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얼른 슈퍼가서 재료 사와." 성규는 이여사의 말에 티셔츠 속에 손을 넣어 배를 벅벅 긁으며 투덜거렸다. 태양이 채 가라앉지 않았건만 어딜가란 말인가. 더운데. "왜 또!" "오늘 손님온다. 그러니까 밥 할 거 사와." 이여사의 담담한 말에 성규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집에 올 손님이 있나? "갑자기 왠 손님이래?" 이여사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는 것을 알아챈 성규는 아차 하며 슬슬 뒤로 물러났다. "설명은 나중에 듣고 얼른 안갔다와?" 주걱을 들고 다가오는 이여사의 모습에 기겁을 한 성규는 늘어진 반팔티와 회색의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채로 이여사의 카드를 낚아채 재빨리 집을 나섰다. 주걱을 들고 있을 땐 피하는 게 상책이지 암. 그렇고 말고. 마당을 쓸고있는 옆집 아줌마를 본 성규는 낮은 울타리 너머로 꾸벅 인사를 하고 가장 가까운 슈퍼로 갔다. 무한슈퍼. 왠지 필요한 것은 뭐든 있을 것 같은 이름은 항상 성규에게 믿음을 주었다. 그 믿음은 어렸을 때 부터 성규를 배신하지않았고 성규는 항상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 아씨.. 엄마는 손님한테 대접 제대로 안하는 거 싫어하지.. 요리 못해서 항상 나한테 시키면서 나만 고생시키려고.. 성규는 울상을 지으며 음식재료를 고르기 시작했다. 닭볶음탕이랑 된장찌개면 되겠지? 반찬은 집에 있는 거 쓰면되니까. 어릴 적 부터 가다듬은 솜씨, 노하우로 싱싱한 재료들만을 엄선해서 고른 성규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왔던길을 되돌아갔다. "아 너 싫다고. 자꾸 구질구질하게 굴지마." 손에 든 봉지를 뒤로 흔들며 집으로 향하던 성규는 골목길서 들려오는 남자의 짜증스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좀 멀지만 얼굴은 인지할 수 있는 거리에서 잘생긴 남자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 짜증나게 연락하지 마라. 어차피 해도 안받을거니까 하던지 말던지." 전화를 끊은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의 뜨거운 시선을 알아채고는 성규쪽을 흘끗 바라보더니 이내 제 갈 길로 움직였다. 여자랑 통화한 것 같은데 말은 왜 저딴식으로 한데? 하여튼간 잘생긴 애들은 얼굴값을 한다니깐. 쯔쯧.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멀어지는 남자의 뒤통수를 쳐다보던 성규는 혀를 끌끌 차며 발걸음을 옮겼다. *** "이들~엄마 요리실력 알지? 손님한테 쪽팔림당하기 싫으면 너가 요리해라~" "안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이여사의 얄미운 밀투에 인상을 구길대로 구긴 성규는 꽃무늬가 새겨져있는 여성스러운 잎치마를 허리에 두르고는 요즘 인기있는 장미칼을 들어 행여 도마가 썰리진않을까 주의하면서 재료를 손질했다. 요리를 하라는 이여사의 말에 투덜거리긴 했지만 자신의 손길에 의해 재료들이 점차 모양을 갖춰가며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는 것이 즐거운 성규이다. "아 맞다. 엄마! 오늘 온다는 손님이 누구야?" "어- 하숙할 사람들. 엄마 친구 아들이랑 딸인데 이번에 해외로 나가게 되서 우리집에 한 1년 정도 있을거야. 아들은 너보다 1살 작고 딸은 너보다 3살 작아." 이여사의 뜬금없는, 예상치못한 발언에 크게 떠진 성규의 찢어진 눈이 더 치켜올라갔다. "뭐라고??" 성규는 간을 보려던 숟가락을 냄비에 빠뜨리고는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무슨 하숙생이야!" 성규는 누구든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뭐 어때~ 공짜도 아니고 고정수입이 들어온다는게 얼마나 좋은건지 알아?" 성규의 반응에 예상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이여사는 부엌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을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디자이너인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말을 늘어놨다. "옷걸이가 옷을 영 못따라오네. 그러게 내가 사람마다 어울리는 옷이 있다고 다른 옷 추천해줬는데 억지로 다른 옷 입더니." "아 진짜 엄마가 버는 돈 ,아빠가 버는 돈으로도 충분하잖아!!" 성규의 난리에 이여사는 등 뒤로 몰래 주걱을 쥐었다. "얘 봐라? 너희 아빠는 항해사라서 한 번 나가면 몇개월은 들어오지도 않지 니 누나는 다컸다고 바로 독립해버렸지. 집도 휑한데 사람들어오면 더 좋잖아." "아 2층 나 혼자 편하게 쓰고 좋았단 말이야! 어떻게 남이랑 같이 화장실을 쓰냐고!" 이 여사는 성규의 끝날 줄 모르는 불평불만에 쥐고 있던 주걱을 높이 치켜들더니 성규의 등에 넓은 면을 내리 꽂았다. '철썩' "악!!!!!" "헛소리 말고 얼른 가스레인지 끄고 상 안차려?" 성규는 아픈 등을 부여잡고 이여사를 야속하다는 눈빛으로 흘기고 상을 차렸다. '딩-동' 나이스 타이밍 굿 타이밍으로 벨이 울렸다. "성규야 애들 왔나보다. 나가봐." 왜 엄만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는데! 마음같아선 이여사에게 비난을 토하고싶었지만 언제 주걱이 날아올지 몰라 성규는 인터폰에 다가갔다. 헐? 쟤는 아까 그 전화남 아니야? 내가 쳐다봤다고 쫓아온건가? 성규는 급 소심해지며 문을 여는게 망설여졌다. '딩동-딩동-' "안 열고 뭐해 이자식아!" 이여사의 주걱에 엉덩이가 갈겨진 성규는 따가움에 눈물이 핑 도는걸 느꼈다. 아씨!! 진짜 아프다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전화남과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들어왔다. 아. 얘들이 그 하숙이구나. 난 사람 함부로 대하는 싸가지는 딱 질색인데. "어머- 우현이랑 지희 정말 오랜만이다~ 10년전에 보고 한 번도 못봤는데 하나같이 예쁘고 잘생겼네?" 자신과 자신의 누나에게 쓰는 말투와 상반되는 이여사의 목소리에 성규는 이여사 몰래 웩-하고 토하는 포즈를 취했다. 가식적인 이여사같으니라구. 둘은 이여사와 성규에게 인사를 했고 성규도 얼떨떨하게 인사를 해주었다. "그래그래 어서 들어와서 저녁안먹었지? 저녁부터 먹자." 성규는 호들갑을 떠는 자신의 엄마의 모습에 과연 저 아줌마가 유먕한 의상디자이너 이영혜라는 것을 믿을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안녕하세요. 남규에요! 다른 이름으로 글잡에서 글을 연재하다가 제대로 계획도 없이 즉흥으로 글을 쓰다보니 막혀버려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글을 씁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시험기간인데 글을 올렸네요ㅠㅠ 2화는 다다음주 주말에 올릴 예정이에요. 그 전까지는 공뷰 빡시게 해야져ㅎㅎ 폰으로 쓰는 글이라 오타 있을지도 멀라여. 아니 있겠죠ㅠㅠ 지적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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