것 같던데. "
" .....? "
" 강승윤이 새 멤버를 데려갔어. 클라리넷. 이름이 김동혁이라길래. "
" 뭐? "
" 네 룸메 맞지? "
... 몰랐어? 되묻는 준회에 진환의 표정이 멍해졌다. 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던 두 손이 힘 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동혁이가.. 어딜 들어갔다고?
진환은 동혁이 앉았던 피아노 연습실 바닥에 시선을 옮겼다. 그가 앉아있던 바닥은 낯선 발자국에 가려져 작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젠 그가 없다.
진환은 아차, 싶어 그의 얼굴을 떠올렸지만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동혁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생각이 나질 않았다.
" 초코 스무디랑 딸기 케이크. 아! 아메리카노도 한 잔 주세요. "
신이 나서 쟁반을 들고 한빈의 앞에 대령한 지원이 포크를 집어 들었다.
딱 한빈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케이크 조각을 그의 입 앞에 내밀자 한빈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하여간. 어디에 있건 김지원의 세상은 남의 시선 따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한빈의 고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받아먹을 것을 권하는 지원은 단호했다. 빈아, 아- 해줘. 응? 애교 섞인 지원의 말에 한빈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그 입술 사이에 케이크를 밀어 넣은 지원은 신기한 것을 관찰하듯 눈을 빛냈다가, 한빈이 우물거리고 삼켜내자 행복하게 웃었다. 아, 예쁘다. 현기증 나려 해.
" 그냥 골라. 단원 된 기념으로 사주는 거니까. 너 우리랑 친하게 안 지낼거야? "
" 진짜 괜찮은데.. "
" 철벽 심하네. "
" 형이 더 심하잖아요. "
" 넌 좀 꺼져. "
저들만의 세상에 빠져 있던 지원이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누가 내 세계를 방해하는 건지. 덩달아 지원의 시선을 좇은 한빈의 표정이 굳어갔다.
두 사람의 테이블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카페 카운터에서 반갑지 않은 얼굴들이 떠들썩하게 카페 안을 메웠다.
무시해요. 딱딱하게 말한 한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지원이 잠깐, 하고 눈을 찡그렸다.
강승윤, 송윤형, 정찬우.. 나머지 한 명은? 지원은 제 눈을 의심하고 벌떡 일어섰다. 요란하게 바닥을 끄는 의자 소리에 한빈을 포함한 다섯 명의 눈동자가 지원을 향했다.
한빈의 놀란 눈을 하고 지원의 팔을 붙잡았다. 형, 왜 그래요?
" 어라, 이게 누구야. 우리 후배님이잖아? "
" ... 안녕하세요. "
승윤이 반가운 얼굴로 웃으며 두 사람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뒤로 보이는 세 사람은 그들의 리더와 모순되는 떨떠름한 얼굴로 승윤을 따라 테이블로 향했다.
한빈에게 다가서는 승윤 앞을 지원이 막아섰다. 승윤은 코앞으로 다가와 으르렁대는 지원에게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사람 좋게 웃었다.
그 낯짝을 후려치고 싶어 지원은 주먹을 쥐었다. 아는 척 말고 그냥 꺼지지 그래. 지원의 말을 들은 건지 승윤은 어깨를 으쓱하고 옆 테이블의 의자를 끌어와 여유롭게 앉았다.
재수 없는 새끼. 지원은 낮게 욕을 읊조리며 자신이 의문을 품었던 인물에게 시선을 옮겼다. 네가 왜 여기 있어.
" 김동혁. "
" ... 안녕하세요. "
" 안녕 못 해. 네가 왜 이 새끼들 사이에 있냐. "
당황할 것이라 생각했던 동혁의 표정은 담담했다. 옆에서 찬우가 오- 하며 의미 없는 감탄사를 뱉었다.
" 저 승윤이 형 오케스트라 들어왔는데요. "
" 뭐라고? "
" 모르셨구나. 하긴.. 바쁠 테니까요. "
" 이거, 김진환도 아는 거야? "
" 모르겠죠. 월말평가 준비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저한테까지 신경 쓸 정신이 있을까요? "
아, 방금 그거 나쁜 말 아니에요. 형이 바쁘니까. 밝게 웃는 동혁이 난생 처음으로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김동혁이 강승윤 오케에 들어갔다고? 무슨 꿍꿍이야.. 한빈도 이해되지 않는 듯 인상을 찡그리곤 승윤을 쳐다봤다.
