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보자]
학교에서 수상경력도 많고, 봉사시간도 꾸준히 채우고 성적까지 관리하는 김여주.
중학교 때부터 반장을 하고, 친구들에게까지 친절해서 여주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몇 없었다.
오히려 여주를 괴롭히려 하면 여자던 남자던 모두 화 낼 정도.
심지어 외모까지 이쁘장했다. 그리 타고난 외모는 아니였지만, 긴 생머리에 앞머리를 넘긴 여주는
피부도 뽀얀데다가 깨끗했고, 속눈썹 긴 눈이 남자아이들을 설레게했다.
여주는 자기 장점을 고르라면 눈썹정리하는데 시간 얼마 안걸리는거요! 라고 대답했지만.
여주를 건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호의적이였다.
여주는 아무리 남자아이들이 고백해와도 정중히 거절했다.
거절을 하도 하니 여시년이 어장치는거다,했지만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도 믿지 않았기에 어장설은 묻혀들어갔다.
문제는
그런 여주에게 남자가 생겼다.
소문 안좋은 오세훈.
오늘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학교 급식소에서 석식을 먹고 나오자마자, 우르르 쾅! 천둥소리와 함께 쏴- 하며 내리는 비.
아이들이 모두 아 우산 안들고왔는데! 하며 반으로 뛰어간다.
운동하던 아이들도 모두 반으로 들어간다.
비냄새가 좋다 생각하며 먹던 우유를 쪽쪽 빤다. 음, 초코우유 하나 사먹고싶다.
하늘을 잠시 물끄러미 보다가, 교실로 향한다. 비가 와서 그런지 으슬으슬하다. 내일은 패딩이라도 입어야할려나.
교실에 들어가려는데, 복도부터 분위기가 이상하다. 너무 조용하다 싶었다.
비오는날 석식시간인데,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반에 가자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다.
" ... "
앉아서 폰만 하고 있는 아이. 전학왔나? 고개를 갸웃했다.
새학기가 시작된지 3일정도밖에 안됐던 터라, 아파서 잠시 학교를 나오지 않은 아이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사실 아팠을거란 생각은 몇초 뒤 접었다. 어깨깡패같은 모습에,
감기 걸려도 바로 나을 것 같은 몸집이였으니. 하지만 아이는 너무나도 하얬다.
백인이라고 해도 믿겠다 싶을정도로 하얀 듯 했다.
... 고개를 돌렸다.
" 어.. 혹시 이름이 뭐야?"
아이가 나를 쳐다봤다. 으, 눈 엄청 째졌구나, 무섭게 생겼네. 원래 사람은 눈을 봐야한다는 철칙이 있는 나여서,
절대 친구들이던 선생님이던 얘기할 땐 눈을 딱 마주치고 얘기했는데..
얘만큼은 절대 못 할것같다.
... 무서운 친구들도 원래 잘 마주쳤는데. 얘는 왜이러지.
엄청 무섭게 생겨서 그런가.
" ...오세훈. "
" 와 비행기!!!!!!!!!!"
" 비행기도 못타봤냐! 하여튼 촌년."
"서울 촌년이다 뭐! "
시끌벅적, 친구들과 비행기에 탑승하자 설렘이 또 생겨났다.
와, 고2수학여행이라니!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안전벨트를 멘다.
이륙하기 전, 핸드폰을 끄고 편안히 앉아있는데 옆에 빈자리에 누군가 털썩 앉았다.
오세훈이다.
저 애는, 내 옆 빈자리가 그리도 좋은지. 항상 내 옆에있는 느낌인데, 신기한건 첫만남 이후로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필기하다가 가끔 스쳐지나간 손에 흠칫하는건 나 뿐이였고.
수업을 듣는지 마는지 모를듯한 오세훈은, 딱히 소문이 안좋았다.
그다지 나쁜 짓을 한 친구는 아닌데. 이상하게 말이야.라며
친하게 지내지지 말란 아이들의 말에 기분이 조금 상했었다.
" 김여주. "
"어? 나? 왜그래?"
오세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바보같이 대답하자 내 볼을 물끄러미 본다.
그 모습에 이상하게 떨려서, 입술을 깨문다.
손이 떨려지는게 느껴진다.
오세훈의 하얀 손이 올라와서 내 볼을 스윽, 쓸어간다.
그 행동에 당황해 어, 어!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자 빤히 또 나를 쳐다본다.
이번엔 볼이 아닌 내 눈을 쳐다본다.
