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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na 전체글ll조회 472

 

 

연재 텀 불규칙합니다 ㅠㅠㅠ 앞으로도 아마... ㅠㅠ

 

 

 

 

06.

 

 

 

 

“거기, 어... 거기. 악!”

 

끙끙거리는 찬열이 얄미워서 파스를 찰싹 때리며 붙여줬더니 엄살이었다. 백현이 발로 뻥, 찬열의 허리를 차며 대꾸했다. 다 됐어, 일어나. 이건 그거 좀 힘썼다고 엄청 엄살이네.

 

“백현아, 살 쪘어?”

“언제는 쪄도 된다며! 이건 꼭 시비야, 이게.”

 

커플 게임 중에 있는 대로 얼굴에 힘을 주는 찬열을 보고 백현이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오, 저거 엄살을 지켜보느니 내가 박찬열을 들고 말지, 싶은 마음으로. 물론, 그 말에 냉큼 자신에게 업힌 찬열이 신나서 버둥거리는 바람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지만.

 

“그리고 니가 더 무거웠어. 나 척추고 무릎이고 다 내려앉는 줄.”

 

그 말에 백현의 바지를 걷어 올린 찬열이 구급약을 챙겨오며 말했다. 다치면 말을 해야지. 까졌네, 벌써. 피딱지 앉았어.

 

“소독이 더 아프다고, 아 싫어!!”

“애도 아니고. 가만히 좀 있어, 이 똥강아지야.”

 

완전 힘들게 만들어야지. 작정하고 발버둥을 치는 백현 덕에 찬열이 우악스럽게 약을 발라댔다. 악! 아아아! 아프다고, 임마!

 

“그러게 움직이면 너만 더 아프지.”

 

방금 전까지, 여자들이 주방에서 실력을 발휘할 동안 고기를 구운 찬열에게서는 고기냄새가 났다. 킁킁, 아 배고파. 대뜸 팔을 잡아끌어 냄새를 맡아대는 백현의 머리를 밀어낸 찬열이 질색하며 말했다. 아, 변백, 더워.

 

“야, 배고파. 고기 좀 훔쳐오지.”

“아직 선배들도 안 먹었는데 우리끼리 먹자고?”
“넌 너무 센스가 없어.”

“센스 있는 너는 왜 고기도 안 구웠냐.”

“봤잖아. 고기에서 숯을 창조해낸 거.”

 

찬열의 무릎에 누운 백현이 눈을 끔벅거렸다. 숙취음료 사왔지? 사왔긴 한데, 그거 믿고 또 미친 듯이 마시면 너 가만 안 둔다. 찬열의 말에 백현이 흐흐,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술은 마시고 취하라고 있는 거고, 숙취음료는 취해서 개가 됐을 때를 대비해 있는 거고, 그리고 박찬열은,

 

“나 못 걷겠다.”

“기어서 가, 그럼. 백구.”

“괜찮아. 굶어서 죽지 뭐. 죽으면 박찬열이 국화 한 송이는 가져다주겠지. 박찬열이 그 정도로 무정하지는 않으니까. 아, 물론 아픈 친구를 살려줄 만큼 정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아주 하루 종일 타령을 불러라. 야, 업혀.”

 

몸을 웅크리고 누워 흐느꼈더니 찬열이 대뜸 등을 보이고 앉았다. 아싸, 방방 뛰어 찬열에게 업혔더니 끙, 또 앓는 소리를 낸다. 그래, 박찬열은 부려먹으라고 있는 거지. 백현이 씩 미소를 지었다.

 

밥을 먹고 나서는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졌다. 허리가 아프다고 징징거릴 땐 언제고, 또 남들 앞에선 싹싹한 과대가 되어 술을 박스채로 가져와 세팅을 돕는 찬열을 보며 백현은 그저 기가 막힐 뿐이었다. 저거, 저거, 진짜 이중인격자라니까.

 

“... 또, 또. 백구야, 적당히 마셔.”
“백구가 홍구가 되는 기적을 보여드림.”

“뒤처리는 누가 하라고.”