승윤은 가볍게 한빈의 테이블에서 초코 스무디를 가져가 목을 축였다. 저를 향한 시선들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그도 꽤나 뻔뻔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내 얼굴 뚫어지겠어. 장난스러운 그의 말에도 웃는 사람은 없었다. 넌 여전히 재미없네. 한빈을 향한 말이었다.
" 그렇게 살다간 기회를 다 놓친다, 한빈아. 왜 그렇게 살아? 유학 가기 싫으니? "
" ...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
" 왜 자꾸 교수님 갈아타. 지금 나 피하는 건 아니지? "
" ...... "
" 같은 줄에 서서 배워보자고. 응? 형이 네 실력 확인하고 싶다잖아. "
승윤의 눈이 번뜩였다. 광기 어린 눈빛에 지원이 한빈의 손목을 잡았다. 이딴 새끼랑 대화할 필요 없어.
아무런 저항 없이 지원을 따라 일어선 한빈이 비틀거렸다.
" 설마 1차에서 떨어지진 않겠지? 유명하신 후배님. "
" ...... "
" 유학 말야. 잘해봐. 돈 때문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쾅. 굉음과 함께 승윤 앞에 놓인 유리 잔의 파편이 이리저리 튀었다. 테이블을 크게 내리친 지원의 손에는 부서진 유리 잔이 들려있었다.
아이스초코가 줄줄 흘러내리는 지원의 손에서 길게 베인 상처가 핏물을 머금었다. 카운터에 있던 종업원이 놀라 뛰어나왔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발만 동동 굴렀다.
승윤이 아무 말도 없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식하게 짝이 없군. 입 밖으로 내뱉었다간 손에 든 저걸로 내 머리를 내려치겠지.
화를 눌러 담는 지원의 숨결이 거칠었다. 승윤은 그 모습을 애잔하게 바라보다 휴지로 옷에 튄 아이스초코를 닦아냈다.
아, 흰옷인데. 얼룩이 지려나. 보기 흉하다. 마치 저 두 사람처럼.
" 입 함부로 놀리지 마. "
" 듣던 대로 막 나가네. 백이 있어서 그러시나? "
" 입 닥쳐. 지금 돌아버리겠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니까. "
한빈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지원은 그들을 둘러싼 세 사람을 밀치고 동혁의 어깨에 제 어깨를 부딪혔다.
고의였다. 지원은 그가 알아채길 바라고 뒤를 돌았다. 예전에 알던 모습이 아니다.
" 김동혁. "
" ...... "
" 거기가 정말 네 자리라 생각해? "
" ... 다들 내 자리를 찾아라, 어쩌라 하는데.. 그 자리라는 거,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거예요? "
동혁의 고개가 돌아갔다. 마주친 눈에는 지원이 읽을 수 없는 무언가가 서려 있었다. 설움, 아마도 그 이상. 그것이 무엇이든.
" 형은 그랬나 보네요. "
" ...... "
" 난 아니에요. "
그것이 무엇이든. 지원은 평생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 답답한 마음에 지원이 머리를 헤집고 한빈을 이끌어 카페를 나섰다.
유리조각이 박힌 왼손은 아픈 감각도 못 느끼는지 자꾸 가렵게만 느껴져 손을 움직였다. 실을 파고드는 느낌이 조금 쓰린 것 같기도.
기분이 더럽다. 한빈을 조롱하는 승윤의 말투도. 아무런 표정 없이 저들 사이에 섞여있는 동혁도.
서둘러 지원을 쫓던 한빈이 지원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손이 지원의 왼팔을 잡아들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엉망이 된 손에 한빈이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조차, 너는 어지럽게 예쁘구나.
" 형, 상처..! "
" 괜찮아? "
" 네? "
" 넌 괜찮아..? "
네 마음은 괜찮아? 울상이 된 한빈 앞에 지원이 바보처럼 웃었다.
" 제발 이러지 마요. 나 저런 소리 들어도 아무렇지 않아요. 집에 돈 없는 거 사실이고, 유학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고, 승윤 선배 피해서 교수님 바꾼 것도 사실이야.
사실에 화낼 필요가 뭐가 있어요. "
" 네가.. "
" ......? "
" 네가.. 뭐든 때려 부수고 싶은 표정이길래.. "
" ...... "
" 내가 대신 부순 건데.. 네가 부수면 다치잖아. 예쁜 손인데. "
" ... 바보에요? "
허세쟁이. 바보. 멍청이. 해삼.. 김지원 진짜 미친놈. 한빈이 그를 끌어당겨 안았다.