두근거림에 눈을 돌리자 살풋 웃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 빠지는 듯 웃는 소리가 매혹적이다.
" ... 화장했네. 예쁘다. "
실컷 논 날, 다 씻고 나온 후 과자를 먹으며 폰을 본다.
친구들이 같이 옹기종기 모여 얘기중인데, 슬슬 피곤했던지 몇명이 잠들기 시작한다.
와 벌써 자? 대박이다! 하며 웃던 친구들이 점점 고민까지 말하며 한창 대화가 무르익고 있었다.
'카톡!'
느닷없는 내 폰 알림에 엇, 미안 엄만가보다! 하고 폰을 들여다 보았다.
졸다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 한 친구가 본 모습은
뛰쳐나간 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던 친구들의 모습이였다.
헉헉 거리며 달려 간 곳은 숙소 계단.
숨을 고르며 발개진 얼굴따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주먹을 쥔다.
계단 벽에 기대어있는 그아이가, 나를 쳐다본다.
비행기 안에서처럼,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휘어지는 그 두눈을 쳐다본다.
" 넘어질라. 왜 뛰어왔어. "
" 왜, 왜불렀어? "
기대감인지, 뛰어와서 숨이 차는지. 벅찬 목소리로 말하자 잠시 고민하는 듯 어, 하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 초반에, 아파서 입원해 있었어.
겨우 나와서 학교에 왔는데, 학교 애들이 나를 보고 병신이래.
그 때 소리지르고 난리가 아니였어. 싸우고 겨우 진정되어서 앉아있는데, 니가 내 옆에 앉았어."
그래서 학교가 조용했었던걸까.
석시시간에 만났던 첫 만남을 얘기하는 세훈이의 목소리가 떨린다.
" 쉬는시간이였을 때, 니가 잘 때마다 니 손을 봤어. "
" 부끄럽지만, 니 손을 살짝씩 만지고 잡아보기도 했었어. "
" 머리카락을 만지기도 했었고, 네 서랍에 초콜릿 넣어둔것도 나였어. "
아, 탄식이 흘러나오자 부드럽게 손을 올려 내 뺨을 만진다.
화장 지워도 예쁘구나, 하며 웃는 모습에 뺨이 또 달아오른다.
" ... 나 나쁜 애 아니야. 그냥, 나도 모르겠어. 소문이 왜 그렇게 났는지는. "
" 내 소문때문에 나를 꺼려할까 걱정돼."
그럴 일은 없어, 하고 내 마음을 고백하려 할 때 너는 한마디를 던진다.
왜냐면, 나는 네가 너무 좋거든.
선생 오세훈
" 담임이 된 오세훈 입니다. 첫 발령 난 반이 이반이구요.
아, 나이요. 26살입니다.
아, 그러네요. 8살 밖에 차이 안나네.
그래도 사제관계입니다. 예의를 갖춰주길 바래요. "
... 젊은 담임에 환호소리가 반을 뚫어버렸다.
대학준비에 여념없던 나는, 교내에서 하는 행사는 무조건 다 나가고, 경시대회까지 나가 상을 타왔다.
가고싶은 대학에 가려면 이 수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밤샘공부를 한 덕인지, 선생님들을 다들 나를 좋게 봐주셨다.
담임선생님도 매일 나를 교무실에 불러 일을 시키셨다.
... 화근이였다.
" 여주야, 오늘도 좀 부탁해. "
웃는 선생님 얼굴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8살차이면 솔직히 공경해야하는거 아니야?
나는 늙어빠졌잖아.
수업하다가 툭 던진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아우성을 쳤다.
에이 매일 앉아있는 저희보단 건강하시죠! 청춘이신데!
그냥 뒷자리에서 묵묵히 필기만 하다가 멍하니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최근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자살예방이라느니 뭐라느니 하며 낸 대책안이 교사와의 상담이였다.
고민을 적어내면 그에대해 교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였는데,
나는 그 칸에 원래라면 진로고민 이라고 써 냈을 것이다.
이번은 달랐다. 사랑문제라고 써 버렸으니.
이윽고 다가온 내 상담일자에, 상담실에서
선생님은 내 종이를 보곤 표정을 굳히셨다.
" 연애상담인거야? 의외네, 친구문제던가 진로문제라던가.. 그런거 써 낼줄 알았는데.
연애문제라, 그래. 좋아하는 남학생이라도 있어? "
선생님의 물음에 입을 꾹, 다물었다.
