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설날 연휴기간이다. 그 말은 즉,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즌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뭐 남들이야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척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가족간의 끈끈한 정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들도 먹고 세배돈도 받는, 그런 황금같은 시간이겠지만 나에게는....하...암 덩어리.... "얘 여주야! 조금 있다 지민이랑 태형이랑 정국이 온다더라. 미리 준비하고 있어~" "아!!! 왜 벌써 오는데!!!!"
ㅇㄴ 망했어. 완전히 끝났다고. 뭘 하지? 난 이제 어떡해야 되는거지? 아냐 침착..침착해. 김여주.. 침착해야 해.. 일단 무식하게 내 방에 들어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오늘도 아름다운 우리 오빠들이 나를 보며 구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오빠들을 비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오빠들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구해줄게요. 태형이와 지민이는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하루라도 사고를 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그런 똥꼬발랄한 아이들 이었다. 하나만 있어도 정신없는 판에 둘은 마치 친형제 마냥 꼭 붙어다니면서 사고를 치곤했다. 물론 뒷수습은 전부 나의 몫이고. 오랜만에 우리집에 오는 것이기 때문에 오자마자 내 방부터 뒤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따라서 나는 우리 오빠들을 지키기 위해 사전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먼저 벽에 예쁘게 붙어있던 울 오빠들의 사진과 브로마이드를 떼어내어 방 한구석에 고이 보관해 두었다. 최대한 안 보이는 곳으로 숨겨야지. 좋아, 일단 하나 클리어-. 다음은 뭐지? 아, 앨범. 앨범! 책장에 문제집 대신 고이고이 모셔두었던 앨범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제일 위칸 책장으로 옮겨 두었다. 이 정도면 지민이나 태형이 손엔 안 닿을거야. 또 하나 클리어-. 그 다음은, 다음은, 띵동↗
"여주누나아! 지민이 왔어요~! 지민이 보고 싶었지~!"
"태형이도 왔지롱^□^!"
"......" 급하게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니, 지민이와 태형이 그리고 정국이의 모습이 보였다. 오 하느님 세상에... 아직 치우지 못한 오빠들 사진이 한가득인데...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제가 무엇을 잘못한건가요.. 이모 안녕하세요! 누나는 어디있어요? 상큼발랄한 미소로 넉살 좋게 엄마에게 인사를 한 태형이와 지민이는, 망연자실한 나를 뒤로 한채 서로 손을 꼭 맞잡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태형아 우리 뭐하고 놀까? 칼싸움 할까? 그래, 그러자- 꺄르르 웃는 태형이와 지민이를 멍하니 보고 있으니, 무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던 정국이와 눈이 마주쳤다. "....." "....." "..안녕 정국아, 오랜만이다. ㅈ,잘지냈어?"
"...어" 툭. 귀찮다는 듯이 단답을 하며 정국이는 내 옆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이 새끼가. 누나 어깨빵을 쳐? 절대 무서워서 대놓고 이렇게 말 못한건 아니다. 아니라고;ㅅ; 사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정국이는 이러지 않았다. 내 말을 고분고분하게 잘 듣던, 나의 많고 많은 사촌들 중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아이었다. 그런데 정국이는 작년부터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더니 단답을 했고, 툭하면 인상을 쓰고 앉아서 핸드폰만 하는 등 중2병 돋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대가리 컸다, 이거지? 사춘기라 이거지? 어떻게 된게 제대로 된 사람이 하나 없어요. 이 집안에서 멀쩡한건 나뿐이야.. 갑자기 드는 절망적인 느낌에 망연자실해 있는데 우당탕탕ㅌ앙-!!!! 하는 소리가 내 방에서 들려왔다. 무슨 일이 생긴건지 싶어 불안한 마음을 안고 급히 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누나 이거 떨어졌어.. 히잉.. 태형이가 넘어트렸서.." "아니야! 지민이가 밀어써!" 아까 혹여나 애들이 만질까 윗자리로 피신시켜 놓았던 우리 오빠들의 앨범이, 방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 씨발. "지, 지민아 괜찮아. 누나가 올려 놓을게. 만지지마, 응?" "히잉.. 누나, 근데 이게 뭐야? 반짝반짝 이쁘다아." 만지지 말라는 나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지민이는 앨범중에 가장 반짝반짝 화려한 앨범을 들어 올렸다. 안돼. 그거 한정판인데, 이제 나오지도 않는데! "지민아!! 그거 내려놔!! 빨리!" 