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선물이다
- 이게 뭡니까 조장?
- 너는 아직도 그 말버릇 못 고치지
조장이 아프지 않게 내 입술을 톡 하고 때린다. 죄송해요 습관이 돼서… 하니 죄송할 필요까지야 하신다.
- 팔 떨어지겠다, 안 받을 거야?
아차 하고 조장이 아니 형이 건넨 선물을 받아 들었다.
- …꽃…이에요?
- 그게 무슨 꽃인 줄 알아?
- 이거 호박꽃 아니에요?
- 맞아
형은 내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시선을 마주할 줄 모르는 나는 꽃대를 만지작 거리며 그저 꽃만 바라봤다.
- 오는 길에 꼭 널 닮았길래 하나 꺾어왔어
- …좋아요, 감사합니다
- 호박꽃을 닮았대도?
- 아무렴 상관없어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게다가 조장이 준 선물이라니… 그게 무엇인들 그리 중요할까 싶다.
- 너도 참 답 없다. 이럴 땐 화를 내야 정상 아니야?
- 처음 받아 봐요 이런 거… 마음이 중요 한 거죠. 아, 그렇다고 선물이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아니구요.
간질이는 마음에 어쩐지 웃음이 나온다. 꽃을 보며 헤헤 하고 실없이 웃자 여느 때처럼 조장의 손길이 머리에 닿아온다.
- 웃는 게 참 예쁘다 넌.
- 형도 예뻐요.
예쁘단 말에 전처럼 웃음소리가 뒤따라온다. 역시 멋있다는 말을 좋아하시는 게 확실한가 보다.
- 호박꽃의 의미가 뭔 줄 알아?
- 음… 잘 모르겠어요.
읏차 하고 방바닥에 벌렁 드러눕는 형의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의미인데요? 하고 되묻자 엉뚱하게도 나 봐봐 하는 답이 돌아온다. 뒤 돌지는 못하고 하염없이 꽃만 만지고 있었다.
- 나 보면 알려줄게 나 봐.
쭈삣쭈삣 고갤 돌려 눈은 못 마주하고 목이나 가슴 언저리에 시선을 두었다. 내 눈을 봐야지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조금씩 시선을 올려 눈을 마주했다. 짧지만 짧지 않은 침묵 뒤 형이 답했다.
- 사실 나도 잘 몰라. 혹시 넌 아나 싶어서 물어 본 거야.
- …뭐에요, 형
얼른 몸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쿵쿵쿵 뛰어오는 심장에 들리지 않게 작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방이 아니라 심장이 문제였나? 고갤 갸우뚱했다. 혹시 아픈 건가?
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형은 다시 내 옆에 앉았다. 그러더니 손을 뻗어 내 고갤 잡고 자신과 마주하게 했다. 또 눈이 마주쳤다.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형의 눈에 담겨 반짝반짝 빛을 낸다. 거리가 가까운데… 이리저리 눈동자만 도록도록 굴렸다.
- 현우야
- …
- 답례 안 해 줄 거야?
- 답…례요?
- 응
그게…저…해 드려야죠 근데 그게… 나도 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쿵쿵쿵 뛰는 심장과 가까운 형의 얼굴에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형의 얼굴이 조금씩 가까이 다가왔다. 어…어? 잠시만요 잠시만요, 뭐지? 무슨 상황 인지 몰라 몸은 빳빳이 굳은 채로 눈만 질끈 감아 버렸다.
- 오성조 조장이란 게 적이 다가오는데 눈을 감아?
가까이 다가 온 형은 아프지 않게 자기 이마로 내 이마를 콩 때리고는 놓아주었다. 노…놀랐잖습니까 조장! 너도 놀란다는 감정이 존재하긴 해? 저도 사람이에요! 꾹 참았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며 형을 바라보았다. 진짜 정말 놀랐다. 옆구리에 갑자기 칼이 들어 올 때에도 이보다 놀라진 않았는데….
- 놀랐다고 또 말버릇 나오고, 엉망진창이야 이현우
- 그,그건…
- 앞으로는 말실수 할 때마다 벌 받을 줄 알아
순간 5446부대에서 받았던 각종 고문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설마… 했지만 형도 엄연한 오성조 조장이었다. 못할 리가 없다. 밥 먹듯 받았던 고문이었지만 고통이란 게 익숙해지지는 않는지라 재빠르게 고갤 끄덕였다. 다시는 다시는 말실수 하지 않겠..을게요 형! 왜 무슨 벌인 줄 알고? 뭔진 모르겠지만 왠지 밀려오는 섬뜩한 느낌에 그저 하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 아까 같은 상황엔 말야
- …
- 눈을 감는 게 아니라 주먹으로 쳐야 되는 거야 알겠어?
