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김명수가 잘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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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김명수가 잘못했네 (부제: 의도치 않은 2013년판 동백꽃)
오늘씀.
오늘도 학주한테 존나게 쳐 맞았다. 왜냐고? 그건 저 뒤에서 날 비웃고 있는 간사한 티벳여우 새끼 때문이다. 시도때도 없이 자신이 선도부라는 것을 남용해서 나만 겁나 잡아대는데, 실실 웃으면서 잡는 꼴이 얄밉기만 하다. 이 재수없고 얄미운 티벳여우가 이러한 만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은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나는 새 학기를 맞아, 사고 한 건 크게 치고 교내봉사 일주일을 처분받아 화단에 잔디를 학주의 얼마 없는 머리칼이라 생각하며 씐나게 뽑고 있었다. 그런데 불쑥 이 여우새끼가 나타난 것이다. 고개를 들어 뭔 일이냐는 눈빛을 보냈다. 나랑 아이컨택을 한게 그렇게 좆 같았나, 이 새끼 얼굴이 시뻘개졌다. 갑자기 지 손에 들려있던 원피스 초코빵을 내게 던지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이건 뭔가 싶어 암말도 안하고 녀석을 쳐다보니 " 많이 힘들지?" 라고 물어보는 것 이었다. 더운 여름날 바깥에서 쪼그려 앉아 잔디만 뽑고 있는데, 당연히 힘들지 않겠는가. 나는 이건 분명한 시비다.란 생각이 들어 존나 일진짱 처럼 패기있게 " 힘들다면 니가 뭐 어쩔건데?" 라는 개소리를 했다. 정말 후회한다. 쓸데없이 패기만 넘쳤던 일주일 전의 남우현을 패 죽여버리고 싶다. "아니 뭐..." 이러고 여우새끼는 한참 동안 땅만 쳐다보다가 뭔갈 결심했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더니(난 이 때 얘가 나한테 맞짱을 뜨자는 표시인 줄 알았다.) " 크..크흠, 야. 너 그거 아냐? 봉사하면서 먹는 초코빵이 그렇게 맛있단다. 사실 니가 날라리에다가 머리도 안 좋고 성격도 안 좋아서 친구도 없지만 이렇게 친히 초코빵을 주는 착한 친구도 있어야 되지 않겠니? 뭐...난 니가 좋긴 하지만.. ㄸ..딱히 니가 좋아서 주는 것은 아니야." 이딴 신종 개소리를 씨부리는 것 이었다. 맞장 뜰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여우새끼의 말을 듣고 얼탱이가 나가서 빤히 이 놈의 입만 쳐다봤다. 막 지 혼자서 혼잣말을 하는데 안절부절 못 하는 것이 똥 마려운 개새끼 같아서 푸흐흐- 하고 웃었다. 이게 문제였다. 여우새끼는 존나 날라리에다가 머리도 안 좋은 꼴통새끼가 감히 하늘 같은 자기를 보고 웃었다는 것에 대해 빈정이 상했는지, 얼굴이 막 붉으락푸르락 하더니 쌩 하고 가버리는 것 이었다. 그 때 당시 나는 아, 이 놈이 진짜 똥이 마려워서 화장실로 존나 뛰어가는 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그 생각은 매우 병신같은 생각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나를 죽여버릴 듯이 노려보는 여우새끼의 눈빛에 존나 무서워서 하루하루를 공포로 떨어야했다. 처음에는 그냥 째려보더니, 내가 지를 피하자 이젠 매일 시비를 터는 것 이었다. 씨발, 내가 뭘 어쨌다고!!! 난 그저 지 혼자 발광하는 것이 조금 아~~~~~~~~~~~주 쪼오금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 거밖에 없단 말이다. 나는 쓰라린 엉덩이를 붙잡고 절뚝대며 반으로 들어갔다. 반으로 들어갔는데, 글쎄 이 새끼가 내 책상위에 떡 하니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대가리에 악마의 뿔이 달리고 옆에는 삼지창하나 들고 있는 줄 알았다.) 분명 학주 뒤에서 존나 쪼개고 있던 놈이 언제 여기까지 와서 당당하게 앉아서 날 꼴아본단 말인가. 나는 속으론 존나 쫄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내 자리로 걸어갔다. 애새끼들이 우릴 보지만 않았어도 내가 뭔 잘못을 했는진 모르지만 싹싹 빌고 끝냈을 것이다. (절대 학주가 무서워서 그러는게 아니다. 아침마다 실랑이를 하는게 귀찮았을 뿐이다.) 아무튼 난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며, 어떻게 해야 나의 가오를 세우고 이 여우새끼의 지랄을 끝낼 수가 있을까를 생각했다. 내가 이 여우새끼를 (두려움에)떨리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여우새끼가 나를 보고 한 쪽 입매를 끌어올려 비웃더니, " 나한테...할 말 없어?" 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드디어 이 새끼가 불쌍한 나를 괴롭히는 일을 그만두고 나의 사과를 받아줄 의향이 생긴 줄 알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졸라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듯이 눈을 반짝반짝 밝히는 애새끼들을 보고 나는 차마 아직은 여우새끼한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서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여우새끼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쪼르르 뒷 문으로 나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여우새끼의 뒤를 쫓아 나갔다. 