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낯선 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민혜야!! 안녕!!]
상대는 자신이 변백현이라 밝혔고 그 날부터 꾸준히 카톡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카톡의 내용은 사실 별 것 없었다.
그냥 밥은 먹었냐, 지금 뭐하냐. 매일 비슷한 질문들..
그렇게 매일같이 카톡을 주고 받다보니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새 우린 밤에 잠들기 전 꼬박꼬박 전화 통화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 ㅇㅇ랑 밥 먹은거야?
"응. 밥 먹고 카페가서 얘기하고.. 요새 오빠랑 자주 만나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좋대"
-민석이 형도 요즘 웃음이 가시질 않아~ 뭘 해도 웃어..
적응이 안된다 진짜
"대단해 정말.. 내가 그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보고싶을 때 못보고, 필요할 때 연락 못하고... 또.. 언제 들킬지 몰라 전전긍긍 하면서..."
"나라면 그렇게 견딜 수 있을까?"
-........
아차 싶었다. 하지만 언젠간 해야했을 말이었기에 그저 입 꾹 다물고 침묵했다.
서로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했는지 한참을 말 없이 있었다.
"백현아."
-.....민혜야 어떻게 하지..? 진짜 어떻게 해야할까..
어찌 할 바를 몰라 그저 운다.
우린 서로 말 하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마음속에, 백현이의 마음속에 서로가 자리해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건 그 누구도 섣불리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우린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미 ㅇㅇ와 오빠가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조심해야할 만남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가족들과 ㅇㅇ가 함께 1박 2일로 여행가던 그 날,
하루 종일 나와 백현이는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 날 주고 받던 연락은 평소와 다를 것 없어 보였지만.. 그 연락 안에 미묘함이 있었다.
"아....."
아무렇지 않은 척 지금은 뭐하냐며 서로의 소식을 물었지만
아마 나도, 백현이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우린 조금씩 멀어지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민혜야]
[밖에 바람 차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
[알겠지?]
[저녁은 먹은거야?]
[맨날 위염 달고 살면서 밥 거르면 안된다!]
[그럼 속 더 탈나]
하루 종일 우린 그렇게 당장이라도 떠날 사람처럼 연락을 주고 받았다.
앞으로 서로에게 말 하지 못할 것을 대비하듯 그렇게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끊겨버린 카톡에 방에 홀로 앉아 멍하니 벽만 쳐다봤다.
오빠가 같이 나가겠냐며 방에 들어왔을 때도 난 그저 고개만 두어번 저을 뿐 말 한마디 할 기력조차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다 답답해져 오는 속에 내려가 물 한잔을 마셨다.
물을 마시고 쇼파에 앉아 또 다시 멍하니 있는데 자꾸만 변백현이 떠올랐다.
지금쯤 밥은 먹었으려나, 오랜만에 할머니댁 간다고 되게 들떠있었는데..
떨쳐내려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떠올라 시끄러우면 조금 나을까 싶어 티비를 켰다.
그러나 분명 저 티비 속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시끄럽게 하고 있는데
나에겐 마치 어항 속 물고기처럼 입만 뻥긋거리듯 보였다.
얼마나 그렇게 앉아있었을까..
문이 열리고 ㅇㅇ와 오빠가 들어왔다.
"왔어?"
웃으며 들어오는 둘을 보니 문득 부러워졌다.
나도 저렇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웃으며 만나고 싶은 것 뿐인데..
함께 바닷길도 거닐고 함께 먹을 간식거리도 사고.. 그저 그런게 하고 싶었을 뿐인데.
거닐기는 커녕 만날 수 조차 없음에 점점 나의 기분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배 안고파?"
"응"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러려 한건 아닌데 괜히 말이 툭툭 뱉어진다.
밥 먹자는 말에도 입이 꺼끌해 배가 안고프다 말 했지만 오빠까지 와서 밥 먹으라 하니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
젓가락은 들었지만 차마 입으로 가질 못했다.
애꿎은 밥만 괴롭히고 있는데 오빠가 자리에서 일어나 맥주 세 캔을 꺼내왔다.
사실 이 나이 이 때까지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다.
마시고 싶지도 않았고, 주변에 술을 즐기는 사람이 없었던 탓에 마실 일이 없었다.
오빠도 그걸 알고 있었는데, 먼저 술을 건내오니 내심 놀라긴 했다.
먼저 캔을 따 벌컥벌컥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원해보여 나도 벌컥 들이켰다.
처음이었지만 아, 이래서 사람들이 술을 먹나 싶을 정도로 속이 좀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ㅇㅇ의 앞에 있던 맥주도 들이키고, 그것도 모자라 냉장고에 있는 캔까지 다 비울 기세로 들이키니
그제야 오빠가 말렸다.
분명 속이 뚫리는 기분이 드는데, 왜 그래도 답답할까...
이미 다 깨진 판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오빠에게 다 털어놓았다.
"오빠, 나 변백현이 좋아."
"근데, 변백현도 내가 좋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가만히 날 바라보는 눈빛에 속에 응어리져있던 것들이 저절로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고 나니, 속이 뻥 하고 뚫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오빠의 말에 다시 속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더불어 그 막힌 것들이 자꾸만 울컥 울컥 올라오는 듯 했다.
