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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븍흠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내가, 그들과 산 사람을 구분짓는 유일한 방법은 그림자였다. 죽은 사람은 그림자가 없다.
그리고,
11년만에 나타난 김민석도
그림자가 없다.
죽은 자의 도시 03
:부디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길
김민석이. 기어코 나를 따라나섰다.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배후엔 경수가 있는게 분명했다. 아침부터 내내 경수 이야기뿐이었으니까.
'걔도 오늘 와?'
'누구? 경수?'
'...어'
'응. 같이 수업들어'
'같이?'
'응'
그러더니 민석인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침 겸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우유를 따라 마시고 있었는데, 반쯤 마셨을 때 민석이가 다시 방에서 나왔다.
아무생각 없이 민석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차림새가 외출복이었다. 그래서 어디 나갈거냐-. 물어보니 나를 따라 학교에 가겠단다. 어이가 없었다. 꼭 엄마 회사 따라가겠다고 채비하는 어린 애 같아서.
'나 따라 와서 뭐하려고? 그냥 집에있어. 어차피 난 수업 들어야해'
'그냥'
이제는 '그냥' 이라는 말이 입에 붙은 걸까. 답하기 곤란하거나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민석이는 매번 그냥-, 하고 얼버무렸다.
나는 학교를 따라와도 할 일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 그랬다. 수업 시간이 빡빡해 점심 시간 외엔 얼굴도 못 볼테고. 하지만 그래도 같이 가겠다는 민석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함께 집을 나섰다. 어제처럼 벚꽃이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학교에 도착하니 민석인 학교 구경을 하고 있겠다고 그랬다. 딱히 구경할 것도 없을테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떼울만한 마땅한 일이 떠오르지 않아 그러라했다.
마치면 연락해-,
그러고 민석인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멀어지는 민석이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강의실로 향했다. 오늘도 역시나 경수가 먼저 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제 연락한다더니?"
"아,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잤어. 미안"
사실 어젯밤엔 민석이의 이야기를 듣느라 경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시절의 민석이가 너무 재미있고 유쾌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떠들었는데, 결국엔 서너시간 밖에 못 자고 일어났다. 그래서 또 머리가 아팠고. 생각해보니 어제 아침에도 잠을 설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민석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론 매번 이런식인 듯 했다. 물론, 피곤해도 마냥 좋긴 했지만.
"근데 어제 남자친구 말이야."
"응, 왜?"
"몇살이야?"
"동갑이야"
"아, 진짜?"
"응, 왜? 나이 들어보여?"
대뜸 민석이의 나이를 물어보던 경수가 동갑이라는 소리에 살짝 놀란 눈치였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보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랜다. 내가 생각해도 민석이가 나보다 더 어려보이면 모를까, 절대 노안 소리 들을 얼굴은 아닌데 싶어 의아했다.
"나이 들어보이는 것도 아니면, 왜?"
"아니, 그게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경수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다 다시 입을 여려는데 교수님이 강의실로 들어오셨다. 결국 대화를 마무리 짓지 못 한 채 수업은 시작됐다.
나는 수업 내내 온통 민석이 생각 뿐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곳 지리도 잘 모르고, 더군다나 아무리 봄 햇빛이라 해도 오래 쐬고 있으면 따가울텐데 나를 기다린답시고 몇 시간동안 밖에서 헤맬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그래서 남은 수업은 자체휴강을 하기로 했다. 학점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난 그보다 민석이가 더 신경쓰였으니까.
경수에게 교수님껜 잘 말씀드려 달라 부탁하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민석이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착신음이 몇번 울리기도 전에 민석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민석아. 어디야?"
-여기 학교 안에 무슨 공원 같은 곳?인데.., 마쳤어?
"응, 마쳤어"
-벌써?
"..어..어,응. 교수님이 갑자기 일이 생기셔서 오늘 휴강이래"
사실, 자체휴강이야.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민석이 성격에 미안해 할 게 뻔했다. 괜히 자기때문에 학교 생활에 지장있는 거 아니냐면서.
사실 나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편이었다. 거짓말을 하면 표정에 어색함이 잔뜩 묻어나 민석이가 금방 눈치를 채곤 했는데, 전화로 이 말을 한게 다행이다 싶었다.
민석이에게 대략적인 위치를 물어보고 나는 곧장 그리로 향했다. 가는 길에 카페에 들려 시원한 아메리카노도 두 잔 사들고.
불과 몇 시간 전에 본 얼굴이었지만 민석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들뜨고 설렜다. 생각만해도 웃음이 삐죽 삐져나오는게 정말 주책이다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빨라진 걸음이 금새 민석이가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민석ㅇ..!"
