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은 아래에 있어욯ㅎㅎ
| Beyond Best 3 |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김종인은 내게 자기가 정말 친동생이라도 된 것 마냥 사근사근하게 굴어댔다. 부모님 앞이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행동한 줄로 알았는데, 김종인은 작정한 모양이었다. 형, 형, 거리며 눈웃음을 짓는 모습에 울컥 화가 치밀다가도 순식간에 가슴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의외로 잘 견디고 있는 내 모습이 놀라웠다. 피곤하다며 씻고 바로 자고 싶다는 녀석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갈아 입을 옷을 안겨주곤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몸을 맡기니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는 듯 했다. 김종인은 마냥 생글거리는 얼굴이었다. 내가 비정상인지 김종인이 비정상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얼추 알 것도 같았다. 김종인의 그 조그만 머리통에 담겨진 생각들을. 김종인이 샤워하러 들어간 지 얼마 안되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눈을 감으니 창 밖의 빗소리가 김종인의 씻는 소리처럼 생경하게 들려왔다.
*
눈이 마주쳤다. 한번 얽힌 시선은 도저히 쉽게 풀어낼 수가 없었다. 잡아먹을거야, 널. 그렇게 말하는듯 했다. 백현이 친한 동생이라며 새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나와 찬열이 앞에 녀석을 데려다 놓았을 때, 그 것이 김종인과의 첫만남이었다. 하얀 교복 남방위에 쥐색 가디걸을 걸친 김종인은 정리되지 않은 머리에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일종의 가림막에 불과했다. 김종인의 눈은 어린 맹수처럼 빛나고 있었다. 눈동자에 짙게 깔린 음습함 사이사이로 촘촘하게 박힌 반짝이는 치기가 소년과 남자의 경계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안녕 형들, 말하는 김종인의 머리 위로 드리워진 벛꽃나무 가지의 꽃들이 아직 만개하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흩어져 내리는 꽃잎 사이로 그 아이를 보았다면, 아름답다고 느껴버렸을 테니까. 김종인은 그 날 이후로 자연스레 내 주변에 스며들어왔다. 백현이의 친한 동생이던 김종인은 어느 새 나에게도 같은 의미가 되어가고 있었다. 녀석을 마주할 때마다 그 짙터운 눈빛에 홀려 정신을 붙잡기 힘들었지만, 그 것이 김종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요상한 매력이 내게만 특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은 건 얼마지나지 않아서 였다. 찬열인 나와 백현이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종인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김종인이 잘 다가가지 않는 것도 이유가 있었지만, 찬열이는 이상하게도 김종인을 싫어했다. 이유없이 누구를 싫어하는 애가 아닌데, 김종인을 싫어하는 찬열이를 보며 머리를 굴렸다. 찬열아, 너 왜 종인이 싫어해. 스치듯 묻자, 찬열이는 널 쳐다보는 눈빛이 싫어, 라며 미간을 찌푸리곤 대답했다. 그제서야 눈치챘다. 녀석의 눈빛은 나만을 향한 것이었다는 걸. 심장이 뛰었다. 사랑받고 있는 걸까.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김종인이 내게 키스해왔을 때, 나는 받아들였다. 단지 노랑색 아침 햇살이 가득 찬 교실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
"형, 나 다 씻었어." "아... 너 여기서 자면 되. 나는 아빠방에서 자면 되니까."
그새 잠이 들었었나. 깨우고 싶지 않았는데, 팔뚝을 살살 흔들던 김종인은 미안한 듯 말했다. 아냐, 잘 깨웠어. 니가 들으면 질겁할만한 아주 못된 꿈을 꿨거든. 꿈과 현실이 너무 달라서 눈물이 낫다. 꿈에서 행복해하던 날 비웃듯이 잔인한 현실은 꿈에서 막 깨어난 나의 바로 앞에 있었다. 팔의 맞닿은 부분이 아팠다. 아니, 다 잊은 채로 동생처럼 미소짓는 김종인 때문에 아팠다.
