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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팬픽은 장소영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팬픽입니다.

 ※ 암호닉은 언제라도 대환영입니다.





[EXO-K/카디] 단하나의 표적 01 | 인스티즈





 

01




 선영이 여자가 아무도 없는 마당을 가로질러 사무실로 통하는 복도를 걸었다. 아이들이 많이 사는 보육원 치고는 너무 조용한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들이야 아무리 조용히 시킨다해도 이렇게 조용할 수는 없는것인데……. 다들 어디 간 건가?


 똑똑.

선영은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대답소리에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쪽에는 살집이 꽤 있는 여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선영을 위 아래로 못

마땅한듯 훑어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초낭 초등학교에서 왔습니다. 여기 원생 중에 김종인이라는 남자아이가 있죠?”

 “종인이요?”


여전히 못마땅하다는듯 되묻는 그녀의 인상이 더욱 찌푸려졌다.


 “네. 전 종인이 담임인데 종인이가 새 학기가 시작된지 2주가 넘었는데도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요”

 “아……. 우리 고아원에 원장님이 바뀌셔서 여러가지 규율이나 규칙을 다시만들고 또 애들한테 교육시키느라 정신이없었어요.

  아마 이번주부터는 학교에 다시 나갈거에요.”

 “네에…….”


떨떠름하게 대답을 하며 선영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규칙을 얼마나 바꾼다고 학교를 나오지도 못하게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괜히 아침부터 분란을

만들기 싫어 참기로했다.


 “그럼 이왕 온 김에 원장님도 뵙고 종인이도 한번 보고가도 될까요? 명색이 담임인데 아직 우리반 아이를 못봤다는게 좀 걸리네요.”

 “원장님은 이틀전에 서울 가셔서 아직 안 오셔쑥요. 종인이는 지금 운동장에 있어요”

 “운동장요?”


아니. 아침부터 웬 운동장?


 “네. 종인이가 또 말썽을 피웠거든요. 지금 또 벌받는 중이에요 요. 그렇게 말했는데도 식사시간도 안 지키고 도대체가 규칙이고 뭐고 다 무시예요. 

지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니까요. 그래서 아침도 굶기고 운동장에서 벌 서는 거예요. 어휴. 선생님도 앞으로 참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는 여자의 말에도 선영은 도리어 여자가 더 이상하게 보였다. 초등 4학년이면 이제 겨우 11살이다. 물론 요즘은 애들이 워낙 조숙하다지만 그맘때

애들이야 규칙이고 규율 어기는 것쯤이야 다반산데 그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식전 댓바람부터 벌을 세우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운동장이 어디죠?”


선영은 불쾌함이 다분히 묻어나는 말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네?”

“종인이가 있다는 그 운동장이 어디냐고요?”

“……들어온 문을 나가서 우측으로 건물을 돌아가면 건물 뒤편에 운동장이 있어요.”



떨떠름하게 대답을 하는 여자를 다시 힘주어 노려보고 돌아서던 선영은 기어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고 말았다.



“벌을 세우더라도 굶기면서까지 하는 건 안 되죠. 심하면 아동학대에 해당되는 것 정도는 아시죠?”



그리고 놀라서 입을 쩍 벌리는 여자를 두고 홱 돌아서 성큼성큼 사무실 문을 나섰다. 빌어먹을. 애들 키우는 사람들 생각이 저러면 여기 있는 애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짐작이 되었다. 우리 경수도 자신이나 어머니가 없었다면 여기 애들처럼 이렇게 살고 있을지도모른다 생각하니 괜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선영은 건물을 돌아서자마자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는 소년을 보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머리카락은 젖어있었고 몸을 받치고 있는 팔은 여기서도 그 떨림이 느껴

질 정도였다.




“종인아! 일어서.”


선영은 더욱 빨리 걸음을 옮기며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는 그를 무시한 채 그대로 아이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난 네 담임선생님이야. 너 데리러 왔다. 밥은 먹었니?”

“........”



선영은 몸을 숙여 아이의 옷을 털어주며 아이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대꾸가 없는 아이에게 이상한 생각에 고개를 들어 아이를 정확히 바라보았다.

선영은 아이의 눈을 바라본 순간 놀란 숨을 들이 키고 말았다. 아이의 눈빛이……, 아이의 눈빛이 아니었다. 깊고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그 눈빛에 드러나는 슬픔과 고뇌

가 도저히 아이의 눈빛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조각처럼 잘생긴 아이의 얼굴에서 강인함이 느껴질 정도로 아이는 조숙해보였다. 도저히 11살이라고는 보여 지지 않

을정도로 키가 크고 체격이 단단했다.



