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저 놈들은 뭡니까?]
창은 부하의 불편한 목소리에 부하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딱 봐도, 이 곳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부잣집 자제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단 한 명, 이 곳의 단골인 주아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불편한 표정, 호기심 가득한 표정, 아랫것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정적인 반응만 가득한 표정들.
부하의 기분나쁜 목소리에도 창은 그저 담뱃대 끝을 잘근잘근 씹으며 대답했다.
[아, 샌님들. 주아민의 친구들인가보지. 돈 좀 쓰게 생겼네.]
[그건 저도 아는데...]
창은 부하의 속내를 이해하고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온갖 더러운 일을 하는 곳이더라도 자신의 직업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놈인데, 자신의 일터를 낮잡아보는 표정에 한껏 기분이 상해있는 것이었다.
더러운 일인거 맞는데, 아는데 저렇게 내려다보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지. 고작 돈만 많은 것들이. 영혼은 자기들과 다름없으면서 고고한 척 하는 것들.
저 잘난 부잣집 도련님들이 여기 왜 왔냐, 라는 불만 가득한 표정에 창은 담뱃대에 불을 붙이고 우물거리듯이 말했다.
[저런 놈들 속내를 어떻게 알겠냐. 저 놈들이 우리 속내를 모르듯이, 우리도 쟤들을 몰라.]
그러다가 주아민과 시선을 마주친 창은 손을 흔들며 씨익 웃어보였고, 주아민역시 창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창은 주아민과 그 친구들을 보자 옛 생각이 나는듯 키득거리며 웃었다.
주아민 저 녀석, 처음 왔을 때 완전 난리를 쳤었지, 아마. 이렇게 더럽고 추잡한 곳에 나를 데리고 왔냐며.
그러다가 호기심에 한 두번 오다가 이렇게 단골이 됬지, 아마?
창은 부하의 어깨를 살짝 툭 치고는 말했다.
[너무 기분나쁘게 받아들이지마. 혹시 몰라, 저 놈들도 주아민처럼 여기 단골이 될지?]
-
장이씽은 텁텁한 담배 연기를 코로 들이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소매로 코를 막아도 들어오는 독한 담배 냄새, 아니, 마약 냄새인가.
이씽은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환풍구를 쳐다보았다.
깔끔하게 환기를 시키지 못 하고, 먼지만 가득 쌓여 제 기능을 하지 못 하는 환풍구. 밑바닥 인생들과 함께 해온 환풍기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아민, 여기가 대체 어디야?]
[그러니까. 재밌는 걸 보여준다더니, 이게 뭐가 재밌는거야. 더러운 프릭쇼라도 보여줄 셈이야?]
[아니, 재밌는 곳이라고 해서 왔더니, 이렇게 더러운 곳에 우릴 데려와? 여기 진짜 어디야?]
이씽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이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주아민에게 말했지만 주아민은 그저 웃으며 기다리라 할 뿐이었다.
대체 뭐길래 이런 곳에서 기다려서 봐야할 정도야?
이씽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술에 절은 사람, 약에 절은 사람, 온갖 더러운 일을 할 것 같은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자 자연스레 인상이 찌푸려졌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 난생 처음으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불쾌감과 역겨움.
그리 유쾌한 쇼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난 이씽은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잡아누르자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짙고 화려한 화장을 했지만 전혀 싸보이지 않는 풍채, 오히려 강한 풍채에 이씽은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엉거주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씽을 다시 자리에 앉힌 치엔은 이씽을 보고 한 번 싱긋 웃어보이고 주아민에게 말했다.
[주아민, 친구들이야?]
[응, 내 친구들이야.]
[이런 곳 처음인것처럼 보이는데?]
[엉, 처음이지. 이런 곳은 잘 모르는 놈들이라서 내가 데리고 왔지.]
[아아, 그래... 주아민, 합석해도 될까?]
[왠일이야? 여튼 물론이지. 옆에 앉아.]
치엔은 살찍 미소를 띄우고 주아민 옆에 앉은 친구를 살짝 밀어내고 주아민의 옆에 우아하게 앉았다.
유난히 더러운 것을 싫어하는 친구가, 평소라면 저급한 것이 어딜 손대냐며 화낼 녀석이 치엔을 얼굴을 보고 아무말 하지 않고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본 주아민은 키득거렸다.
너희들도 곧 이 곳의 단골이 되게 될거야.
주아민은 치엔이 건네주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치엔의 허리와 허벅지를 천천히 쓸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 온거야? 너, 여기 나오는 적 별로 없었는데.]
[아, 오늘 구경할게 있어서 말이야.]
[구경?]