오세훈 선생님이예요 라고 말할 용기는 나에게 없었다.
후회되기 시작했다. 왜 그런 말을 적어가지고. 한숨을 푹 내쉬자 선생님이 음, 하고 종이를 다시 바라보신다.
그래, 연애상담. 어떤 걸 도와줬으면 좋겠어?
내가 얘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계속 듣고싶었다.
낮은 목소리가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는지.
" 아니요, 그냥 선생님 연애얘기나 해 주세요. "
당황한 듯 보이더니 어, 그래. 선생님은.. 하며 주저리 얘기를 한다.
사실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지금은 솔로지만! 하며 강조하는 말만 들렸다.
목소리가 좋다.
8살 차이.
... 사제관계.
" 선생님. "
" 어, 응? "
" 저는요, 선생님이 좋아요. "
훅 밀려오는 공기에.
같은 공간에 둘밖에 없었던 터인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선생님의 눈을 쳐다보고 말했다.
눈이 커진 선생님은 나를 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한 공간에 아무 말도 없었던 우리.
분위기에 휩쓸려 일어나버린 나는 그대로 선생님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대었다.
조용한 시간이 흐르고
정신을 차린듯 화들짝 놀란 난, 그대로 선생님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뛰쳐나가버렸다.
그 뒷날 학교는 나가지 않았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침에 학교를 안나가니 집으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은 엄마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여주가 열이 안내려가서요. 병원에 데려갔더니 스트레스과다라네요.
네. 미리 연락 드리려했는데 너무 당황해서 이제야 말씀 드리네요. 죄송합니다.
한숨을 푹 쉬며 방에 들어와 편안히 오늘 하루는 쉬라는 엄마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폰을 집어들었다.
그 날 상담이후로 선생님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겠어서 한참을 울다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토하고 난리도 아니여서 병원을 겨우 갔더니 스트레스 과다란다.
성적관리를 너무 신경써서 그렇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
난 성적관리가 아니라 연애때문이예요.
사제관계에 사랑은 안되는걸까요?
겨우 8살 차이는 안되는걸까요?
... 나는 안되는걸까요.
" 여주 오랜만에 학교 나왔네. "
종례때도 엎드려있었다. 담임 수업때도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겨우겨우 오늘 하루를 피했다 생각하며 짐을 싸고 반을 나왔다.
문까지 잠구고, 복도를 걷는데 뒤에서 저음이 들려왔다.
내가 좋아하던 목소리. 왈칵 눈물이 나 ,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네. 하고 걸음을 옮겼다.
다행이다. 늦게나와서 복도에 아무도 없었다. 망할 오세훈 선생님 빼고.
" 상담때도 그렇고, 어떻게 뒷 모습만 보여주고 뛰어가 여주야. "
그 말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였다.
뒤돌아 선생님을 바라보자 입꼬리를 올려 웃고계셨다.
포근한 웃음이 좋았다. 그 웃음에 반해버릴 뻔 했었는데.
겨우 참았다고 생각했을 때엔 이미 좋아한 후였었다.
" 여주야. "
" 선생님. 죄송, 죄송해요. 제가 정신이 나갔었나봐요.
진짜, 제가 미쳤었던거예요. "
" ... 아니야. "
" 죄송해요. 제발 없던 일로 해주세요. "
왈칵 터져나오는 눈물을 꾹 참고 눈물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바로 앞에 있는 선생님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선생님의 발만 물끄러미 쳐다보며 울음을 삼켰다.
죄송해요, 없던 일로 생각해 주세요.
몇번이나 되말한 그 말에 결국 울음이 터졌다.
" 여주야. "
" ...내가 말하고 싶었는데 말 못했던 말이 있어. "
" 나는 , 네 연애상담이 나에대한 상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네 종이를 수없이 보면서. "
"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이미 늦어버렸어. "
[골라보자]
소문많은 세훈이는 1번,
8살연상 담임선생님은 2번입니다 !
다음 소재는 뭘로할지 ~.~ 혹시나 추천 들어온다면 받구싶어요.
하지만 제 똥망글에 소재가 들어올지....^^
사실 중반쯤 쓰다가 지쳐서 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세훈이는 막 쓴것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잘라서 올릴뻔했는데 겨우겨우 다 썼네요..ㅎ...
네, 필력이 딸려서 좀 오래 고민하다 쓰느라 시간이 좀 걸린 것 같기두 해요.
여러분은 1번 세훈이가 좋으신가요, 2번 세훈이가 좋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