“네가 김종인 맞지?”

“........”



아이의 눈빛에서 긍정의 빛을 읽은 선영은 혹시 아이가 말을 못하는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곧 그 생각을 지웠다.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가자. 당장 들어가서 학교 갈 준비해서 나와. 오늘부터 학교 갈 거니까.”



종인은 다짜고짜 자신을 끌고 가는 담임선생이라는 여자에게 팔을 붙잡혀주고 재밌다는 생각에 아줌마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걸음을 옮겨주었다.선영은 생각 외로 순

순히 움직여주는 종인을 건물 앞으로 데려가 그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자신은 사무실로 거칠게 발걸음을 옮겼다.



단한번의 노크소리와 함께 문을 열어젖힌 선영은 아까와 달리 그 여자와 다른 여자 한명이 더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시작했다.



“전 사실 이런 일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지만 내가 맡은 반 아이의 일이니 이젠 참견을 좀 해야겠네요. 규칙도 좋고 규율도 좋은데 아이를 굶기거나 과도한 벌을 주는 것은 안 된다는것쯤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는군요. 학교 선생들도 조심스러운 마당에 애들을 책임지고 키우는 여기 공인된 원에서는 더 조심해야 할 거라 생각이 듭니다. 원장님이 계시면 꼭 만나 뵙고 싶은데 안 계신다니 다음 기회로 미루죠. 내 반 아이가 여기 있는 이상 앞으로 종인이를 지켜보고 살펴보고 세심하게 관찰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당장 종인이 학교 데리고 나가겠어요. 지금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다른 아이들도 학교에 보내지 않았나요?”

“……아니.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나가고 있어요. 종인이는 워낙 말썽을 피워서……”

“아니. 애가 말썽 피운다고 밥 굶기고 벌세우고 학교도 안 보내고. 이게 말이 됩니까?”

“……”



선영은 괜히 일을 크게 만들까 두려워하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들이 찔리는 것이 없으면 왜 저리 주눅이 들겠는가?



“그리고 여긴 왜 이렇게 조용한 거죠? 학교에 간 애들은 그렇다 치고 어린 애들도 있지 않나요?”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눈치만 보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선영은 더욱 언성을 높였다.



“뭐죠?”

“흠……지금은 식사시간이라……”

“식당이 어디예요?”



선영은 머뭇머뭇 일러주는 여자의 말에 다시 발걸음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 마침 사무실 앞 문가에 가만히 서서 무표정한 모습으로 서있는 

종인을 한번 쓱 훑어보았다.




“식당 어디야? 앞장 서.”



말없이 돌아서 복도 끝으로 걸어가는 종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영은 급히 그의 뒤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간 순간 선영은 날카로운 숨을 들이켰다. 기

막혀서! 아이들이 정확한 열에 맞추어 앉아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하나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이제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아주 어린 아이에서부

터 7살 정도 되는 아이까지…….



선영은 어느새 자신의 뒤를 따라온 여자들을 홱 돌아보며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



“내가 지금은 방법을 모르지만 우선 교육청, 시청이고 구청이고 어디든 이 사실을 그대로 고발하겠어요. 당신네들 원장한테 연락해서 되도록 빨리 돌아오라고

하는 게 좋을 걸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이들을 이런 식으로 학대해?”



그리고 선영은 종인을 돌아보았다.



“애들 밥 다 먹으면 방으로 데리고 가. 나 오늘 학교고 뭐고 없어. 여기 전화기 어딨죠? 아. 사무실에 있겠군요.”




말을 마치자마자 급히 계단을 올라가는 선영의 뒤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여자들과 놀란 표정의 종인이 서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희망 보육원은 군과 시로 날아드는 항의성 편지와 주민들의 서명이 담긴 민원서류에 의해 원장과 사회복지사들이 모두 교체되었다.






* * *






경수는 포장되지 않은 시골길을 터버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아까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가 한 말이 계속 귓가에 남아있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2반 선생님한테 숨겨둔 아들이 있대.’

‘2반 선생님? 결혼도 안 하셨는데?’

‘그런데 아들이 있대. 희망 보육원에 있는 2반 김종인이 아들이래.’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제법 어른 흉내를 내는 반 아이를 보며 경수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2반 선생님이 자신의 이모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저런 말을 경수가 듣는 앞에서 한다는 것은 일부러 경수가 듣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었다.



‘에이~ 그럼 왜 아들을 보육원에 맡기냐? 말도 안 돼!’



