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코찌니
2
“뭐냐. 너”
“뭐가.”
“허. 몰라서 묻냐? 너 굳이 이 많은 자리 중에 왜 내 앞자린건데.”
“그러게. 왜 그랬을까. 성작가님 많이 드세요.
친해지고 싶어서 같이 먹을려는데 안될까요?”
넘치고 넘치는 음식집 중에서! 아니 어쩜 그것도 많은 자리들 중에서!
내 앞에서 잘도 오물 거리며 먹는 김한빈이였음.
그런 김한빈을 바라보다가 왜 여기 앉냐고 따박따박 어이없듯 말하면
친해지고 싶어서? 어이가 없다. 너랑 나랑 언제부터 친분 따지던 사이였니?
아니 그보다 그럴 정은 있고?
“야. 넌 맨날 뭘 묻혀서 먹어.”
더욱 난리치면 즐길 녀석이란 걸 알기에 가만히 내 손에 들린 것을 먹으면
자신도 무의식 중에 뻗었는지 내 볼에 닿인 김한빈의 손에 깜짝 놀랐어.
자기도 막 놀랐는지 쓱 닦고는 휴지를 뽑더라고.
“그 흘리는 버릇 고칠 나이도 됐지않았나.”
“남이사”
“넌 뭐 충고를 해줘도,”
“난 다 먹었으니깐 간다. 그리고 앞으로 사적으로 말걸지 말아 줄래.”
휴지로 아무렇지 않게 닦는 김한빈을 보다가 역시 이자식도 배우긴 배우라고 꼴에 표정연기하는게 가상하다만은
내가 니녀석의 사소한 떨림도 못 느낄 줄 알았더나. 아니. 내가 왜 아까 스킨쉽에 신경을 써야돼지?
귀가 조금 빨갛게 달아오르는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말 한마디에 미간을 찌푸렸어.
남이사. 흘리고 먹던 말던 지지고 볶던 말던.
너가 나의 배우자가 아닌데 어째서 말을 들어야 돼?
그런 생각에 차갑게 남이사 입을 열면 그도 기분 나빴는지 입을 여는거야.
자꾸만 오락가락하는 내마음이 짜증이나 말을 자르고 일어났어. 진짜 어쩌면 좋지.
“이 오빠가 너 심란해 보여서, 오늘처럼 사왔지.”
“지원쓰! 오늘처럼 몇 병?”
“세병! 우리 둘이서 마시기에 많다. 임마”
오랜만에 봐서 심장이 주체하지 못하는 건지 아님 그만큼 당하고도 끌리는 내가 호구인건지
아니면 정말 화가나고 치가 떨려 부들부들 떨리는건지 갈피를 못 잡고 왔다갔다리하는 내 마음이 너무 심란해서 김지원을 불렀어.
짜식 탄탄한 직업가지더니 정장을 입고 검은 봉지 흔드는데ㅋㅋㅋㅋㅋ 없어보여 임마.
김지원은 나의 소꿉친구같은 존재로 초등학생때 친해졌는데, 김한빈이랑 나랑 사귀던 걸 꽤나 싫어했던 애였어.
매번 한빈이랑 데이트나 전화하면 투덜대고 그럤었는데, 어쩌면 김한빈보다 더 날 아껴주는 친구랄까.
오랜만에 본 그자식때문에 우울해져 지원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온갖 안주들을 바리바리 싸온 거임ㅋㅋㅋㅋㅋㅋ 진짜 친구가 짱이다.
“야아...”
“뭐 안좋은 일 있었냐? 너 술 취할 때까지 마신다니 의외다.”
“김한비...그..개자식...끅... 내가 어? 얼마나...끄....힘들었는데....”
오늘이를 미친 듯이 잔에 따라서 해치우면 옆에서 김지원이 안주를 입 안에 집어 넣어주는 거야.
오물오물 과일을 십으면 체리향이 확 났고 옛날에 김한빈이 체리를 좋아 했다는 생각에 퉤퉤 휴지에 밷어서 뭉치면
지원이가 고개를 절래절래 젓더니 사과를 집어 넣어 주는거임.