여우새끼가 멈춰선 곳은 웃기게도, 우리 학교에서 고백을 제일 많이 한다는 벚꽃도 다 지고 이파리만 무성한 벚꽃나무 아래였다. 벚꽃나무 아래로 보이는 여우새끼의 얼굴은 매우 설레어 보였다. 내가 사과를 하는게 그렇게 좋은가...라는 생각이 들어 여우새끼가 좋아하는 사과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여우새끼가 내가 처음 여우새끼를 보았던 그 표정으로 한참을 멍 때리더니, 이윽고 어깨를 들썩이는 것 이었다. 나는 여우새끼가 내 사과가 맘에 안 들어서 화난 줄 알고 더 열심히 빌었다. 그랬더니 이 여우새끼가 와앙-하고 우는 것이 아닌가. 내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하필이면 저기 멀리서 학주가 "남우현이!!!!" 하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OMG. 나는 제발 여우새끼의 울음이 그치라고 더 더 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하지만 여우새끼의 눈물은 그칠 기미를 안 보였고, 결국 학주한테 나는 귀를 잡혀 생지실로 끌려갔다. 퍽- " 한 대요~" 퍽- " 두 대요~" 오랜만에 엑스칼리버를 잡은 학주의 얼굴은 매우 상기되어 있었다. 나를 이렇게 복날에 개 쳐 맞듯이 맞게 한 여우새끼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의 엉덩이가 부풀어 오를수록, 그 새끼에 대한 미움은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 새끼가 나한테 대체 왜 이럴까 하며 눈물이 나오려고 할 때. 나는 깨달았다. 이건 이 새끼의 엄청난 음모와 계획이라고. 이런 생각이 드니, 나는 더 참을 수가 없어졌다. 나는 나오려고 준비하고 있는 눈물들을 잘 다스리고 마지막 한 대까지 성실히 맞으며, 복수를 다짐했다. 복수라고 별로 대단하진 않았다. 일단 나는 일진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지위를 철저히 이용하기로 했다. 저기 멀리서 키만 멀대같이 크고 삐적마른 찌질이1이 걸어왔다. 나는 겁나 쎈캐 표정을 짓고 손가락만 까딱대면서 찌질이1을 내 앞으로 이동시켰다. 평소에 놀기는 해도 일진 짓거리는 하지 말자라는 소신을 가지고 신나게 놀기만 했던 나는 일진들에게는 별거 아닐 행동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찌질이1은 쭈뼛대며 내 앞에 와서 섰다. " 야, 너. 걔 좀 체육창고로 불러와라." "ㄴ...누구 말이야. 우현아?" " 선도서는 애 중에 걔 있잖아, 티벳여우 닮은 애." 찌질이1은 나의 설명에 매우 난감하다는 듯이 어쩔 줄을 모르더니,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벌벌 떨며 말했다. 이름을 말해줄려고 성가시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새끼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완전 쉣 더 빡이었다. 내가 눈썹만 꿈틀거리고 있자, 찌질이1은 지 혼자 무서워서 더 떨어댔다. 나는 불쌍한 찌질이1을 놔주기로 했는데, 화장실에서 여우새끼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급히 찌질이1한테 저 새끼 데려와. 알았지? 라고 말한 후 여우새끼가 날 보지 못하도록 존나 뛰어서 코너 뒤 쪽으로 숨었다. 나의 계획은 대강 이러하다. 1. 여우새끼 불러놓고 안 가기. 어떤가. 정말 씽크빅 돋고 생각만 해도 화가 나고 수치스럽지 않은가. 나는 혼자 꺽꺽거리며 웃다가 정색을 하고 반으로 들어갔다. 반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학주한테 맞은 엉덩이가 바늘방석 위에 앉은 듯 따갑고 아파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내 고통이 다 여우새끼 때문이란 걸 생각하니 치가 떨렸지만, 앞으로의 복수를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숙여 끅끅 대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행복했다. 하루종일 여우새끼를 생각하다가,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나는 바람보다 더 빠르게 체육창고로 달려갔다. 여우새끼의 화난 모습을 볼 생각에 들뜬 나는 체육창고 뒤에서 여우새끼를 기다렸다. 하지만, 여우새끼는 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많은 계획들을 실행에 옮긴 나는 곧 절망하고 말았다. "아니, 어떻게 하나도 안 걸릴 수가 있지?" 