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알신이 너무 안 울려서 잊어버리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변명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지만 계획을 차근차근 짜니까 벌써 시험기간이더라구요. 평소에는 띵가띵가 놀다가 이제서야 조금 해보겠다고 하니까 마음대로는 안 되고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터리까지 고장이 나서 다행이 오늘 새 배터리를 구입하긴 했는데 일찍 오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앞부분을 조금이나마 들고왔습니다. 구독료도 없으니 맘 편히 보셔요. 정말 죄송합니다. * * * 남한과 북한이 드디어 평화통일을 이룬지도 벌써 백여 년. 잠깐 멈칫하는 듯했던 경제와 과학기술은 그것도 잠시 물 만난 고기마냥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께서는 더 편리한 것, 더 실용성 있는 것에만 무차별적으로 매달리는 우리나라에 화나기라도 한 듯 뚜렷했던 사계절을 빼앗아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가만히 있어도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이 시작된 지 넉 달 째 되는 유월의 첫째 날이였다. "으아, 드디어 끝났다." 마지막으로 누른 엔터키 소리가 꽤 경쾌하게 들렸다. 요 며칠 내내 온종일 의자에 앉아 서류작성을 하다 보니 온몸이 뻐근한 게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정말 하얗게 불태웠어. 의자 끝에 허리가 걸쳐질 정도로 축 늘어져 있는데 침대에서 책을 읽던 부현이 낄낄대는 게 들려왔다. "왜 웃냐?" "저장이나 해, 인마. 형이 코드 뽑으면 너 그거 다 날아가." "안 돼! 내가 이거 얻으려고 얼마나 자존심을 버렸는지 알기나 해?" "그게 뭔데 낑낑대고 매달리냐, 근데?" "뭐냐고?" * * * 종이 하나를 찬찬히 살펴보던 성규의 미간과 종이가 똑같이 구겨졌다. 구겨진 종이를 탁자 위로 내팽개친 성규가 우현을 보고 이내 어이없다는 듯이 웃어 보인다. "진짜 이거 붙일 생각은 아니었죠?" "붙일 생각이었는데요?" "진짜진짜로?" "응, 진짜진짜로." "이봐요, 인간적으로 이딴 걸 붙이면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찾아오겠어요." "네? 제가 뭘 어쨌다고." "지나가는 놈 하나 잡고 역사가 뭐냐고 물어보면, 알 것 같아요?" "…." "우현 씨도 저한테 듣기 전까지는 역사가 뭔지도 몰랐잖아요." "에, 그렇죠." "그럼, 우현 씨 지금 가서 전단지 디자인 수정할 거죠- 응?" 아이씨, 뭐가 또 문제야. 웬만한 여자보다 까다로운 성규 눈에 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건 이래서 싫다, 저건 저래서 별로다. 온종일 투덜대고 징징대고. 가만 보면 꼭 네 살짜리 꼬맹이 같다. "옛것에 관심…." "이런 건 원래 좀 오글거리게 써야 하는 법인데, 모르겠죠? 이리 줘봐요." * * *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고 싶다면 동아리 'INFINITE'로 찾아오세요. 옛것에 흥미가 있는 학생은 더욱 환영합니다. 문의) 아동교육학과 남우현/ ☎ 010-1991-0208]

인스티즈앱
현재 못입는 사람은 평생 못입는다는 겨울옷..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