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마크 없는 조각.
| 김형제 |
때는 간만에 덥지 않게 선선하니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일요일 저녁이었다. 나이 차가 한살 나는, 듬직하니 크고 좋은 연하 남자친구를 옆구리에 끼고 소파에 늘어져 어린 막내 남동생을 하녀 부리듯 물 떠와라 채널 돌려라 호령하며 여왕님의 생활을 영위하던 준면이 갑작스레 날아온 우편 등기 하나에 안색을 붉그락 푸르락 바꾸며 손을 뻗어 뒷목을 잡았다. "이.. 게.... 이.. 이게....... 하." "형, 형아. 괜찮아? 뭔데?" 찬열이 잔뜩 걱정스런 얼굴로 옆에서 바라보고, 종인이 궁금증과 우려를 담아 말을 거는 것에도 진정이 되지 않는 듯 하던 준면이 마인드컨트롤을 하려는 듯 심호흡을 하다가 이를 으득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안 괜찮지. 당장 가서 김종대 잡아와!!!!" 그리고 종대은 금세 잡혔다. 누구 명령인데, 세상 천지 못갈 곳도 다 뒤져서 잡아와야지. 게다가 종대이 있을만한 곳은 훤했다. 찬열은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카드를 긁고 있던 종대의 뒷목을 잡아 질질 끌고 오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 거실에서 소파에 앉은 준면과 그 옆에 자리한 종인을 마주보는 위치에서 바닥에 무릎을 끓고 앉아 일명, 석고대죄 자세를 취한 종대에게 싸늘한 시선 하나가 던져졌다. 종인은 준면에게 당할 종대가 불쌍해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킨 채였다. 잔뜩 가라앉은 스산한 목소리가 와들와들 떠는 종대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칠억..... 칠억... 칠..억........" "혀, 혀엉, 형" 캄 다운. 종인은 준면을 진정시키고자 했으나, 한 번 화나면 용가리 불 뿜고 킹콩이 제 가슴 때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큰 형인 것을 익히 성대부터가 알아서 종인의 어색한 음성은 단발마의 부름으로 그쳤다. 그래도 막내라고 고래싸움, 아니 고래가 먹이 씹어 삼키는 상황에서 혹여 제 등이라도 터질까 가슴을 졸이다 잔뜩 쫄아버린 종인을 힐끔 본 준면이 진정해야지 하는 생각에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종인도 종대도 보았다. 화를 삭히려는 듯 내리까는 준면의 눈꺼풀이 분노로 경련하는 것을. 폭풍전야 같은 침묵이 거실을 떠돌고, 이내 준면이 염라대왕 같이 음산한 톤으로 말했다 "쇼핑중독도 정도가 있지.. 사채까지 끌어다 칠억을 써..... 칠억..을? "형. 내, 내가.. 그, 그게 그러려던-" "칠억이 뉘집 개 이름이야?!!!!!!!! 초봉 2500받고 취업해도 30년을 십원도 안쓰고 모아야 하는 돈이 칠억이야!!!!!!!!!!!!!" "악!!!!!! 잘못했어요!!!!!!" 폭발. 누구라도 짐작했듯이 준면은 폭발했고, 드래곤 저리가는 괴성으로 소리를 지른 후 종대를 쥐어 팼고, 죽기 살기로 종인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시간이 8분 40초 쯤, 폭력을 당한 이에겐 8시간 40분보다 길었을 그 시간이 가고 종인이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다가 죽음을 무릅쓰고 준면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곤 '큰 형 이러다 작은 형죽어!!!!!' 하고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고 난 뒤에야 그것은 멈췄다. 지쳤다기 보다는 스트레스를 조금 해소한 준면이 손으로 머리를 가리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인 종대를 숨을 쉬며 노려보았다. "내가, 내가!! 죽어야지.. 아우.. 후..... 아니다. 죽어서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 너 때문에." "흑.. 흐윽.. 흐.." 그 문제의 칠억의 일부일 것이 분명한 종대의 몸에 장착된 기백만원짜리, 남성패션잡지 GQ에 소개된 신상들로 이루어진 아이템들은 이미 넝마가 된지 오래였다. 