이야기를 들어주던 상대 아이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콧방귀를 끼자 이야기를 하던 아이가 발끈하며 자신의 말이 진실임을 강조했다.




‘야! 결혼도 안 하고 애를 낳았는데 어떻게 키우냐?’

‘그래? 하지만 경수는 키우잖아?`



말을 하며 경수를 힐끗 쳐다보는 아이의 마음에도 현재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경수가 꽤 신경 쓰이는 듯 해 보였다.



‘경수는 조카잖아? 자기가 낳은 아들하고 조카하고 같아? 자기 아들이 아니면 뭣 때문에 종인이 다니는 보육원을 그렇게 발칵 뒤집어 놨겠냐? 

종인이는 2반 선생님이 고아원에 버린 자식이 분명해.’



아이는 자신의 부모가 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자세히 들었는지 제법 어른들이 하는 말을 실감나게 흉내 내고 있었다.




‘야. 김지영. 너 발렌타인데이때 김종인한테 왜 초콜릿 줬어? 넌 좋아하는 애를 그런 식으로 말하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경수의 사나운 말에 지영이라고 불리운 아이는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내가 언제? 내가 언제!’

‘야. 내가 다 봤어. 네가 초콜릿이랑 카드랑 종인이 가방에 넣어줬잖아?’

‘뭐? 난 그런 적 없어.’

‘웃기네. 종인이가 초콜릿 먹기 싫다고 나 주더라. 그거 내가 먹다가 맛없어서 버렸어. 그리고 카드에 적힌 글자도 다 봤는데 왜 거짓말 하냐?’



경수의 실감나는 말에 그때가지 교실에 남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경수가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물론 지영이 종인에게 초콜릿과 카드를 준 건 사실이었지만 종인은 경수에게 그런 말을 한 적도 지영에게서 받은 초콜릿을 경수에게 준적도 없었다. 

하지만 경수는 종인의 가방 안에서 우연히 지영이 준 초콜릿과 카드를 보았고 그 사실을 약간 왜곡해 지영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친구들의 시선은 초콜릿을 주며 좋아한다고 고백한 남자아이에게 차여 복수하는 심정으로 종인을 나쁘게 말하는 것임을 확신한다는 듯 지영을 쳐다보았다. 

지영은 그런 친구들의 눈빛에 결국 바닥에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우아앙! 아냐! 아니란 말이야!’


그런 지영을 보며 만족한 웃음을 살짝 웃고 교실을 나서던 경수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뒤돌아서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지영에게 일침을 날렸다.




‘그리고! 우리 이모는 애 낳은 적 없어! 김종인은 우리 이모 아들 아니야!’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을 나와 버렸다.




나쁜년…….



경수는 기분이 몹시 상해 그날따라 종인을 기다리지도 않고 혼자 학교를 나와 버렸다. 먼지 날리는 시골길을 걸으며 경수는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차며 현재 자신의 불

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경수는 종인이 미웠다. 안 그래도 이모는 매번 종인이 편만 들고 공부 잘한다고 칭찬하고 할머니는 착한 아이라고 이뻐하고 심부름 잘한

다고 믿음직스럽다 하고그런 반면 경수 더러는 종인이 반만 닮으라고 야단만 치고…….



‘나쁜 놈……내가 다시는 지랑 노나 봐라.’



경수는 종인이 처음 자신의 집에 이모의 손을 잡고 들어온 그때를 떠올렸다. 4학년 새학기가 얼마 되지 않은 그때 종인의 담임이었던 경수의 이모가 종인이 살고 있는

희망 보육원의 비리를 알고 동네사람들을 선동해 보육원의 원장과 선생들을 모두 싹 바꾸었었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가끔 이모가 종인을 집으로 데려와 밥도 먹이고 공

부도 따로 시키기도 했다. 그 횟수가 점점 많아져 경수와 종인이 5학년이 된 지금은 경수의 집에 종인의 방이 따로 생겼고 경수와 종인은 한집에 살고 있었다.


이모와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듣기로는 보육원에서도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말썽만 피우는 종인이 경수네 집에 있게 된 것을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라 했었다.

하지만 경수가 보기로는 종인은 필요한 말이 아니면 거의 말이 없었고 이모의 말이라면 거의 전적으로 순종했다. 거기다 그녀가 부탁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었고 저녁마

다 할머니의 어깨며 다리를 주물러주며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종인이 보육원에서는 말썽꾼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칫. 모두 작전이야. 우리 집에서 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보육원에서는 말썽 피우고 우리 집에서는 착한 아이 흉내 내면서…….’


