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같이 들으시면 좋아요
***00편 보고 오셔야 이해가 빨라요!***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내가, 그들과 산 사람을 구분 짓는 유일한 방법은 그림자였다. 죽은 사람은 그림자가 없다.
그리고,
11년만에 나타난 김민석도
그림자가 없다.
죽은 자의 도시 01
: 너를 만난 봄날은 잔인하다
민석인 죽은걸까.
정말?
민석이의 그림자를 확인하고 난 뒤엔 줄곧 그 생각뿐이었다. 반갑게 집으로 맞이하고 소파에 앉아 두 눈을 마주하며 얘기를 나눌때에도, 온통.
민석인 11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개구쟁이같이 웃었고 언제나처럼 다정한 말투였다.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보며 말을 하는 습관도 그대로였고.
다만, 이제는 제법 남자다운 느낌이 강했고 입고 있는 수트가 꽤 잘 어울리는 몸으로 컸다는 것.
그것 외에 민석인 내가 상상해왔던 모습 그대로였다.
"잘 지냈어?"
"...아니"
"왜. 나 속상하게"
그리웠던 민석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터질 뻔 했다. 잘 지냈냐, 묻는 말이 어찌나 다정하던지. 그 목소리에 힘겹게 버텨왔던 지난 날들을 구구절절 털어놓고 싶었다.
민석이에게 묻고 싶은 말도 참 많았다. 11년 전에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뭔지, 어디로 가버린 건지, 그 동안 뭘 하고 살다가 다시 나타난건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시작을 해야 할 지 모를 질문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선뜻 물어보지 못 한건 결국 그 끝이 죽음일까봐.
너 정말 죽은거야 물어보면, 응- 이라고 답할까봐.
"밥은 먹었어?"
결국 꺼낸 말이 그거였다. 겨우 밥은 먹였냐는 그 말.
그런 내 말에도 웃으며 아니, 밥 해줘 - 하는 민석이가 여전히 믿기지 않아서 헛웃음이 새어나온다.
배가 고프다길래 우선은 부엌으로 향했다. 밥을 먹고나서 차근차근 얘기해도 늦지 않겠지 싶어서.
그리곤 차릴 것도 없었지만 나름 형식을 갖춘 밥상을 마련하면서 괜한 불안감에 힐끔힐끔 뒤를 돌아 민석이를 확인했다.
또 다시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민석아, 밥 먹어!"
냉장고를 다 뒤져서 반찬 몇 가지를 만들긴 했는데, 차리고 나서 보니 온통 누런 달걀요리들 뿐이었다.
그래서 나름 데코레이션을 한답시고 허전한 계란 후라이 위에 빨간 하트 모양의 케첩을 둘렀다. 밥도 괜히 가득 퍼담고.
마지막까지 내놓을까 말까 고민하던 자주 먹지 않아 푹 쉬어버린 김치는 덜 쉰 부분만 잘라 예쁘게 그릇에 담았다.
하지만 여전히 식탁은 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자주 장을 봐 둘 걸 그랬다. 시간내서 요리도 좀 배워두고.
물론 너무 예상치 못 한 상황이긴 했지만, 몇 십년 만에 만난 민석이에게 해 줄 수 있는게 겨우 이런 것 뿐이라니..
민석이 성격 상 무얼 해주던 맛있게 먹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미안했다. 민석이를 아니까.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어"
"너도 같이 먹자. 이리와서 앉아"
아직까진 민석이가 조금 어색해 멀찍이 떨어져 서있었다. 그러자 민석이가 제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두드리며 나를 불렀다.
사실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프긴 했지만 지금 밥을 먹으면 체할 것 같아 고개를 저었다. 밥 먹었어-.
그러자 민석이가 거짓말-,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너 좀 전까지 자다 일어났잖아"
"아니야!"
"못 본 사이에 거짓말도 하고,"
"..티나?"
"당연하지. 얼른 와서 같이 먹자"
차마 두번은 거절할 수 없어 밥을 뜨고 마주 앉으니 민석이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먹은 것도 없었지만 민석이의 눈을 보니 벌써부터 체할 것만 같은 느낌에 고개를 숙이고 얼른 밥을 입에 집어 넣었다. 그제서야 민석이도 숟가락을 들었다.
"넌 그대로네"
"민석이 너야말로 그대로네. 하나도 안 변했어"
"어때, 수트 잘 어울려?"
