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백] Rebirth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1118/8b5695e2c25319a002fab838846ebc1d.gif)
경수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경수가 회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나간 적은 많았지만, 아예 외박을 하고 온 날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경수가 자주 올라가던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봤다. 꼭대기 층이라 얼마 되지도 않는 계단 몇 칸인데도 올라가는 길이 슬프다. 경수가 이 계단을 올라갈 때도 이런 마음이 들까.
손잡이를 밀어서 문을 여니 경수가 난간에 위험하게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인다. 경수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이다.
옆에 꽁초 자국이 없는걸 보아하니 바깥으로 버렸을 게 분명하다. 불이 다 꺼지지도 않았는데 아래로 떨어지는 담배를 보면서 경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밤늦게까지 여기서 뭘 하고 있었나, 쓸데없는 걱정만 머리에 맴돈다.
"경수야, 보고 싶어."
"… …."
"나 안 보여?"
"… …."
경수가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난 게 분명하다. 나를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경수가 나에게 말을 건 게 언제였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니면 머릿속에는 경수만 가득 차서 나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후자일 게 틀림없다. 내가 경수를 기억 못할 리가 없잖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장소인 것 같아."
이상하게 여기만 오면 가슴이 막 뛰어. 너를 보는 것처럼. 그래서 좋아.
"죽을 것처럼 두근거리는데도, 마음이 편해."
그냥 우리 집 천장 위의 세상인데도 그래.
경수는 여전히 말이 없다.
경수랑 같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었다. 지금은 경수도, 나도 안피우지만. 사실 그래서 아까 담배를 태우는 경수를 보고 놀라기도 했고 조금 설레기도 했다. 담배를 끊은 남자는 정말 독한 사람이라던데, 무슨 일이 여린 너를 그렇게 독하게 만들었니. 무슨 일이 독해진 너를 다시 담배를 집게 만들었니.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답이 없을 걸 알기 때문에 조용히 경수 옆에 서있었다. 조금씩 동이 트는 것이 보인다. 내 마음도 조금씩 편해진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도 같다.
***
경수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동네 슈퍼에 가는 것 같아 따라 나갔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는 거라 기분이 좋았다. 계단을 조심히 밟아내려가는데, 또 마음 한편이 찌르르하다. 경수의 팔뚝을 꾹 잡고는 다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경수는 아는지 모르는지, 내게 걸음을 맞춰 천천히 내려갔던 것 같다.
슈퍼에 도착했다. 거의 구멍가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낡고 볼품없는 가게였지만, 길 건너 있는 편의점보다는 우리는 여기를 더 자주 찾았다. 이유라고 해봤자 몇 되지 않지만 줄줄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중 하나가 항상 여기 계시는 할머니시다. 우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에게 칼을 들지 않으신 분이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뒤섞여 굴러다니다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내린다.
경수가 할머니께 자연스레 인사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몇 개 꺼내어 앉아서 먹는다. 경수의 옆에서 나도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베어먹었다. 경수는 할머니 옆에서 조곤조곤 말을 하다 또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할머니가 경수의 머리를 안아주며 썩을 것들, 하며 욕한다. 요즘 경수의 우는 모습을 자주 보는 것 같아 아픈데 지금은 저렇게 위로해 주는 사람도 있으니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니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경비원 아저씨가 어이 도선생 하고 불러서 경수도 나도 깜짝 놀랐다. 경수는 표정이 금세 불퉁해져서는 경비원 아저씨를 삐딱하게 쳐다본다.
"무슨 일이신데요."
"거, 뭐냐, 그때 일은…."
"필요 없습니다. 들어가 계세요."
"아니 나도 그럴 줄은 몰랐지. 그렇게 변……."
"…미안하게 됬수다."
경수는 끝까지 듣지도 않고 뒤돌아 가버렸다. 아저씨가 사과하는 데 경수가 무시 한 것이니 경수가 잘못한 게 맞지만 나는 아저씨께 화가 난다.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콩깍지인지, 아니면 다른 큰 이유가 있는지.
"백현아."
"… …."
"현이야…. 왜 그랬어."
"… …."
"신경 쓰지 않기로 했잖아. 왜 그랬어."
집에 와서는 경수가 아예 넋이 나간 채로 말을 한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금방이라도 깨어질 유리처럼, 금방이라도 끊어질 실처럼. 속상하다. 안타깝다. 내가 벌벌 떨며 말할 때는 경수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아 속상했는데, 경수가 나에게 말을 할 때는 나도 아무 단어도 뱉을 수 없어 또 내가 속상하다. 그 덕에 우리 사이에 오가는 말이라곤, 모든 것이 함축된 혼잣말뿐이다.
바보같은 백현이가 자기 생각은 안하고 경수 걱정만 하는 게 잘 보이는지 걱정이에요! 오백이들과 슈퍼 할머니, 경비원 아저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독방에서 제목 추천 해주신 익인이 감사합니다. 댓글 쓰시고 구독료 받아가세요 담배는 여러가지로 몸에 해로우니 피우실 생각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ㅜㅜ 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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