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요새 루민이 그렇게, 그렇게 예쁘다면서요?
그 인기를 요새 많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우리 루민이들! 너무너무 예쁘고, 귀여운 것 같아요.
비록 필력은 부족하지만! 달달한 밤 보내시길 바라면서~
1. 아이스크림
아, 더워. 루한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반팔 티셔츠의 넥 부분을 빠르게 펄럭거렸다. 푹푹 찌는 더위에 중간중간 루한의 말을 받아치던 민석의 목소리가 자츰 줄어드는가 싶더니 덥다, 덥다, 하면서도 손은 놓지 않는 루한의 고집된 모습을 힐끗 보고 두 손에 시선을 두었다. 바보, 바보. 얼마나 꽉 쥐었으면 벌써 땀방울이 손 안에 가득 찰 정도였다. 민석은 루한이 불쾌감을 느낄까 싶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손을 빼려 안간힘을 썼다가 눈이 마주쳤다.
“민석. 가만히 있어.”
손에 땀 차도 괜찮으니까. 민석의 이름을 부를 때는 곧대로 눈을 쳐다보더니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삼킬 뻔한 뒷말을 조그맣게 말하며, 당장이라도 얼굴이 발갛게 부어올라 부끄러운 듯 앞으로 걸어가는 루한의 모습을 보자 민석은 웃음을 터뜨렸다. 루한이 민석을 한 번 장난스레 흘기고는 빠른 걸음으로 걷는데 역시 뒤에서 보는 씩씩대는 꼴은 누가 봐도 귀엽다. 민석은 곱씹었다. 귀여워. 다시 한 번. 귀여워.
“루한. 그러니까, 그러니까. 같이 가자고!”
이대로 가다간 루한을 잃어버릴까 민석은 조바심을 내며 보폭을 최대한 크게해 그의 뒤를 따랐다. 딱 봐도 느릿느릿 걸을 것 같은 게! 걷는 건 왜 이렇게 빨라! 어쩐지 풀린 손이 허전했다. 민석은 졸래졸래 루한의 옆에 다시 서서 보폭을 맞춰 걸었다. 역시나 앞만 보며 걷는 루한의 눈을 제 눈으로 좇다가 조심스레 루한의 예쁜 오른손을 잡고 풀 수 없게 깍지를 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있어도 민석은 그저 웃으며 꽉 쥐어진 두 손을 위 아래로 바이킹 타듯 팔랑거렸다. 희고 예쁜 두 손이 자연스레 위로 뻗었다가,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몇 번 반복했더니 금방 루한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루한은 민석의 장난이 마냥 애교로 보였나 보다. 슈퍼마켓 앞에 다다른 루한이 다짜고짜.
“내가 아이스크림 쏠게. 사 줄 테니까, 골라.”
민석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더니 허겁지겁 아이스크림 창고로 손을 뻗어 열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시원함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온통 민석의 눈에는 빙과류가 가득했다. 쌍쌍바, 메로나, 더위사냥, 빠삐코…. 속으로 아이스크림 명칭을 하나하나 읊다가 눈 앞에 있는 스크류 바를 집으려고 한 순간, 루한의 손과 또 다시 맞닿았다. 민석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고꾸라질 뻔한 것을 루한이 손으로 받혀 정말이지 다행이었다. 루한은 혀를 끌끌 차더니 스크류 바 두 개를 단숨에 집고 민석의 손을 잡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하는 중 귀엽다며, 동생이냐며, 잔뜩 캐묻는 아줌마께 루한은 그저 웃음으로만 대할 뿐이었다. 옆에 있던 민석은 괜히 뻘쭘해 발을 동동 굴렀다. 안녕히 계세요. 딸랑. 문이 열렸다. 잘 가라는 듯 조용히 닫혔다.
“루, 한. 이거, 진짜, 맛있네.”
민석이 스크류 바를 입에 물고 빨아먹기를 계속하다 똑같이 행동하는 루한을 보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이내 루한도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수긍하는가 싶더니 또, 또. 똑같이 엄지 손가락을 올린다. 실실거리며 웃는 민석의 눈꼬리가 예쁘게 접혔다. 아, 귀여워! 귀여워! 루한 마저 민석이 귀엽다는 것을 곱씹고 있다니. 루한은 자기가 민석의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래도 느껴져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순간.
쪽. 쪽. 쪼옥.
끈적한데 차가운 것이 볼의 감촉에 스며들었다. 한 번도 아니고. 그것도 세 번이나! 루한이 제 볼을 한 번 쓱쓱 쓸더니 시선은 저절로 옆에 있는 민석에게 향했다. 민석은 뭐가 그렇게 웃긴지 연신 발간 입술을 벌리고 호탕하게 웃는다. 루한, 볼은 시원해? 시원하지! 나 잘했어? 어린애 마냥 칭얼거리는 민석이 절로 예뻐보여 루한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마저 씹어 먹고는 그대로 민석의 입술에 돌진했다. 조준, 완료. 그 다음은, 꺄르륵거리는 민석의 웃음 소리만 들릴 뿐이다.
