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갈곳없는 말이 허공을 돌다가 가슴에 다시 박힌다. 나는 살고 싶어...제발..
그렇게 숨을 버겁게 내쉬고 다시 쉰다. 골프채는 항상 아프다. 씩씩 내뱉는 거칠은 숨결이 더럽게 느껴진다.
그렇게 몇년을 도축되어왔는지. 아버지는 갑자기 얻은 부와 자신의 클라스가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고 그 분풀이는 항상 나의 몫이였다.
어머니는 방관자로써 최선을 다했다. 꺽꺽대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나의 목소리를 자신이 묻어두고 싶은 과거의 치부를 드러낼거라 믿었는지.
그들은 나를 원하지 않는다. 수긍이 간다.
그래도 그렇게 맞는 나에게는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는 기사 아저씨도 있었는데. 그 아저씨는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다.
왜 나 혼자 두고 도망쳐요 아저씨? 그래서 나도 할려고. 도망.
"누나. 나 구해준 이유가 뭐예요?"
세훈이는 항상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한다. 알면서 세훈이는 그렇게 내 입에서 정해진 대답이 내목소리를 타고 나오는 것을 즐겨 들었다.
세훈이는 그렇게 우리의 관계를 정하고 확인했다. 세훈이의 습관이다. 이제 고삼이 된 너가 아직도 전과 같은 질문을 하니 좀 웃기기만할뿐이다.
세훈이의 습관은 곧 나의 습관이 되어 세훈이에게 적응이 된다. 우리 오래 살았잖아. 같이.
"있잖아요 ㅇㅇ씨. 나 아직도 기억안나요?"
갑자기 찾아와서는 하는 말이 대뜸 이거다. 내가 왜 당신을 기억해야하는거죠? 말투에서 가시가 돋혀있자 세훈씨가 알듯모르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이사람 확실히 우리 아버지랑 관련이 있는사람이구나. 위협감이 든다. 내가 맞나요 준면씨?
준면씨는 또 감정이 서로서로 부딪히는 눈동자를 서글프게 짓는다. 만약에 아니라면.
"아저씨. 아저씨야."
그가 입을 뗀다.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천천히 그 단어를 입에서 굴리고 혀에서 녹인다. 아저씨. 내가 과거에 많이 울부짖었던 그이름.
그 이름은 이제 나의 혀에서, 나의 마음에서 녹인지 오랜데 어째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왜 나를 두고갔어요, 아저씨. 키다리 아저씨라며. 왜 거짓말 치고 지랄이야.
장미의 그림자
세시일분
00. 시작
이제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