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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Blind)

: 눈을 감았다

 

 

 

 

 

 

 

 

 

망했다. 끝났다. 생각나는 말이라곤 그딴 것뿐이라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 속에서 백현은 침묵했다. 그것 말고는 저가 할 게 없는 것 같아서. 알몸으로 뒤엉킨 두 몸은 분명 백현이 3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의식 속에서라도 한번쯤은 만들어내고 싶어 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가 될 줄은 몰랐다. 충동적으로 취한 친구를 탐했고, 친구는 취기 때문인지 아니면 백현과 같은 충동을 느꼈는지 짐승같이 달려들던 백현을 받아주었다. 참지 못한 충동이 남기는 것은 후회와 만족감이 뒤엉킨 알 수 없는 감정뿐이었다. 백현이 제 밑에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비단 죄책감 뿐만은 아니었다.

 

 

 


“ …어, 경수야… 그러니까, 어… ”

“ ……괜찮아. ”

“ 어? ”

 

 

 


바라던 답이 아니었다. 차라리 답을 안 해주었으면 했다. 아니면 울던지, 저에게 욕을 하던지, 백현은 경수가 그러길 바랐다. 저와 뒹군 것을 순전히 백현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책임지라고 하길 바랐다. 백현은 그렇게 마음 구석에서 작게 스미는 죄책감을 핑계 삼아 이미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진 희열감을 숨기고 싶었다. 이제, 온전히, 경수를 제 몸에 담았다는 그 희열감. 그런데 경수는 밑도 끝도 없이 괜찮다고 한다. 미안함으로 도금 되었던 제 표정에 금이 간지도 모르고 백현은 경수를 그저 멍하니 보고 있었다. 풀린 눈이나 엉망이 된 발음이 지금의 경수가 얼마나 제정신이 아니란 걸 알게 했지만, 그 다음에 올 말은 제정신으론 도저히 뱉을 수 없는 진실이라는 걸 백현은 직감으로 알았다.

 

 

 

 

“ 나, 처음아니니까… ”

“ …… ”

“ 굳이 책임진다거나, 뭐 안 그래도 돼… ”

 

 

 

 

그 말이 꼭, 저는 이미 더럽혀졌으니 몇 번이고 진흙탕을 뒹굴어도 된다- 라는 뜻 같아서, 진흙탕 신세로 전락해버린 백현은 고개를 끄덕일 수도 저을 수도 없었다. 알 수 없는 패배감이 일었다.

 

 

 

 

 

 

 

02:

 

 

 

 

 

 

 

아, 내가 그랬던가? 수없이 너와의 추억을 떠올릴 때면, 늘 마지막은 의문이 들었다. 그때 내 표정이 그랬던가? 그때 네 웃음소리가 그랬던가? 이런 너무 구체적이고 자잘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들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것들은 아주 작지만 생각하는 것에 따라서 그때의 분위기도, 내가 느꼈던 감정도 정반대로 뒤집을 수 있는 것이라서, 나는 늘 의문을 가졌다. 혹시 내가 너와의 일을 좋은 추억으로 꽁꽁 싸매고 싶어서, 그래서 그런 미미한 것들을 마음대로 지어낸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개의 작은 기억을 조작해도 미화시킬 수 없는 큰 기억이 있다.

 

 

 

 

‘ 내가, 그러니까 내가 그랬다고? ’

 

 

 

 

그렇게 얘기하는 목소리는 늘 그렇듯 신이 나 있었지.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 지옥같다는 걸 알면서도 너는 신난 걸 주체하지 못했어. 나는 울었고 너는 웃고 있었지. 나중엔 꽤 질려했었던 것도 같다. 이 기억을 떠올릴 때, 마지막을 장식하는 의문은 내가 던진 게 아니었다.

 

 


아, 내가 그랬던가?