가깝다기엔 조금 먼 거리에서 벤치에 앉아있는 민석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양 손을 번쩍 들어올려 민석이를 향해 흔들었는데, 내 목소리를 듣고 이쪽을 쳐다보던 민석이의 모습이 순간 흐릿해졌다. 나는 곧장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좀 전에 뭐였지?
하마터면 손에 든 커피를 떨어트릴 뻔했다. 그 정도로 놀랬는데, 도리질을 하다 눈을 한번 세게 감았다 떴다. 그러는 사이에 민석이는 점점 내게 다가왔고, 다시 쳐다 본 민석인 전혀 이상한 것이 없어보였다.
"...."
"무슨 생각해?"
"어..아, 아니야! 자, 이거 마셔. 덥지?"
좀 전의 상황을 되짚는 사이에 민석인 어느새 내 앞에 서있었다. 조금 발갛게 달아오른 민석이의 볼이, 꽤 오랜시간 햇빛을 쬐었다- 말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나는 서둘러 손에 들고있던 커피를 내밀었고 이내 잘못 본 것이라 생각하고 말기로했다. 이틀 내내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해 헛것을 본 것이라고. 그래, 이렇게 버젓이 내 눈 앞에 멀쩡히 서있는데..
하지만 한번 든 의구심은 종잡을 수 없이 커졌다. 나는, 뭐가 그렇게도 불안한 걸까.
이미 수차례 확인을 했다. 민석이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말이다.
그렇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민석이가 죽은 사람이라 확신할 수 있었던 증거 또한 분명 봤다. 믿고 싶지않아 잊고 있었을 뿐.
도대체...., 민석이는 뭘까.
*****
그러고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그때의 일은 설명이 되지도, 이해가 가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결국 동그라미는 다시 그리기로 했다. 3월의 달력엔 어느덧 9개의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졌고 하나 둘씩 채워지는 달력의 빈칸들을 보며 여러가지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섭섭함. 아쉬움. 그리고 두려움.
그리고 오늘로써 10번째 동그라미가 그려지는 아침, 또 다시 일이 터졌다.
"왜그래?"
오늘은 공강이었다. 때문에 모처럼 여유롭게 늦잠을 자다가 민석이보다 먼저 일어나 마트에 다녀왔다. 혼자 살 땐 그저 간단한게 최고라 생각해서 시장을 보는 일도 드물었는데, 처음 만나던 날 계란 요리만 해준 것도 그렇고 제대로 된 요리를 민석이에게 먹이고 싶어 오랜만에 부지런을 떨었다.
민석인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그렇게 한참을 고민했다. 어릴 때야 학교 앞에서 사먹는 떡볶이가 단연히 최고였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민석인 뭘 좋아하는 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무난하게 된장찌개를 끓이기로 했다. 매콤하게 청양고추도 썰어넣고 두부에 양파에, 인터넷에서 찾아 본 레시피에 있는 재료란 재료는 다 털어넣고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니 제법 구수한 향이 나는게 제대로 만든 것 같다 싶었고 틈틈히 맛을 보며 간을 맞춰갔다. 그리곤 불을 올려둔 채 수저와 젓가락을 놓았다. 몇개 없지만 간단한 찬들도 식탁에 꺼내놓고.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었는데, 지금 내 모습이 꼭 신혼 첫날 아침에 아내가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상을 차리는 모습 같아서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무 앞서나간 생각인가 싶었지만 이왕 앞서나간 거 끝까지 가보자 싶어 민석이가 자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여보, 일어나-' 같이 닭살스러운 말은 못 해도 흉내라도 내볼까 싶어 민석아- 하고 다정하게 부르며 어깨에 손을 올렸는데,
그대로 내 손이 민석이의 몸을 관통했다.
"왜그러냐고."
"...."
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적으로 흡- 소리를 내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는데, 그 소리가 컸던건지 아니면 아침부터 부산스러운 까닭에 미리 잠을 깨었던건지 모를 민석이가 눈을 떴다. 그리곤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민석이의 말에 대꾸하지 못 한채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민석인 재차 왜그러냐 물었지만 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민석이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내게 손을 뻗으려 팔을 들어올렸는데, 나는 그 손길을 다급하게 피했다.
"아,아무것도 아니야. 아침먹어! 된장찌개 끓였어"
"어..그래"
그리고 난 방을 빠져나왔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을듯이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민석이를 맞이했다.
얼른 와서 앉아-,
첫 날과 달리 진수성찬인 상을 보고 민석인 꽤 놀란 눈치였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민석이가 숟가락을 들었고 난 그런 민석이의 앞에 마주 앉아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맛이 어때?"
"맛있어"
"정말?!"
"응. 니가 다 만든거야?"