경수는 종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과 나이는 같으면서 덩치만 커가지고 형 흉내라도 내려는 듯 자신과 함께 등교하고 자신이 청소당번으로 늦기라도 하면 기다렸

다가 함께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친구들은 그런 그를 경수의 친척 형라는 둥 쌍둥이 형제라는 둥 급기야는 둘이 사귀는 사이라고 놀리는 친구도 있었다.





‘형은 무슨. 내가 저보다 생일도 빠른데. 내가 형이지. 오늘부터 형이라고 안하기만 해봐. 확 쫒아내 버릴 거야.’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실천할 수 없는 각오였지만 그런 억지라도 부려야 화가 풀릴 것 같았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경수 왔냐? 종인이는?”



혼자서 대문을 들어서는 경수를 보며 종인을 묻는 할머니의 질문에 더욱 기분이 상한 경수는 입을 한자나 내밀며 뽀로통하게 대답했다.




“몰라요.”

“아니 왜 몰라? 학교에 같이 갔으면 오기도 같이 와야지. 매일 같이 다니더니 오늘은 왜 혼자야?”

“몰라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지 알아서 오겠죠!”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신발을 휙 벗어던지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수를 보며 할머니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안 되겠다는 듯 경수가 들어간 방으

로 뒤따라들어갔다.



“경수 못 쓰겠구나. 너 할머니한테 지금 그게 무슨 태도냐?”


경수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방금 전 자신의 버릇없는 태도를 꾸짖으시는 할머니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학교에서 안 좋은 일 있었니?”

“아뇨”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경수를 가만히 바라보시던 할머니는 살짝 한숨을 내시며 경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셨다.



“알았다. 너희들 오면 칼국수 해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종인이 오면 같이 먹을래?”

“아뇨. 지금 먹을래요.”

“……그래. 그럼 먼저 먹어라.”



방을 나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경수는 또다시 자신의 심사가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종인이……종인이……종인이…… 매일 그놈의 종인이. 도대체 종인이가

우리와 무슨관계라고. 경수가 마루에서 칼국수를 한 젓가락 들어 올리려는 찰나 대문을 들어서는 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종인이 왔니? 경수 먼저 왔더라. 지금 칼국수 먹는데 너도 같이 먹어라.”

“네.”




마당 건너편에 있는 자신의 방에 가방을 두고 다시 경수가 있는 마루로 올라서는 종인을 모른 채 경수는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칼국수에만 시선을 주었다. 그런 경수를

잠시 쳐다보던 종인은 그대로 경수의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

 칼국수에만 시선을 주던 경수는 아무런 기척도 없는 맞은편의 종인이 궁금해 살짝 눈길을 들어 그를 보았다. 그리고 정통으로 그의 눈과 마주친 경수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다시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뭐야. 지금까지 계속 날 보고 있었던 거야?’



그때 할머니가 종인 몫의 칼국수를 쟁반에 받쳐 들고 주방에서 나오셨다.




“지금껏 학교에 있다 오는 거니?”

“네. 담임선생님 심부름 다녀오느라고요.”



일어서 할머니가 든 쟁반을 받아드는 종인을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경수는 할머니의 나무라는 시선을 받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래. 반장을 맡으니 힘들구나. 어서 먹어라. 배고프겠다.”




‘칫. 반장이라고 유세하는 거야?’



따르릉. 따르릉.


마루바닥 한곳에 놓여진 전화가 울리자 할머니가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어 올리셨다.




“여보세요……응. 웬일이야? 응? 그래? 아이고 그럼 가야지. 그래 내 몫도 좀 챙겨 놓으소. 그래. 끊어.”



급히 전화를 끊은 할머니가 마루에서 칼국수를 먹고 있는 종인과 경수를 쳐다보았다.




“내 저기 아래 슈퍼에 좀 갔다 오마. 얼마 전에 말해뒀던 고등어자반이 들어왔다는구나. 몇 손 사와서 오늘 저녁에는 고등어구이 해주마.”

“네. 다녀오세요.”

“다녀오세요.”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종인의 뒤로 시큰둥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을 뒤로한 채 대문을 나서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야 종인이 경

수를 쳐다보며 말문을 열었다.






“왜 먼저 갔어?”

“남이야.”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자신의 칼국수 그릇에 젓가락을 담그는 경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종인은 작은 한숨을 내쉬고 자신도 자리에 앉아 먹던 칼국수의 그릇을 비

우기 시작했다.자신의 그릇을 빠르게 비우고 일어서는 경수를 종인이 불러 세웠다.



