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mood ; Caramel
김남준×김석진
차가 지나지 않는 아직 이른 시간, 조용한 거리 위로 꽃들이 바람에 잔잔히 흔들렸다. 석진은 발 뒤꿈치를 들어 잠긴 문을 열고 자신의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달그랑 거리며 청아하게 울리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Closed' 카드를 'Open'으로 돌려놓고는 겉옷을 벗어 카운터 옆 의자에 걸치고 카페 안의 모든 스위치를 켜 안을 밝혔다. 의자 위에 고이 접어 올려둔 유니폼 앞치마를 정갈하게 매는데 다시 한 번 달그랑, 청아한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석진이 인사를 하기 위해 시선을 입구 쪽으로 두자 남준이 꾸벅 고개를 살짝 숙이며 카페 안으로 발을 디뎠다. 석진은 선반에서 커피잔 두 개를 꺼내며 말을 걸었다.
"오늘 일찍 왔네요?"
"준비를 일찍 해서 그런가 봐요."
"조금은 늦어도 봐줄 텐데."
"천성인가 보죠."
남준은 석진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카운터 옆 의자에 대충 널린 석진의 겉옷을 챙겨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런 그의 행동에 석진은 작게 웃고는 재료들을 꺼내 직접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둥그런 모양을 내며 필터에 물방울들을 떨구고 있자 옷을 다 갈아입은 건지 탈의실에서 나오던 남준이 커피를 내리는 석진을 보고는 아까 석진이 꺼내둔 커피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 따뜻하게 데웠다. 석진은 가볍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스며드는 커피향에 가만히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달그랑-
"안녕하세요!"
"어서와, 지민."
"헐, 대박 잘생김."
"이름이 지민이라고?"
"졸귀."
지민은 카페에 들어오기 전, 제 머리를 한 번 정리하고는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와 모두에게 인사했다. 석진과 남준은 제 할 일을 하다 지민을 확인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지민이 탈의실을 향해 발을 옮기자 카페 안에 있던 여성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석진은 얼떨떨하게 웃으며 지민을 쳐다봤다.
"인기는 여전하네."
"이게 다 젊어서 그래요."
지민은 석진을 향해 얄밉게 웃으며 얘기하고는 탈의실에 들어갔다. 석진은 카운터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자신이 저 나이였을 때를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 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카운터로 수줍게 다가와 석진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주문하려고 하는데요."
"네, 주문하세요."
"치즈 케이크 하나요."
"치즈 케이크 한 조각 맞으세요?"
"네. 근데요, 몇 살이세요?"
"네?"
"아니, 잘생기셔서.."
"이 사람 나이 많아요. 아가씨 두 배는 될걸요?"
"아, 진짜요?"
여학생의 주문을 받다 몇 살이냐며 묻는 말에 당황한 석진의 옆으로 남준이 다가와 웃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남준의 말을 들은 여학생은 얼빠진 표정을 짓다 부끄러워하며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친구들이 있는 자리로 후다닥 돌아갔다. 석진이 여러 의미의 한숨을 쉬자 남준이 석진의 어깨에 제 팔을 두르고는 작게 토닥였다.
"너무 실망하지 마요, 제가 있잖아요."
"그래봤자 이십대랑 삼십대거든요."
장난기 섞인 남준의 말에 석진이 푸스스 웃으며 손으로 남준을 밀어내자 남준은 밀어내는 손을 잡고 같이 웃어 보였다. 탈의실에서 나오며 둘의 모습을 본 지민은 덤덤하게 지금 둘이 연애질 하냐며 얘기하자 둘은 헛기침을 하며 떨어졌다.
"뭐하고 있어요?"
"응? 남준 씨 일 잘하나 못하나 찾아보고 있어요."
석진은 카운터에 놓인 노트북으로 제 카페를 검색하는데 남준이 손을 닦으며 석진의 옆으로 붙어 나란히 화면을 마주했다. 남준에게서 나는 커피향과 향수냄새가 섞인 묘한 냄새가 석진의 코끝을 두드렸다. 석진은 마저 마우스 휠을 돌려 사이트를 뒤적거리다 비교적 최근에 올라온 글을 확인하자 그곳엔 어떤 여학생이 적은 듯 다소 격한 말들과 함께 후기들이 적혀 있었다.