“우리 도비, 오늘도 잘 부탁함.”

 

술을 앞에 두고 눈을 반짝이는 백현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찬열이 주변을 훑어보았다. 다행히 주당으로 소문난 선배들을 피해 앉기는 했는데... 이 술에 정신 팔린 백구가 또 쪼르르 기어가면 어쩌나 싶어 걱정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 좋다.”

 

아저씨처럼 중얼거리는 백현을 보니 벌써 1단계가 왔나 싶어 찬열은 불안해졌다. 눈가가 불그스름하게 물든 백현이 씁, 침을 삼키며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혔다. 타겟이 되는 순간 게임은 아웃이다. 불행히도, 찬열이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타겟의 영광을 움켜진 백현은 연거푸 벌주를 들이켜야만 했다. 아, 저거. 좀 위험한데. 찬열이 슬쩍 백현의 잔을 물이 든 잔과 바꿔주며 생각했다.

 

“백현아, 이거 몇 개?”

“...? 똥개. 난 백구, 넌 똥개.”

 

드립을 치고서 저 혼자 낄낄거리는 백현에게 물을 건넨 찬열이 백현에게 당부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슬그머니 술판에서 빠지려고 했던 시도도 벌써 세 번이나 묵살 당했다. 차라리 빨리 취하게 해서 얠 재워버려야 하나. 그러나 찬열은 백현과 함께 나갔던 첫 미팅의 악몽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백현이가 졌으니까, 백현이가 게임 정해야지.”

“저, 선배. 얘 진짜 좀, 심한...”

 

찬열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고개를 쳐든 백현이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뭐라고? 마지못해 찬열이 고개를 숙여 귀를 가까이 하자 백현이 좀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베스킨~ 라빈스~ 31~! 귀엽고, 깜찍하게! 31!”

 

선배들은 물론 분명 동기들도 백현이 귀엽기만 하다고 난리들인데, 왜 난 이게 무서울까. 찬열이 한숨을 내쉬며 백현을 바라보았다. 브이 포즈까지 해대며 귀척이란 귀척은 다한다. 찬열도 마지못해 덩달아 웃으며 귀여운 척을 토해내야 했다. 진짜 변백현은 게임을 골라도 꼭 저 같은 것만 고른다.

 

‘... 제발, 야, 양심 있으면 니가 마셔라.’

 

흐름상 당연한 일이라지만, 또 뻔하게 백현이 걸릴 상황에 찬열은 잽싸게 뒤로 백현의 옆자리에 앉은 동기에게 눈치를 주었다. 변백 니가 챙길 거 아니면 이번엔 좀 니가 먹어라. 찬열의 말에도 히죽 웃어 보인 동기가 고개를 저었다. 야, 이 분위기에서 초치면 내가 뭐가 되냐. 선배들 기대에 찬 눈을 보라고.

 

“.. 28, 29~.”

‘야, 야.. 제발.’

“30! 미안하다, 백현아.”

“... 나? 흐흫, 또 나? 이번엔 소맥으로 가겠습니다. 선배, 저 한잔만 말아주십셔.”

 

재롱부리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백현이 주당 선배 쪽으로 기어가자 선배의 얼굴에도 활짝 미소가 피어났다. 그래, 내가 말아줄게. 야, 백현이! 술 잘 마신다!

 

“... 저, 흑기사 할게요.”

“야, 남자가 무슨 흑기사야. 흑장미면 몰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른 백현의 손에서 술을 가져간 찬열이 꿀꺽꿀꺽 원샷을 해버렸다. 아, 재미없게, 박찬열. 원망의 소리에도 아랑곳 않은 찬열이 백현을 끌어다 앉혔다. 멀뚱멀뚱 풀린 눈으로도 빤히 제 얼굴을 바라보는 백현이 왜 이리 미운지 모르겠다.

 

“야, 알았으니까 그럼 소원.”

 

찬열이 후, 과장된 한숨을 내쉬고는 백현의 머리를 툭 밀어버렸다. 야, 자라. 좀 자. 과에서 잡아준 첫 미팅의 결과는 이미 전설이 되어있었기에 다들 찬열의 행동을 웃어넘겼다. 그래, 백현이 또 동네 마실 나가면 어쩌냐. 그냥 재우자.

