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남우현 어디있냐?' "왜 오늘 늦게들어온다고했는데.." '미친 까고있다진짜 지금 촌에있다 찍어줄게 가봐' "..뭐?" 잠결에받은전화내용에 잠이확깨버렸다. 남우현은 나에게 별일없이전화로 늦게들어온다 했을뿐이고, 나는그걸 받아들이고 먼저 잠을청했을뿐이다. 그런데 전화로는 남우현이 성매매업소쪽에있다는말이였다. 깜짝놀라 잠옷에 가디건만걸치고 지갑을갖고 나갔다. '가봐, 얼른.' 친구가보내준사진속에는 회사동료들과 막 들어가고있는 남우현이보였다. 옆모습이 또렷히보였고 술에취했는지 얼굴이새빨개져있고 계속 웃어대는것처럼보였다. 뭔가 머리에강한충격을받은듯 잠깐어질했고, 다시정신을차리고 택시를잡기 시작했다. "영등포구요." 타자마자 우선은 영등포구라말했고 친구에게 정확한위치를알려달라고하고 계속손톱을물어뜯었다. 처음엔 화가났고, 지금은불안하고, 택시를타고가는도중 내마음은 점점 해탈해져가고있었다, 가면서 다시집에갈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내눈으로는 봐야할것같아서 가보도록했다. '○○마사지방.' "감사합니다." 지갑에서 이만원을꺼내서드리고 잔돈은안가져가냐는 아저씨의소리에 우선은무시하고 그곳을 찾기로했다. 점점들어가다보니 예쁘장한여자들이 옷도아닌 가리개를입고 오라고손짓하고있었다. 이런곳에 남우현이있고, 즐기고있다 생각하니 내가점점 초라해져가는것같았다. 그리고 계속둘러보다보니 친구가알려준 마사지방을찾았고,들어가기싫어서 우선은 밖에서기다리고있었다. 집에서출발한지 40분이 조금넘어서고있다. 하늘마저 어두워진지금 내속도점점 타들어가고있었을무렵 남우현과 낯익은 회사동료들이 그여자들과 우루루나오고있었다. "오빠, 가는거야?" "응, 이제가야되." "또오는거지? 안오면 안된다?" "그래그래 알았어." 여러여자들이 마중을나와 얘기를나누고있었고, 그중엔 우현도섞여있었다. 그웃음을, 그목소리를, 그손길을 그여자에게주며 또오겠다 다짐하고있었고, 나에게만보여주던웃음을 그여자에게보여주고 그다정한목소리로 그여자에게말을하고 그손길로 여자의머리를쓰다듬었다. 그손은 며칠전까지만해도 나를안았던 그손이다. 그모임은 사장인지 부장인지 주최했던것인지 모두 허리꺾어인사하는꼴이 우스웠다. 그여자를안았던몸으로 아무렇지않게 집을들어가 자연스럽게행동할걸 상상해보니 우스웠다. 그리고 그우스운사람들중 한명이 나였기때문에 난 웃을수없었다. 그러다가 남우현에게 전화가걸려왔다. "응 성규야 지금끝났네? 일을너무많이시킨다." "..." 그여자에게 손을흔들어주고 볼에입을맞추고 인사를한다음에 나에게 전활걸어 한치의미동없는목소리로 말을하길래 황당해서 말을할수없었다. 평소에늦는다는것도, 옷에서 우현의향기가안나는것도 그냥저냥 넘기고있었건만 다른이유가있었다. "성규야?" "..응 이제들리네, 조심해서들어와." "그래. 먼저 자고있어." 우현은 나와전화하면서 한번도웃지않았다. 오히려 불편하다는듯이 통화를했다. 그리고 전화를끊고나서 안도의한숨을쉬더니 금방 웃음을찾고 상사들에게 먼저들어가겠다는말을남기고선 자신의차가있는쪽으로향했다. 우현은 지금 내가보고있는걸 모를것이다. 모르고서 저런행동을하니 지금까지나에게했던행동모두 가식적이였나, 생각이든다. 나는 다시택시를타고 집에먼저들어가서 거실에앉아있었다.거실에있는동안 많은생각을했다. 우현이들어와서 뭐라말을할까, 그말을한다하면 나는 어떻게대처해야할까, 나는이제 어떻게행동해야하나 하면서 고민들이 갑자기 늘어나고있는기분이였다. "..어? 왜아직 안잤어?" 그때 우현이들어왔고 왜아직 안자고있냐고 물어봐왔다. 우현의저말은 걱정의표시가아닌 불안의표시이고, 지금내가 자고있는걸 바라고있었던눈치였다. 내가그때동안 이행동을모르고 항상 살갑게받아줬으니 참 우스웠다. "..늦게왔네?" "일이많아서, 방금도 통화했잖아." "어디갔다왔어?" "오늘따라 왜이렇게 예민해? 빨리자." 우현은 귀찮다는듯이 계속대답을했고, 기어이 짜증을냈다. 이왕이면 그래도 귀찮지않은척은 해줬어야지, 그러면 내가 속아넘어가주기라도 했을텐데 우현의시건방진태도에 나도결국엔 터져버렸다. "니가지금 나한테 화낼상황이 되기나해?" "아 뭔소리야 또," "와, 그여자들이랑 놀고오니까 좋지?" "..." "좋았지? 나보다 더 좋은년먹으니까." 우현이 기어이 짜증을내며 돌아보다가 말을해버리니 짜증내던인상이 묘하게바꼈다. 계속말을쏟아내니 그묘한표정으로 나를쳐다보기만했다. 뭐라고 변명이라도해주지 아무말도안하니 속상했다. "..나도 사람이잖아 성규야." "뭐?" "너도남자고 나도남자잖아, 그러다보면 여자가끌리는건 당연하잖아?" "..." "왜그렇게예민해, 나도성욕은해결해야지, 그렇게억울하면 너는 남자새끼들한테 박히면되고." 나는 그래도 이제라도 사과를하면 용서해주려고했다. 그런데 박히라니, 여자가끌리는게당연하다니, 용서해주려고했던생각이 그차가운말에 내마음도 점점 식어가고있었다. "..나가 남우현" "..." "그딴말할거면 나가. 나쓰레기취급할거면 그냥 가." 우현은 그제서야 거만하던태도를지우고 가만히나를쳐다보고있었다. 자신이 말을잘못선택했다는걸 이제서야 알아챘는지 점점나에게 걸어오고있었다. 평소에 소리지르며 이럴거면 그냥끝내자고했던거완다르게행동했다. 이번엔 진심이였다. 지금으로선 우현이 꼴도보기싫었다. "..미안 내가미안해 성규야" "그만하자 진짜.." "..." "너가그랬지, 여자가끌리는건 당연하다고, 그래 나도 남자한테 박혀보도록 노력해볼게." "..." "그니까.. 지금은 도저히안되겠다. 우리 좀만 쉬다만나자." "성규야.." "가, 제발." 비틀비틀 쇼파쪽으로걸어가니 한참나를쳐다보다가 나가버렸다. 이상태로 계속 우현이있으면 미쳐버릴것같았다. 계속생각이들었다. 나랑냉전인상태에서도 그여자를 만나러 또갈것같아서 겁이났다. 전에 나를 아껴주던우현은 없었다. 진짜 사랑을찾은줄 알다가 이렇게 끝나버렸다. 우리사이를 되돌리기엔 늦어버렸고, 지금의감정으로 서로를 맴돌기에도 힘들었다. 우린이대로 끝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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