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야조랑
(카디)안녕, 내 아저씨
경수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로 우산을 들이대고 걸었다.
찰박찰박 빗물이 신발코에 부딪혀 조각조각 나는 걸 보며 걷던 순간 옅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으...으윽...아으"
이상함을 느낀 경수는 본능적으로 그 쪽을 향해 걸었다.
원래 이런 일은 모른척해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해왔지만 상황이 되니 달랐다.
그래야만 하는 것 같다
아무도 오지 않는 막다른 골목 끝에 비를 토해내는 깜깜한 밤하늘처럼 까만 정장을 입은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아저씨와의 첫 만남이였다.
*
18년을 살았지만 이런경우는 처음이다.
경수는 당황한 낯빛을 이내 지우고 침착하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아저씨-"
까만 남자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슬몃 들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경수는 다시 당황했다. 뭐지?
남자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안녕"
철벅.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쓰러지는 남자는 미약하게 숨만 쉴뿐 미동이 없었다.뭐야...
"아.진짜 이게뭐야."
일단 어떻게든 해야하는데...하는 수 없이 경수는 우산을 대충 털어 가방에 쑤셔넣고는 남자를 부축했다.
체격이 상당하고 비까지 맞아 옷의 무게도 더해져 더 무거웠다.
속으로 조용히 욕을 삼켜낸 경수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다행이다.집에 아직 안왔네.'
경수는 자신의 방 침대에 남자를 눕혔다.
남자의 몸에 축축하게 달라붙는 옷을 벗겨내고는 따뜻한 물과 수건을 가져와 정성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
구릿빛에 탄탄한 잔근육이 잡혀있는 몸매는 같은 남자의 눈길도 한번에 사로잡았다.
간간히 그 중심에 눈길도 갔으나 그 때마다 경수는 얼굴이 발개지며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닦아주었다.
닦는 내내 경수는 아직도 모르겠다.
눈 앞의 낯선 남자.
그것도 단 한번도 본 적없는 남자를 집까지 데려와 이렇게 손수 간호까지 해주는지 경수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왠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머리에 원격조종장치가 있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게 아닌가 싶어 머리통을 만지작댔으나 방금한 행동이 부끄러워 다시 손을 내렸다.
"우으아아아아"
나즈막히 앓는 소리를 내고는 작은 머리통을 침대 위로 숙였다.
얼굴에 닿는 이불의 감촉이 좋아 부비작대다가 곧 창밖의 빗소리와 함께 두개의 숨소리가 방안에 나즈막히 퍼졌다.
달칵.
경수는 문이 닫히는 소리에 반짝 눈이 뜨였다.
눈을 감은지 5분도 안되는 것 같은데...
'뭐야. 그 아저씨는?'
사실 사라져도 딱히 상관이 없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미심쩍었다.
눈을 비비려고 손을 눈가에 가져다댄 순간 손에서 무언가 톡하고 침대에 떨어졌다.
'응?'
『옷 가지러 올테니까 기다려, 그리고 고맙다.』
뭐야 뭐야 뭐야 뭐야
경수는 말버릇이 생긴 것같다.
연신 뭐야를 외치며 방을 콩콩 뛰어다녔다.
확실히 모든게 이상했다.
*
하....하지마세요...흐...윽읏..아파...아파요, 끄으으 아앗! 잘못했어요..하지마..하지마!
경수는 아팠다 너무 아파서 그냥 딱 죽고만 싶었다.
그 때 였다.
눈을 부드러운 무언가로 덮으며 괜찮다는 말을 해준사람이 나타난건.
아.씨발
경수는 마른 세수를 하며 식은 땀을 닦아냈다.
또 좆같은 꿈이였다.
좀 드물어졌다 싶었더니 다시 시작되었다.
그 사람도 계속 나왔다.
반복되는 꿈에서 계속 나타나 자신을 감싸주는 따뜻한 손길이 누군지 짐작조차 되지않았다.
그 순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분명 아무도 없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생각해도 생각나지않았다 무언가 중간부분을 끊고 다시 이어붙인 것 같았다.
더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것 같았다.
경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눈을 감았다.
새벽 4시였다.
*
옷을 걸어놓은지 2주. 가지러 오겠다며 했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경수는 버스타러가기전 잠깐 눈길을 주고는 방문을 닫았다.
*
학교를 마치고 경수는 그 날 처럼 땅을 보며 걸었다.
가는 길에 조그만 돌멩이들을 톡톡차며 걷다가 시야에 들어차는 커다란 두 발에 고개를 들었다.
남자였다.
"좀 늦었지 옷 찾으러 왔어"
"좀이 아니고 많이 늦으셨네요. 일단 그냥 서있지 말고 집에 들어오실래요?"
*
"잠깐만 여기 앉아계세요."
남자는 거실 쇼파에 앉아 있으라는 말을 듣고는 조신히 앉았다.
경수는 그 모습을보고 자신의 방에서 옷을 잽싸게 들고나와 남자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이거 제가 세탁소에 맡겼다가 가져온거에요."
"아 정말?"
남자는 감동받은 얼굴로 되묻고는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이름이 어떻게 돼?"
"되게 뜬금없으시네요. 도경수에요."
"그런가? 나는 김종인이야, 음... 편하게 형이라고 부를래?"
"음..아저씨는 어때요? 저는 아저씨가 더 좋아요."
경수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종인을 따라하며 말했다.
"왜? 내가 늙어보여?"
"아뇨, 그건아닌데 분위기를 보면 뭔가 형은 아닌것 같아요."
"그래 그럼...아저씨해"
남자는 이런말을 할 때조차도 감동받은 얼굴을 했다.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면서 감정이 더 격양된 것같았다.
좀...이상했다.
"경수야. 아저씨가 저번에 진짜 진짜 고마웠거든 그래서 나 구해준거랑 옷값 밥사주는 걸로 퉁쳐도 될까?"
"아저씨 뭘 믿고요?"
"아저씨가 그럴 것 같으면 신고해. 그리고 못 믿을건 뭐야? 정 의심스러우면 먹지말고"
제발 같이 밥 먹어달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면서.
경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은 경수에게 언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 때 보자."
그리고는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경수는 사라지는 뒷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확실히 이상한 아저씨였다.
길에서 주워오고 본지 2번 밖에 안됐는데 경계를 짧은 시간 안에 풀고는 밥먹자는 약속까지 잡았다.
엄마가 이상한 사람이 과자 사준다고 하면 따라가지 말랬는데 밥이니까 상관없으려나?
경수도 조금 이상한 것 같았다.
*
경수는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초밥 먹자고해야지...스테이크는 더 비쌀 것 같아. 아..아닌가? 이것도 아니면 중식?한정식?뷔페?
경수는 가끔 선택 고자같은 면이있었는데 지금 딱 그랬다.
딱히 고민할거리가 못되는 것 같은데... 경수는 이유도 모르고 매우 신중하게 고민했다.
주변에서 다가오는 검은 손길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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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야조랑 입니다. 미흡한 부분이 많아요. 그런 점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거슬리는 오타나 하고싶은 지적있으시면 둥글게 부탁드릴께요.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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