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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모양곰돌이 전체글ll조회 807

W.별모양곰돌이

 


 

 

노말이었던 동우에게 용기 있게 먼저 고백한 것은 호원이었다. 호원은 동우를 무척이나 사랑했고 또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 했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라는 것을 마구 알리고 싶었다. 속앓이만 했던 상대가 자신의 사람이 되었으니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은 당연, 하지만 동우는 달랐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고 게이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꽤 활발하게 활동했던 호원과는 달리 동우는 아직도 조금은, 성정체성에 혼란이 가득했다. 물론 호원을 좋아했다. 사랑하고 아꼈다. 섹스도 했다. 하지만 동우는 여전히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거북했다. 자기 자신이 거북하게 느껴졌고 주위 사람들에게 쉽게 커밍아웃 하기가 힘들었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도 쌓이고 안 하던 술도 마시기 시작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호원은 그런 동우는 아는지 모르는 지 만나는 사람들 마다 동우가 자신의 애인이라며 공개를 했다. 그 까닭에 동우는 처음 보는 호원의 친구들에게 아웃팅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 시간이 계속되어 연애를 한 지 4개월쯤이 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호원에 의해 아웃팅을 당했고 쌓인 것이 한꺼번에 폭발한 동우는 호원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왔다. 호원을 이끌고 건물 뒤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으로 간 동우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정신 있어? 내가 너 마음대로 아웃팅 하지 말라고 했잖아!!"
"뭐? 그것 때문에 그래? 왜! 형도 게이 맞잖아!"

덩달아 호원은 소리를 질렀다. 성정체성이 뭐 어떠냐고, 내가 나인데 뭐가 무슨 문제가 있냐고, 남들의 시선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며, 매일같이 호원은 동우에게 말했었다. 내 자신을 내가 부정하면 내가 뭐가 되겠냐며 동우를 설득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동우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지배했고 그 고민은 끝을 맺지 못한 채 동우의 머릿속에서 뱅뱅 돌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할 때 마다 호원은 강하게 부정하며 동우의 말을 막고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으며 동우를 회유했다. 또 그 말에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었고. 그것의 연속이었다.

"지금 그거 얘기하는 거 아니잖아."
"그럼, 뭐!"
"오늘만이야? 너 마음대로 왜 날 아웃팅 시키냐고!"
"쟤들도 나 게이인거 다 알아!"
"넌 상대방 기분도 몰라? 헤아릴 줄 몰라? 배려는 없어?"
"씨발, 배려는 무슨 배려? 내가 게이라고! 당당하다고!! 누가 뭐라 하든 상관없다고!!"
"난 상관있어! 난... 아직 잘 모르겠단 말이야."

동우의 마지막 말에 호원이 표정을 굳혔다. 빠르게 굳어가는 호원의 표정을 본 동우가 덩달아 표정을 굳혔고 갑자기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눈을 계속 깜박이는 데 눈물이 그냥 톡- 톡- 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동우의 굵은 눈물을 본 호원은 괜히 짜증이 났다.

"내가 게이인게 부끄러워? 아, 형은 나랑 억지로 사귀는 구나?"
"뭐?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맞잖아. 부끄럽네. 그러니까 당당하지 못 한 거잖아! 형 친구들이랑 만났을 때 내가 그냥 친한 동생이라며, 난 형 애인 아니야? 형한테는 아니냐고!"
"하... 이호원."
"난 당당하다고! 내가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 데? 내가 형 애인인 거 왜 사람 가려가면서 말해야 하냐고!"

동우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아 그저 호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 동우를 본 호원은 눈을 피했다. 호원은 화가 식지 않자 씩씩 거리며 괜히 욕을 내뱉었다. 고개를 휙- 돌린 호원은 동우를 보았다. 그리고,

"그럼 헤어지자."
"...뭐?"
"헤어지자고. 나는 나 부끄러워하는 애인 싫어. 더 이상 그냥 친한 동생 취급당하기 싫다고."
"호원아,"
"끝이야. 형이랑 나랑은."