[러브무드 여기 진짜 대박임. 훈남 카페로 유명함. 직원들 다 잘생김 레알. 커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얼굴 보러 가는 듯;
여기 지민이라는 알바? 있는데 졸귀임;;
키는 좀 작은데 잘생기고 귀여움;;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거 같음;; 세상에;;
또 여기 직원인 키 큰 분 있는데 존나 멋있음;; 키 크고 매력있게 생김 존잘;;
진짜 여기 사장님도 잘생김;;;;; 웃는 거 조녜;;;;; 나이 그렇게 많아보이진 않는데 30대라는 루머가 있음;;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데, 그 키 큰 사람이랑 사장님이랑 친한 거 같은데 꽁냥대는 거 보면 존나 설렘;;;;; 둘이 뭐 있는 거 같음;;;;;; 케미터짐;;;;;]
가만히 화면만 바라보던 석진이 마지막 줄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케미?
"케미 터진다는 게 뭐야?"
"우리가 잘 어울린대요."
"아, 그런 거야?"
"이참에 진짜 사귀는 건 어때요."
"그럴까요?"
"네?"
여전히 화면에 눈을 둔 채로 대화를 이어나가다 남준의 농담에 석진이 진지하게 받아치자 남준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려 석진을 쳐다봤다. 석진은 남준의 행동에 아무렇지 않게 눈을 마주치더니 장난 아니었냐며 얘기하자 남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왠지 모를 분위기에 둘은 일찍이 서로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심장 안쪽이 간질거렸다. 석진은 정말 어울리는가 생각하다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남준의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석진이 퇴근하라며 시간을 알렸다. 그 말에 남준은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가보겠다며 석진과 지민에게 인사하고는 먼저 카페를 나섰다. 그리고 남은 둘도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마감시간에 다다라 카페를 정리하고 문을 잠구고 나와 석진의 차로 향했다. 시동을 걸고 차에 타 안전벨트를 매던 석진이 지민의 손에 들린 작은 케이크 상자를 보고 귀엽다는 듯 웃었다.
"그건 누구 주려고?"
"이거요? 어.. 좋아하는 사람한테요."
"음,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
쑥스러운 듯 웃는 지민의 모습에 석진은 요즘 애들은 귀엽게 만나는구나, 생각하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케이크 상자를 만지작 거리며 웃던 지민이 궁금한 게 생긴 듯 고개를 돌려 석진을 쳐다봤다.
"사장님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나? 글쎄요."
"남준이 형은 어때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는 지민의 물음에 석진이 대충 대답해주다 남준은 어떠냐고 하자 움찔거리며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돌리지만, 그 순간 석진이 남준을 떠올린 건 사실이었다. 그런 자신이 이상한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내 직원일 뿐이야."
"진짜 단순히 직원이에요? 둘이 막 보면 썸타는 거 같다니까요?"
"어린애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 봐요?"
석진의 말에 지민은 아니라며 열심히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자 석진은 건성건성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에 집중했다. 그러다 어느새 지민의 집앞에 도착했는지 차를 세우고 지민을 쳐다보자 지민은 고맙다고 한 뒤 차에서 내리며 꼭 한번 생각해보라고 기운 넘치게 얘기하고는 아파트 안으로 사라졌다. 석진은 어쩐지 피곤해진 것 같았다. 방향을 틀어 다시 차를 몰아 집으로 가는 중에 석진은 지민의 말을 잠시 되새겨보긴 했다.
"아니, 진짜 모르겠어요?"
"네.."
"그동안 남준이 형이 사장님한테 얼마나 많은 추파를 던졌는데, 안 느껴져요?"
"하하.."
어느 정도 사람이 들어찬 카페에서 지민이 팔짱을 끼고 석진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얘기하자 석진은 애써 웃으며 지민의 눈을 피했다. 그동안 남준이 석진에게 여러 행동들을 한 건 사실이었다. 선반에 무언갈 올려놓을 때 대신 잡아 올린다든지 스쳐지날 때 은근한 스킨십을 한다든지 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일하다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석진은 넘겨짚었던 것이다.
"사장님도 참, 눈치도 없지."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런 얘기하는 거 보니까 싫은 건 아닌가 봐요?"