“오늘 숙제 다 하기 전에는 밖에 나가가지 마.”

“야! 네가 뭔데 자꾸 내 일에 참견이야? 네가 내 형이야? 넌 엄밀히 말하면 내 동생이야. 네가 나보다 생일도 느리잖아!



드디어 경수의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이모가 종인에게 경수의 숙제를 봐주라는 말을 한 후부터 종인은 마치 자신이 뭐나 되는 양 자신이 숙제를 하나 안하나 감시하는

모습이 영 배알이 뒤틀렸다.



“……”

“왜 말이 없어? 내 말이 틀려? 너 내 동생이잖아?”

“맘대로 해. 네 동생이든 형이든 뭐든 상관 안 해. 하지만 숙제는 해. 밖엔 못 가.”

“누구 맘대로! 네가 뭐라던 난 밖에 나가서 놀거야! 숙제도 하든 말든 상관 마!”



그런 경수의 숙제를 봐주라고 종인에게 부탁했고 종인은 그날부터 자신의 일에 간섭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있는 힘껏 소리치고는 경수는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너무너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지가 뭐라고, 정말 내 형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모양이지?

경수는 그대로 책상서랍에서 돈을 꺼내 주머니에 쑤셔 넣고 방을 나섰다. 조금 전 종인이 가지 말라던 밖에 나갈 참이었다. 


시골 산동네라 만화방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제법 만화책과 소설책이 진열되어 있는 작은 점포였다. 주인아저씨는 서울에서 작은 회사를 다니던 회사원

이었지만 큰 병을 얻어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으로 와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만화책 뿐 아니라 시골에서는 구할 수 없는 참고서, 문제집까지 갖추고 있어 이곳 아이들

에게는 꽤 쓸모가 있는 가게였다.


경수는 그곳 가게에서 만화책을 몇번 본 뒤로 이제 아예 학교만 끝나면 할머니와 이모 몰래 그곳으로 달려가곤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학교 에서 내주는 숙제나 공부

에는 소홀할 수밖에없었다. 결국 이모는그런 경수의숙제를 봐주라고 종인에게 부탁했고 종인은 그날부터 자신의 일에 간섭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경수는 과감히 자신의 방문을 열고 나와 마루 끝에앉았다. 그러자 주방에서 그들이 먹은 그릇을 정리하던 종인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디 가?”

“남이야!”



그러고는 신을 신는 경수를 잠깐 쳐다보던 종인은 경수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한마디를 내뱉고는 그대로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음대로 해. 대신 선생님께서 물으시면 난 거짓말은 못해.”



종인이 이모에게 사실대로 말하겠다는 말을 듣자 신을 신던 경수의 동작이 딱 멈추었다.

이모가 알면 분명 일주일치 용돈을 끊을 것이고 반성문도 쓰라고 할 것이고 적어도 앞으로 한 달간은 만화책을 못 보게 할 것이다. 경수는 주방을 한껏 노려보며 씨근덕

거렸다. 그리고 다시 신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며 주방을 향해 빽 소리를 질렀다.






“나쁜새끼!



종인은 설거지를 하며 경수가 내뱉는 욕설을 듣고 싱긋 웃었다. 매일 저렇게 욕을 하고 심술 맞게 굴어도 항상 자신을 감싸주는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고아라

고 놀리면 당사자인 자신은 가만있어도 경수는 가만있지 못했다. 자신 대신 아이들을 패주려다 도로 맞고 들어온 적도 있었다. 요즈음 들어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

자신이 이 집에 왔을 때부터 살갑게 굴며 자신을 챙겨주던 아이였다. 그런 경수를 동생처럼 친근하게 느끼고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종인이 경수를 돌봐주고 지켜주려는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자신의 존재가 소중한 존재라고 일깨워준. 다른 아이들처럼 자신도 사랑받고

사랑할 수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선생님 때문이었다. 자신을 버린 부모보다 자신을 키운 여러 보육원 선생님들보다 더 고마운 분이셨다. 종인에게 따뜻한 정을

주셨고 따뜻한 잠자리를 주셨고 소중한 가족이라는 것을 가지게 해주신 분이셨다. 그런 선생님에게 보답할 길이 없었다. 그러기에는 자신은 너무 어렸다.