그 자식은 정말 나쁜 놈이야. 내가 얼마나 힘들었고 지금도 힘든데.
울먹이며 잔에 다시끔 술을 따르면 날 아무말없이 바라보던 지원이 입을 열었어.
“너희 둘. 안만나길 바랬는데”
나도 만나고 싶지 않았지.
지원이의 말을 마지막으로 무거운 눈꺼풀이 절로 감겨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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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침이예요. 성작가님.”
“네. 좋은 아침이네요.”
작가님 오늘부터 촬영 시작해요!라는 막내 피디의 문자에 힘든 몸을 이끌고 왔건만 있는 사람이라곤 구준회씨 밖에 없는거야.
나한테 좋은 아침이라며 웃으며 말을 건내는데 와 존나
“준회씨는 연예인이예요?”
“네. 작가님 제 곡 알아요?”
연예인이라는 준회씨의 말에 와 연기 잘 할련지 걱정도 있었지만 존나 너무 잘생겨서 눈이 호강하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이렇게 잘생긴 남정네들을 오랜만에 보니 눈이 호강이다. 정말
“좋은아침입니다. 작가님과 준회씨 꽤나 친해 지셨나 보네요.”
오랜만에 젋은 남자와 하하호호 이야기하는데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김한빈과 이은아씨의 모습에 미간이 찌푸려졌어.
저 놈의 여우는 삼년 전이랑 다를 바 없이 꼬리를 치는 군아. 준회씨는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데
그런 그를 보다가 나를 보더니 입을 여는 김한빈인거야. 나랑 준회씨랑 친해지던 말던 지가 뭔 상관이야.
그러는 지도 옆에 어! 어? 저 여우년 끼고! 어? 아니 내가 왜?
“작가님. 나가서 커피 한잔 하실래요?”
“어머. 준회씨 나가는 길에 저희 커피도 사주세요!”
내 어깨를 살짝 두드리면서 커피를 마시러 나가자는 제스처를 하는 준회씨인거야.
그런 준회씨의 말에 그럴까요? 하면서 웃는데 갑자기 이은아씨가 불쑥 자기들꺼도 사달라는거임ㅋㅋㅋㅋㅋ
그런 이은아씨 말에 미간을 찌푸리면 갑자기 누가 내 손목을 당기는거야.
“둘이 다녀오시면 되겠네. 둘다 커피 마시고 싶어 하는 데, 작가님 커피 안드시잖아요.”
“무슨...”
김한빈이 잡은 내 손목을 놓더니 웃으면서 말하는거야. 아니 이자식은 나 커피 안 마신다는거 어떻게 안거지?
원래 김한빈이랑 사귈 적엔 김한빈이 좋아해서 자주 마셨다지만
칵테일 중독으로 인해 커피를 피하게 되었는데 언제 알았는지, 진환오빠에게도 말하지 않았던지라 조금 놀라운거임.
“김한빈씨는 작가님에 대해 잘 아시나봐요?”
“팬이라면 기본이죠.”
조금 신경이 날카로워 보이는 준회씨의 말에 대답하는 그의 말에 손을 꽉 쥐었어.
팬이라면? 이자식 처음부터 내가 작가를 할꺼란 걸 알았던거야. 아님 녀석도 나를 마주치기 싫어 배우로 변경했던 거야.
김한빈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의 곂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면 나를 노려보는 이은아씨가 보이더라.
“둘이 마시러 다녀오시죠? 아님 저희가 비켜드릴까요?”
“야. 너 미쳤...”
“우리 작가님이 배가 고프신거 같은데 두분 커피하고 오세요.”
젠장. 나의 의사완 전혀 상관없이 내 손을 잡고 문을 열고 나가는 김한빈때문에 짜증이 났어.
이자식은 맨날 자기 멋대로야. 그것도 나름 매력이지만.
하나도 안변한 그의 행동에 괜시리 웃음이나면 내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는 그였어. 이렇게 손만 잡아도 좋았던 때가 있었는데,
너와 내가 다시 될까?
암호닉
후니/김밥빈/동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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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가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기뻤어요 ㅠㅠㅠㅠㅠ
무려 암호닉이라니 ㅠㅠㅠ!!
읽어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