"음... 그런 것 같아."
"둘이 무슨 얘기해?"
카운터에 붙어 쫑알대는 두 사람이 궁금한지 커피머신을 닦던 남준이 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지민이 뭔가 생각난 듯 석진에서 남준으로 타겟을 바꿔 쫑알대기 시작했다.
"남준이 형, 사장님 좋아해요?"
"뭐?"
"빨리 대답해요!"
"그럼, 좋아하지."
"아니이, 그런 거 말고 진심으로요!"
답답하다는 듯 얘기하는 지민을 남준은 가만히 보고 있다 슬쩍 석진의 눈치를 살피고는 지민의 어깨를 잡고 청소하자며 빈 테이블 쪽으로 밀었다. 지민은 어어, 거리며 지금 제 대답을 피하는 거냐며 꿍얼거리자 우쭈쭈 거리며 지민을 보낸 남준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석진에게 시선을 돌리며 웃어 보였다.
"오늘 마감하고 한 잔 하러 가죠."
"네? 남준 씨 퇴근시간은,"
"괜찮으니까 가요. 제가 살게요."
"네..."
석진과 남준은 알고 지낸지 좀 됐지만 술자리는 잘 가지지 않았었다. 어쩌다 마시는 맥주 한두 캔이 다였다. 서로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술은 잘 하지 않았지만 석진은 한번 마시면 끝을 보는 편이라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남준이 먼저 산다고 하니 석진은 얼떨떨하게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남준이 형 오늘 퇴근 늦네요?"
"어른들의 애프터가 잡혀있거든."
"헐, 진짜?"
갈아입은 제 옷을 정리하던 지민이 남준의 말에 눈을 빛내며 석진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보였다. 알 수 없는 지민의 행동에 석진은 조금 당황한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카페 문을 잠구고 보안장치를 확인한 뒤 다들 한 걸음씩 거리에 발을 디뎠다. 석진은 술자리 때문에 혼자 가게되는 지민이 걱정되는지 지민의 양 쪽 어깨를 잡고 정말 혼자 갈 수 있겠냐며 물어봤지만 지민은 괜찮다고 오히려 힘내라며 석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제집으로 팔랑팔랑 걸어갔다. 그 모습에 남준이 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저희도 가자며 석진을 이끌었다.
"요즘 피곤한 일 있어요?"
남준이 소파에 기대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석진에게 물었다. 남준의 말에 석진은 무슨 얘기냐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잔에 담긴 술을 들이켰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 듯 남준은 푸스스 웃으며 자신도 술 몇 모금 넘기고는 마른 안주를 집어먹었다.
"그냥 요즘 한숨을 많이 쉬길래. 지민이한테 쩔쩔매는 것도 그렇고. 뭐, 지민이가 괴롭혀요?"
"아니야, 괴롭히긴."
그래도 내가 삼촌 뻘인데. 허허 웃으며 괜히 한 잔을 다 비운 석진이 새로 술잔을 채우며 사실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남준이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민이 한 말에 인식하게 되면서 신경쓰이게 됐으니까. 주위로 시끄러운 소리들이 뭉쳐지고 둘의 사이엔 적막함이 흘렀다. 분명 전에는 뭔가 얘기한 것 같았는데 무슨 얘기를 했는지 감이 안 잡히는 석진이 남준을 힐끔힐끔 쳐다보니 남준은 그저 술을 마시거나 술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생각을 한 석진이 드디어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남준 씨 개인 카페 하나 할 거라고 안 했어요?"
"그거요? 글쎄요."
"아직 계획은 없고?"
"지금은 석진 씨랑 같이 있는 게 좋아요."
석진이 몸을 가까이하며 궁금하다는 듯 얘기하자 같이 가까이 다가가 눈을 마주하며 답하던 남준이 잠시 뜸을 들이다 같이 있는 게 좋다며 이내 다시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 말 때문인지 술기운 때문인지 얼굴이 붉어지는 듯한 느낌에 석진은 마른 세수를 했다.
"석진 씨. 석진 씨, 정신차려요."
"응.. 나 안 자..."