 

“... 자기 싫다고. 안 취했어.”

“알아, 근데 이거 먹고, 좀.”

 

자꾸만 술판으로의 회귀본능을 보이는 백현에게 억지로 숙취음료를 먹인 찬열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아주 노동이 다름없다. 술만 마시면 찾는 초코우유까지 먹이고 나니 한결 얌전해진 백현이 쭈그려 앉아 숨을 골랐다. 더운 날씨 탓에 땀이 맺힌 이마도 닦아주고 머리를 쓸어 넘겨줬더니 또 하품을 내뱉었다. 이럴 거면서 또 왜 아등바등 기어오겠다고.

 

“백현아, 좀 자.”

“안 졸려. 그냥, 속이 부대껴서 이러고 있는 거야. 이따 또 마셔야지.”
“자라고, 제발. 아, 변백 좀 자!”

 

흐흥,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인 백현이 찬열에게 매달렸다. 야, 한 십분만 쉬다가 다시 나가자. 나도 데려가.

 

“MT의 꽃인 진실게임엔 참여해야겠어.”

 

순간 멀쩡해진 백현의 눈이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

 

 

 

“내 분노를 실어서 쳐야겠어.”

 

음악실에서 화해 후, 피아노까지 두들긴, 진짜로 부술까봐 걱정될 만큼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마친 백현이 종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아, 아쉽다.

 

“분은 풀렸어?”

“아니, 아직. 이따 초코에몽.”

 

그동안 못 받아먹은 것도 받아먹어야겠어. 백현의 말에 찬열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10개라도 사줄게. 한 달 치 다 받아먹어.

 

“근데... 너 왜 이렇게 말랐냐.”

“너 때문에.”

“진짜 미안하게 만드네.”

 

잠깐 백현의 눈치를 살피던 찬열이 슬쩍 백현의 뺨을 쿡 찔러보며 말했다. 맨날 사육하다가 모이를 안 주니까 그런 거 아냐. 그래도 다이어트에 성공해 나름 흡족해하고 있었지만 백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좀 더 미안해하게 만들어야지. 더 미안해해! 더! 더!

 

“울었어?”

 

근데 이건 진짜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다. 안 울었다고. 잇새로 내뱉었더니 찬열이 혼란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근데 목소리 왜 이렇게 상했어? 감기 걸렸어? 당분간 연습 또 못 나오겠네.

 

“아, 변성기라고! ”

“어?”
“내가 말했지, 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발육이 늦어서 키가 이런 거지, 어? 너보다 더 클 거야. 내가 예상키는 180이랬어, 의사선생님이.”

“클리닉까지 다녔어?”

 

이 얘기만 나오면 좀 쭈그러든다. 백현이 꾹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크게 차이는 안 났다. 한.. 5cm 정도? 그래도 더 자랄 거라고 하셨으니까. 백현은 찬열을 짐짓 노려보며 대꾸했다. 긴장해라, 박찬열. 내가 따라잡아주지.

 

“흰 우유는 안 먹고, 초코나 바나나 우유만 먹는 게, 무슨.”

“우유는 우유지. 그거라도 마시는 게 어디야.”

“오이도 안 먹잖아, 편식쟁이.”

“아, 갑자기 화가 안 풀리려고 하는데.”

 

백현의 장난에 찬열이 항복을 선언했다. 알았어, 알았어. 이따 매점가자. 제 어깨를 감싸고 걸음을 빨리하는 찬열을 보며 백현은 그래도 찬열이 커서 좋은 점은 있다고 생각했다. 뭐냐고? 박찬열은 매점을 겁나 잘 뚫어주니까!

 

 

 

*

 

 

 

야, 박찬열. 너 얼른 오래. 과대이자 주당이 빠져버리면 우리가 어떻게 버티냐. 지친 표정으로 말하는 동기를 따라 슬쩍 술판에 꼈더니 또 10분쯤 흘렀을까, 잠든 줄 알았던 백현이 귀신같이 따라 나왔다.