내 이성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누나 지금 나한테 화낸거야? ..히잉.." 나를 서운한 눈빛으로 올려다 보는 지민이의 얼굴이 불길했다. 내가 여기서 한번 더 내려놓으라고 소리쳤다간 분명히 지민이는.. '이모, 여주누나가아.. 지민이를...히잉...혼냈쪄요..훌쩍.. 지민이느은 그냥, 저게 뭔지 궁금해서..쿨쩍..그런건데에..'라고 일러 바칠 것이다. 그러면 엄마는 분명히 이노무 기집애가 방탄인가 뭔가 하는 애들한테 미쳐서 죄없는 애를 혼냈다고, 신랄하게 날 까내리면서 지민이에게는 '어이구 우리 귀염둥이, 이모가 누나 혼내줄테니까 뚝! 하고 그거 가지고 가? 응? 알겠지, 김여주?" 하며 나를 노려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난 빼도박도 못하고 지민이에게 내 소중한 앨범을 넘겨줘야 할 것이기 때문에
"아니야 지민아^^ 누나가 너한테 왜 화를 내겠니^^? 누나 물건이 곧 네 물건이란다^^* 마음껏 가지고 놀으렴!^^"
"...누나 최고!"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는 지민이가 사랑스러웠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사망시키고싶네. 지민이는 곧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더니 앨범을 보며 흐흥하는 미소를 흘렸다. 뭐야 얘, 변태야? 지민이가 앨범을 덥썩 잡을 때마다 내 가슴도 같이 쿵 떨어져 나갔다. 제발 부시지만 말아줘...제발... 그거 구하려고 내가 얼마나 별 지랄을 다 떨었는데.. 이런 내 간절한 속삭임이 지민이의 귀에 들어갈리가 없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흔들리는 내 동공이 지민이의 손을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앨범에 모든 시선이 쏠린지라 난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말았다. "이야! 이야! 주거랏! 이얍!!" 박지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는 김태형을. 어디서 가져온건지 모를 리모컨을 조그마한 한 손에 쥐고, 무자비하게 내려치는 것은 분명 5.5였다.
"헐, 안돼 태형아! 그거 안돼!" 이 5.5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오빠들을 귀엽게 캐릭터화 시켜 만든 앙증맞은 인형이다. 한 품에 쏙 들어올만큼 귀여운 크기였지만 가격은 귀엽지 못했다. 저게 5만 5천원이라니 뭔 놈의 인형을 금실로 꼬맨거냐고, 모니터를 앞에 두고 그렇게 소리쳤었다. 하지만 격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결국 질러버린 나였다. 인형이 오고난 뒤에도, 때라도 탈까 내 침대 옆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자기 전에 한번, 일어나서 한번 머리를 쓱쓱 쓰담아주던 그런 인형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형이 지금 태형이의 거친 매질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눈이 뒤집혀 안 뒤집혀? 얼른 태형이가 있는 침대위로 다가가 태형이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았아왔다. "아 누나, 뭐하는데!" "..인형 가지고 이러는 거 아니야^^. 착하지 태형아?^^" 리모컨을 뺏겨 불만스러워 하는 태형이에게, 얼굴에 분포해 있는 모든 근육들을 끌어올려 억지 웃음을 지어줬다. 아 입땡겨. 그 미소를 본 태형이가 잠시 흠칫 하더니 곧 능청스럽게 웃었다. 뭐..뭐지. 얘도 만만치 않게 불안해. "히힣힣 여주누나. 히힣" "..응?; 왜^^?;"
"태형이 저 인형 주세요. 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태형이의 살인미소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곧 인형의 가격을 생각하니 가슴이 싸하게 내려 앉았다. 안돼 태형아. 저 인형말고 다른거 줄게. 단호하게 떨어진 내 대답에 생글거리던 태형이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암만 그래도,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암- 그렇고 말고. "왜? 왜 안돼? 태형이 저거 좋아. 가질래. 태형이 줘, 응? 누나는 저 인형 안 어울려. 태형이가 더 어울려. 줘어 줘. 달란 말이야!"
급기야 태형이는 앉아있던 침대에 누워 온 몸을 버둥대며 졸라대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머리도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시발. 설연휴 끝나고 앓아누우면, 다 너희들 때문이야.. 태형이는 지능적이었다. 지민이가 우리 엄마의 힘을 이용한다면, 태형이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곤 교묘하게 그것을 이용했다. 아무튼 둘다 쌍으로 나를 빡치게 하는 것은 분명했다. 태형이의 몸짓이 점점 격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소리가 더 커지면, 밖에 있는 어른들이 들어오실 것이다. 그럼 또 나의 5.5와는 영영 이별을 맞이할테고. 태형이는 금방 싫증을 내는 타입이니, 일단 준다고 하고 밤에 몰래 잘 숨겨두면 될 것이다. 내일이 되면 까먹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 "휴... 알았어 태형아. 너 가져. 그대신 조심히 가지고 놀아야 돼?"
