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로 가 더러운 놈아"
"야! 너도 남자들이랑 붙어먹냐??"
어린 아이는 순수하다고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반쯤은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어릴수록 아이들은 잔인했으니깐 불과 12살의 어린 나에게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새삼 화가 나진 않았다. 나는 초등학교를 입학함과 동시에 나의 어머니가 동네에서 알아주는 창녀라는 사실이 퍼졌다.
창녀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아이들은 몰라도 나쁘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아무 말도 없이 책상에 앉아서 무덤덤히 있는 나를 구해준것은 언제나 명수였다.
명수는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인기인이었다.
그런 인기인이 고작 나와 절친이라는 것에 많은 아이들이 의아해 했지만 명수는 남의 시선따위 신경쓰지않았다.
"화를......내"
"........왜?"
"화도 안나??"
"사실인걸..."
담담한 나를 답답해 하면서도 명수는 안쓰럽게 쳐다보곤 했다.
많은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아도 나는 언제나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는 명수덕분에 학교를 꼬박꼬박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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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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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래하는 장면을 본이후론 명수는 이따끔 내가 연습하는 것을 조용히 보다가 사라지는 일이 많아 졌다.
나는 그를 굳이 불러세워서 애기할 생각도 다시 새로 뭔가를 시작할려고 시도하지도 않았다.
쓸데없는 기대를 하지 않을려고 노력했다.
어머니가 나를 사랑 해줄꺼라고 기대하고 실망했던 과거의 전적을 되풀이 하고싶지않았다.
그렇게 명수가 몰래 내 노래만 듣고 없어지기를10일동안 반복하고 11일 째 되는 날이었다.
"......그.....밥....먹을래?"
"....???"
연습실을 나갈려던 나에게 명수가 갑자기 붙잡고 한말은 고작 밥이었다.
굉장히 어색한 상태로 우린 밥집에 들어갔고 서로 묵묵히 메뉴를 고르고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
서로 얌전히 먹다가 나는 문득 명수의 얼굴을 보았고 명수도 나를 보고있었다.
"...큭"
"....크극"
갑자기 밥을 먹자고한 명수나 먹겠다고 한 나나 웃겨서 그런지 우린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지금의 내가 된 이후론 처음 보는 환하게 웃는 명수의 모습이었다.
밥을 다먹고 나는 명수와 조금 한적한 공원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사장님 왜 갑자기 밥을 사주신거에요?"
".........그냥..."
"..........."
나는 왠지 굳이 더이상 이유를 캐 묻고 싶지 않았다.그냥 이렇게 얼굴이라도 보게 된거에 만족할려고 노력했다.
계속 되는 침묵속에 나는 사실 큰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지만 그래도 분위기상 먼저 일어나겠다고 말을 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잠...잠깐만"
명수는 내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내 손을 잡아챘다. 하지만 본인도 왜 그랬는지 이해 못하는 표정을 했다.
원래는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명수였지만 오늘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당황스러움과 왜 잡았는지 설명을 하기위해 생각하는 표정.
초조함에 나를 잡은 명수의 손에는 식은땀마저 흐르고있었다.
나는 굳이 재촉하지 않고 그냥 명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월의 흐름의 거의 느껴지지 않을만큼 그대로였다.
과거의 나를 유일하게 기억해주는 나의 소중한 존재.
나는 향수에 젖어서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동안 명수는 민망함에 바닥만 보다가 드디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여전히 깊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명수는 뭔가에 홀린듯이 내 눈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초조함과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입을 열었다.
".......나랑....혹시.....그..."
아름다운 소년에서 이젠 아름다운 청년이 된 아이는 여전히 나를 구원해주는 말만 해주었다.
언젠가 중학교때 어머니에게 맞고 울던 나에게 다음 생엔 내가 너의 부모님으로 태어나서 사랑을 듬뿍줄꺼라는 실없는 소리를 한적있다.
그때는 그냥 웃고말았지만 명수는 이렇게 나를 또 구해준다.
".....만날래요?"
왠지 눈물이 날것같았지만 꾹 참았다.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에게 명수는 언제나처럼 다시 구원이 되어 와주었다.
외전 명수ver
내가 그 아이를 본건 어느 비가 오던 날이었다. 평소엔 갈일이 없는 지저분한 동네였다.
하지만 나는 우연히 길을 잃고 그 동네에 들어섰고 그곳에서 천사를 보았다.
조용한 아이였다. 그리고 집안탓인지 어딘지 모르게 항상 주눅들어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신경이 쓰였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애정이 갔고 내 안에서 그 아이의 의미가 변해갔다.
아이는 이따끔 어머니에게 맞고 왔고 나는 그 아이를 위로하면서 어서 어른이 되길빌었다.
어서 어른이 되서 아이와 단둘이서 살고싶었다.
간절했던 소원이 무너진건 한 순간이었다.
아이가 학교를 오지 않고 아이의 어머니라는 사람도 사라졌다.
갑자기 어느순간 마치 그 아이가 유령이라도 된마냥 증발해버렸다. 나는 절망에 빠져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가 몇일 뒤에 바다에 아이의 시체가 떠올랐고
아이는 나의 마음속 구석을 망가트렸고 더이상 제대로 누군가를 사랑할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6년동안 내게 가장 소중했던 보물을 잃어버렸다.
시간은 빨랐고 나는 그아이를 생각해 내지 않을려고 노력해오며 살아왔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던 중에 다시 신경이 쓰이는 아이를 만났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예뻐서 눈길이 갔고
나중에는 그냥 다 예뻐보였다.
아직도 나는 나의 전부였던 그 아이를 잊은 거는 아니었지만
성열이가 같이 있다면 모든 괜찮아 질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휴우 드디어 완결입니다. 열블리님, 모바일님, 코코몽님, 감성님, 파랑새님 댓글 감사해요 ♥
짧아서 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텍본 원하시면 메일 남겨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