 

“자, 이쯤해서 진실게임 갈까?”

 

그 말을 듣자마자 히죽거리며 백현이 웃어댔다. 아, 진짜 재밌을 듯. 찬열을 보며 백현이 흥분감을 그대로 표현했다. 썸에 굶주린 백현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찬열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대충 듣기로 백현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여자들을 몇 명 추려낸 찬열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 현수 걸렸다.”

 

질문은, 당연히! 이 중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다, 없다! 질문에 눈치를 보던 동기가 있다! 크게 외친 순간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백현도 크게 호응하기 시작했다. 이 주정뱅이가. 찬열이 백현의 입을 틀어막았다. 야, 술 냄새나.

 

‘분명, 저거 이현아다. 나 다 눈치 깜.’

 

백현이 찬열의 귀를 당겨 속삭였다. 얜 남의 일에 관심도 참 많았다. 여기저기서 소문을 수집하고 다니는 백현을 아는 찬열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게 지 좋다는 여자애한테는 확신을 못 가져요. 그것이 나 좋아하는 거 아냐? 확신을 가졌다가 삽질로 끝난 경우가 제법 많았던 백현의 반복학습 때문이었음을 모르는 찬열만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게 이현아다!”

 

술 취한 백현의 외침에 현수의 얼굴이 화르륵 타올랐다. 아, 변백. 저 눈치 없는 게. 찬열이 이마를 짚었다. 야, 나가자. 찬열이 백현의 후드를 잡아끌었다. 아, 왜애! 낑낑거리며 찬열의 다리를 잡고 매달린 백현을 향해 원망의 눈빛을 보내는 현아가 보였다. 아, 저걸 어째.

 

“야, 변백현. 진짜 오늘은 그냥 자면 안 되냐?”

 

마당의 벤치에 백현을 앉히고서 찬열이 한숨처럼 내뱉었다. 술이나 잔뜩 먹여서 또 빨빨거리며 도망치기 전에 묶어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갈등하던 찬열의 뒤로 가늘고 작은 목소리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저기, 찬열아-.

 

“... 어, 너 왜 나왔어? 너도 바람 쐬게?”

“자리 좀, 비켜줄래?”

 

멍, 얼빠진 백현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런 애를 두고 고백을 하려고? 찬열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얘 또 헛소리할지도 모르는데. 또 술에서 깨고 나면 땅을 파고들겠지. 어, 근데... 백현이가 많이 취해서. 어차피 기억 못할 텐데, 차라리 내일 하지.

 

“내일은 내가 자신이 없을 거 같아서.”

 

씁쓸하게 웃는 현아 때문에 찬열은 그대로 백현을 두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어? 야, 박찬. 어디가. 자꾸 제 이름을 부르는 백현을 무시하고서.

 

 

 

*

 

 

 

찬열은 1학년 기말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얘는 사랑을 참 가볍게 생각한다. 막대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며 백현이 생각에 잠겼다. 찬열은 꿈쩍도 않고 공부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찬열과 있다 보면 덩달아 공부를 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저만큼 열심히 할 자신은 없었다. 찬열이 1시간 동안 꿈쩍도 않고 공부를 하면 백현은 50분에 10분 정도는 이렇게 노닥거려야 나머지 공부를 이어갈 수가 있었다.

 

“박찬열.”

“.....”

“야! 박찬열!!”

 

박찬열, 박찬열, 박찬열. 백현이 한 다섯 번을 연달아 주문을 외우듯 반복하고서야 찬열은 힐끔 쳐다봐주었다. 왜?

 

“너 여자 친구랑 헤어지고 물건 정리는 다 했어?”
“선물 받은 건 다 돌려줬는데, 왜?”
“사탕도?”

“아니, 냉동실에 뒀을걸. 왜?”

“나 줘. 요즘 공부 너무 열심히 해서 당 떨어짐.”

 

친구가 지난 사랑을 빨리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백현이 결심을 굳히며 재촉했다. 아, 나 줘. 이번에 용돈 다 썼어. 찬열이 백현의 입에 물린 막대사탕을 비틀며 대답했다.