동우가 뭐라 할 틈도 없이 호원은 몸을 돌려 골목을 벗어났다. 충분히 따라갈 수는 있었을 텐데, 동우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


참 허무한 이별 뒤에 동우는 씁쓸함만이 남았다.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도 남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뼈저리게 호원을 사랑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저 호원이 같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를 했었다. 하지만 그런 호원을, 지금까지 사랑했던 그 어떤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밥을 먹을 기운도 없고 몇 숟가락을 뜨다 그냥 밥상을 치우기 일쑤였다. 이렇게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밖에 나가 걸어보기도 하고 홀로 여행도 갔다. 하지만, 치유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 때만 기분이 좋지 다시 집에 돌아오면 사무치는 외로움에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호원과 연락을 하지 않은 지 한 달이 되었다. 그 날 호원에게 문자가 왔다.

[날이 많이 춥죠?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의례적인 전체 문자였다. 아무도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보낸 단체 문자인 것 같았다. 동우는 망설이다 답장을 썼다.

[너두 감기 조심해.]

전송을 누르지 못 한 동우는 망설이다 뒤에 이모티콘을 붙였다.

[너두 감기 조심해.~.~]

그리고 핸드폰을 껐다. 혹시라도 호원에게 답장이 올 것 같아서. 하지만 다음 날 핸드폰을 다시 켰을 때는 아무것도 온 것이 없었다. 그래, 이제 우리는 이런 관계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는 너무나도 싫었다. 그대로 동우는 큰 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다. 이호원 때문에 정말 많이 울기는 운다.

그러던 어느 날 동우는 몇 달 만에 커뮤니티에 접속을 했다. 호원의 권유로 가입하게 되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의 사연들을 읽었고 호원과 많은 이야기도 나눴었다. 몇 달 만에 들어간 그 곳은 여전했다. 사람들은 좋았고 연애 이야기, 혹은 성적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동우는 자유게시판을 클릭했다. 그리고 정말 우연찮게 호원의 이름을 보았다. 그리고 글 제목은,

[나 솔로 청산! 고딩 애인 생겼어요^~^]

피식- 웃음부터 나왔다. 그리고, 아- 우리가 헤어진 지 이만큼이 지났구나, 싶었다. 동우는 글을 클릭했다. 구구절절 쓰인 호원의 연애사가 적혀있었다. 한쪽 턱을 괴고 글을 읽었다. 의외로 덤덤했다. 그리고 그 밑에 달린 댓글들도 다 읽었다. 댓글을 달까... 생각을 하다 그냥 접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다음이 문제였다. 호원이 애인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을 그 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날 저녁부터 가위가 눌리기도 하고 잠을 설치기도 하고 소화를 잘 못 시켜서 급체도 했다. 왜 이러지- 라며 동우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아무래도 호원을 많이 신경 쓰는 듯 했다. 동우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부정하려 했지만 호원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동우는 모든 것을 끊었다. 무기력해졌고 의지가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고 되도록 밤에만 밖에 나갔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빵 같은 것을 사서 깨작거리며 먹다 반은 남기고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성규가 찾아왔다. 한 달에 한 번은 일부러 꼭 연락을 하는 성규였다. 하지만 갈수록 힘들어하는 듯 하는 동우가 걱정되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 온 것이다. 다짜고짜 동우의 집 문을 두드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피폐해진 동우와는 달리 동우의 집은 참 깔끔했다.

"뭐 하고 살았냐?"
"뭐... 숨 쉬고 살았죠."
"그걸 개그라고..."

성규가 손을 들어 동우를 때리는 척 하자 동우는 그냥 픽- 하고 웃었다. 어라? 하고 성규는 의아 했다. 저렇게 반응할 아이가 아님에 분명한데, 성규는 빠르게 동우의 기분을 파악하고 동우의 손을 잡았다.

"술 마시자!"