- …네
- 물론 난 제외하고
왜요? 하고 묻자 그럼 감히 네가 선임 조장을 치려고? 하는 답이 돌아온다.
- 굳이 선임 조장이라는 조건이 아니어도 전 형 못 때려요.
- 그 어떤 상황에서도?
- 그럼요
형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이래도? 하는 소리에 네? 하고 되물으려 하는데 갑자기 시야가 확 뒤집어 진다.
- …형?
바닥에 눕힌 채 두 팔 안에 날 가둔 형은 그 어떤 대답도 없이 올곧게 나와 시선을 마주한다.
- 너와 지낸 지난 며칠 간 생각했어. 네 맑은 눈이 오로지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 담아내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처음엔 순수한 마음이 예뻐서 좋았고 그 다음엔 웃는 게 예뻐서 좋았어. 이젠 그냥 너라는 사람이 참 좋고.
장…난인가? 진심인가? 알 수가 없었다. 표정과 눈빛이 너무나 진실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말도 안 되는 걸.
- …이라는 말을
- 네?
- 남조선 드라마에서 본 것 같다.
형은 내게 웃어보이고는 벌러덩 옆에 누웠다.
- 자자
형은 그대로 눈을 감고 얼마 안 되어 잠이 든 듯 고른 숨을 쉬었다.
- 벌써 주무세요?
- …
- 다시는 이런 장난 하지마세요
- …
- 놀랐잖습니까.. 하루에 사람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시는지…
- …
- …뭐…, 싫었다기 보다는 놀랐단 말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나도 형을 등지고 돌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날 밤 참 좋은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내려 온 해랑…기웅형은 아무 때나 불쑥불쑥 집에 찾아오시는 게 낙이자 취미이시다.
- 형 또 오셨어요?
- 뭐야 그 반응은, 싫다는거야?
- 아니요 그냥 여쭤 본 거에요
그치? 짜식 내가 싫을 리가 없지 기웅형은 하하하 호탕하게 웃더니 이내 수현형을 찾았다.
- 원류환 자식은 어디갔어?
- 잘 모르겠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가시던데요?
- 별 임무도 없는 놈이 어딜 그리 쏘다녀 쏘다니길
기웅형은 쯧쯧 하시며 평생 고생이란 고생은 사서 하는 새끼네 아주 하신다. 그러면서 평소와 같이 이리저리 집구석을 휘저으시다가 꽃을 발견하고는 내게 물어오신다.
- 웬 꽃?
- 아, 어제 수현이 형이 꺾어오셨어요
- 별 미친놈이… 누가 호박꽃으로 장식을 하네?
입이 간질거리긴 했지만 차마 형이 저한테 선물로 줬어요 라는 말은 못하고 왜요 예쁘잖아요 하며 헤헤 웃었다.
- 예쁘긴 개뿔이 예뻐
- 아, 혹시 기웅형 호박꽃 의미아세요?
- 의미?
기웅형은 잠시만 하더니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하신다. 뭐 하세요? 검색하잖아 넌 핸드폰 없어? 있긴한데…잘 쓰질 않아서요 연락할 곳도 없고.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핸드폰이다.
- 나왔다
- 무슨 뜻이에요?
- …
- 형?
기웅형의 표정이 오묘하게 바뀐다.
- 너 이거 꽃말 나한테 왜 물어봤냐?
- 그냥… 궁금해서요
- 혹시 원류환이 어제 너한테 이 꽃 준거야?
- 어떻게 아셨어요?
- 그리고 꽃말도 물어봤어?
- …네
기웅형은 역시나 하더니 고갤 끄덕인다. 왜 그러지 싶어 바라보니 기웅형이 피식피식 웃으신다. 뭐 웃긴 뜻인가?
- 아 이걸 알려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 왜 그래요 뭔데요?
나도 일어서서 보려고 하니 기웅형이 핸드폰을 쥔 팔을 번쩍 들어올린다. 안돼 이거 너 보면 안돼. 왜 안돼요 보여주세요. 이게 다 원류환을 위한 거라니까? 꽃말이랑 수현형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허, 안된대도 이러네.
보여 주세요. 안돼. 왜요. 안돼. 계속 실갱이를 벌이며 형의 한 쪽 팔에 거의 매달리다 시피 하다가 기웅형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같이 넘어져 버렸다.
