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 얘 또 꽐라야. 나 얘네 집까지 못데려다줘! 야 폰패턴이나 풀어 "
"아..안돼 백현이는 안돼.. 도경수불러 경수! 우리경수.."
"이 야밤에 경수를 어떻게 불러!또 내일 흑역사 쓰려고 ... 아 빨리 내 폰으로 전화하기 전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을 만나는 바람에 못마시는 술을 너무 마셨더랬다.
한 잔 두 잔이 한병이 되고 한병이 두병이 되니 몸이 말을 안듣는다.
친구 얼굴이 두개로 나뉘어보이는 순간에도 나는 폰을 뺏기지 않으려 매우 필사적이였다.
아..변백현 무서운데 안돼는데..
취한 날 집까지 못데려다 준다는 매정한 친구가 결국 자기 폰으로 백현이에게 전화를 건다.
"야 변백현 여기 시내, 얘 정신못차린다 데리고 들어가.어.어어..빨리와..아냐 안먹였어! 혼자먹었지 어휴.. 어어.."
전화를 끊고 난 후 친구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계산을 한다.
"나 변백현 빡친거 감당못해 걔 아마 10분내로 올꺼거든? 간다! 아침에 연락할께!"
결국 친구는 변백현을 부르고 가버리고 취기가 오를대로 오른 나는 지금 얌전히 변백현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
지금쯤 집에서 나와 폰을 들고 택시를 잡고있는 변백현의 신경질적인 표정이 떠오른다.
날 보자마자 한소리하겠지 그리고 난 내일 엄마에게 강스파이크로 등짝을 맞겠지.
10년지기 친구인 주제에 서로 돕고 살아도 모자랄 판에 매번 엄마에게 나의 과음사실을 일러바치는 변백현이 얄밉다.
"경수 부르라니까 경수..."
혼자남아 빈 소주병을 기울이며 경수를 연거푸 불러댔다.
밉상 똥강아지 변백현보다 같은 과 1년 후배 경수가 더 나를 안전하게 집에 바래다줄것같았다.
사실 그렇게 많이 친한 후배도 아닌데 술에 취하니 별소리가 다 나온다.
술기운이 오를대로 오르니까 얼굴은 열이나 벌게지고 술집안은 시끌시끌하니 머리가 아팠다.
덥기도 덥고 정신도없고.. 다 채워져있던 블라우스 단추를 두개쯤 푸르고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떼어 거리로 나섰다.
바닥이 자꾸 덤비고 전봇대가 두개, 세개.. 가로등도 세개,네게... 어딘지도 모르겠고 기분은 방방뜨고 이것 참 오랜만에 내가 술에 취했구나 싶었다.
데리러 오기로 한 변백현을 잊고 한참을 걷다 걷다 보니 낯설은 길이 나온다.
어둡고 사람도 안다니고 무섭다. 술쳐먹고 괜한 짓했다 싶었다. 오랜만에 신은 힐에 발은 아프고 이상한 아저씨들만 보이고 뒤돌아가고싶은데 왔던 길이 어딘지 기억이 안난다. 갓뎀.. 이런걸 바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는거구나.
아까부터 연신 밥달라고 삐용삐용거리던 폰을 열어보니 베터리가 3% 남았네.
변백현에게 전화를 거는데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없어 삐-소리후 ..."
안받는다. 안받아..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아프고 정말로 무서워졌다.
못생긴 얼굴믿고 나대다가 진짜 누가 잡아가서 장가라도 빼가면 어쩌나. 엄마 아빠 얼굴 다시 못보면 어쩌나. 우리 뽀비 밥도 안주고나왔는데. 그리고 변백현.
나 데리러 나온 변백현은? 내 10년지기 밉상 비글시끼... 나 엄청 찾을텐데.
술기운에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술안잔 거하게 걸친 택시기사 아저씨무리가 마치 내 장기를 노리는 나쁜 아저씨들처럼 보이고.. 눈물이 툭 터졌다.
멘붕이다. 집에 가고싶다. 집에 가고싶은것보다 백현이가 보고싶다.
뭔지 몰라도 그 녀석이 제일 보고싶다.
우리 백현이 항상 나 뒤치닥거리 해줬었는데 나 매일 집에 데려다 주고..결국꺼진 핸드폰을 쥐어잡고 주저앉았다.
"흐어어엉 ..백현아아... 변백현... 흐..어디야"
팔에 고개를 파묻었다. 1분이 마치 10분처럼 느껴지고 여름바람은 눅눅하게 불었다.
"야! 000! 거기 딱 가만있어!"
요란한 발소리에 파묻은 고개를 번쩍드니 백현이다. 저 멀리가 금새 뛰어와 내앞에 섰다.
얼굴을 올려다보니 앞머리가 온통 땀에 젖었다. 고개를 내려보니 신발은 삼디다쓰 쓰레빠고...
그런 백현이를 앞에두고 긴장이 풀리자 마자 또 엉엉 통곡하겨 울어재꼈다.
"너....야..너 왜울어..그러니까 기지배 뭐하래 맨날 술은 쳐먹길 쳐먹어!"
우는 날 보고 많이 놀랐는지 날 일으켜세우곤 요리조리 살핀다.
"왜. 어디 넘어졌어? 아님 누가 쫒아왔어? 뭐야 어디 다쳤어 어디봐봐"
무서운 표정을 풀고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하는 백현이를 보니 이런 나도 친구라고 오랜시간 옆에 있어준 백현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발이 너무많이 까져 걷지 못하는 날 등에 엎고가는 백현이에게서 베이비 로션냄새가 희미하게 난다.
내가 그저께 선물로 준건데..
핸드크림 떨어졌다고 어디선가 핸드크림을 사왔는데 내 취향이 아니길래 내가 쓰는 베이비로션으로 선물해주었다.
그랬더니 또 내가 준걸로 금새 바꿨네
우쭈쭈 귀여운 내시끼
기특한 마음에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자 백현이의 걸음이 멈칫,한다.
"뭐야, 뭔데! 왜 머리는 만지고 난리야. 얌전히 잠이나 자지"
퉁명스러운소리가 아래에서 들린다.
새끼... 이뻐서 그러는데 가만있지 좀
"왜! 안돼?"
"아 술냄새. 입닫아 떨어뜨리기전에"
말하는 뽄새하곤....
"백현아, 많이 화났어? 이제 술먹고 안부를께..매일 미안해 매일 고마워."
진심어린 나의 말에 백현이가 피식웃는다
"고맙긴하냐? 술만마시면 그러더라 넌.. 나한테 고맙기만해?"
삼디스를 질질끌던 걸음을 멈춘 백현이가 낮은 목소리로 물어온다.
"몰라...너 냄새...되게좋아..지금"
뭐야, 무슨대답을 원하는 건지 생각할 새도없이 백현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뭐라고 중얼거리다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딴 남자 부르지말고 나 불러. 아무도 안심못하니까..술좀 그만마시고.. 술버릇도 고약하면서 멍청아..걱정좀 그만시켜..울긴 뭘그렇게 이쁘게 우냐..혼내지도못하게.. 우리가 친구인거.. 조금 싫다 나.."
백현이가 뭐라고 조곤조곤 말하긴 하는데 그 마저도 삼디다스소리와 사람들의 요란한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미안해 백현아
굿나잇
*
이게무슨..ㅋㅋㅋㅋ오밤중에 똥글망글 싸지르고가네여...
처음쓰는 글이라서 진짜 재미때까리없으실텐데...
아무튼..배큥이는 사랑입니다 하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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