**


시답잖은 얘기만 가득했다. 주로 성규가 말 하고 동우가 끄덕였다. 동우에게 아무리 술을 먹여도 동우는 피식- 하고 바람 빠진 웃음만 날릴 뿐 전혀 성규의 말에 동조가 없었다. 그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성규는 평소보다 말을 10배는 많이 했다. 주절주절... 그러다 성규가 제 풀에 지쳐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에효...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
"..."
"말도 안 해주고. 그냥 네- 네-. 장동우 다 죽었다."

피식- 또 저 웃음이다. 성규가 입을 다물자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성규는 조금 졸린 눈을 하고 가만히 앉아 안주로 사 온 과자로 탑을 쌓으며 혼자 장난을 쳤고 오랜만에 마신 술에 몸도 약해진 탓에 동우는 몽롱함을 느꼈다. 그리고 저절로 서글픈 멜로디가 동우에게서 흘러나왔다. 동우가 그냥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뱉어내는 그 멜로디를 가만히 듣던 성규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핸드폰 녹음 기능을 틀어 동우가 마구잡이로 흥얼거리는 그 서글프고 구슬픈 멜로디를 녹음을 했다. 그러다 고개를 든 동우가 성규에게 물었다.

"뭐 해요?"
"야, 그거 너가 막 부른 거냐?"
"네? 뭐... 아무 것도 아닌데요."
"... 너 이거 가지고 곡 좀 만들자. 사실 내가 제작한 뮤지컬 중에 한 장면만 진짜 마음에 드는 노래가 없어서. 이게 딱이네. 딱이야."
"무슨 뮤지컬인데요?"

시종일관 시큰둥한 반응만 보이던 동우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성규는 가방에서 뒤적여 뮤지컬 제작 노트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성규가 제작한 뮤지컬의 줄거리가 있었다. 작품명은 J. J의 줄거리는 이랬다.

J는 검은 망토에 흰 가면을 쓴 은둔자. J는 자신의 마을사람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J는 아무 이유 없이 마을사람들에게 잘 해주었다. 사냥을 해 주고, 돈을 주고, 금을 주고, 보석도 구해 주었다. 마을사람들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을사람들은 J의 가면을 벗겨 그 정체를 밝히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호기심 끝에 마을사람들은 어느 날 J를 붙잡아 J의 흰 가면을 벗겼다. 놀랍게도 J의 얼굴은 붉은 얼굴을 한 흉측한 괴물의 모습이었다. 놀란 사람들은 J를 마을 광장에 묶어 놓고 J의 목에 '흉측한 괴물 J' 라고 쓰인 팻말을 걸어놓고 돌을 던졌다. 지나가다 괴롭히기도 하고 굶기면서 그들은 J를 마음껏 괴롭혔다. 그리고 J는 매일매일 울면서 노래를 불렀다. 너무나도 구슬프고 슬픈 노래였다. 그러던 어느 날 J의 앞에 칼 한 자루가 놓인다. J는 벗어나고 싶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마을사람들이 자신이 사라지길 원한다면 사라지겠다며 자살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J가 죽은 것을 보았지만 그가 없는 듯이 일상적인 생활을 한다. 그 광장에는 J의 시체가 있었지만 아무도 치우지도 않고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찬찬히 줄거리를 읽어 내려가던 동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꼭 자신의 이야기 같다.

"거기 있잖아. J가 광장에서 울면서 부르는 노래... 그거 아까 너가 불렀던 걸로 쓰자. J가 부르는 노래라고는 이거 하나 밖에 없는데, 아무리 찾아도 괜찮은 노래가 없더라고."
"... 형."
"응?"
"제가 J하게 해 주세요."
"뭐?"
"열심히 할 게요. 형."