그런 선생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저 고집쟁이고 심술쟁이인 선생님의 조카 도경수였다. 선생님에게 자신이 무언가 해줄 수 없다면 선생님에게 가장 소중한 도경수 저

아이에게해줄 것이다. 저 아이를 보살펴주고 지켜줄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큰 신체뿐만 아니라 생각까지도 어른스러운 종인은 이미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자신을 보듬어준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선생님의 가장 소

중한 존재인 경수를 평생 보살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 * *












“야. 야! 간다. 간다. 어. 어. 어……”

“엄마야!”

“와하하하하하”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강가의 맞은편에 펼쳐진 기암절벽에 부딪혀 공기 중에 흩어지고 있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하나 둘씩 강으로 모

여들었고모여든 아이들 중에 누군가 물고기를 잡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자 뜻있는 아이들이 모두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얕은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아이들 중

에 포함된 경수는 자신의 옆에 늘 붙어 다니던 종인을 떼어버리고 반 아이들과 신나게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집에 간 것이 아닌걸 알면 종인이 자신을 찾아 나설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경수는 그런 종인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자신은 종인에게 골이 난 상

태였는데도종인은 그런 자신을 알아주기는커녕 모른 척 평소와 같이 대하는 것이 화가 났다.




“악!”


경수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세게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고개를 힘껏 뒤로 젖혀야했다. 머리카락이 당겨지는 그 아픔에 비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눈물이 찔끔 날 정도

였다.






“오빠. 얘야. 얘가 나 막 때리고 괴롭혔어.”



경수는 자신의 머리를 잡고 있는 손을 홱 뿌리치고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돌아보았다. 김지영이었다. 며칠 전 종인이 경수 이모의 숨겨둔 아들이라며 악의적인

말을 하던아이였다. 아마도 그때 경수가 지영에게 앙갚음 한 것을 마음에 두고 저렇게 오빠까지 대동하고 나선 것이리라. 경수는 지영의 옆에 떡 버티고 서있는 지영의

오빠를 쳐다보았다. 순간 중학생인 지영오빠의 커다란 덩치에 눌려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경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오빠 있으면 다야? 저가 먼저 잘못 하고는……. 화가 났다. 자기가 먼저 잘못 해놓고는 경수가 자신을 괴롭혔다며 거짓 고자질을 하는 지영이 미웠다. 그리고 그런 지

이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짜고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지영의 오빠도 싫었다.





“야! 네가 내 동생 때렸어?”


경수는 옆에 서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지영을 한껏 노려보았다.



“아니. 난 쟤 때린 적 없어.”

“없긴! 며칠 전에 내가 걸어가는데 네가 발 걸었잖아?”

“그건 실수로 네가 내발에 걸린 거라고 했잖아?”

“흥. 실수? 웃기네. 네가 일부러 그랬잖아!”



그리고 지영은 있는 힘껏 경수를 밀어버렸다. 경수는 그대로 얕은 강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경수를 보며 주변에 있던 아

이들 모두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경수는 눈을 홱 치켜뜨며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앞에 서서 웃고 있는 지영을 자신이 받은 그대로 있는 힘껏 뒤로 밀어버렸다. 지영은 비명을 지르며 강바닥

으로 쓰러졌고 곧이어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지영의 옆에 서있던 지영의 오빠가 씨근덕거리며 경수를 향해 욕설을 내뱉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너 내 동생을 밀었어? 너 오늘 죽었어!”

“쟤가 먼저 밀었어!”



지영의 오빠에게 앙칼지게 대답하고는 경수는 그대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신발과 양말, 가방까지 모두 자갈밭에 있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만한 겨를이 없었다. 지

금은 자신을잔뜩 위협하며 뒤따라오는 지영의 오빠를 피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정신없이 자갈밭을 맨발로 뛰던 경수는 결국 뾰족한 자갈을 밟고 아픈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러자 곧바로 지영의 오빠가 그녀의 바로 앞에 서서 금방이라도 자

신을 내려칠듯 손을 치켜 올렸다. 그때였다. 경수는 지영의 오빠가 치켜 올리는 손동작을 바라보다 결국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 순간에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슬며

시 눈을 떴다.





“걔 때리면 죽을줄알아!”



종인이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자신의 바로 옆에 서있는 종인이 보였다. 이제 겨우 초등 5학년인데도 중학교 1학년인 지영의 오빠와 덩치로나 눈빛으로나 아무것도 꿇리

지 않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듣기로는 보육원에 있을 때에도 같은 원에 있는 형들을 모두 이겨먹고 다닐 정도로 싸움꾼이라 들었다. 경수는 종인을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일어서 절뚝거리며 종인의 옆으로 붙어 섰다.



“뭐?”