"응! 진짜 잘 어울려"
"다행이다"
가만히 마주앉아 민석이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건 꿈이 아니구나.
그리고 그런 생각이 점점 확신에 찰 수록 나는 더 무섭고 불안해졌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좀 전에 내가 본 것은 진짜일까. 혹시 잘못 본 것은 아닐까.
"설거지는 내가 할게"
"아,아니야! 놔둬, 나중에 내가 할게!! 우..우리 어디 나갈까?"
하지만 혹시나 하는 내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는 민석이의 밥그릇이 그대로다.
분명히 민석이는 배부르게 잘 먹었다-, 말하고 있는데 민석이가 손을 댄 계란말이, 계란 후라이, 그리고 그 위에 뿌려놓은 하트 모양의 케첩까지 그대로다.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는 기분이 이런걸까.
또 한번의 확인사살에 더 이상 부정할 수가 없었다.
민석인, 죽었다.
그릇을 치우려고 일어서는 민석이를 서둘러 붙잡고 그릇을 빼앗았다.
더이상 이 곳에 앉아있기 힘들어 대충 싱크대에 그릇들을 쳐박아두곤 다급히 민석이를 데리고 부엌을 빠져나왔다.
이번엔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정정하자면 믿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네가..., 그럴 수 없다.
"어디?"
"아..아무 곳이나! 가고 싶은데 없어?"
"그럼 카페나 갈까? 할 얘기도 많고."
"그래! 나 빨리 세수만 하고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꼭 기다려, 어디가지말구!"
"안 갈테니까 천천히 씻고 와"
그리곤 서둘러 화장실로 가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비누로 여기저기 빡빡 문지르고 또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고.
그렇게 머리가 띵- 해질 정도로 세수를 하고 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나는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 까. 민석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지?
온갖 생각들이 머리 속을 헤집어 놓았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답이 없는 물음들 뿐이었다.
나는 아직 민석이가 반갑고 어색하기만 한데, 그런 내가 민석일 죽은 사람으로 대할 수 있을까.
그럴 용기는 있을까?
나에게 민석인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었다. 남들은 '괴물같다' 하는 내 붉은 눈을 예쁘다- 말해준 첫 사람이었고,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 준 첫 사람이었다.
그런 민석이에게...,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머리를 정리했다. 이렇게 풀고 저렇게 묶어봐도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기다리고 있을 민석이를 생각해 서둘러 화장실을 나왔다.
여전히 사라져버릴까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민석인 소파에 앉아있었다. 보란듯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집 안을 둘러보면서.
가자,민석아-.
애써 밝은 얼굴로 민석이에게 말했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이 어릴 때와 변함이 없어 서글펐다.
.
.
.
.
.
어차피 먹지 못 할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두 잔의 커피와 두 조각의 조각 케이크를 주문했다.
준비 된 음식들을 가져와 의자에 앉을 때에도, 민석이와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사람들 눈엔 나 혼자 떠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웃으며.
민석이가 달달한 초코 케이크를 포크로 찍었다. 그리고 삼킨다. 여전히 케이크는 그대로다.
하지만 나는 물었다. '맛있어? 너 단거 잘 못 먹잖아'
"저기, 민석아"
"응"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알아. 물어봐"
"너 갑자기 왜 사라진거야?"
"집안 사정때문에 외국으로 이민을 갔었어"
"집안사정? 심각한거야?"
"이젠 괜찮아. 그러니까 이렇게 너도 보러왔지"
이상했다. 갑작스레 떠나는 거야 사정이 있어 그렇다쳐도 그 이후에 연락 한번 안 한게.
아니, 물론 나한테 꼭 연락을 해야한다 그런건 아니었지만 민석이의 성격 상 한번은 연락 했을텐데 그러지 않았던게 이상했다. 내 번호를 모를리도 없고,
그 정도로 심각했었던 걸까.
"너는 어떻게 지냈어?"
민석이가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급히.
더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가로막혔다. 나는 초코 케이크를 포크로 찍었다. 그리고 입에 물었다.
꽤, 달다. 민석이가 먹기엔 너무도.
"난 뭐, 그냥..지냈어. 평범하게"
"남자친구는?"
"없어."
다행이다-,
민석이가 다시 커피를 마시며 그렇게 작게 중얼거린다. 여전히 잔 속의 커피는 그대로인채.
