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mood ; Milk
민윤기×박지민
지민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친구들에게 바삐 인사를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했다. 오피스텔 단지로 들어서 휘파람을 불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마자 빠른 속도로 내려 어느 집 초인종을 눌렀다. 경쾌한 소리가 복도에 퍼지고 잠시 뜸을 들이자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지민입니다!"
발까지 동동 굴리며 문이 열리길 기다리다 도어락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자 지민은 문을 열어준 윤기를 와락 끌어안고 헤실헤실 웃었다. 윤기는 한숨을 쉬며 지민을 떼어내고는 제 방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아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지민은 현관 쪽에 가방을 대충 벗어둔 뒤 윤기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로 다이빙하고는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륵 웃었다.
"일해야 하니까 조용히 해."
"네!"
지민은 윤기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침대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이불 냄새도 킁킁 맡아보고 부비적거리며 부스럭 소리를 내자 윤기가 인상을 살짝 쓰며 낮은 목소리로 지민을 불렀다.
"조용히 하랬지. 가만히 있어."
"네!"
지민은 역시 밝게 대답하고는 윤기 말대로 침대에 가만히 누워 천장만 쳐다봤다. 왠지 허전한 느낌에 손을 뻗어 이리저리 휘젓다 뭔가 생각난 듯 박수를 한 번 치자 윤기가 손가락으로 제 미간을 짚었다.
"아저씨, 천장에 별 스티커 붙여요."
"스티커는 무슨. 붙여서 뭐하게."
"그럼 잘 때 내 생각할 거 아니에요."
지민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지민은 그저 좋은 듯 노래를 흥얼거리며 웃었다. 아저씨, 좋아해요!
지민은 손에 작은 상자를 들고 윤기를 찾아갔다. 전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남은 케이크였다. 지민은 가게의 케이크가 남는 날엔 항상 챙겨 들고와 윤기와 함께 나눠먹었다. 그럴 때마다 지민은 뿌듯함을 느끼며 사랑을 퐁퐁 키워왔던터라 생각만 해도 즐거운지 팔랑팔랑 윤기의 집앞으로 가 어김없이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지민이요!"
"어, 누구야?"
윤기가 문을 열어주자 당장 안기려던 지민이 낮선 상대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윤기의 방 안에서 왠 여자가 나오자 지민은 눈이 동그래졌다. 키 크다... 게다가 예뻐...
"아는 꼬맹이."
"어머, 귀엽다. 이름이 뭐야?"
"박, 박지민이요..."
"지민이? 나는 신혜정이야. 몇 살이야?"
"열아홉..."
"안 들어오고 뭐 해?"
"아, 아니요. 이거 주려고... 안녕히 계세요."
현관에서 혜정이 지민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자 지민은 말을 더듬으며 대답하는데 윤기가 안 들어오냐며 재촉하니 지민은 아니라며 상자를 윤기에게 안겨주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윤기는 상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지민이 사라진 복도를 주시하다 고개를 옆으로 까딱이며 문을 닫았다.
쉬는 시간종이 울리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매점으로 향했다. 먼저 가겠다고 이리 치고 저리 치며 가는데 지민은 그저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뒷문을 열고 태형이 낄낄대며 들어와 딸기우유에 빨대를 꽂아 마시며 지민의 자리를 지나가는데 등 뒤로 느껴지는 어두운 기운에 잠시 멈춰서 지민의 앞자리에 앉아 지민과 눈을 맞추며 딸기우유를 한 입 쭈욱 빨아마셨다.
"야, 박지민."
"...어어? 어?"
"뭔일 있냐."
"아니, 왜?"
"오늘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알바하느라 조금 지쳤나봐."
태형이 딸기우유를 쪽쪽 빨며 지민의 상태를 살피자 지민은 웃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태형은 다 마신 딸기우유곽을 흔들다 적당히 쉬면서 하라며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우유곽을 쓰레기통으로 던지며 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수업종이 울리고 밖에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지민은 수업종이 울리든 말든, 누가 와서 앉든 말든 계속 혜정을 떠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여자는 누구지, 왜 아저씨 집에 있었지, 혹시 여자친구?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여자친구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지민의 눈에 눈물이 핑 돌다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그러자 옆에 앉던 지민의 짝이 깜짝 놀라며 지민을 부르자 지민은 아니라며 눈을 소매로 벅벅 닦고는 책상에 엎드려 누워 마저 눈물을 쏟아냈다. 윤기에 대한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지민에게는 크게 닿아왔다.