동우가 눈을 반짝이며 성규에게 말 했다. 그런 동우를 본 성규는 얼떨결에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W.별모양곰돌이

 


 

 

호원은 집으로 온 뮤지컬티켓을 받았다. 누가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꼭 오면 좋겠다는 편지와 함께 VIP좌석이다. 호원은 집에 들어가 컴퓨터에 검색을 해 보았다. '뮤지컬 J'. 제작 김성규. 김성규라면... 예전에 동우와 함께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었다. 굉장히 유명한 뮤지컬 제작자라고, 그 사람이 보낸건가? 싶어 호원은 핸드폰을 들어 김성규라는 사람의 번호를 찾았지만 번호는 없었다. 호원은 가만히 티켓 표를 보다 성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쫑아."
-형아~
"응. 그래, 형이랑 내일 뮤지컬 보러 갈까? VIP좌석인데."
-와! 갈래, 갈래. 데이트다~

성종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끊은 호원이 티켓을 이리저리 보았다. 주연의 이름도 J였다. 특이한데... 라고 중얼거린 호원은 봉투에 티켓을 넣고 책상 위에 잘 올려 두었다. 갑자기 장동우가 생각이 났다. 글쎄, 잘 지내고 있을까. 전체문자인 척 하고 문자를 보낸 적이 있었다. 동우에게도 답장이 오긴 왔다. 인사치례와 같은. 뒤에 장난스럽게 이모티콘까지 붙이고. 그리고 그 때 생각을 했다. 아- 이 사람은 나를 그저 편한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호원은 침대에 엎드려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아직까지 동우의 번호는 지우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뭐 하고 지낼까? 그냥 궁금했다.

다음날, 성종과 홀 앞에서 만난 호원은 꽤 반듯하게 차려 입었다. 반면에 성종은 수업을 마치고 바로 온 모양인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교복 입은 모습 오랜만에 본다. 성종은 어려보이기 싫어 언제나 대학생처럼 입고 호원과 데이트를 했었다.

"교복 입었네?"
"수업 마치고 바로 왔으니까."

성종이 귀엽게 웃으면서 호원에게 팔짱을 꼈다. 주변 사람들이 서로 속닥거리며 둘을 곁눈질 했지만 두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연인끼리인데 뭐- 홀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역시 VIP는 다르구나... 우와..."
"크흠, 이 형의 능력을 알겠냐?"
"넵!"

성종이 충성- 하는 자세를 하며 혀를 살짝 내밀곤 웃어보였다. 호원은 애교가 많은 성종의 머리를 쓰다듬고 빠르게 입술을 맞췄다. 성종이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원을 보다 풋- 하고 웃어버렸다. 점점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고 간간히 음악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앉은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손가락으로 장난도 치면서 커다란 무대를 보다 점점 더 무대가 어두워지는 듯 하더니 홀 안이 완전히 캄캄해졌다. 그 때문에 긴장을 했는지 성종이 호원의 손을 더욱 꼭- 잡는다.

무대는 마을, 흰 가면에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 남자는 품 안에서 금 덩어리를 꺼내 집 앞에 하나씩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호원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놀란 호원이 어깨를 떨었다. 성종이 속삭이며-

"왜요?"

라고 물었다. 호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아니. 저 사람이랑 나랑 눈이 마주쳐서."
"에이, 가면 썼는 데?"
"그래도 느낌이..."

계속해서 이상하리만큼 호원의 눈을 맞추는 J를 보며 호원은 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착각인지, 아니면 정말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 호원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곧, 무대랑 가까운 자리라서 그럴꺼야- 라는 생각을 했다.


**


가면과 망토 때문에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린 동우가 빠르게 무대 뒤편으로 갔다. 마지막 절정을 향해 뮤지컬은 가고 있었다. 동우는 스텝이 주는 물 한잔을 마시고 칼 한 자루를 챙겨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캄캄한 무대는 조용했다. 동우는 정해진 위치에 앉았고 칼 한 자루도 미리 자신의 앞에 놓았다. 위치를 정확하게 잘 잡은 것을 확인 한 성규는 사인을 내렸다. 무대는 은은한 조명이 비췄고 달이 떠있었다. 동우의 첫 대사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던 J의 노래가 들리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오로지 동우 한 사람만을 보았다. 그 사람들 속에는 호원도 있었다.