결국 먼저 들어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방에 들어와 꾹 눌러두었던 눈물을 쏟아냈다.
혹여 울음소리가 아래층까지 들릴까 싶어 이불에 고개를 파묻고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울다 울다 지쳐가던 그 때, 핸드폰에 진동이 느껴졌고 확인해보니 백현이었다.
"........."
-..........
아직 백현이는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왜 다시 눈물이 나오는 건지..
멈추려던 눈물이 다시 비집고 나왔다.
전화 저 편에 내 눈물이 들킬까 아까보다 더 꾸역꾸역 소리를 삼켰다.
-......... 민혜야.
날 부르는 목소리에 눈물 자국이 느껴졌다.
뭉개진 발음에 덩달아 내 입술까지 꾹 뭉개졌다.
-.....민혜야,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겨우 눈물을 삼키고 나직하게 응.. 하고 대답했다.
나의 대답이 무색하게 저 건너에선 말이 없었고, 나 또한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보고싶다. 많이.. 되게 많이..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고 유난히도 길고 길었던 밤이 지나갔다.
날이 밝고 눈 뜨자마자 백현이에게 이따 잠시 보자는 내용의 카톡을 남겼다.
알겠다는 답장이 왔고 서울까지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 모를 만큼 그렇게 난 넋이 나가있었다.
서울에 도착해 오빠가 큰 길에 내려준 후 약속 장소로 가는데 자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겨우 걸음 한 곳은 SM건물 앞이었다.
가장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은 그 곳 뿐일 것이라 생각해 내린 결론이었다.
설 연휴라 엑소 멤버들이 모두 휴가 간 것을 알고 있었을 팬들이 각자의 집으로 간 후라
다행이도 회사 건물 앞엔 사람이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건물 안에 들어서니 저 안쪽 테이블에 백현이가 손톱을 물어 뜯으며 앉아있었다.
그 앞으로 가 서니 백현이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둘 다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붉어졌지만 못본 척 자리를 옮겼다.
"........."
"........."
윗 층으로 올라가니 여러 공간들이 나왔다.
그 중 가장 안쪽, 가장 작은 방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고도 한참을 먼저 말 꺼내지 못한 채 있는데
먼저 울음을 터뜨린 백현이가 날 끌어 안았다.
"민혜야.. 민혜야......"
날 안은 그 팔이 당장이라도 부스러질 듯이 바들바들 떨려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가 이어질 듯 자꾸만 끊겨 나와서
그래서, 결국 나도 이겨내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어제 서로의 핸드폰에서 들렸던 눈물 참던 소리가 겹쳐 들리는 것 같아 더 서글프게 울었다.
"못하겠어.. 안돼. 나 못해.."
울면서 못하겠다는 말만 겨우 내뱉으며 나를 고쳐 안고 또 안았다.
우리 사이에 틈이 생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그렇게 꼭 끌어안았다.
"민혜야. 나 지금 다 버리는거야.. 너한테 다 거는거야 지금."
"준면이 형이랑 어제 통화했어. 통화하면서 다 말했어.."
"나 도저히 포기가 안된다고. 조심하고 또 조심할테니까.. 그럴테니까 나 용서해달라고.."
".........."
"그리고 우리 멤버들 단톡방에도 다 이야기 했어."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고..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멤버들의 꿈도 깨지지 않게 조심하겠다고."
"그 위험 다 내가 떠안을테니 허락해달라고.. 아니, 용서해달라고.."
"백현아."
"민혜야, 내가 멋진 말은 할 수 없지만.. 난 지금 너한테 다 걸고 있는거야.."
"내 꿈도, 내 미래도.. 다 걸고 있어."
"네가 못하겠다고 했던 그거.. 지금 너한테 하자고 말하는거야."
"미안해.. 넌 못하겠다고 했는데.. 난 그러지 않겠노라고 말 못하겠어.."
"하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슬퍼 울게하진 않을게. 정말 울 일이 생겨도 절대 혼자 울게 하진 않을게."
"지금처럼, 우리 같이 울고 또 같이 이겨내자. 응?"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용~ (+당분간 암호닉 안받습니다) |
어휴 진지해라.. 쓰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뭔가 가볍게 쓰고싶진 않아서 허허.. 워더들 맛있는거 많이 먹고 있나요?? 저는 알바가 있어서 지금 자취방에 홀로 있습니다ㅠㅠㅠㅠ 하지만 외롭지 않아요!!! 이거 올리고 나면 워더들이 댓글 달아주고 함께하니까!!!! 혼자가 아뉘야!!!!!!! 사실 민혜 커플은.. 약간 지지와 반지지가 함께 하고 있는 상황이라.. 보고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해봤어요 어차피 번외라..ㅎㅎㅎㅎ 아 느허무 졸려요ㅠㅠㅠ 전 얼른 잘 준비를 해야겠어요..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해서요ㅠㅠㅠㅠㅠ 워더들 명절 잘 보내고 똔또니해져서 만납시당!!!!! 워더들 한살 더 먹은거 축하해요!!!!!!!!!!!!!!!!!(우럭) 뿅뿅뿅~~~ 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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