치엔의 말에 주아민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때까지 늘 뒤에서 경매와 쇼를 보던 애가 무슨 구경을 한다는거지? 이 곳의 마담이나 다름없는 애가, 무대에 얘도 모르는 특별한 손님이라도 오르는 건가?
하지만 주아민의 생각과 다르게 치엔은 무대에 시선을 주지 않고, 불편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이씽을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주아민 곁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주아민의 옆에 앉아야만 이씽의 표정이 잘 보였기 때문이었다.
불편한 듯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에 치엔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 애가 나오면, 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딱 네 이상형인데.
잠시 후, 흐리던 불이 꺼지고 무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란 불빛에 눈이 부시는지 이씽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래, 대체 무슨 쇼인지 한 번 보자. 보고 나서 주아민에게 따지든 말든 하자.
그러고는 곧 할 쇼를 기다리며 이씽은 표정을 풀고 편안한 자세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무대에는 이씽이 나올거라 기대한 가수나, 광대나, 마술사, 그런것이 나오는 대신에 야하게 옷을 차려입은 여자가 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다.
[뭐야?]
[설마 스트립쇼라도 하는거야?]
[스트립쇼? 좀 이상한데...?]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그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 건 다름아닌 관중들.
손을 들며 가격을 외치는 모습에 주아민을 제외한 그의 친구들은 모두 표정이 굳어버렸다.
경매? 사람을 경매하는 거야, 지금?
자세히 보니 여자는 표정도 풀려있는 것이 마약을 한 것처럼 보였다.
가끔, 매춘과 마약, 인신매매를 하는 술집이 어디어디에 있더라, 하는 카더라는 들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라 이씽과 그의 친구들은 모두 표정이 굳었다.
[주아민! 이게 대체 뭐하는 거야? 저건 인신매매잖아. 불법이라고!]
[주아민, 미쳤어? 저게 재밌는거라고?]
친구들의 야유에 주아민은 신경쓰지말라며, 경매는 흔한 일이라고, 경매 뒤에 쇼가 있을 예정이라며 친구들을 달래는 주아민의 말에 이씽은 화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을 경매하는 게 흔한 일이라고? 저 뒤의 쇼는 안 봐도 뻔하다.
경매에 팔린 여자들, 매춘부들이 나와서 스트립쇼나 해대겠지. 안 봐도 뻔한 쇼의 내용에 이 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다.
[이씽, 뭐 하는 거야? 앉아.]
[난 여기에 더 있을 생각 없어. 신고할거야. 공안에.]
[신고?]
주아민은 이씽의 말에 크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아직 제대로 된 쇼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어딜 나가려고 하는거야.
주아민은 어떻게든 이씽과 이 친구들을 이 곳에 붙잡아두고 쇼를 구경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위치로 끌어내리고 싶었다.
나만 이런 거라고, 너라서 이런 곳에 쉽게 현혹된 거라는 말은 더 듣고 싶지 않았다.
주아민은 이씽의 손에 들린 폰을 빼들고 대신 독한 술이 담긴 술잔을 손에 쥐어주었다.
네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장이씽. 넌 그저 구경만 하면 되는거야. 공안에 신고해도 달라지는 것따위 없어.
그리고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독한 담배 연기를 이씽에게 뱉어냇다.
이씽은 주아민이 뱉어낸 독한 담배 연기가 몸속으로 퍼지자, 그에 거북함을 느끼며 손에 들린 술잔을 바닥에 내던졌다.
요란한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그 때 뿐, 모두 다시 경매에 열을 올렸다.
[장이씽, 네가 저기 저 여자들을 모두 구해줄 게 아니라면, 그냥 닥치고 앉아. 이 곳은 공안도, 너도, 나도 그 누구도 바꿀 수 없어.]
[주아민, 미안한데 나는 이런 거 구경하는 취미는 없어. 놔.]
[기다리라니까. 기다리라고. 너도 곧 즐기게 된다니까.]
이씽은 반 협박성이 담긴 주아민은 말에 입술을 세게 깨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번 아버지의 사업만 아니었더라면, 이 자리를 바로 박차고 나갈 터인데, 이번에 새로 하는 아버지의 사업이 주아민의 아버지와 관계된 터라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이씽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지만 얼굴에 잔뜩 불쾌감을 머금은 친구들 대부분 역시 주아민의 아버지와 관계되었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 하고 있었다.
경매는 그저 사람, 물건을 내놓고 가격을 부르는 단순한 경매가 아니었다.
약간의, 이벤트를 곁들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경매 참가자와 함께하는 경매에 점점 주아민의 친구들도 경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여자를 성적으로 희롱하는 이벤트가 나오자 몇 명은 박수를 치며 크게 떠들고 웃어댔다.