"지민아, 무슨 일 있어요?"
"왜요? 제가 이상해 보여요?"
가만히 지민을 쳐다보던 석진이 멍하니 기계처럼 일하는 지민에게 말을 걸자 지민은 씁쓸하게 웃으며 태연하게 받아쳤다. 그 모습에 남준이 지민을 이상한 눈으로 보고는 석진에게 왜 저러냐며 눈치를 보내자 석진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지민은 하루 종일 힘없이 터덜터덜 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안 하던 실수까지 하며 더 서럽게 만들었다. 그런 지민을 보다 못한 남준이 뒤에서 지민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툭 치며 핀잔을 주자 지민은 그저 끄덕끄덕 여전히 정신은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 채 흐물흐물 돌아다녔다.
"지민아, 케이크 가져갈래요?"
"네...? 아뇨... 누구 좋으라고 가져가요..."
아, 그 여자? 달래는 듯한 석진의 말에 지민은 음침하게 웃으며 거절하고는 대충 옷을 갈아입고 카페를 나섰다.
"진짜 왜 저러지..."
"글쎄요..."
며칠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이젠 슬슬 적응이 되는 건지 지민은 다시 잘 웃으며 평소처럼 돌아다녔다. 그래, 아저씨도 이제 결혼할 나인데 여자가 있을 수도 있지 뭐. 어쩔 수 없는 거야.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한동안 윤기의 집으로 찾아가지도 않고 연락도 참으며 최대한 윤기를 멀리했다. 그러나 윤기가 톡을 날리자 얼굴부터 펴지며 빠르게 휴대폰을 잡고 메세지를 읽고는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아닌 척 도도하게 표정을 바꿨다.
- 야
- 너 왜 요즘 안 와
제가 왜요, 방해만 하는데 -
- 무슨 말이야
여자친구분한테 실례되는 것 같으니까 이제 안 가려구요 -
연락도 안 할 거예요 -
- 야, 박지민
윤기가 제 이름 석자를 부르자 요즘 흔히들 얘기하는 심쿵을 당하고말았다. 지민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글자를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겨우 답을 날렸다.
- 너 지금 무슨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해는 무슨 -
다 알고 있거든요 -
아저씨 이제 결혼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 내가 끼면 안 되는 거 알아요 -
잘 지내요 -
말은 덤덤하게 보냈지만 지민은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다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으로 침대시트를 두드리고 다리를 퍼덕거리며 온몸으로 서러움을 표출했다. 그 뒤로 윤기에게 전화가 왔지만 지민은 다 무시하고 실연당한 여고생처럼 이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눈물을 쏟았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이게 진짜.."
지민이 서러워하고 있지만 억울한 건 윤기도 마찬가지라 어떻게든 오해를 풀려고 연락을 하는데 지민이 자꾸 피하자 윤기는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결국 지민은 잔뜩 부은 눈으로 터덜터덜 학교로 가 제 자리를 찾아 앉으니 여전히 딸기우유를 빨고 있던 태형이 저번처럼 지민의 앞자리에 앉아 지민을 빤히 쳐다보다 깜짝 놀라며 마시던 우유를 내려놓고 지민의 얼굴을 잡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야, 너 뭐냐."
"뭐."
"눈."
"눈이 뭐."
"왜 이렇게 퉁퉁 부었어. 어디가서 맞았냐?"
"헛소리하지 말고 저리 가."
지민은 제 얼굴을 잡고 이상한 얘기를 하는 태형을 부은 눈으로 째려봐주고는 손을 치워내고 책상에 엎드렸다. 그 모습에 태형이 혀를 차며 남은 딸기우유를 마시고 빈 우유곽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넣었다. 지민은 수업시간 대부분을 멍 때리는 시간으로 보내고 정신차리자며 볼을 때려도 눈물만 찔끔 나올 뿐 어째선지 집중이 되지 않아 지민은 괜한 연필을 씹으며 짜증을 냈다. 태형은 지민이 걱정되는지 쉬는시간마다 지민의 자리로 찾아와 말동무가 되어주고 점심시간이 되자 삼학년 특권 + 평소 행실 + 껄렁한 모양새로 모두를 재치고 먼저 급식을 먹게했다. 지민은 그런 태형이 짠하고 고마운지 평소보다 밥을 더 많이 받아와 기세좋게 먹기 시작했다. 그래, 밥이라도 잘 먹어야지. 태형은 그런 지민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며 같이 힘있게 밥을 퍼먹다 사례가 들려 기침을 했다.
