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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올라오기 전 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은건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목록에
" 전국을 돌아다니며 내 카메라에 담기 " 를 넣었다.
수능이 끝나고 , 대학 발표가 난 후
난 당당하게 대학에 붙고 나서
3년 가까이 쓰지 못한 내 카메라를 들고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간 지역은 서울
지방에 살다보니 서울에 갈 일이 많이 없었다
아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콘서트 갈 일 정도?
그래봤자 차대절로 가서 구경은 제대로 못하지만
무튼, 그래서 난 1박2일로 잡고
서울에 대학붙고 자취방을 잡은 친구집을 숙소로 하고
광화문 광장, 청계천, 인사동 등
여러곳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이왕이면 예쁘게 많이 찍어놓고 싶었기에
새벽에 첫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서
지하철을 타고 계속 사진을 찍고 다녔다
그런데 가는 곳 마다 보는 남자가 있어서
" 뭐지? "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 나같은 사람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 남자도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가방도 나처럼 짐이 많이 들어 보였기때문
첫째 날에 가려고 했던 장소들을 다 가서 찍고
친구 자취방에서 잔 후
둘째 날엔
오랜만에 서울에 왔으니
자주 갔던 공연장을 빼놓을 수 없지! 하는 생각에
올림픽공원을 들렸다
그 날도 유명한 가수의 콘서트가 있었는지
부스가 하나 둘 오픈하고 있었고
팬들이 점점 모이고 있었다
" 아 좋겠다 " 하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 사람 너무 많아.. " 하고 후회도 했지만..
그 공연장 주위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데
어제 본 그 남자다.
우연히 이렇게 이틀씩이나 보다니 신기하네,
사진이라도 찍어놔야지. 나중에 또 만날지도 모르니까
어 잘 나오셨다,
다음에 알게된다면 꼭 보여드려야겠다.
그렇게 1박 2일로 서울상경기를 끝내고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정해서
블로그에 업로드 해놓고는
그 다음주 일정을 짰다
다음 주는 대구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이니까 다니기 더 편할듯해서
월요일이 됐고 아침 일찍 나가려다가
11시쯤부터 여유롭게 다녀야지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기분도 낼 겸
예쁜 옷을 챙겨 입고 화장도 하고
카메라를 들고 버스타러 나갔다
버스 정류장에 갔더니
저번주에 본 그 남자가 있다
" 어! " 했다가 아무도 못들었겠지하곤
카메라에 사진을 보는척 카메라를 만졌다
괜히 아는 척 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할까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내심 그 남자가 아는 척 하길 바랬다
근데 그 바람이 들린걸까
" 저기 "
하고 먼저 말을 걸어준 남자
" 아. 네? "
" 저번주에 서울올라가셨죠? 카메라 들고 "
" 네! 저 보셨어요..? "
" 그럼요, 같은 코스를 이틀동안 다녔는데 못봤을리가요 "
웃는게 엄청 예쁜 남자다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에게 먼저 " 저, 이름이.. 전 김탄소에요! " 하고 말하니
" 제 이름은 민윤기라고 합니다 "
민윤기, 뭔가 이름이 생긴 것과 잘 어울렸다.
알고 보니, 윤기씨도 대구에 살고 있었고
우리 집 근처에 사는 이웃주민..
왜 몰랐지, 진짜 잘생기셨는데..
그리고 중요한건
같은 대학의 한 학번 선배..
같은 과!
꼭 서울이 아니어도 만날 운명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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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야! "
" 어 오빠! "
" 기다렸어? 얼른 가자 "
" 별로! 오늘은 어디 가지? "
" 글쎄, 부산오면 꼭 가라던 남포동 가볼래? "
" 그래! "
우리는 그 신기한 첫 만남으로
공통 관심사인 사진으로 인해
계속 연락하고 같이 찍으러 다니다 보니
벌써 연애한지 3년 가까이 됐다
오늘은 둘이서 부산 여행 온 둘째 날이다.
우린 카메라로 서로를 찍으며
누가 더 예쁘게 찍었나 하고 보여주기도 했다
" 탄소야 그거 생각난다 "
" 응? 뭐? "
" 네가 카메라로 나 몰래 찍은거 , 서울에서 "
" ..아! 몰래 찍긴 했지만, 잘나왔잖아? "
" 맞아 그렇지 그래서 아무 말도 안했잖아 "
3년 사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카메라도 3년 전과 달리
오빠와 같은 카메라를 구매했다
같은 기종이지만 색상은 다르게.
그리고 나는 풍경, 오빠는 인물사진을 좋아했는데
서로를 중심으로 풍경사진,인물사진을 찍어갔다
취향도 바뀐 우리
" 벌써 밤이다, 우리 막차타고 가지? "
" 응, 저기 저 식당에서 저녁 먹고 바다 가자 "
오빠와 저녁을 먹고 바다로 갔다
둘 다 바다는 마지막날 저녁! 이라고 같이 외쳐서
마지막 장소는 해운대.
해운대에 가서는 아무 일도 없을줄 알았다
만난지 3년째 되는 기념일이지만,
여행을 온 상태라 서로가 챙겨주지 못할듯해서
" 탄소야 손 줘봐 "
" 여기! "
네번째 손가락에 무언가 차가운게 끼워졌다
" 뭐야? "
" 우리 결혼 반지 "
" 어? "
" 탄소야, 우리 서로 예쁜 사진 더 많이 찍어주자
물론, 결혼해서. 우리 닮은 애기 사진도 찍고
가족 사진도 찍고
널 닮은 애기 낳고 싶어. 결혼 하자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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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길어졌네
결론은 결혼합니다 탄소와 윤기
학교에서 구상해온 글인데
뭔가 조금 망한느낌T_T?
아, 까먹고 말을 안했네
진짜로 쓰니의 버킷리스트에요. 전국일주
그럼
행쇼 :)
초록글 감사합니다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