 

“이렇게 맨날 군것질이나 하니까 금방 다 쓰지.”

“아닌데.”

“그럼 어디에 썼는데.”
“효영이한테 다 씀. 걘 근데 받을 때만 좋아하고 연락을 안 해. 분명, 걔도 나 맘에 든다고 했는데.”

 

그렇게 이용당하면서도 모른다. 순식간에 시무룩해진 백현을 보니 또 걱정은 된다. 직설적으로 말해주면 또 혼자 며칠을 끙끙 앓고, 자신과 말도 섞지 않을 백현을 알기 때문에 거기다대고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얜 이렇게 여자 보는 눈이 없다.

 

“걔도 바빠서 그렇겠지. 공부한다고.”

“그래도 연락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냐?”

 

아그작, 사탕을 씹어 먹은 백현이 숨을 내쉴 때마다 달달한 사탕 냄새가 풍겨왔다. 카톡 봐. 제일 자주 하는 게 너야. 오히려 엄마랑 더 자주해, 걔보다.

 

“... 걔 학벌 엄청 본다고 하던데. 부지런히 공부나 해. 대학가서 CC라도 하고 싶으면.”
“...... 이번 시험에선 걔랑 별로 차이 안 났어.”

 

아, 공부하기 싫다고! 이 기분에 무슨 공부야! 백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찬열이 책을 펼쳐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야, 앉아봐.

 

“이거마저 다하고 떡볶이 먹으러 가자.”

“콜.”

 

이렇게 단순한 애가 왜 빤히 보이는 결과는 못 알아볼까. 연애란 게 다 그런 모양이다. 찬열이 짜증스럽게 노트에 펜을 그어댔다.

 

“야, 대박. 방금 카톡 왔다.”

“좀 있다가 답장해. 너 진짜 애 닳은 거 보여. 진짜 재미없어, 그런 사람.”

“역시 카사 박찬열 선생.”

“뭘 카사야, 연애가 다 그런 거지.”

 

집 근처 분식집으로 향하며 백현과 찬열의 얘기가 이어졌다. 자꾸만 핸드폰으로 손이 가는 백현을 말리며 찬열이 충고를 덧붙였다. 지금 바빠서 좀 이따가 한다고 그래, 정 아쉬우면. 찬열의 말에 솔깃한 백현이 빠르게 질문을 쏟아냈다.

 

“야, 지금 얘도 공부 중이래. 아까는 과외 하느라 카톡 못 봤던 거래. 그럼, 나도 공부 중이야, 괜찮아. 이따 다시 톡할게, 이래?”

“잠깐 폰 좀 줘봐. 내가 읽어보게. 너 또 매달렸었어? 만나자고?”

 

찬열의 말에 귀까지 벌겋게 물든 백현이 해명을 늘어놓으려던 찰나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려 기다리고 있던 백현의 시선이 그대로 멈췄다. 한동안 대답도 없는 백현에게 막 시선을 돌린 찬열이 백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 그냥 가.”
“어떻게 그러냐. 인사라도 하고, 물어보-.”

“그냥 가라고. 신경도 안 쓰는 것처럼 그냥 지나가자, 백현아.”

 

찬열과 백현이 함께 고른 머리띠를 버젓이 쓰고 다른 남자애와 팔짱을 낀 효영을 보는 것은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파란불로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한걸음조차 떼지 못하는 백현을 보며 찬열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별 거지같은 상황이 다 있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욕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자.”

 

파란 신호등이 다급하게 깜박거릴 무렵이 되어서야 찬열은 백현의 손을 잡고 끌었다. 꾹 잡은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예정된 결말이고, 뻔하디 뻔한 결말인데. 변백현은 이 상황에서 왜 이렇게 세상이 무너진 것 마냥 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찬열은 왜 이런 구질구질한 상황에서, 하필 떡볶이나 먹으러가자고 말을 꺼낸 것이 후회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고2, 고3이 되기도 전에 빨리 상황이 마무리 된 것을 다행이라 여겨도 모자랄 텐데.