거지보다 못한 꼴이 되어선 찔찔 짜는 종대의, 한심하다는 생각 전에 안쓰럽단 감정이 먼저 이는 꼴을 보는 종인의 얼굴이 우울함으로 물들었다. 준면이 무언가 결심한 듯 어금니를 꽉 깨문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이번엔 진짜 그냥 안 넘어가." 언제는 그냥 넘어가셨다고. 하지만 준면은 그 동안이 '그냥 넘어간 거'라시니 그렇게 치면 이번엔 도대체 어찌될 지.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종대는 전신에 오한이 드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 "큰 형. 작은 형이 심하게 잘못은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이게 뭐? 저딴 걸 칠억이나 주고 데려가 살겠다는데 얼마나 고마워.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지." "그, 그치만 그 사람은 여자도 아니고.." "종인아. 그 단어는 정치적,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해. 요즘 세상에 동성애가 죄니?" 하지만 요즘 세상에도 인신매매는 중죄 아닌가요. 그러나 종인은 준면이 눈에 힘을 주고 쳐다보는 것에 찍 소리 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종대는 이미 짐이 다 싸진 제 방에서 세 시간 째 울고 있었다. 아직도 종대의 방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엉엉 하고 우는 소리로 짐작컨대 목이 다 쉬어버린 것 같았다. 그럼에도 팔려가는 제 처지가 슬픈 건 여전한지 울음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시끄럽다고 방 안에 들어가 몇 대 쥐어 팼을 준면도 이것이 종대와 같이 사는 마지막 날이라는 것에 아량을 발휘해서 봐주었다. 준면은 그 날의 폭력사태 이후로 몇 일을 바깥으로 돌았다. 외려 종대는 근신의 의미로 집안에서 맞은 상처를 치료하며, 그러니까 쉽게 말해 놀면서 요양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준면은 한 남자와 함께 집으로 귀가했는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휘황찬란하진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히 부티나게 차려입은 남자는 매우 고상하고 우아하게 행동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약간 무서운 것이 준면과 비슷한 부류의 인간인 것을 종인은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준면 같은 사람을 형으로 두면 그 정도는 본능으로 알아채게 마련이었다. 남자는 제 이름을 변백현 이라고 했고 그것에 잠시 움찔한 종인에게 그러지 말라며 한 짧은 말 중에는 '자주 볼지도 모르는데' 같은 거슬리는 구절이 있었으나 종인은 그것이 그저 인사치레 겠거니 하고 넘겼다. 물론 아니었다. * 그 때 준면과 백현은 그들 특유의 매끄러운 미소와 어조로 서로 무언가를 두런두런 이야기 하다가 2층에 있는 종대의 방으로 향했다.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며 레포트를 하던 종인은 왜 둘이 위로 올라가는지 몰랐겠지만 준면은 기꺼이 방문을 열어 침대에 짱 박혀 자고 있던 종대의 모습을 백현에게 보였고, 그것으로 딜은 끝이었다. 그러니까 그 뒤에 백현이 가볍게 오케이 하는 것으로 오늘의 일이 성사되었다는 말이다. "형아.. 내가 잘못했어어.. 한 번만 봐줘. 나 다신-" "다신, 못 보겠지. 넌 이제 출가외인이니까. 사랑하는 내 동생.. 종대야. 잘 살아." 이삿짐센터에서 방에 있는 온갖 명품아이템들을 싹쓸이 해 담아 트럭에 넣어 가고, 백현이 보낸 기사인지 가드인지 모를 블랙 슈트를 입은 남자가 와서 자신을 데려가려는(잡아가려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종대는 준면에게 매달렸지만, 역시나 택도 없었다. 준면의 뒤에 서서 팔려가는 형을 바라보는 종인은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을 닦아내며 굳게 결심했다. 난 절대 큰 형을 화나게 하지 말아야지. 동생을 팔다니. 동생을 팔다니! 준면은 백현이 종대가 진 빚을 모두 갚아주고 심지어 곁에 두면서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려는 고마운 분이시라고 말했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라는 건 종대도, 종인도, 그리고 땅도 아는 얘기였다. 남자가 호모라 종대를 사다가 방중술만 가르친다면 차라리 감사할 일이었다. 말만 좋지 준면이 말한 고마우신 분의 실체는 그 함자 모르시는 이가 없다던 대한민국 조직폭력의 역사를 새로 쓴 살아있는 전설, 변백현이 아니던가. |