"한국에 아예 돌아 온 거야?"
"아니"
"....다시 가?"
"아마도. 가고싶진 않지만"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나는 서운함에 입을 다물었고 민석인 내 마음이 어떤지 알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그 밑으로 나란한 벚나무들과 꽃내음 가득한 바람. 너무도 달콤했지만 내게는 더없이 잔인한 봄날이다.
다시 창가에서 고개를 돌려 민석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려진 시선. 우리가 앉은 테이블 근처엔 나의 그림자만 머물러있다.
떠도는 영혼들은 대게 자신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 한다. 그리고 그 중엔 자신이 죽은 지도 모른 채 돌아다니는 영들도 많다.
그런 영들은 무당이나, 혹은 나처럼 죽은 자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말을 해줘야 한다. 당신 죽었다고, 그러니 이제 이 곳을 떠나야 한다고.
민석이는 어떤 부류의 영일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만약 모른다면, 나는 민석이에게 말 할 수 있을까. '너 죽었어. 그러니까 이제 이 곳에 있으면 안돼. 사라져'
생각만해도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얼마 정도 있을건데?"
"글쎄. 길면 한달정도"
"지낼 곳은. 있어?"
"당연히 없지. 나 너 보려고 혼자 한국 온 거야"
"그럼 어디서 지내려고?"
"너네 집"
"김민석 너, 못 본 사이에 되게 뻔뻔해졌다? 누가 재워준대"
평범한 대화들이 오고갔다. 예전처럼 웃으며 장난도 치고. 꼭 어릴 적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정신없이 떠들었다.
그러다 힐끔거리며 우릴 지나치는 시선에 문득 아차, 싶었다. 남들 눈엔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였으려나. 혼자 웃고 혼자 떠들고 혼자 맞장구치고.
그제서야 마음이 무거웠다. 꽤 커다란 짐덩이를 인듯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
사랑하는 너를, 내 손으로 어떻게 놓아야 하지. 어떻게 해야 니가 아프지 않게 떠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너를 어떻게..,
민석이가 주변의 시선을 눈치채기 전에 카페를 벗어났다. 언젠가 말을 해야겠지만 오늘은 도저히 아니다 싶어서, 서둘러.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하고 있다 근처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최대한 인적이 드문 구석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끈질긴 태양이 민석이의 뒤를 따른다.
"민석아"
"응"
벤치에 앉은 뒤론 몇 분동안 말없이 호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 한채.
그러다 내가 먼저 민석이를 불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답하는 민석이에게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단순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불렀다 말하기 부끄러워 그냥- 하고 얼버무리자 민석이의 손이 내 머리 위로 올라왔다. 그리곤 제 어깨를 내주었다.
나는 민석이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깨어버리지만 않으면 영원할테니.
"내가 너한테 장가가겠다고 하던 거 기억나?"
"당연하지. 너 맨날 그 소리 했잖아"
"내가 그랬었나.."
"지금도야? 지금도 나한테 장가 오고싶어?"
망설임없이 대답하던 어릴 적 민석이와 달리 지금의 민석인 꽤 오랜 시간 동안 망설이다 답했다.
'응-,당연하지.'
사실 나는 민석이가 아니,라고 말할 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입을 닫았다. 무슨 답을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런 탓도 있고.
그렇게 더 이상의 대화는 오고가지 않았다. 그저 호수만 바라보며 나는 민석이의 어깨에 기댄 채, 민석이는 내 머리 맡에 고개를 기댄 채 시간을 보냈다.
아무 말도 없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행복했다. 그만큼 시간도 빨리 지나갔고. 어느 새 어둑해지는 하늘에 정신을 차렸을 땐, 저녁이 훌쩍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민석이의 얼굴을 보며 집에 가자-,그랬다.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으며 집까지 걸어오는 내내 나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비록 한 달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너와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내가 말하지 않는 다면 너는 산 사람처럼 나와 행복할테니, 내가 입을 다 물어 버리면 어떨까.
그렇게 나는 죽은 자와 동거를 마음먹었다.
분량 똥... 내용 똥...
사실 제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급하게 써내느라....망...ㅎㅎㅎㅎ
다음 편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꼭 분량 꽉꽉 채워서 들고올게요ㅠㅠ 내용도 더 알차게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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