"울어?" "아냐, 무서운 꿈을 꿔서 그래. 별 거 아냐." "뭔데. 얼마나 무서운 꿈이길래 울어. 말해봐." "별 거 아니래도. 이젠 괜찮아. 나 일어나게 팔 좀 놓지."
흐르는 눈물을 마구 훔쳐내곤 침대에서 일어났다. 김종인은 걱정스럽다는 얼굴이었다. 걱정? 웃긴 이야기다. 이런 눈물 몇방울이 걱정이 됬다면 넌 지금쯤 내 걱정에 질식해 죽어버렸어야한다. 잘 자, 짧게 말하고 방문을 나서려던 찰나, 찬열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 찬열아, 무슨 일 있어? 조용히 핸드폰을 입에 대고 문고리를 잡았다.
"누구야." ""찬열이. 문 닫아 줄게, 내일 보자." "통화하지마." "뭐?" "하지말라고, 박찬열이랑. 통화."
뭐? 다시 되묻자 억지로 핸드폰을 빼앗아가는 김종인이 있었다. 기가 차 말이 안 나왔다. 그래, 이런 놈이었지. 착한 동생이라니, 말도 안 되. 김종인은 통화를 종료시키고 나서야 핸드폰을 돌려줬다. 왜 니 맘대로 끊어, 내 전화잖아.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 숙인 채 마른 세수를 하며 물었다. 화가 낫지만 여전히 녀석의 눈을 마주하는 것은 힘들었다.
"싫으니까. 나 잔다."
김종인은 날 밀어내며 방문을 닫았고, 나는 들지 못했던 고개를 들었다. 주머니에서 찬열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진동이 울렸다. 아빠방에 가서 받아야겠다 생각하며 뒤돌았을 때, 방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박찬열이랑 통화하면 죽어!!!!!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빠방에 들어와 핸드폰을 꺼내어 얼른 통화버튼을 누르자 찬열이의 고함소리가 핸드폰에서 터져나왔다.
-도경수!!!!!!!!!!! 너 뭐야!!! 김종인이지!!!!!! 그 새끼가 끊었지!!!!!! "소리지르지마, 귀 아프다." -걔 이제 너네 집에서 산대? 왜 이 시간에 너랑 같이 있는 건데? 응? 빨리 말해, 나 안달나 죽겠다. "아빠가 결혼하셨는데 그럼 당연하지. 넌 근데 웬 전화야, 이 시간에?" -걱정되서 전화했다. 너가 지금 그런 상황인데 내가 걱정 안 할 수가 있어? 혼자 또 쳐울고 있는 건 아닌가, 혹시나 해서 전화한거야. "울긴 누가. 너 이제 내 걱정 그만해. 나 진짜 괜찮으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냐... 너희 아버지는 왜 하필......
나도 모르겠다, 찬열아. 모르겠어. 세상일이라는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한숨처럼 내뱉은 말은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찬열이는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하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정리하지 않은 침대에 씻지도 않은 채로 누웠다. 하지만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씻을 여력도 없을 만큼 피곤했지만 눈을 감는 것은 무서웠다. 또다시 현실은 잊고 바보처럼 행복한 꿈에서 기뻐하게 될까봐.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맞이하게 될 내일이 두려워서. 어느 새 창 밖의 빗줄기는 굵어져 이젠 천둥과 번개까지 간간히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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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건전한 글쓰느라 손이 떨리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일 일어나서 읽었을때 제발 창피하지 않기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욕을 눈물로 승화시켰어..........................ㅁ7ㅁ8 원래는 이 다음에 종이니랑 경수 씬이 하나 더 있는데 손이 고자손이 되버려서...하.................. 분량이 예상외로 너무 길어져써염................................................ 참, 씬은 그 씬이 아닙니닿ㅎㅎㅎ 베드씬아니에옄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나 기대하실까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저도 기댘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튼 독자님들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 언제나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허ㅓㄹ엏어헣엏ㄹ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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