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6월 11일
고3이라고 해서 학교에서 처음으로 대수능모의평가를 보게 해준 날이었어.
원래 사환들은 모의고사 안보거든.
"정국아! 잘 봐~"
"넌 꼴찌나 하지마라"
"이씨...."
"ㅋㅋㅋㅋㅋㅋ"
전정국이 웃다 자기 교실로 들어갔어.
모의고사는 처음봐서 익숙치 않았는지 중간고사보다도 점수가 안나와서 시무룩해있었어.
"잘 봤어?"
"아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시험지를 보여줬어.
"너가 수능형시험을 처음봐서 그래."
"너는 처음 아니야?"
"...나도 처음이야"
"나 너 시험지 볼래"
"안돼"
"왜?"
"그냥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전정국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나까지도 기분이 좋았어.
근데 나는 진짜 궁금해서 재빨리 시험지 뭉치를 스틸해서 튀었어.
전정국은 굳이 따라오지 않는 눈치였고, 나는 체육관 창고에 숨어 시험지를 들춰봤지.
틀린게 하나도 없어....
"전과목이 만점이야...?"
"아니 화학에서 하나 틀렸어."
정말 딱 하나 틀렸더라구.
그런데 학교 시험이 꼴등이라고...?
진짜 물어보고 싶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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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6월 20일.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
"이번 모의고사는 사환들이 다 바닥깔아서 ㅋㅋㅋㅋ교내 등수는 잘 나오겠다 등급이 문제지"
"전정국도 이번에 못봤대?"
"걔 학교시험도 항상 9등급이잖아 ㅋㅋㅋ 이번에도 다 7등급 8등급이라는데? 얼굴만 잘생겼지 실속이 없어."
....?이상한 일이었어. 뭐지?
내가 아가씨들의 대화에 껴들어서 아니라고 해명할 수도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
"호석이가 전정국 성적표 뺏어서 봤대 78789래 ㅋㅋㅋㅋ 어떻게 그렇게 낮은 성적이래?"
"사환이라 아무리 공부를 안해도 그렇지...ㅋㅋ속이 비었네 속이 비었어."
아가씨들이 쯧쯧거리면서 전정국을 비웃는 소리도 이제 귀에 안들어왔어.
성적표가 확인된거라면 진짜라는 소린데...
"너 왜 표정이 그러냐"
"야..."
"왜"
"나 너 성적표 보여줘"
"없어"
"너 성적 다 들었어. 저번 달부터 생각해봤는데 너무 이상해"
"뭐가"
"그 말도 안되는 등급. 어떻게 된 거야?"
결국 참지 못하고 물어봤어.
"묻지마."
"...."
"내가 어떤 등급이 나오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너한테 잘못 가르쳐준게 있냐고"
전정국 표정이 굳었어. 괜히 물어봤다......
"미안해.."
"책 펴. 수능잘보려면 지금부터 문제 열심히 풀어봐야해. 교무실 청소할 때 잔여 모의고사 시험지를 꼭 챙겨놔. 우리는 문제집 살 돈이 없으니까 모의고사 시험지를 최대한 이용해야 돼"
"알겠어.."
그렇게 뭔가 살짝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를 시작했지.
"고마워..이제 갈게..쉬어.."
공부를 마친 후 나는 살짝 기가 죽어있는 상태로 전정국에게 인사를 했어.
"가서 숙제해."
"알겠어.."
숙소로 돌아오면서 그냥 잊기로 결심했어.
나는 전정국만 잘 따르면 되는거니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잊겠다고 결심해서 다 잊혀지는 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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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7월 15일
기말고사가 끝난 날이었어!
이틀 뒤에 졸업사진 찍는 날이어서 오늘은 모두들 옷이나 화장품을 사기 위해 특별 외출을 나가셨지.
사환들은 사감선생님이 정말 오랜만에 자유시간을 주셨어.
"전정국~ 너 뭐할거야?"
"공부해야지. 날씨도 좋은데"
"뭐야...오늘 시험 끝났는데 또??"
"아직 수능이 안끝났어"
"..."
"하..그럼 니 뭐하고 싶은데"
"나갔다오자"
"어딜"
"그냥~"
"돈도 없는데 나가서 뭐하게"
"꼭 돈이 있어야 뭘 하나? 그냥 나 한번 따라와봐~"
내가 이렇게 확신에 차서 전정국을 데리고 나가려는 이유는....오늘이 학교 근처 공원에서 열리는 청소년축제 날이었거든!!!
학교에서나 학생과 사환으로 나뉘어져있지 학교 밖으로 나가면 다 똑같은 학생이니까 나는 아무래도 밖이 더 좋더라구~
"여기서 배채우려고 나 데리고 나왔지?"
"아...아니 뭐..음.."
사실 그래...우리는 아침만 먹거든 하루종일 배고픈데 오늘은 딱 배고픈 오후에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 행사가 많으니까! 당연한거 맞지.....? 우린 한창 배고플 청소년이잖아.
.
.
한참 돌아다니면서 먹고 즐기고나서 한 두어시간이 지나고 학교로 되돌아왔어.
아무리 자유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왠만하면 학교에 있어야 했거든.
돌아와서 공부를 시작했지.
도서관 담당이라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재미있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거야.
이 재단 학교는 유아학교(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있고, 도서관은 총 다섯개가 있어.
유아학교-초등학교 도서관, 중학교 도서관, 고등학교 도서관, 대학 도서관 1,2.
나는 중학교 때도 도서관을 담당했고, 고등학교 때도 도서관을 담당했어서 책은 되게 많이 읽었지.
오늘도 전정국은 앞에서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지만, 나는 소설책을 읽고 있었어.
"정국아 넌 일탈해보고 싶은 적 없어?"
"그런 건 왜 물어"
"지금 가출에 관한 소설을 읽고 있는데 너무 몰입이 되서..나도 평범한 집에서 살면 한번쯤 가출해보고 싶어"
"우리한테는 그런게 판타지인거 잘 알잖아. 쓸데없는거 물어보지 말고 빨리 읽은다음에 수학이나 풀어."
"한참 감성에 젖어있구만 흥 깨기는"
"고3이 무슨 흥이야 나 잠시 밖에 다녀올테니까 책 읽고 있어"
"밖에 어디???"
"알려고 하지마. 그리고 불 난 게 아닌 이상 절대 도서관 밖으로 나오지 마."
"화장실은...?"
"화장실도 가지마"
너무 단호하게 말해서 그냥 고개만 주억거리고 다시 책을 읽었어.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말짱하고 시간이 여유로운 건 굉장히 오랜만에 있는 일이거든.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을 때까지 정말 집중했고, 책을 다 읽고나서 덮으니까...!
전정국이 마침 들어왔어.
머리가 약간 헝클어져있긴 하지만, 뭔가 들고 왔더라...?
"어???"
"꽤 맛있길래 가져왔다."
얼마나 맛있길래..?하면서 먹은 그 초코과자는...정말 대박이야.
"진짜 맛있다!!!!!!"
"숙소로 가져가서 먹어"
"너는...?"
"난 이미 챙겼어."
나는 해맑게 웃으면서 과자를 챙겼어. 아싸 매일 반개씩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