 

 

 

*

 

 

 

“백현이는 뭐하느라 안 들어와?”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현수를 향해 누군데, 누군데? 짓궂은 장난이 이어지는 동안 찬열은 혼자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현아가 그저 창피해서 나간 게 아닐까 핑크빛 착각 속에 빠진 현수를 동정할 여유조차 없었다. 현아라면, 뭐. 지금까지 봐온 상태로는 착하고, 아주 예쁜 건 아니지만 백현도 뭐 잘생긴 얼굴은 아니니 둘이 사귀면 귀여운 커플이라는 소리는 들을 테고. 문제는,

 

“야, 나 어떡하지.”

 

술이 확 깬 모양인지, 카톡으로 찬열을 불러낸 백현이 대뜸 저 말부터 꺼냈다. 어쩌긴 뭘 어째. 네 선택이지. 찬열의 대꾸에도 한숨만 푹푹 내쉬던 백현이 찬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설레?”

“모르겠어.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이게 술 때문인지, 아니면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또 놀라서 그런 건지.”

 

찬열은 그냥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생각이 있다면 백현도 그 고백을 받아주진 않겠지.

 

“아, 진짜. 내가 왜 그랬지? 미쳤어. 진짜 변지랖인가봐, 나.”

“몰랐어? 그러게 자라고 할 때 좀 자지 그랬어.”

“그냥 기절이라도 시켜주지.”

 

지금이라도 시켜줘? 찬열의 말에 백현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CC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랬어. 담담하게 내뱉은 백현이 과장된 한숨을 내쉬었다. 아, 역시.

 

“나 옴므파탈인 듯.”
“한번 가지고 무슨.”

“아깝겠네, 저 자리 주인공 원래 넌데.”
“뭘 또 그런 소릴 해.”
“부인은 안한다? 와, 대박.”


어떻게 거절을 해야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 그리고 앞으로의 대학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을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3년 전보다는 나아, 너. 찬열의 말에 백현이 눈을 흘겼다. 야, 그 말은 하지도 마. 존나 상처니까. 사랑에 덴 쓰라린 기억을 후벼 파네, 아주.

 

“근데 니가 사랑을 몰라서 그런 소릴 할 수 있는 거야.”
“너보단 내가 한수 위지.”

“넌 연애만 많이 했지. 건성으로 사귄 게.”

 

꼭 울어봐야 사랑이냐. 난 쿨해서 그래. 찬열의 말에 백현이 쿵쿵,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야, 아파. 변백. 씁!

 

“맞아야 돼, 넌. 존나 쿨한 척. 쿨방망이로 맞아야지.”

 

여자애들은 왜 이딴 애한테 미치는 거지? 이해가 안 간다. 백현이 입을 삐죽대는 사이 찬열이 덥석 백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아직도 뜨겁네.

 

“내일 아침에 너 엄청 고생하겠다. 가서 자자.”

 

음, 좀 알 것도 같다. 박찬열은 엄청 잘생겼으니까. 인정하기 자존심 상하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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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5.193
아너무재밋어......아아아아진짜대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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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na
아 ㅠㅠ 댓 달아주신 님이 더 대박...! 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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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3.195
백현이가 되게 순진하네요 조금만 더 영악했음 좋았을 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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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na
촐싹거리지만 사랑꾼인?? 그런 백현이를 쓰고 싶어써여... 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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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9.101
ㅠㅠㅠㅠㅠㅠㅠ 비회원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귀여워ㅠㅠ끄아아아ㅏ우ㅜㅜ 이 귀염둥이들을 오뜨케에ㅜㅜ 깨물어쥬고시프ㅜㅠ ㅠㅠㅠㅠㅠ 작가님 글 보고 힘 내서 이번 한 주도 으쌰으쌰 ㅠㅠ 작가님도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미리 굿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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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na
저런 친구들이 옆에 있었으면 눈 호강 했을텐데 저도 아쉽... ㅠㅠ...... ㅋㅋㅋ 비회원 님도 음... 한주가 거의 끝나가지만!!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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