 

 


그건 아무리 들어도 네 목소리였다. 이 거지같은 기억을 미화시키긴 커녕 더 악화시키는 너의 질문이 나는 아직도 생생해서 몇 번을 떠올린다. 아니 애초에 그 목소리는 내 기억의 수면 위에 줄곧 떠있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가라앉지 않는 그것는 귀를 막고 도망쳐봐야 소용없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눈을 감고 니가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있잖아, 오늘 너 알바 끝나면… ”

“ 어서오세요 손님- ”

 

 

 

 

내가 일하는 곳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혼자서 정리하고 관리하기에 딱 적당한 크기의 편의점이다. 손님도 그렇게 많지 않고, 점장님도 정이 많고 따뜻하신 분이셨다. 편의점에 알바생도 아니면서 매일같이 들러붙어있는 변백현을 보고서도 웃으며 그저 머릴 쓰다듬어 주시던 점장님. 만약 내가 그냥 하고 싶은 것 없이 떠돌기 바쁜 갓 성인에 불과했다면 점장님을 깊게 신뢰하고, 내 사람이라는 울타리 안에 이미 들여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나쁜 놈들을 마주한 만큼 착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으나, 이미 다 부서져버린 울타리는 어디가 내 사람의 범주 안이고 어디가 낯선 이의 자리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 왜 무시해? ”

“ … 4500원입니다. ”

“ … 왜 무시하냐고 묻잖아. ”

“ 안녕히가세요, 손님 ”

 

 

 

 

입을 좀 다물고 있을 수는 없는 건가. 변백현이 눈치가 없다는 건 3년 전, 처음 말을 섞었을 때부터 감이 왔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느 정도 정신머리가 있었다면 지난 밤을 되묻고, 얼빠진 채 듣기만 하던 저를 보면서 아 얘가 기억이 없구나, 필름이 끊겼었구나 정도는 유추해냈을 것이다. 변백현은 늘 기대 이상으로 멍청하고 멍청했다. 그걸 줄줄이 제 입으로 나열하고서, 이런 일이 있었잖아- 기억나지? 하는 표정으로 바로 저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어쩌면 다 알면서도 제 뜻대로 되길 바랐기에 모른 척하고 눈치없는 척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간 봐왔던 변백현의 행실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길 포기했다.

 

 

 


“ 야, …경수야, 화났어? ”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변백현의 집을 나와, 해장국을 먹으러 가야한다는 실없는 소리를 뱉는 녀석을 무시하고 집에 가서, 아무도 없는 텅빈 거실에 안도하고 욕실에 들어서 온몸을 깨끗이 닦을 때, 시간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몸부림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기엔 시계의 바늘이 오늘은 안될 거 같다고 얘기하고 있었지만, 알바에 가서 손님이 없는 그 시간을 이용하면 될 것 같다 싶었다. 어젯밤 3년 친구와 거사 아닌 거사를 치루고, 저만큼이나 복잡한 머릿속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던 백현이 편의점에 올 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어디다 처박아두고 꺼내지 못했는지.

 

 

 

 

“ 경수야 …… ”

 

 

 

 

변백현이 멍청한 건 남들보다 어린 생각이 한 몫한다. 좀만 제 뜻대로 안되면 짜증을 막 부리다가, 종점에서는 늘 울먹이며 이름을 불러댄다. 가끔은 그게 부럽다. 그런 유치한 방법이, 어느 누구에게도 안먹힌 적이 없었다는 게. 물론 그 중에는 나도 속해있다. 나는 변백현이 울먹일 때면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를 보듬었고, 그를 용서했다.

 

 

 

 

“ 화난 거 아니야. ”

“ 그럼 왜 내 말 다 무시해… ”

“ 그냥, 머리가 복잡해서 그랬어. ”

 

 

 

 

왜 복잡한데? 뭐가 널 그렇게 괴롭히는데? 혹시, 나 때문이야? 얼굴에 다 티가 난다. 평소보다 처진 눈꼬리나 꾹 다물린 입이나 깍지를 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는 두 손이나 몸 구석 구석 보이는 곳 마다 나를 향한 걱정을, 또 저와 나 사이의 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다. 입이 열리길 기다리는 것에 한계가 올 쯤, 재고를 실은 트럭이 편의점 앞에 세워지는 게 유리창 너머로 보여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열릴 것 같지 않던 입이 목소릴 뱉어냈다.

 

 

 

 

“ 책임진다고 했잖아. ”

“ …… ”

“ 복잡해하지 않아도 돼 ”

 

 

 

 

니가 친구로 남길 원한다면 친구로 남을게, 뒤 따르는 말 속에는 겉과 다른 속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친구로 남는 건 아니지 않아? 몸도 섞었는데, 변백현의 말을 글자로 옮겨 적으면 그 뒤에 괄호를 치고 저 말을 집어넣어야 할 것 같았다. 친구 말고, 더 가까운 사이. 더 깊은 사이로 발전하고 싶은 욕망. 그것이 변백현에게 이미 자리잡았다면, 나는 도망쳐야했다.