어어..? 하고 놀란 지원의 눈동자가 잠시나마 완벽하게 눈꺼풀 밖으로 세상에 나왔다. 어설프게 안겨온 얇은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 다치지 마요, 제발.. 악기 다룬다는 사람이.. "
" 괜찮은데. "
" 내가 안 괜찮아. "
" 알았어, 알았어. "
다 잘 될 거야. 다. 오른손으로 한빈을 토닥인 지원이 엉망이 된 왼손을 들어봤다. 좀 심했나. 팀파니 칠 수 있을까. 월말평간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품에 안긴 한빈에 지원이 샐쭉 웃었다. 아, 예쁘다. 우리 빈이.
" 자제하라니까. 그때 내 얘긴 코로 들었어? 절대음감이라며. "
" 그.. 그래서 야식도 사 왔는데.. 기숙사의 로망..! "
" 뭐라는 거야. 그게 네 자제력이랑 무슨 상관이야. "
어쩐지 연습실에서부터 졸졸 쫓아오더니. 그냥 제 방에 가는 줄 알았는데 수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진환이 우물거리며 서 있었다.
네 방 놔두고 왜 자꾸 오냐. 야식이라는 말에 일단 검은 봉지를 받아든 준회가 터덜터덜 방으로 들어섰다.
가만히 문 앞에 서 있는 진환에게 뭐 해, 들어와. 하자 그제야 쭈뼛거리며 그의 방에 들어왔다.
맨 정신에 찾아온 건 처음이다.. 괜한 긴장감에 진환이 침을 삼켰다. 목울대 울리는 소리가 준회의 귀까지 들어갈 것 같았다.
" 왜 왔어. "
" 응? 어..? "
" 룸메. 불편해서? "
아무런 돌림 없이 툭 내뱉은 그의 말에 진환이 흠칫 놀랐다. 정곡을 찌르는 준회의 말은 시원했지만, 막상 듣는 입장이 된다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금세 뿌무룩해져 고개를 끄덕이는 진환은 나름대로 솔직했다. 준회는 진환이 사온 막대과자를 뜯어 그 입에 물렸다.
튀어나온 입술에 물린 막대과자를 진환은 아무 말없이 오독오독 씹었다. 오물거리는 입술에 준회는 잠시 멍하니 그것을 쳐다보다 고개를 흔들었다. 자제는 내가 해야 하나.
아깐 쭈뼛거리더니 스스럼없이 준회의 침대에 자릴 잡고 앉는 진환이 어이없어 허,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이거 먹고 돌아가라. "
" 응..? "
" 그렇게 피하는 거 아니야. 네가 무슨 맘인진 알겠는데, 피하지마. "
" ...... "
" 피해서 좋을 거 하나 없는데. 이제 알잖아. "
네가 날 피했을 때. 맞닥뜨려진 감정을 외면했을 때 그게 얼마나 답답한 일이었는지 말이야. 짧은 대화라도 좋으니 감정이 전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히 해결될 테니까.
물론 지금도 우린 많이 서툴지만.. 준회가 머리를 긁적였다. 감정을 전하는 걸로 누군가에게 충고하는 입장이 되다니.
툭툭 내뱉고 나서 진환의 얼굴을 보니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기겁을 하고 벌떡 일어선 준회가 다시 앉았다가 일어섬을 반복했다. 뭐야, 왜 이래.
" 야, 왜.. 왜 울.. ㅇ.. 내가 뭐 잘 못 말했냐? "
" 아니이... 흐으.. 으으.. "
" 아니 뭐가 아닌ㄱ.. 왜 우냐고, 미친.. 아니, 이게 아니고. 너한테 욕한 거 아니야. "
" 흐어어어.. "
" ... 야.. "
큰 소리도 아니고, 작게 끅끅거리는 폼이 서럽기도 하다. 그 작은 떨림에, 얼굴에, 눈망울에 눈물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준회는 안절부절 주변은 서성이다 그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미치겠네. 손 끝으로 조심스럽게 눈가를 훔치니 작은 물방울이 손가락을 타고 내려왔다.
닦아준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행위에 준회는 그 맑은 액체를 가만히 보다 붉게 충혈된 진환의 눈을 덮었다. 손가락 사이로 뜨뜻한 눈물이 스며 들었다.