"와아-! 누나, 사랑해에!" 손으로 하트를 그려보이는 태형이의 애교에, 조금 마음이 풀려 버렸다. 이런 씹덕 생물체라니... 나보다 태형이에게 인형이 어울리는 것은 분명히 맞는 소리이기 때문에, 하루정도는 빌려주기로 했다. 자기껀 줄 알테니 소중히 다루겠지. 미안하지만 태형아, 그 인형은 누나꺼에요 껄껄. 태형이까지 잠재우고 나니, 이제 주위를 둘러볼 여유라는게 좀 생겼다. 아으 머리야.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아픈 머리에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때 어디선가 뿅뿅, 뾰뵤봉 하는 효과음이 들려왔다. 이건 또 뭐지? 급하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워메!!!!!"
토시오. 토시오였다. 방안을 울릴만한 쩌렁쩌렁한 내 비명소리에 토시오가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토시오는 바로 내 방 모서리에 앉아 핸드폰만 하고 있던 정국이었다. 와 시발. 놀래라... 쟨 얼마나 폰을 많이 만졌으면 꼴이 저래... 정국이는 놀란 가슴을 잠재우고 있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다시 내렸다. 괜히 무안해져서 헛기침을 하다가, 오랜만에 봤으니 말 좀 붙여보자라는 심산으로 말을 했다.
"정국아, 뭐해?(미소)" "....." 이 새끼가. "정국아? 뭐하냐니까?(웃음)" "게임"
내가 그걸 지금 몰라서 처묻고 있냐고요^^
아, 이러면 안돼 김여주. 여기에는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파릇파릇한 샛병아리들이 있어. 욕은 자제해야 돼. 릴렉스- "우와 무슨 게임? 나도 게임 좋아하는데! 요즘에 길건너친구들인가 그게 재밌ㄷ" 게임으로 나마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기 위해 살갑게 웃으며 정국이에게 붙었다. 그리곤 무슨 게임을 그렇게 재밌게 하나.라는 생각에 고개를 숙여 정국이의 폰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눈 앞에서 핸드폰이 사라졌다. 읭?
"보지마. 내 핸드폰" "......" 그러더니 전정국은 다시 고개를 숙여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네. 오늘 제가 전정국 죽이고 지옥가겠습니다.
요단강에 정국이의 머리를 박게 하여 저 짜증나는 중2병을 정화시키고 오겠습니다. 파삭- "누나아-! 이거 깨져버렸어. 지민이가 깨트렸어!" 얘랑 "얍! 얍! 주거랏! 주거!! 나쁜 인형! 널 용서치 안켔다! " 얘도 같이. 브금 꺼주세요! 애들과 더 붙어있다간, 걔네가 죽든 내가 홧병으로 쓰러지든 무슨 일이 날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왔으면 엄마를 도와서 전을 부치라는 엄마의 말을 미소로 받아치곤 오빠의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집구석에 숨을 곳이라곤 여기밖에 없어.. "오빠, 자?"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설마 아직도 자나? 아, 그 순간 오빠가 어제 달렸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쯧쯧. 대학교에서 과대표를 맡고 있는 오빠는 어제도 대학 동기들과 걸쭉하게 한잔 걸치고 왔다. 아주 그냥 꽐라가 되서 오더니 결국 아직까지도 못 일어난 모양이다. 동생된 도리로써 깨워줘야지^^! 불도 켜지 않은채 조심조심 오빠의 침대맡으로 다가갔다. 꽤 깊게 자는건지 숨소리가 깊었다. 오호, 깨울 맛이 나겠는걸? 일단 오빠의 얼굴로 다가가 귓가에 바람을 후- 하고 불어 넣었다. 그러자 오빠는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다시 자기 시작했다. 어쭈? 그렇다면 두번째. 재빨리 오빠의 몸 위로 올라타서 오빠의 태평양같이 넓은 어깨를 잡곤 흔들어댔다. 오빠! 일어나!!!! 내 목소리에 오빠는 오만상을 쓰곤 덮고있던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버렸다. 아 재밌어. 그럼 이제 하이라이트. "오빠" "....아 좀..꺼ㅈ.." "엄마가 나와서 전 먹으래. 안 나갈거야? 그럼 내가 먹는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빠는 벌떡 일어났다. 역시 김석진 아니랄까봐; 존나 식충이; 왜 오빠가 먹은건 전부 키로 가고 어깨로 가는지 의아할 뿐이다. 난 정직하게 온 몸에 골고루 붙어주는데. 오빠는 속이 쓰린지 배를 부여잡고 입으로는 뭔가를 계속 중얼중얼 거렸다. 