피아노 선율 하나에만 의지한 동우의 목소리가 홀 안에 울려 퍼졌다. 어떤 사람은 훌쩍이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감탄을 하기도 했다. 호원 역시 뮤지컬은 이번에 두 번째 보는 거지만 J의 노래는 정말 슬펐다. 별 다른 가사도 없이 멜로디로만 이루어진 J의 노래는 너무나도 슬프고, 안쓰러웠다. 그리고 흰 가면을 벗은 붉은 괴물 가면을 쓴 모습과 대비가 되면서도 잘 조화가 되어 섬뜩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J는 자신의 앞에 노인 칼 한 자루를 들었다. 조명 빛을 받은 칼은 아름답게 J의 손에서 춤을 추었고 J는 천천히 자신의 품 안으로 칼을 찔러 넣었다.

뮤지컬이 끝나고 막이 내리자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수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그 소리에 또 사람들은 일어나 박수를 쳤다. 호원과 성종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진심으로 치는 박수였다. 박수소리가 계속 울리고 무대의 막은 다시 올랐다. 배우들이 합창을 하며 부르는 J의 노래에 주연 배우들이 하나 씩 차례로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했다. 그들이 나올 때 마다 환호를 하고 더 큰 박수를 했다. 사냥꾼, 술집 여자, 어린 소년이 나온 후, 드디어 그들이 열망하던 J가 흰 가면과 검은 망토를 한 채 등장했다.

"와-!"

성종은 함성까지 지르며 J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 옆에서 호원도 J에게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가슴이 벅차도록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준 배우에게 보내는 박수였다. 그 박수소리를 듣던 J는 천천히 흰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붉은 괴물 가면이 드러났다. J는 그 상태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깊숙이 한 뒤 다시 붉은 괴물 가면을 벗었다. J가 장동우가 되는 순간- 사람들은 더 큰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유독 땀이 많이 흘러 번들거리는 동우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배우의 열정에 더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다. 중간에 앉았던 사람들도 다시 일어나 동우에게 열찬 박수를 보냈고 동우는 그들에게 허리를 깊게 숙여 오랫동안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런 동우를 본 호원은 홀로 다시 자리에 앉아버리고 말았다.


**


여전히 들리는 박수소리를 뒤로하고 동우는 무대 밑으로 내려왔다. 스텝들이 박수를 치며 그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했고 배우들도 함께 수고한 스텝들에게 인사를 했다. 성규는 계단을 내려오는 동우에게 가 동우를 끌어안았다. 잔뜩 상기된 성규의 표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환희에 차 있었다. 동우를 품에 안은 성규는,

"오늘 최고야! 한국에서 저렇게 기립박수가 나오는 건 처음 봤어! 이따 간단하게 뒤풀이 하자."

동우의 어깨를 툭- 친 성규는 동우를 마주보았다. 여전히 땀을 줄줄 흘리는 동우를 본 성규가 동우의 땀을 손수 닦아주며,

"땀 좀 봐라. 왜 커튼콜에 망토를 했어? 안에 흰 정장 입었잖아."

라며 동우의 망토를 풀었는데, 그러자 훅- 하고 끼치는 피비릿내. 성규는 인상을 찌푸렸다. 동우의 흰 정장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놀란 성규가 멍하게 동우를 바라보고 있는 데 동우가 베시시- 하고 웃었다.

"너, 진짜 칼로...?"
"형. 미안해요. 오늘 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네요. 그래도 최고였잖아요."

그리고 그대로 성규의 품으로 쓰러졌다. 생각보다 동우의 표정은 굉장히 편안했다.


**


호원은 근처 꽃집에서 꽃다발을 하나 샀다. 그래도 제일 화려하고 향기가 진한 걸로 골라서 샀다. 꽤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호원에게 꽃집 사장이 물었다.