여우새끼는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체육창고는 훼이크란 걸 어떻게 알았는지 오지도 않았고, 다시 찌질이1을 불러 학주가 오라 그랬다고 말하라고 시켰지만, 여우새끼는 소름돋게도 학주랑 다정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여우새끼가 있다는 매점으로 가서 여우새끼의 어깨를 때리려고 했지만 여우새끼는 이미 도망간 후였다. 나는 분노에 휩싸여서 자폐아 처럼 손톱을 뜯었다. 그리고 머리를 막 엉망으로 흐트렸다. 그런 나를 애들은 미친 놈 보듯이 봤지만, 신경은 전혀 쓰이지 않았다. 단지 타도! 여우새끼! 만을 생각했다. 나는 여우새끼가 걸릴 수 밖에 없는 치욕스럽고 정말 당하면 울어버릴 것 같은 그런 계획을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든 것도 없는 머리가, 어떻게 그런 계획을 세우겠는가.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역사 시간에 들은 논개를 생각했다. 댓츠 굳 아이디어! 계획2 1. 학교 전체를 뒤져 여우새끼를 찾아낸다. 어차피 나는 몰래 숨어서 그 새끼가 하는 것은 못하고, 있는 건 학주한테 맞아서 단련된 맷집과, 패기 밖에 없다 이거야. 난 학교 전체를 뒤져서 여우새끼를 찾아낸 후 뒷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서 막무가내로 여우새끼의 멱살을 잡고 벚꽃나무 아래까지 질질 끌고 갔다. 물론 사람 많은 곳만을 지나서 말이다. 여우새끼는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쪽팔린지 얼굴이 시뻘개졌다. 나는 전쟁에 참전했다가 승리를 쟁취한 군인 마냥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나의 위대함을 여우새끼한테 보여줬다. 그리고 내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복수를 시작하기 전에 심호흡을 했다. 여우새끼는 왠지 모를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왜죠? 그리고 혀에 모터가 달린 듯이 속사포로 빠르게 욕을 뱉어냈다. "너, 내가 존나 만만하냐. 만만하냐고. 어? 씨발 내가 이건 쫌생이 같아서 말 안하려고 했는데, 20xx년 x월 xx 일, 머리 겨우 1미리 길다고 잡았지. 그리고 그 날은 어? 다른 애들은 다 들여보내 주고선 나만 지각 잡고...씨이. 흑." "씨이발, 존나, 킁, 티벳여우, 크헝, 닮은게, 나만, 흐어엉." ........이게 뭔 소리냐고? 씨발. 뭐긴 뭐야. 분에 못 이겨서 쳐 우는 찐따 남우현의 복수 하는 소리지. 여우새끼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존나 썩었다는게 아니라, 뭐랄까 마치...빠순이들이 자기 가수가 1위해서 기쁨에 못 이겨 질질 짤 때를 보는 그 가슴 아픈 표정 이라고나 할까. 여우새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안아주었다. (이제와서 밝히는 거지만 솔직히 여우새끼가 나보다 한 2센치 정도 더 크다.) 폭신한 것이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아 더 펑펑 울었다. 아이들의 고발을 받고 얼마 없는 앞머리 휘날리며 뛰어 오신 학주는 여우새끼의 제지로 인해 그대로 발길을 돌려 터덜터덜 생지실로 돌아갔다. 여우새끼가 어깨에서 나를 떼 놓고 나와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나는 여우새끼의 눈 대신에 명찰을 바라봤다. 이름은 김성규 였고 나보다 1년 선배였다.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여우새끼는 아니, 성규선배는 꽤 귀여운 얼굴을 갖고 있었다. 작지만 길다란 눈과 하얀 얼굴, 높은 콧대와 작은 입술, 오히려 잘생겼었다. 그렇게 넋 놓고 여...아니 성규선배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을 때 성규선배의 입이 열렸다. " 진짜, 나한테 할 말 없어?" " 엉?" " 정말 없는거야?" "미,미안. 아니 죄송...합니다." "에이, 썅. 김명수 죽여버리겠어." "에?" "있잖아.." 저기...내가 말이야. 어... 오해하지 말고 들어줬으면 해. 그러니까... 성규선배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 처럼 붉어지더니, 갑자기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성규선배의 까만 머리칼이 날렸다. 분명히 벚꽃은 다 져버렸을 텐데, 왜 내 눈 앞에는 분홍색 벚꽃잎이 날리는 걸까. 벚꽃나무 아래서 수줍은 선배의 뺨은 홍조로 물들어 참....예뻤다. "우현아, 내가 널 좋아...해." 이 말 한 마디만 남기고, 선배는 학교로 뛰어갔다. 나는 얼이 빠진 채로 벚꽃나무 아래서 그대로 서 있었다. 왠지 간질간질했다. "..간지러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뭘 쓴 거죠?
평소 문체와 매우 다른 정말 다른 스타일로 써 봤는데
망했네요. 제목이 왜 김명수가 잘못했네 인지는 下편에 나올 거에요
언제 나올지 모르는게 함정.
내일은 아니 오늘 밤에는 한남동 3,4편 들고 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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