- 나 왔…
기웅형의 품에 안겨서 쓰러져 있는 상황에 수현형이 들어왔다. 형 오셨어요? 왔냐? 나와 기웅형이 인사를 해도 아무런 말도 않고 서 있다가 형이 다시 뒤돌아 나갔다.
- 어, 형!
급히 일어나 문을 열었지만 이미 형은 사라진 뒤였다. 기웅형은 아 거 골치 아프게 됐네 하며 자릴 털고 일어났다. 기웅이형 수현이형 왜 저러신 거 에요? 내가 묻자 기웅형은 뒤통수를 긁더니 핸드폰을 내 눈앞에 내밀었다. 아니 이건 갑자기 왜… 하고 핸드폰을 바라보니
[ 호박꽃 꽃말 : 사랑의 용기]
어떻게 해야 되나 기웅형을 보낸 뒤 한참을 생각했다. 별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형이 다가와 준만큼 나 또한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혹시 이게 꿈인가 싶어 얼떨떨했다. 볼을 꼬집어 봐도 꿈은 아니었다. 그 다음엔 이상한 기분이 몰려왔다. 싫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좋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벅찬 그런 기분이. 느껴지는 대로 기웅형에게 말했더니 형은 웃으며 답했다. 원류환새끼 좋겠네 첫사랑이 자기 좋아해줘서.
현관문 앞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것 같은데 형은 오지를 않는다. 품에 안긴 꽃을 좀 더 깊숙이 끌어안았다. 꽃이 얼거나 죽진 않겠지… 호호 하며 꽃을 녹여주고 있는데 눈앞에 까만 그림자가 들어찼다. 천천히 고갤 들어 올리니 형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 춥잖아 왜 나와 있어
- 형 기다렸어요
- 들어가자
- 잠시만요
일어나 형을 붙잡자 형이 왜 그러냐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심호흡을 하고 형의 눈을 마주했다. 이젠 피하지 않을 거다.
- 호박꽃의 꽃말 말이에요
형의 눈이 놀란 듯 커졌다.
- 사랑의 용기
- …알아냈…어?
내가 고갤 끄덕이자 여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형이 내 눈을 피해 고갤 푹 떨궜다. 그런 형의 눈앞으로 꽃을 내밀었다. 형이 무어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 다알리아
- …
- 다알리아에요 이 꽃 이름이
- …
- 꽃말이 뭔 줄 알아요?
침을 삼켰다. 손에 땀이 흥건히 배어나왔다. 긴장은 되는데 왠지 웃음이 나온다. 웃으며 형에게 말했다. 형이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 당신의 마음을 알아 기쁩니다
- 당신의 마음을 알아 기쁩니다
형도 나와 마주하며 웃었다. 어… 꽃말 알아요? 형은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뭐에요… 부끄러운 느낌에 또 고갤 돌릴 뻔했지만 이번엔 참았다. 이젠 형 피하지 않을 거에요.
- 고마워
- 뭐가요?
- 도망안가고 있어줘서
- …
- 나 좋아해줘서
- …저도 고마워요 용기 낼 수 있게 해주셔서
- …
- 도망 안 갈 수 있을 때 까지 기다려주셔서
형이 내 허릴 감싸 안았다. 이젠 알겠다. 방이 더운 것도 아니었고 내가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었다. 쿵쿵 거리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따뜻함으로 마음을 적셔나갔다. 어제처럼 형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 다른 놈들이 다가오면 주먹으로 치는거고
- …풉, 네
기분 좋은 간질임에 웃자 꼬맹이 웃어? 하더니 아프지 않게 이마를 콩 때린다.
- 내가 할 땐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
- …몰라요
- 이렇게
형의 손이 눈을 덮어온다.
- 눈 감으면 돼.
그리고 따뜻한 입술이 맞닿아 온다.
윾ㄲㄲㄲ껄껄껄 오그라 드세요? 내 취향입니다껄꺼꺼러꺼ㅓㄹ
는 사실 인포에서 썰보고 주어와서 씁니다 껄껄
사실 이전 글에 이어서 후속을 쓸 생각은 전혀없었어요 그냥 버리는 글이었는데(하도 거지같아서 전 두번 못보겠더라구요 ㄷㄷㄷ)
댓글 20개 넘으면 써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댓글을 달아주셔서 억지로억지로 연결시켜서 쓰느라 글이 좀 거지같죠? 그냥 가볍게 즐감해주세요 껄껄
아마 이번에도 댓글이 어느정도 달린다면 다음글이 올라올수도 있..겠...죠 아마....(사실 이 다음글도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아요/...먼산... 하지만 또 억지로 잇다보면 이어는 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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