"애인 만나러 가나봐?"
"네? 아..."
"왜. 고백 안했어?"
"오늘, 하려고요."
"근데 왜 이렇게 긴장했어? 얼굴도 잘 생겨가지고 안 넘어 올 사람도 없겠구만."

그런 사장의 말에 호원은 씁쓸하게 웃었다. 돈을 주고 인사를 한 호원이 꽃다발을 들고 터벅, 터벅 거리를 걸었다. 꽃향기가 짙기는 짙은 모양, 호원의 코끝을 자극했다. 간질거리는 그 향이 좋다. 도로를 따라 걷던 호원은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고개를 들어 보니 병원이 보였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호원은 핸드폰을 들어 성규가 보내 준 문자를 확인했다. 서관 201호. 호원은 초록불로 바뀐 신호에 횡단보도를 따라 건넜다. 병원에 갈수록 호원은 심장이 터질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마치, 처음 동우를 보고 혼자 가슴앓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호원은 서관을 찾아 201호 앞에 멈췄다. '장동우' 라는 이름이 보였고 호원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문을 열자 4인실 병실의 사람들이 호원을 슬쩍 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애써 피한 호원은 가장 바깥 쪽 창가에 있는 동우의 자리로 향했다.

손등에는 주사바늘을 꽂은 동우가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어 있었다. 호원은 꽃다발을 동우의 옆 책상에 올리고 동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감촉에 동우가 눈을 슬쩍 하고 떴다. 당황한 호원이 빨개진 귀를 하곤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런 호원을 무표정한 얼굴로 본 동우가 주먹을 뻗었다. 당황한 호원이 빠르게 동우의 주먹을 막았다.

"야."
"...왜."
"왜 왔냐?"
"왜 오긴. 형 보러 왔지."
"날 왜."
"다시 사귀..."

다시 사귀려고. 라고 말 하려던 호원이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예전 호원이라면 아랑곳 않고 뱉었겠지만 말이다. 그런 호원을 본 동우가 피식- 하고 웃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호원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통증 때문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동우는 호원의 손을 자신의 어깨에 올리게 했다.

"나 잠 잘 자게 자장자장 해줘."
"뭐?"
"해줘."
"... 여기서?"
"응."
"...흠, 크흠. ... 자장- 자장- 우리- 동우-"

동우만 들릴 듯 말듯 하게 웅얼거리며 자장가를 부르던 호원은 귀가 점점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호원과 달리 동우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눈을 감았다. 아- 굉장히 오랜만에 잠을 잘 잘 것 같다.

 


 

데뷔 3주년 기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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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 제가 처음으로 글을 남기는 건가요?! 우와아아~~ 잘 읽었습니다~. 무척 감동적인 스토리네요~~ 호야랑 동우가 헤어져서 맘이 아팠는데~ 끝엔 해피엔딩이라 너무 좋았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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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와!!!재밌어요ㅠㅠㅠ분량도짱길고 잘읽ㄱᆞㄷ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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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진짜 칼이었을줄이야ㅠㅠㅠ 동우 정말 힘들었었나봐요ㅠㅠ 마지막 장면이 뭔가 마음에 드네요- 잘 읽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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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으오 진짜 작가님 체고시다 사랑해요 ㅠㅠ 저는 감성 이라고해요 ㅠㅠ 으헝 ㅠ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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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진짜찔럿을줄이야ㅠㅠㅠㅠㅠ진짜금글이당재밋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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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혹 별모양곰돌이님이다!~!!싸랑합니다ㅜ_ㅜㅜㅜ여기서뵈니 또 새롭네요. 동우죽은줄알고 놀랬는데 다행이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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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1개월전글이라니ㅠㅠ부엉이예요!!방학기념으로정주행!달리겠thㅓ요흐흐흐흫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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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모양곰돌이
감사해부엉!!!!!ㅎㅎㅎ 자주 봐유부엉>_<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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