| 헬스장 |
"재미없다." 별 힘 들이지 않고 가볍게 근력운동을 하느라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 덤벨을 들고 서있던 경수가 그새 질렸는지 내려놓고 지루한 얼굴로 백현을 쳐다봤다. 목에 수건을 걸고 웨이트 기구에 편하게 걸터 앉아있는 백현도 지루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동병상련을 느낀 둘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슴운동을 하느라 앉아서 심호흡을 하며 체스트 프레스머신을 당기고 있는 종인 쪽을 나란히 응시하고 대화했다. "형, 피트니스 클럽은 인간이 간과하고 있는 것들 중에선 최악의 사치야. 살을 빼려면 좀 덜 먹으면 되지 기구로 억지로 칼로리를 소비한다는 게 말이 돼?" "그런 걸로 근육을 만들어봐야 다 거품이지." "스포츠처럼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보기 좋은 몸 하나를 위해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야. 그 말 정말 설득력 있게 들리는데 종인이한테도 해봤어?" "당연하지.." 자신의 이론을 펼치다가 돌연 씁쓸하게 대답하며 한숨을 쉬는 경수를 앉아서 올려다본 백현이 사그라지는 희망에 고개를 바로 했다. 혼자 운동하는 것까진 안 말리겠다는데 구태여 형님들한테도 권하는 이유는 뭐냐는 거다. 말이 권유지 억지로 등록하게 만들어선 조금 여유를 즐길라 치면 운동하러 가자고 떼를 쓰는 것이 귀여워 따라가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일주일 정도는 같이 운동도 하고 했으나, 삭신도 쑤시고 다녀온 다음 날이면 하루종일 피로도 가시지 않고 오버 좀 보태서 관절에도 무리가 오는 위험신호에 이젠 억지로 끌려와서도 이렇게 종인이 헉헉대면서도 이를 악물고 하드 트레이닝 코스를 소화하는 것만 보는 게 몇 일 째다. 눈요기야 되지만 슬슬 따분하다. 백현이 싫증나 죽겠다는 투로 말했다. "운동은 밤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애가 젊잖아.. 지치지도 않아. 밤새도록 해줘도 여섯시면 일어나서 조깅한다니까." 탄식을 섞어 대답하는 경수에게 백현이 무언가 대단한 게 떠올랐다는 양 확신에 찬 어조로 짧게 설명했다. "우린 둘이잖아." 뭔 말이야 하고 묻기라도 하려는 얼굴로 시선을 내린 경수가 백현의 눈빛을 보곤 금세 알아들었는지 진지하게 고갤 끄덕였다. "종인인 하나고." "그렇지." 백현과 경수가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이런 걸 왜 이제야 생각해냈지?!' '형은 존나 천재야!!' 하고 방정을 떨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을, 멀찍이서 다섯 세트 째 같은 운동을 반복 중이던 종인이 의아한 얼굴로 응시했다. |
| 회식 |
저런 웃음을 보고 인터넷에서 흔히들 말하는 ‘데헷’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까? 테이블에 턱을 괴고 뚱하니 앉아 있던 백현이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남들이 주면 주는대로 다 받아 마시더니 결국 양 뺨을 붉게 물들이고는 흐릿한 눈을 부비며 웃다가 새로운 술이 따라지면 또 뭐가 그리 좋은지 히히 웃으며 소주를 홀짝홀짝 잘도 마신다. 저기요, 박찬열씨. 이미 당신 주량은 훨씬 넘은 것 같거든요? “아, 형~백현이형~” 멍하니 박찬열이 실실거리며 사과를 씹는 걸 구경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술에 잔뜩 취한 세훈이 콧소리를 내며 백현의 팔뚝에 매달려왔다. 고개를 돌리기도 귀찮아서 눈만 데구르르 돌려 보는데, 그게 또 못마땅한지 입을 삐죽이 내민 세훈이 다들 자기만 미워한다고 흑흑 울며 종인에게로 달려갔다. 