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라핌입니다. 저는 2012년, 런던올림픽이 한창일 때 글잡담에 기성용 선수 망상글을 썼었던 작가에요. 2012년에 글을 썼으니 어느덧 햇수로는 3년이 지났네요. 3년이라는 시간동안 제 일상은 물론이고, 부족한 제 글을 늘 애정어린 관심으로 응원해주시던 독자분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년이지나 부르는 이름 하나 없이 무작정 부쳐보는 이 안부 인사는 어떤 독자님에게 닿을지 모르겠어요. 3년이라는 시간이 벌려놓은 틈 사이는 어떤 안부로 채울 수 있을까요.
3년 전에 저는 그 쉬운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썼던 글들을 모두 지우고, 어딘가에 남겨 놓은 제 흔적들을 혼자서 정리하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4개월 가량의 작가생활을 끝으로 저 역시도 누군가의 글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독자로 돌아갔었습니다. 누군가의 글을 응원하면서, 독자의 입장에 섰을 때 문득 제 글을 애정해주시던 독자분들이 생각나 정말 한없이 죄송한 마음이 든 적도 있었구요. 그래서 다시는 세라핌이라는 이름으로는 글을 쓰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구요.
세라핌이라는 이름을 달고 예고도 없이 찾아 온 이유는 거창한 말로 적어내릴 필요 없이 단순히 안부인사입니다. 매일, 매순간 3년 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살 수는 없지만 숨가쁘게 지내는 나날의 하루는 학창시절이 생각나고, 그 학창시절의 일부에는 런던올림픽이 있었고, 런던올림픽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만들던 축구가 있었기에 잊고 살다가도 문득 생각날 때가 있어요. 그 기억은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셨기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생각나는 거겠죠.
익스포츠의 축구 팬들에게는 만인의 텍스트 애인이던 기성용 선수가 곧 있으면 아기의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시간 참 빠르구나 싶었습니다. 언젠가 다수의 작가분들이 기성용 선수가 아기 아빠라는 소재로 망상글을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게 어느덧 현실로 되었으니까요. 기성용 선수만큼 저 역시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당시에 교복을 입던 학생이던 저는 퇴근과 주말만을 절실히 바라는 직장인이 되었고, 이제 더 이상 아이돌은 좋아하지 않을 거야. 라던 2012년의 저는 날아가고 컴퓨터 앞에는 열 개의 폴더를 정리하는 덕후만 남아있습니다.
독자님들은 어떤 변화를 맞이한채 3년을 지나오셨나요? 어쩌면 일방적인 안부인사에 이 글은 그 누군가에게도 닿지 못할 글이 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미련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간 남아있던 잔잔한 아쉬움들이 해소되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요. 물론, 그 누군가라도 본다면 정말이지 좋겠지만요. 시간이 부쩍 지났지만 저는 여전히 글을 쓰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편지를 쓰는 것도, 축구도, 기성용 선수도 늘 응원하고 좋아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종종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 감사함은 제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1학년 여름을 함께했던 독자여러분에게 돌립니다. 많이 배웠어요. 그 어딘가에서 다들 좋은 기억만 가지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에 못다한 세라핌 올림.
2015. 04. 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