 

 

 

 

“ ……재고 정리만 도와주고 오늘은 갈게, ”

“ 아니, 혼자서도 할 수 있어. ”

“ 야, ”

 

 

 


얕은 한숨소리가 들렸다. 변백현과 이렇게 실랑이를 해본 적은 처음이여서, 솔직히 불안했다. 변백현을 잃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아니라, 자꾸 말을 이어나가면 거기에 뭐라고 답해야하나 같은 어쭙잖은 이유로의 불안이었다. 그러나 내 불안은 쉬이 사그라 들 수 있었다. 변백현이 일어났다. 계산대에 어느 순간부터 두 개로 불어난 의자. 당연히 변백현의 자리라는 듯 새로 생긴 의자엔 아무도 앉지도, 관여치도 않았다. 그 자리의 주인이 의자를 벅차고 일어났다. 표정이 여느 때와는 달라서 조금 무서웠다. 나를 여느 때와는 다른 표정으로 빤히 보다가 그냥 나가버린다. 딸랑, 종소리가 그날따라 사람을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했다.

 

 

 

 

 

 


****

 

 

 

 

 

 

학교에 가는 게 너무 싫었다. 평소엔 말짱한 몸이 학교에 가면 절로 굽어지고, 절로 흐물거렸다. 골골대다가 조퇴하는 것도 뻔한 일과 중 하나였다. 조퇴증을 출석부에 꽂아두고, 아무도 없는 교문을 혼자 나서고, 내 또래라곤 볼 수 없는 한산한 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 부러 두정거장 전에 내린 것은 조금이라도 나를 조롱하지 않는 평화로운 밖을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길을 가다가 담배꽁초를 발견하면 담뱃재를 손가락에 덜어 눈에 비벼봤다. 눈병에 걸리면 일주일이나 학교를 안가도 되는 명분이 생긴다. 집에 오면 밥 대신 수돗물을 먹었다. 그 정도로 척박한 가정형편은 아니었다. 그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병에 걸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기에 해보는 짓이었다. 가끔가다, 정말로 참을 수 없을 땐 새벽에 몰래 화장실에 가 잠옷을 홀딱 벗고 찬 물에 담구었다. 푹 젖은 옷을 다시 꿰어 입고서 이불을 던져놓고 맨몸으로 잠을 잔적도 있다. 그렇게 뻘 짓을 할 정도로 그 때의 난 학교가 싫었다.  그렇게 아픈 게 나을 정도로 학교에 가면 아팠다. 몸도 마음도, 정신머리도 썩어 문드러질 것 같았다.

 

 

 


‘ 순수한 척 대박이다 진짜. ’

‘ 자기만 살겠다고, 지 여동생을 그 꼴로 만든 주제에. ’

 

 

 

 

억겁이 지난대도 잊지 못할 것이다. 버스에 사람이 붐비면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타지 않았다. 산책을 하다가도 모여 있는 무리가 다가오면 뒷걸음질 쳤다. 이어폰을 끼고 다니지 않으면, 혼자 걷기조차 눈치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수많은 조롱과, 혐오를 받아내면서 나는 다짐을 하나 새겼다. 이젠 되새길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새기고, 또 새겨서 다시 새기려 몸에 손을 대면 글자를 새긴 마음의 피부가 견디지 못하고 뚫려버릴 것이다. 그 정도로 새겼다. 피가 몽글몽글 피어오를 정도로 새기고 또 새겼다. 나에게는 주문과도 같은 다짐, 흔들리고 흔들릴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며 세상을 눈 뜬 장님으로 살게 만들었던 다짐.

 


누군가를 곁에 두지 말자. 내 울타리를 넘지 못하게 부숴놨으니, 이제 내 사람의 범주란 공간은 존재치 않는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누구보다 활발히 지내고, 발넓게 지냈던 건,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경계를 두지 않아서 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울타리를, 누가 고치려한다. 일부러 놔두었던 쓰러진 울타리를 다시 땅에 꽂고, 못질하고. 그게 누군지는 뻔히 나오는 답이라 역시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뻔히 나오는 답이라도, 입으로 뱉어버리면 정말 정답이 될 것 같아서. 나는 또 눈을 감는다. 영원히 맴돌 것 같았던 그의 목소리가 눈을 감으면 지나가듯이, 변백현의 알 수 없는 행동들도 지나 갈 것이다.

 

 

 

 

 

 

 

*******

 

 

아마 다음편은 다음주 중에 올라올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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