"저 가볼게요."
"오늘도 그냥 가는 거야?"
"헤헤, 네."
"그래, 조심해서 가."
"안녕히 계세요."
지민이 꾸벅 석진에게 인사하고는 아직은 차가운 날씨에 코를 훌쩍이며 제 휴대폰을 확인했다. 전화 7건, 문자 9통, 톡 13개. 모두 윤기에게서 온 것이었다. 이게 다 뭐람. 지민은 콧방귀를 뀌며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집으로 향하는데 어느정도 갔을까, 저 멀리서 누군가 지민을 확인하고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왠지 익숙한 형태에 지민이 살짝 긴장한 듯 속도를 늦추다 그 인영이 윤기인 걸 알게되자 멈칫하고 여러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지, 많이 화났을까, 도망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결국 무시하고 지나가기로 마음먹고 당당히 마주하고 걸으며 시선은 피하고 속으로 애타게 그냥 지나가길 바랐다. 그러나 윤기는 당연한 듯 지민의 어깨를 잡아세워 저와 눈을 마주치게 했다. 지민은 잔뜩 긴장한 채 윤기를 쳐다봤다.
"왜요."
"너 왜 내 연락 다 무시해."
"전에 얘기했잖아요."
"그거 다 오해라니까."
"어린 애 마음에 상처 날 것 같아서 그런 거면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돼요."
지민이 윤기와의 대화를 피하듯 얘기했지만 자꾸 오해라는 말만 반복하는 윤기의 행동에 지민은 꾹꾹 눌러왔던 것이 터진 듯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그동안의 감정을 흘려보냈다.
"아니, 지민아."
"자꾸 미련남게 하지 마요!"
"..."
" 그동안 나 받아준 건 그냥 아는 꼬맹이라서 그런 거였어요? 조금의 다른 감정이란 것도 없었어요?"
"박지민."
"지금까지 꼬맹이 마음 가지고 노니까 재밌었,"
지민이 쏘아붙이듯 얘기하자 듣다못한 윤기가 지민의 얼굴을 붙잡고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댔다. 깜짝 놀란 지민이 윤기의 어깨를 밀어내자 윤기는 혀를 내어 더욱 깊게 입을 맞췄다. 지민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며 윤기를 밀어내던 손에 힘을 빼고 아래로 떨궜다.
서로의 입이 떨어지고 어느새 멈춘 눈물에 지민이 바닥을 보며 가만히 눈가를 닦자 윤기가 고개를 들게 해 제 손으로 직접 옅게 어린 눈물들을 닦았다.
"박지민, 나 봐."
"..."
"...하아."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지민에게 자신을 보라고 한 뒤 시선이 맞닿자 윤기는 한숨을 쉬며 지민을 제 품으로 끌어안았다. 이 눈물 많은 아이를 어찌할지.
"그 여자는 내 직장 선배야. 친분이 있어서 그날 잠시 온 거였어."
"...네."
"그리고 이미 결혼했거든?"
"...네?"
가만히 윤기의 말을 듣던 지민이 혜정이 이미 결혼했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기를 쳐다보다 다시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당황한 윤기가 지민의 눈물을 닦자 지민은 더욱 서럽게 엉엉 울었다.
"야, 왜 울어."
"아저씨, 흑, 좋아, 히끅, 좋아해요..."
"어, 나도."
"...흐어어엉, 아저씨! 좋아해!"
"야, 야, 조용히 안 해?!"
지민이 윤기에게 겨우 좋아한다고 말해 윤기가 자신도 그렇다 하자 지민이 큰 소리로 다시 좋아한다며 윤기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윤기가 제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쉬쉬거리며 주위를 살피다 자신도 지민을 끌어안으며 살풋 미소지었다. 네가 이렇게 어렸구나. 도둑놈이 된 걸 걱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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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막 쏟아져서 제대로 올렸는지 모르겠슴당... 다들 언넝 주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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