검은 얼굴이 새빨갛게 타올라서는 휘청휘청 거리는 종인의 등짝에 매달리는 세훈을 흘끔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자, 그새 또 어디로 갔는지 찬열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하...취한다...아우....” 비틀비틀 술집 밖으로 나가자 어디선가 꿍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와, 두리번거리던 백현이 건물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 주저앉아 얼굴을 비비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찬열을 발견했다. 자그마한 뒤통수가 술에 취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긴 다리가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는 꼴을 보아하니 적정선을 제대로 넘긴 모양이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 아래로 보이는 목덜미가 발갛게 달아오른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백현이 슬그머니 팔을 뻗어 따끈따끈하게 열이 나는 피부에 손을 올렸다. “헉-, 깜짝아. 아....” “왜 나와 있어.” “그냥 답답해서.” 자신의 옆에 털썩 앉는 백현을 보고 헤벌쭉 웃은 찬열이 이마를 간질이는 앞머리를 쓱쓱 문지르고 벽에 머리를 기댔다. 조금 더럽긴 했지만 어차피 술기운이라 눈에 잘 뵈지도 않았고 차가운 기운이 머리와 뺨에 닿는 것이 좋아, 찬열은 아예 벽 쪽으로 몸을 붙여 앉았다. “뭐하냐.” “시원해...” 더러운 벽에 얼굴을 부비면서 좋다고 실실거리는 양이 어이가 없어 픽 웃은 백현이 까만 귀고리가 달린 귓불에 손을 올렸다. 목덜미와 마찬가지로 따끈하게 달아오른 부드 러운 살이 손끝에 느껴져, 백현은 고개를 숙여 반쯤 눈을 감고 조는 찬열의 입술에 제 입술을 붙였다. “응...”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지기를 여러 번, 아랫입술을 핥는 뜨거운 혀에 벌어진 입술 속으로 숨을 불어넣으며 백현이 벽에 뒤통수를 대고 있던 찬열의 턱을 잡고 끌어당겼다. 말캉한 혀가 찬열의 입 안에서 부딪히고 서로를 문지르는 동안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이 새어나와 찬열의 입가를 적셨다. “하....” 한참동안이나 맞붙어 서로를 자극하던 입을 떼고 찬열이 감았던 눈을 뜨자 조금 곤란한 듯한 얼굴로 눈썹을 찡그린 백현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소매 끝으로 닦으며 왜 이럴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 숙이는데. “...섰네.” 한눈에 보기에도 청바지의 지퍼 달린 부분이 참으로 불편해 보이는 백현을 본 찬열이 마찬가지로 곤란한 얼굴을 하고 계단 너머 휘황찬란한 간판이 반짝거리는 거리를 보았다. 슬슬 술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긴 한데, 같은 남자로서 혼자 횅하니 들어가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여기서 바지 내리고 한 판 뛰자고 하기엔 아무리 술을 들이퍼부었어도 말도 안돼는 일이란 것 정도는 안다. 결국 찬열은, “여기 아래층에 남자화장실이더라.” 하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툭 던지고 일어섰다. 뒤에서 부스럭거리며 움직이는 백현의 소리를 들으며 침을 꼴까닥 삼켰다. 후에 두고두고 핑계를 댈 술은, 이미 홀딱 깬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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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