" ... 내가 그동안 너무 무신경했어. 나만 생각했어. "
" ...... "
" 너무 이기적이야.. 동혁인 날 계속 도와줬는데.. 네 말대로 또 피할 생각만 했어. "
까만 시야 사이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진환은 그 팔을 끌어안고 엉엉 울음을 토했다. 도와줬던 친구인데, 내가 배신했다. 그가 날 배신하게 만들었어.
내가.. 내가 대체 뭐라고.. 혼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과도 아닌 아무도 없는 연습실은 무슨 느낌이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면 신이 나서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했던 나에게. 너는 어떻게 환히 웃을 수 있었던 거니, 동혁아.
"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
" ... 김진환. "
" 준회야.. 나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
" 그런 건 본인한테 직접 말하는 거야. "
" ... 흐으... "
" ... 그리고 난 위로 같은 거 더럽게 못해. "
그니까 울지 마. 눈을 가린 그대로 진환을 뒤로 밀어버린 준회가 가볍게 침대 위로 넘어간 진환 위로 올라탔다.
네가 틀렸어. 가장 이기적인건 나야. 이렇게 속상하고, 네가 울고 있는 와중에도 보이는 건 네 입술이야.
우는 눈을 보면 죄책감이 들새라 눈물 자국 하나 보이지 않도록 진환의 얼굴을 덮었다. 눈을 가리자, 보이는 것은 새빨간 입술이었다.
침대에 누워 제 아래에서 흐느끼는 진환은 그의 말대로 조금 이기적인 것도 같았다. 네가 이러면 나는 어떡하라고. 이렇게 느끼는 내가 가장 나쁘지만.
" ... 빨리 네 방으로 돌아가. "
" 흐으.. "
" 가서 사과하고, 가서 해결해. 이렇게.. 내 밑에서 울지 마. "
" 준회야.. "
작은 입술이 그의 이름을 속삭이자 이름의 주인이 천천히 그곳을 향했다. 진환은 새카만 시야에서 입술에 따뜻한 무언가 닿자 거짓말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물컹한 느낌의 무언가가 준회의 입술이란 것을 깨닫는데 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거칠지도, 파고들지도, 엉키지도 않은 그의 입술은 꽤나 오랫동안 담담히 진환의 것과 닿아 있었다. 마치 울음을 그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인 듯이.
묘하게 아이를 달래는 그 느낌에 진환의 눈물이 멈추었다. 준회의 손가락을 적히던 눈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입술이 떨어지고도 한참 동안 진환의 시야를 준회의 손으로 덮여있었다.
" ... 고마워. "
" 뭐가. "
" 그냥 다.. "
" 난 안 고마워. "
" ...... "
" 오늘 잠 다 잤어. "
퉁명스러운 어투에 진환의 입에서 푸스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도 다 잔 것 같은데.
" 빨리 가. "
" 네가 놔줘야 가지.. "
" 그러길래 오는 거 자제 좀 하라니까. "
" ...... "
" 서로한테 해로워. "
커다란 손이 진환의 눈을 해방시켰다. 말라붙은 눈물을 닦아내고 힘겹게 뜬 시야에는 가까이서 웃고 있는 준회가 보였다.
아, 또 처음 보는 표정이다. 진환이 그의 손을 잡고 묻어있던 제 눈물을 닦았다.
" 솔직하게 말하면, 전해질까? "
" 아마. "
내게 닿았던 것처럼. 걔한테도 닿을지도 모르지.
넌 알게 모르게. 모든 말이 진실처럼 다가오니까.
두번째손가락/암호닉 |
으아아아아아아ㅏㅏㅏ안녕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피아노 얼마만에 업뎃하는거지?나년!!!!난 쓰레기야!!!! 여러분 저는 그럼 메이즈러너 쓰러갈게여ㅓㅓ어ㅓㅓ어ㅓ어ㅓ 으아아아아악 바쁘다아아아아앙ㄴㅁ허ㅣㅠㅠㅠㅠㅠ (뿌다닥)
[암호닉] : 암호닉 왜 이렇게 많아졌지.......?(당황)(감격) 내 사랑들ㅠㅠㅠㅠㅠ 내 핥들ㅠㅠㅠㅠㅠㅠㅠ 잘지냈어여? 설날이에여ㅠㅠㅠ 용돈 많이 받으세여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쪽쪽쪽 담엔 더 빨리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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