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글 올리는 거라 부끄러운 마음에 구독료 거는 거예요. 내용이 짧다는 거 아시고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류환해진] 편지(조각) 좁은 옥탑방 한켠, 류환이 스탠드 불을 키고 그 위에 종이 여러 장과 모나미 볼펜 한 자루를 올려놓는다. 오늘 낮, 알바를 가기 전에 미리 사놓은 것들이었다. 스탠드의 불빛이 썩 밝지 않으나 류환은 개의치 않아하며 왼손에 볼펜을 쥔다. 리해진 동무에게. 류환의 성격을 꼭 닮아 정갈한 글씨임에도 무언가 맘에 들지 않은 듯 쳐다보던 류환이 두 줄을 끗고 다시 글씨를 쓴다. 해진에게. 북에서 내려온 류환에겐 남조선에서 쓰는 호칭이 꽤 낯간지러웠으나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해진이, 라 불러주었으면 잔뜩 붉어졌을 앳된 얼굴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한번도 그렇게 불러준 적 없었지만 분명 그랬을 리라. 헤어진 지 벌써 2년이오. 잘 지낸가? 내래 썩 잘 지내오. 오마니 집엔 더 살 수가 없어 옥탑방에서 사는데 이 작은 방구석도 돈이 제법 나가 알바, 란 걸 하고 있지. 그 때 해진도 주유소 알바를 한 적이 있었지, 아마? 내래 편의점 알바를 하는데 어렵지 않더군. 손님이 가져오는 물건 바코드를 찍고 돈을 받고 가끔 물건 정리하는 게 전부지. 힘들지 않게 일하는데 받는 돈이 많은 게 역시 남조선은 다르구나 싶소. 편의점엔 해진 동무 나이 때와 비슷한 학생들이 자주 오곤 하오. 오늘도 왔었는데 말을 들어보니 고3이라더군. 고3이 열 아홉이니 해진과 똑같지? 해진이 북이 아닌 남조선에 태어났다면 그리 자랐을 것 같아 보는 내내 해진이 떠올랐소. 2년 전, 해진은 교복을 입은 게 참 잘 어울렸는데. 다른 옷보단 교복을 반듯이 입은 게 참 좋았지. 지금 학교는 다닌가? 내래 이미 나이가 다 차서 다닐 수 없지만, 해진은 다녔음 한데. 해진, 어디서 뭘 하며 지낸가? 나도 그 날 살았으니 해진도 살았을 턴데 영 소식이 없어 걱정되오. 살아있담 살아있다, 연락이라도 좀 주지. 이렇게 혼자 살기가 어딨가? 남조선에서 내래 아는 이는 오마니 동네사람들 제외하곤 해진뿐인데. 그리고 해진도 그렇지 않든? 늦게라도 내게 오길 바라오. 기다리고 있겄소. 편지를 다 쓰고 볼펜을 내려놓은 류환이 세 등분으로 편지를 꾹꾹 접어 책상 서랍 안에 고이 넣어둔다. 열린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공기가 참 선선한 것이, 좋다. 해진이 웃을 때의 청량함과 꼭 닮아서 더 좋다. 해진아. 류환이 소리내어 이름을 불러본다. 언젠가 해진이 오면 꼭 이렇게 불러주리라, 생각하며 류환은 옥탑방 가운데에 깔려있는 이불에 몸을 뉜다. 오늘은 꿈에서 해진을 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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