"..세훈아?" "....." '자나...' 종인은 턱을 괸채로 물끄러미 맞은 편에 앉아있는 세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눕지도 못한 채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어그런가 세훈의 미간이 좁혀져 있다. 그런 찡그린 얼굴조차 잘생겨보여 새삼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래도 역시 이녀석은 이런 얼굴보다 웃는 얼굴이 더 좋다. 사내자식답지 않게 웃을때면 휘어지며 없어지는 눈꼬리가 상당히 사람의 마음을 덜컥 하게 만들달까.. 종인은 손을 내밀어 세훈의 미간을 꾹꾹 눌렀다.잠에서 꺨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거친 손놀림이었지만 깊게 잠든 듯 세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미간사이의 주름이 사라지자 평온한 얼굴이 된 세훈의 입에서 색색 하는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녀석 남자인 주제에 속눈썹도 길고....멍하니 세훈의 얼굴을 바라보던 종인의 얼굴이 점점 세훈에게 가까워졌다. 조금씩 조금씩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채 다가가버린 입술이 세훈의 입술 앞에서 멈췄다.1센치도 채 남치 않은 간격에 따스한 숨결이 입술위에 느껴지고 종인은 마치 홀린 것 처럼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이 자세가 이상하다는 것도 눈앞에 있는게 자신이 그렇게 질색하던 사내놈이란 것도 다 잊어버렸다. ".......형?"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순식간에 몽롱한 기운이 자취를 감췄다. 어느새 눈을 뜬 세훈의 시선에 놀란 종인이 화다닥 몸을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얼굴로 열이 올랐다. 볼 순 없지만 아마 귀까지 빨개졌을 게 분명했다. 방금 저의 자세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키스하려는 자세였다. 세훈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하니 현기증이 나는 것만 같았다. 잠시 머뭇거린 종인은 이내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아마 급하게 팔목을 잡아채는 손길만 없었다면 번개처럼 그자리를 벗어났을 터였다. 강한 힘으로 손목을 붙잡은 세훈이 종인을 잡아끌었다.휘청 하고 끌려온 종인의 타의로 세훈의 옆에 한쪽무릎을 꿇었다. 붉어진 얼굴로 어떻게든 벗어나려 바동거려보지만 의외로 손목을 악죄는 악력이 강해 무의미한 저항이 될 뿐이었다. "형 잠깐만요!" "............" 다급하게 말하는 세훈의 시선을 피하며 종인은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워 죽을 것 같은데 대체 이녀석은 왜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냥 변태같은 형 한대 치고 나가버리는 편이 낫지 않은가 "저....다시한번 해주세요!!" "........어?" 한참을 자괴감에 괴로워하던 중 세훈의 입에서 나온 예상밖에 소리에 종인이 멍청히 반문했다.다시..? 뭘? 아까 그걸?? 어째서?? 격렬히 동요하는 마음에 종인은 다시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꼇다. 대체 무슨 소리냐 이 멍청한 자식은 아까 그건....아니 의심할 수 없는 키스의 자세이긴 했지만 나는 그러려던게..... 목까지 붉게 달아오른 종인의 얼굴을 보던 세훈이 결심한듯 소리쳤다. "저 금방 잠드니까요! 다시 잘 수 있어요! 열심히 다시 잠들어 보일테니까 다시 한번 해주세요!!" "......뭐?" 쓸데없이 씩씩하게 소리치는 세훈의 말을 잠잠히 곱씹던 종인이 확 하고 얼굴을 붉혔다.아아 의문의 여지도 없이 직격이다. 어떡하지... 머뭇거리는 종인이 답답한지 세훈이 두손을 뻗어 종인의 얼굴을 끌어당겼다.다시 코앞에서 보이는 세훈의 얼굴에 종인의 몸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졌다.두 손으로는 종인의 얼굴을 잡고있는 주제에 다시 눈을 감아 자는 척 시도를 하는 세훈을 본 종인이 천천히 몸을 굽혔다. |
뭐하는 짓인지....
사극물 마저 써야하는데...
이거 혹시라도 독방에서 본 분들은 쉿!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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