종인의 강렬한 눈빛에 제압당한 지영의 오빠가 일순 움찔하며 손을 내리자 그제야 그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온 지영이 오빠 편을 들고 나섰다.



“오빠. 쟤 우리 반 애야.”

“뭐? 초딩이야?”

“어.”


종인이 초등학생이라는 말을 들은 지영의 오빠는 갑자기 생기는 자신감에 다시 눈을 부릅뜨고 종인을 쳐다보았다.



“초딩이 어디서 중학생 형한테 까불어. 너 죽을래?”

“그럼 붙어보던가.”

“뭐? 뭐어! 야. 당장 이리와! 너 오늘 죽었어.”



그리고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경수는 비명을 지르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고 자기 오빠 옆에 바싹 붙어있던 지영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살짝 옆으로

물러섰다. 이싸움에서 자신의 오빠가 당연히 이길 것이라 생각한 지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경수를 쳐다보았고 경수는 종인이 아무리 또래보다 크더라도 중학생 오

빤데 맞을 것이 뻔해 어쩔줄 몰라 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하지만 지영과 경수의 예상 모두 빗나갔다. 어느새 주변에 몰려든 구경하는 아이들마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학생 형이 휘두르는 주먹을 피하며 종인이 지영의 오

빠를 제대로한방 먹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배를 한 대 세게 맞은 지영의 오빠는 아픈 비명소리를 지르며 허리를 꺽었고 그 모습을 보던 지영은 오빠를 부축하며 울상을

지었다.



“한번만 더 도경수 괴롭히면 오늘보다 몇 배는 더 갚아 줄 거니까 그런 줄 알아.”



그리고는 누군가 내미는 경수의 가방과 신발을 받아들고 경수에게 돌아섰다. 종인이 돌아서자 지영은 울면서 자신의 오빠를 부축해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나머지

아이들도 흩어져가기 시작했다.




“가자.”


경수는 아직도 이 믿어지지 않는 이 상황에 멍한 표정으로 서있다 종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종인의 표정을 보아하니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분명

자신을 찾아 온 동네를 다 뒤지고 다녔을 것이다. 경수는 살짝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는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지영의 오빠에게서 자신을 구해준

종인에게 이제는 미안함과 고마움, 게다가 머쓱한 무안함까지 들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불퉁한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말았다.




“내 가방 줘.”


경수는 달라는 가방은 주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는 종인을 쳐다보며 더욱 심사가 꼬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구해준 건 고마웠지만 이 모든 것이 저 때문인데 저가 왜 인

상을 구기냔 말이다. 애초에 지영과 싸우게 된 것도 모두 저로 인해 생긴 일이었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경수는 더욱 종인에게 화가 났다. 옷은 다 젖었지, 지영

의 오빠를 피해 달아나다 발까지 다쳤지, 게다가 어찌나 긴장을 했던지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왜? 왜 노려봐? 나도 때리고 싶어? 네가 깡패야? 왜 사람은 패고 난리야?”



이게 아닌데……, 씨이…….


자신이 거는 시비에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쳐다보던 종인이 순간 자신의 앞에 등을 대고 앉았다.



“업혀.”

“뭐?”

“업히라고. 발 다쳐서 못 걷잖아.”

“싫어! 나쁜 놈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으허엉.”



경수는 자신이 처한 지금의 상황에 화도 나고 민망하기도 하고 종인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또 밉기도 했다. 이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자신이 왜 우는지도 모

른 채 그저 종인을 향해 욕만 해대기 시작했다.




“네가 매일 착한 척하고…이모하고 할머니한테 이쁨 받고, 애들이 놀리고 나보다 생일도 늦으면서 형인척……끅…끅…”




결국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그조차도 다 끝내지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종인으로 인해 쌓였던 모든 울분이 일시에 터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 형제가 없어 외롭던 경수에게 형아같고 친구 같은 종인이 생겨 좋았었다. 하지만 모두들 종인만 위해주고 친구들은 놀리고 이모는 매일 자신만 타박하니

그 서러움이 쌓이고 쌓여 종인에게 모질게 대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고 모진 말과 행동을 하고나서 돌아서면 미안하고 자신이 더 마음 아팠

다. 지금처럼.


 종인은 자신의 등 뒤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는 경수를 돌아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보기 싫었다. 경수가 우는 게 싫었다. 저렇듯 서럽게 울고 앉아있는 이유가 자신이

라고 생각하니 더욱 싫었다.




“네가 싫으면 난 다시 보육원으로 가면 돼.”



경수는 순간 울음을 뚝 멈추었다. 그리고 그를 힘껏 노려보며 소리쳤다.