이씽은 점점 태도가 변해가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어 그저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혼란스럽다.
이씽과 그 친구들, 심지어 주아민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이 장소는 무취의 마약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강력한 환각제와 흥분제들이 가득한 이 좁은 장소에서 그들의 정신을 흐트러놓기에 충분했고, 비윤리적인 경매에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이씽을 제외한 대부분이 강력한 마약 성분이 들어간 술을 마시니, 쇼에 더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곳에 달린 환풍기마저, 공기 정화 역할을 하는 것보다 마약 성분을 좀 더 빨리 이 좁은 공간 안에 가득 채우기 위해서 설치한 것에 불과했다.
이 곳에 들어선 이상, 제정신으로 이 쇼를 관람하고,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경매는 마지막을 항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씽은 착잡함, 그러나 그 뒤에 숨어있는 약간의 흥분감을 숨기며 얼른 경매가 끝나가길 바랐다.
[자, 오늘의 마지막 상품입니다!]
경매의 마지막 상품이라는 말에 이씽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뻐근한 목을 매만졌다. 그리고 경매 무대에 선 여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저 여자는 뭐지?
이 때까지 나온 여자들과는 다르게 아주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눈을 가린 여자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22살밖에 되지 않은 한국여자입니다! 자, 경매를 시작합니다.]
[아, 저게 뭐냐! 저것도 상품이냐?]
[갖고 내려와봐! 직접 내가 만져보고 품평할테니까!]
생각보다 수수한 차림의, 수수한 외모를 가진 여자가 나오자 반응은 그 전보다 미적지근했지만, 그래도 관심이 있는 남자들은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여자는 무대 아래로 끌려내려가 이 남자, 저 남자의 손을 타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마약에 취하지 않아 여자는 절망적인 비명을 질러대며 울어대고, 남자들의 손길을 피하려고 몸부림쳤다.
그런 여자의 반응에 더 흥미가 붙은 사람들은 이리저리 여자를 불러댔고, 안대를 벗기려 애썼다.
하지만 저 한국여자는 그들을 위해 준비된 상품이 아니었기에 치엔은 손짓으로 경매사를 불렀다.
치엔의 손짓에 주아민이 있는 곳까지 끌려온 여자는 그들의 추잡스러운 손길에 계속 살려달라고, 하지말아달라고 외쳤다.
아무리 약에 취했어도 이씽은 그래도 이런 비윤리적인, 여자에게 수치스러운 행동을 친구들이 하자 이씽은 굳은 표정으로 여자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이씽은 앞이 보이지 않아 더듬거리며 자신의 팔을 붙잡고 한국말로 살려달라는 여자의 손을 살며시 붙잡고 달래듯이 속삭였다.
괜찮아, 괜찮아요.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눈의 안대를 천천히 풀어냈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눈망울, 자신을 붙잡으며 살려달라는 여자의 말과 행동에 이씽은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한참동안 여자의 눈을 바라보던 이씽은 경매사가 여자를 끌고가자 묘한 여운이 남는 눈빛으로 여자의 모습을 길게 뒤쫓았다.
한 차례의 그들만의 품평회가 끝나고 사람들이 가격을 부르기 시작하자 이씽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치엔은 갈등하는 이씽의 모습을 보며 남몰래 미소 지었다.
가장 순수한 존재가, 더럽혀지는 순간. 여자에게 새로운 본능, 정복욕을 느끼는 거겠지.
이씽은 한참동안 여자를 바라보다가 경매사가 더 없냐는 외침에 가만히 손을 들었다.
[네, 거기 손님!]
[5만 위안.]
엄청난 가격에 놀란 경매사와 구경꾼,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모두 이씽을 쳐다보았다.
이 때까지 나온 금액 중 가장 큰 금액. 어차피 모두 매춘부로 팔릴 운명이기에 싼 가격에 사서 엄청 굴리는 것이 목적이기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씽을 쳐다보았다.
저렇게 비싸게 사서 대체 뭘 할려고 하는거지? 란 의문이 가득찬 사람들의 표정에도 이씽은 덤덤한 표정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경매사가 더 없냐는 말과 정말 5만 위안이 맞냐는 외침에 이씽은 고개를 끄덕였고 저 분께 5만 위안에 낙찰되었습니다! 라는 말이 들림과 동시에 이씽은 미소지었다.
아, 여자 이름 뭘로 하죠.
솔직히 000하면 제가 더 집중이 안 되요... 흑...
어떡하져
계속 여자라고 할까요
어쩌죠? 어쩌지?
이걸 생각 못 했네?
그냥 팬픽으로 가버릴까
으헝
오타나 이상한 게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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