"하아..."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안심하고 마시던 석진이 크게 취한 상황에 남준은 한숨을 쉬었다. 우선 비틀거리는 석진을 부축한 남준이 급하게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찬공기를 맞았다. 석진은 여전히 흐느적거리며 남준에게 붙어있을 뿐이었다.
"석진 씨, 집에 갑시다. 주소 불러요."
"아, 싫어.. 안 갈래요.."
"석진 씨. 석진 씨? 자요?"
"..."
열심히 이리저리 흔들리던 석진이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잠에 빠졌다. 당황한 남준이 석진을 계속해서 깨웠지만 일어나질 않자 남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헝클고는 택시를 잡아 제집주소를 불렀다. 곤란하다는 듯 했던 남준이었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를 이동하는 내내 자고있는 석진이 불편할까 제 어깨를 내어주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했다.
남준은 석진을 끙끙거리며 제 집으로 끌고 가 침대 위로 내던졌다. 석진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 다시 입을 오물거리며 잠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보던 남준은 한숨을 쉬며 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는 답답했던 듯 셔츠 단추 두어 개를 풀었다. 그러다 석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제 어깨를 짧게 주물거린 뒤 석진을 챙기기 시작했다. 신발을 벗겨내고 힘들게 겉옷도 석진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벗긴 뒤 구겨진 옷깃을 정리하며 석진의 셔츠도 벗기려다 잠시 멈칫, 움직임을 멈췄다. 그저 옷이 구겨질까,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벗기려는 건데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들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석진이 갑자기 눈을 슬며시 떠 남준과 눈을 마주했다.
"남준 씨."
"일어나 있었어요? 물이라도,"
"나는 남준 씨한테 어떤 사람이야?"
"...네?"
"그저 사장일 뿐이야?"
석진이 잠긴 목소리로 남준에게 얘기하자 남준은 여러 생각이 겹친 듯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멍하니 저를 보는 남준을 계속 주시하던 석진이 제 옷을 벗기려다 멈춘 남준의 손을 겹쳐 잡고는 수줍게 말을 이었다.
"남준 씨, 나 좋아해? 난 그런 것 같아."
소심하지만 어쩌면 당돌한 석진의 말에 남준이 이건 분명 술 때문일 거라며 점점 빠르게 뛰는 심장을 무시하다 결국 하던 모든 생각들을 멈추고 취중진담이 괜히 생긴 말인가, 하며 석진의 손을 마주잡았다.
"저, 석진 씨를 더 알고 싶어요. 좀 더요."
조금 긴장한 듯한 남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석진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남준을 향해 웃어보이자 남준도 같이 따라 웃으며 조심스레 석진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대고는 셔츠 단추를 하나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석진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남준을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햇살이 석진의 눈 위로 내려앉아 아침을 알리자 석진은 뒤척거리며 덮고 있던 이불을 더 여미고 좀 더 깊은 잠에 빠지려는데 제 코 끝을 스치는 커피향에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군가, 머릿속으로 정리하다 지난밤 격한 운동을 한 것이 떠올라 작게 실소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남준이 보이지 않자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앉아 남준을 찾기 시작했다. 상체를 앞으로 숙여 문 밖을 확인하자 보이는 부엌 끄트머리에서 무언갈 하고 있는 남준의 뒷모습이 보여 아까 스쳐지나간 커피향이 저기서 나는 것 같은데 아마 커피를 내리고 있겠거니 생각하며 침대 밑으로 굴러다니는 제 속옷과 셔츠를 찾아 대충 몸에 걸쳤다. 뻗친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비몽사몽 남준에게 다가가 뒤에서 안자 남준이 커피를 내리다 뒤로 돌아 석진의 뒷목을 잡아다 짧게 입을 맞추고는 마저 커피를 내렸다.
"오늘 오픈은 늦어질 것 같네요."
졸린 듯 눈을 감고 남준의 등에 기대어 있던 석진이 웅얼웅얼 얘기하자 남준은 낮게 웃으며 석진의 허리를 톡톡 두드렸다.
"오늘은 쉬는 게 어때요?"
"아, 그건 안 돼."
"왜요?"
남준이 고개를 살짝 돌려 석진을 보며 물어보자 석진은 창밖을 쳐다보다 웃으며 눈을 감았다.
"오늘은 날씨가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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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이가 찾아 본 글은 제 사심이 담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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