“누가! 누가 보육원으로 다시 가라고 했어? 너더러 가랬냐고! 훌쩍. 내가 언제 너더러 가랬냐고!”



그리고는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경수를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종인의 뒤로 서서히 붉은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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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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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진짜.........대박이네요...........진짜.....말이 안나와요 ㅋㅋㅋㅋㅋㅋ너무 훌륭하다는 말밖에는요 .......암호닉 받으시나요? 참치캔 기억해주세요^^;; 종인이가 진짜 어른스럽게 나오네요. 경수도 저 마음 진짜 잘 알 것 같아요. 진짜 너무너무 금손이세요~!! 신알신해요 담편 기다리고 있을게요~^^
오잉 갑자기 댓글 쓰고 등록하려던 찰나에 글이 사라졌다고 ㅋㅋㅋ뭐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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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엘
네 참치캔님~ 오 캐릭터 파악을 제데로 하셨네요ㅎ 제가 글에 고칠곳이 너무 많아서 잠시 삭제했다가 다시 올렸답니다 ㅋㅋ 당황스러우셨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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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대박 스릉하는 라라엘 작까님 저는 로꼬라고 불러쥬세여ㅎㅎ 종인이 캐릭터 너무 설레요 ㅠㅠㅠㅠ 눈물나올것같애 점점 갈수록 집중력 짱이고 신알신하고 갈게요 ㅠㅠ 담편 빨리 나오는가맞죠? 항상 기다리고있을게요 ㅜㅜ 아 너무좋다 종인아 사랑해♥♥♥♥♥ 종인이의 무뚝뚝하면서도 다정한 모습 상상ㄷ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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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엘
네 로꼬님 감사합니다~ 종인이 캐릭터는 제가 보면서도 설렙니다 가끔 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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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정말 글도 너무너무 좋구 ㅜㅜ 브금도 너무너무 좋아요 작가님 진짜 이렇게 간질간질하고 이쁜글이 ㅜㅜ ㅎㅎ 저도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ㅎㅎ 저 암호닉 더쿠에요 꼭 기억해 주세요 ㅎㅎ 다음편 기다리고 있을께요 화이팅 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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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엘
네 더쿠님 꼭 기억할게요~ 시간 넉넉하실때 다음편도 읽으러와주세요 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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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 종인이 마지막에 니가 싫으면 나 다시 보육원에 가면돼 저 말 진짜 너무 설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종인오빠 절 가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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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엘
ㅎㅎ 독자4님 감사합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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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너므 좋드아 ㅠㅠㅠㅠㅠ 신알신하고갈게요!!!!!둘다 너무 예쁘고 멋있네요 다음화가 정말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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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엘
과찬이세요~ 시간 넉넉하시면 다음화도 꼭 보러와주셔요 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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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진짜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스릉흡느드ㅠㅠㅠㅠ경수너무귀여워요ㅠㅠㅜㅠ신알신하고가여ㅠㅠㅠ 담편나오면바로달려올게요ㅠㅠㅜㅠ와 겁나좋다ㅠㅠㅠ암호닉되면 메로나로기억해주세여ㅜ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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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엘
암호닉 당연히 됩니다!! 메로나님 꼭 기억할게요 ♥ 경수 캐릭터가 좀 여성스러운면이 많아서 별로일까봐 걱정했는데 좋다니 다행이네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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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와 대박...진짜 대박이에요ㅠㅠ종인이 캐릭터도 너무 좋고, 경수도 귀엽고 심술부리는게 이해가 가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재밌어요!
신알신 하고 갈게요>0<암호닉은 됴르르에요..ㅎㅎㅎㅎㅎㅎㅎㅎ다음편 기다릴게요ㅠㅠㅠㅠㅠㅠ진짜 금손이세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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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엘
됴르르님!! 꼭 잊지않고 기억하겠습니다 ㅎㅎ 심술부리는거 짜증나지않고 이해간다니 경수 캐릭터를 잘 파악하셨나보네요!! 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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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금손작가 한분 나오셨네요 ♡ 저는 그만 2편 보러 고고씽 ~~~ 암호닉 신청 합니다 덜자란왕자 도경수 로 ♡ 라라엘님 스릉흡느드 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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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엘
네네 덜자란왕자도경수님 저도 사랑합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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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자까님......너무재미ㅛ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흡......ㅠㅠㅠ 암호닉 깽스 예용ㅋㅋㅋㅋ 금손님 사랑해여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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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엘
네 깽스님 저두 사랑해요 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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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대박..최고..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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