대충 들어보니 어제 같이 술을 마신 동기들을 욕하는 소리 같아서 신경을 껐다. 나를 한번 본 오빠가 물어왔다. "지민이랑 태형이, 왔어?" "ㅇㅇ 아까 왔어. 정국이도 왔고. 지금 오빠 동생 암 걸려서 뒤지기 3초전이야;" "3.2.1 뭐야. 왜 안 죽어." "오빠 얼굴 보려고." "내 얼굴이 존나 잘생기긴 했지." "? 뭐라는 거지. 인중까지 부은 주제에? 존나 재밌어서 보는 겁니다만?" 실로 지금 오빠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찍어서 널리 널리 퍼트리고 싶을 만큼. 어떻게 사람이 인중까지 부을 수가 있는거지. "오빠는 부어도 잘생겼어. 인정해 김여주."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예, 전 드시러 안나가 보세여? 인중미남님?" "지금 나간다. 턱살괴물아." 개새끼. 한마디를 안져요.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나가봤자 오빠를 맞아주는건 계란물이 입혀지길 기다리는 동태와 부쳐지기를 기다리는 녹두전 뿐일거니까^^! 오늘도 훌륭하게 오빠를 엿 먹였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뿌듯해졌다. 오빠가 없는 틈을 타서 오빠의 침대위로 누워버렸다. 아 술냄새나.. 좋은향기는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냥 지금은 좀 누울 곳이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모든걸 잊고 딥슬립에 빠지려는 무렵에, "너는 하루라도 날 엿 안먹이면 손발이 근질거리지?" 쿵쿵- 코끼리마냥 거친 발소리로 돌아온 오빠가 베개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그걸 이제 알았어? 손발 뿐만이 아닌데. 가볍게 응수하는 내 말에 허- 하고 기가 찬 웃음을 뱉어낸 오빠는 당장 자신의 방에서 나가라고 경고했다. "늬예늬예. 이따 저녁 먹을때 나갈게여." "....." 무슨 소리를 들어도 안나갈거다. 절대. Never. 그렇게 다짐을 하곤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 순간, 몸이 붕 뜨더니 어디론가 안착했다. 시방, 이게 뭐여?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뜨니 세상이 거꾸로 보였다. 거꾸로?! "ㅇ, 이게 뭐야. 내려줘 빨리!!" "나간다고 말해" "아 피 쏠린다고!! 내려달라고!" "나간다고 하면" "이 미친; 나갈게! 내려줘, 쫌!" 그제서야 오빠는 나를 내려줬다. 조금만 늦게 내려줬으면 오늘 아침에 먹은 음식들과 인사할 뻔했다. 아프던 머리가 더 아파진 느낌이었다. ..염병할. 기껏 깨워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아? 괜히 더 빡치는 기분에 씩씩대며 오빠를 노려보았다. 나갈줄 알았지? 웃기고 있네. 절.대 안.나.ㄱ
"너 지금 안나가면," "......" "3달동안 용돈 없다." 쾅 오빠의 방에서까지 쫒겨나고 나니까 정말로 갈 곳이 없었다. 분명 거실에 앉아 있으면 엄마의 잔소리+막노동을 견뎌야만 할 것이다. 우리 집인데 내가 있을 곳이 없어.. 인생 헛 살았나봐 김여주.. 오늘은 까치까치 설날인데..시바알.. 그런 생각이 들어 갑자기 존나 슬퍼졌다. 그래서 외투도 안 입고 그냥 밖으로 나와버렸다. 혼자 쓸쓸한 척, 외로운척은 혼자 다 하면서 궁상을 떨었다. 물론 우리집 대문 앞에서. 춥긴 드럽게 추웠다.
"난 전생에 친일파였던게 분명하고..엄마 아빠는 날 다리밑에서 주워온게 분명하고..오빠새끼는 그 비밀을 알고 있는게 분명하고..." 혼자 그렇게 막장드라마 하나를 탄생시키며 지랄을 떨고 있었다. 북받쳐 오르는 슬픔에 한방울 눈물을 떨궈내려는 그 순간
"? 설마 저 거대한 생명체는.. 김여주?"
"ㅇㅇ 맞는듯. 쟤 저기서 뭐하냐?" 아, ...잊고 있었다. 아직 보스몹은 나타나지도 않았었다는 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저 혼자.. 이런 글이 갑자기 보고싶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편에는 윤기랑 남준이랑 호석이가 나옵니다. 물론 재수없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여나 보신 분들은 댓글 남기시고 포인트 받아가세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항 나 혼자 재미지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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