"응!"
"기특하네."
찌개를 한 입 떠먹은 민석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 모습에 기분이 좋았고.
아침부터 고생한 게 빛을 보는구나 싶었다. 그 정도로 민석인 너무도 맛있게 밥을 먹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을 뿐인데도 저절로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잘 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말,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좀 전의 일이 굉장히 신경쓰였다. 한번도 아니고 벌써 두번째였다. 흐릿해지던 민석이의 모습, 그리고 만져지지않던 민석이의 몸.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랬다 저랬다,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혼자 끙끙 앓으려니 말이다.
사실 일주일 내도록 고민을 했었다. 도대체 민석이는 뭘까. 죽었구나- 싶으면 산 것 같고, 살았구나- 싶으면 죽은 것 같고.
그러면서 나는 왜 한번을 쉽게 마음 놓을 수 없는 지에 대한 원망이 들었다. 평범하게 살 수는 없을까?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적어도 민석이 앞에선 그러고 싶은데..
"너 무슨 생각해"
"..응?"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은데.."
그렇게 한참 혼자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민석이가 그랬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밥을 다 먹은 후였고.
나는 또 다시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고개를 도리질하며 둘러댔다.
"저기 민석아.."
"응, 말해"
"너 처음 나 봤을 때 말이야"
"응"
"안 징그러웠어?"
"뭐가"
"...내 눈"
그냥 궁금했다. 여지껏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기도 했고 남들은 다 징그럽다, 괴물같다 하면서 피하던 내 눈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편견없이 다가와 준 너였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다정하게 눈을 마주치고 있는게 고마워서.
"뭐가 징그러워"
"...."
"예뻐"
"...거짓말"
"진짜야. 난 너한테 거짓말 안 해"
떠보려고 한 말이었는데 확신에 찬 민석이의 답에 괜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민석아, 정말 너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근데 넌 나한테 거짓말 되게 잘 한다"
"...응?"
"..밥 맛있게 잘 먹었다고."
민석이의 말에 감동을 받고 있는 것도 잠시, 대뜸 그랬다. 나보고 거짓말을 잘 한다고. 단번에 이해하지 못 해 재차 묻자 밥을 잘 먹었다는 생뚱맞은 답이 돌아왔다.
난 다시 한번 민석이가 한 말을 곱씹었다. 무슨 뜻일까? 방금 그 말...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인 건 확실했다. 무언갈 알고 있다는 투의.
그리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민석인 계속 의자에 앉아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기다릴게"
정적을 뚫고 민석이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뭘? 뭘 기다린다는 거야?
웬만해선 돌려 말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민석인. 말했듯이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표현이 확실한 아이였고 그랬기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어렵게 말을 돌리는 상황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가 먼저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릴게"
"...."
"너무 늦지만 말아줘"
"...뭘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민석이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영영 물어보지 못 할 것 같아서. 다급하게.
그러자 나를 마주하고 돌아선 민석이의 얼굴이,
다시 한번 흐려지다 못 해 겹쳐보였다.
"이상하지 않아?"
눈을 비볐다. 아주 세게. 고개도 세차게 저어보고.
하지만 여전히 민석인 흐렸다.
"11년 동안 연락 한번 없었어"
"...."
"니가 나한테 어떤 존재인지, 또 내가 너한테 어떤 존재인지 잘 알면서도"
"...."
"단 한번도 연락이 없었어"
나를 내려다 보는 민석이의 눈이 날카롭다.
"그러다 갑자기 네 앞에 나타났고"
"...."
섭섭하면서 불안하고, 서글프면서 끝끝내 미안한 눈이.
"난 그림자가 없었고"
기어코 나를 뚫었다.
포포포포ㅗㅍㅍㄱㄱㄱ풍업뎃!!!!!!!!!!!!!!! 하지만 분량 똥망ㅎㅎㅎㅎ
불금이라 씐이 났지만 글은 우울....ㅋ 전 항상 조증이 넘쳐서 이런 글이라도 쓰면서 달래줘야 한답니다.
아 그리고 전 편에 몇화까지 연재하실거냐고 비회원님께서 물으셨는데, 중단편이요!!!!!
차마 장편으로 끌 재간이 없습니다....ㅎㅎㅎㅎㅎㅎ
빨리 빨리 정리를 하고 싶오용. 길게 끄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ㅋㅋ 간략하지만 무게감있게!!!! 전개는 빠르지만 허술하지않게!!!!!(하지만 허술했겠죠..지송..ㅎ)
되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생각이 안나네여
오늘도 망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굿밤하시구, 댓글 항상 잘 읽고 있어여!!!!!!!!!!!!!!!!!!!ㅠㅠㅠㅠ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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