2. 매점에서 파는 빵
자꾸만 배에서 소리가 나 민석은 그대로 깼다. 뒷머리를 만지며 옆을 보니 책상에 제대로 코를 박고 있는 루한의 뒷통수가 있었다. 으구, 으구. 염색 풀으라고 했더니. 말도 더럽게 안 들어. 자신의 말을 무시한 것 같아 조금은 삐친 민석이 입술을 삐죽이며 루한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루한, 루하안. 어쭈? 미동도 없다. 작은 손가락이 꼬물꼬물 올라오더니 어깻죽지를 조심스레 누르며 루한? 나 배고파. 배고프다니까? 배고프단 민석의 말소리에 루한이 몸을 흠칫거리더니 다시 또 미동 없음. 민석은 결국 고왔지만 얄밉게 염색된 루한의 뒷통수에 매운 손바닥을 내리쳤다.
“어. 민석. 일어났어? 매점. 매점 가자.”
루한이 벌떡 일어나 민석을 향해 말했다. 또, 루한의 오른쪽 자리에 있던 준면이 뾰루퉁한 민석의 모습과, 멋쩍스레 웃고 있는 루한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웃었다. 야, 너네는 어쩜. 참! 동시에 루한과 민석이 준면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민석의 배가 요동쳤기 때문이다. 꼬로록, 꾸르륵. 소리가 들리자마자 얼굴이 잔뜩 발개진 민석은 늦게 일어난 루한을 제대로 흘기곤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준면은 멍하니 서 있는 루한의 어깨를 토닥이곤 얼른 가 봐, 인마! 소리쳤다. 루한은 어…. 그, 그래야지. 하며 민석을 뒤따라갔다.
“늦게 일어났으니까. 나 창피하니까. 빵 사 와. 빵. 빵. 빵.”
내가 만날 먹는 빵 리스트 있지, 그걸로 채워서 사 와. 꼭. 매점 문 앞에 들어선 민석이 안에서 부랴부랴 빵을 고르는 루한을 쳐다보며 유리창 문 앞에 얼굴을 대곤 윽박을 질렀다. 씨, 씨이…. 그걸로 안 사 오면 삐친 거 안 풀어! 당당히 선언을 하고 매점 앞 의자에 뿌듯하게 앉아서 루한을 기다리는데 벌써 종이 쳤다. 아, 다들 교실로 들어가는데. 뭐하는 거야! 울상을 짓는 민석이 매점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은 텅텅 비었다. 아무도 없었다. 매점 아줌마도 없었고, 루한도 없었다. 설마, 아까 심술 부렸다고 먼저 몰래 간 건 아니겠지? 불안함과 속상함 둘 다 밀려와 먹먹해져 오는 가슴을 두어 번 턱턱 치는데 그렇게 슬프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교실 들어가면 분명히 선생님한테 혼 나고도 남을 텐데. 어쩌지…. 민석이 매점에서 갈등을 겪었다. 그래도, 혼 나는 건 마땅하였기 때문에 매점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루한이 나타나 민석의 손목을 잡았다. 민석은 뒤에 태연히 봉지를 들고 있는 루한의 모습에 놀람과 미움이 교차했다.
“기다렸지. 사 왔어. 얼른 먹자.”
종 쳤잖아. 어떻게 할 건데…. 민석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지만 루한을 따라 의자에 앉았다. 일단, 먹고 생각해 보자. 루한의 목소리가 꽤 사람 안심하게 만드는 데 일리가 있다. 민석은 좀 전의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는 듯 빵 봉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소보루 빵, 크림 빵, 소보루 빵, 크림 빵…. 모두 루한이 좋아하지만 민석은 싫어하는 빵 리스트 중 베스트에 속하는 것들만 들어있었다. 민석은 또 루한에게 속상해졌다.
“내가 삐친 거 안 푼댔지!”
민석이 루한에게 소리쳤다. 루한은 반응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웃고 있었다. 루한은 뭐가 웃기길래 그렇게 웃어! 꽤 참고 있었던 민석의 눈가가 벌써부터 촉촉해졌다. 루한은 아무렇지 않게 엄지 손가락으로 민석의 눈을 훔치더니, 주머니에서 단팥빵 한 개가 짠! 하고 나타났다. 엉엉 소리내어 우려던 민석의 그렁그렁 눈물이 매달린 채 눈을 여러 번 깜박였다.
“아이고. 우리 민석, 아직도 애기야. 애기.”
루한이 곱게 포장돼 있는 단팥빵을 꺼내 민석의 입 앞에 가져다 대었다. 굉장히 삐쳐있던 민석은 꽉 다무려 하다가 고소하게 퍼지는 단팥빵 냄새에 입을 크게 벌렸다. 아아. 팥과 빵이 맛있게 어우러졌다. 최고였다. 다시 한 번 베어 먹으려는 순간, 루한이 빵을 자신에 입가에 가져가 한 입 물었다. 그리고 또 다시 민석에게 건넨다. 민석 한 입, 루한 한 입. 이렇게 하나를 다 먹어갔다. 한 명이 먹는 것보다 두 명이 같이 먹는 게 낫지. 그치, 민석? 루한이 정말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웃었다. 민석 또한 따라 웃었다. 바보. 멍청이. 모두 민석이 칭하는 루한이었다.
그런 루한을, 민석은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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