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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 전체글ll조회 2000l 2

 6월의 하늘은 맑고 높았다. 한국에서 도망치듯 중국으로 떠난 뒤 4년 만에 처음 오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4년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명호는 캐리어 손잡이를 꽉 쥐고 줄 세워 사람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택시들 중 맨 앞에 서있는 택시로 가 택시를 탔다. 목적지를 이야기 한 뒤 편하게 앉아 차 시트에 몸을 묻은 뒤 창문을 바라 봤다. 휙휙 지나가는 한국의 풍경. 중국과는 같은 듯 다른 모습에 몇 번 눈을 깜박이며 하나하나 눈에 담으려고 애쓰다 피곤한지 내려오는 눈꺼풀을 저지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과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맞으며 내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고 쇼파에 누워 있는 그. 당연하게 빛을 받아 더욱 더 갈색으로 빛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그는 자기가 강아지가 된 것 마냥 눈을 감고 실실 웃었다. 그를 내려다보며 나 역시도 저절로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명호야.”

“응, 왜?”

“난 한국이 참 좋다.”

“갑자기?”

“아니, 그냥. 생각 해 보니까 한국 아니었으면 우리 만나지도 못했을 것 같아서. 난 중국 갈 생각 하나도 없었거든.”

개구지게 웃으며 눈을 떠 저와 눈을 맞추자 괜히 심술이 나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때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째려보았다.

“중국 놀러 와야지, 볼 거 많아.”

“아, 서명호 손 진짜 맵다. 중국 볼 거 많은거 다 알지. 나중에 갈거였어. 진짜 나중에. 너가 중국에 있는거 알았으면 그냥 나 처음부터 중국에서 태어날껄 그랬나. 너랑 나랑 그럼 말도 되게 잘 통하고 좋았을건데.”

째려보는 눈빛도 자신이 이야기를 하며 점점 고민에 빠진 듯한 눈빛으로 변했고 그의 그런 눈빛이 보기 싫어 그를 잡아 이끌어 다시 내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 눕게 한 뒤 그의 이마를 매만졌다. 그래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다 알 수 있어서 좋아. 한참 고민하다 한자 한자 틀리지 않게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손을 뻗어 나의 양 볼을 꼬집었다.

“귀여운게 말도 예쁘게 해.”


 누군가 자신을 깨우는 느낌에 명호는 살짝 눈을 떴다. 그러자 걱정스레 일어나라며 다 도착했는데 너무 곤히 잔다며 택시 기사 아저씨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명호는 감사하다며 돈을 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여기가 어디더라. 아마 4년 전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으니 그들은 이곳이 꽤나 마음에 든게 분명 한 것 같다. 사실 생각보다 미국으로 자주 가는 지수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뭐 어떠한 이유에서든 확실한건 이곳이 익숙해서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 11층에서 내렸다. 1104호. 익숙한 숫자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지수와 정한이 왔냐며 명호를 반겨주었다. 캐리어를 끌고 현관 안으로 들어오자 짧게 포옹을 하곤 기분 좋게 반겨주는 그들과 인사를 했다. 4년 전과 달라진 것 없는 그들의 모습에 괜히 자신 혼자만 변한 것 같은 기분에 멋쩍었다. 그것도 잠시 명호를 방 안으로 끌며 너가 쓸 방은 저기라며 정리한다고 정리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면서 걱정스레 쳐다보는 정한에게 괜찮다며 어깰 으쓱이곤 방 안으로 들어갔다. 4년, 아니 정확히 5년 6개월 정도 지난 이 방은 변한 것이 꽤 많았다. 흰색이였던 벽지도 약간 파란빛이 도는 벽지로 바뀌었고 가구들 위치도 말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게 있었는데 그건 서랍 위에 올려져 있던 액자였다. 이게 언제더라. 5년전 부산 바다 앞에서 밝게 서로 어깨 동무를 한 채 밝게 웃고 있는 자신과 정한과 지수 그리고 그. 명호는 액자를 한참을 바라보며 그의 모습을 엄지손가락으로 몇 번이나 훑었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이 모습인데 왜 난 그에게 언제나 이 사진의 모습이 될 수 없는지. 명호는 눈물이 날 것 같아 액자를 뒤집어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갈아 입을 옷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쇼파에 앉아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방에서 나오는 소리에 둘 다 자신을 쳐다보자 명호는 먼저 씻고 와도 되지?라고 물었고 지수는 고갤 끄덕였다.

 간만에 만난 지수와 정한과 함께 삼겹살을 구우며 지금껏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했다. 정한은 그 동안 자신이 원하던 작가의 일을 하며 꽤나 탄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었고 지수는 무역 회사에 취업을 해서 미국과 한국의 소통을 책임지고 있는 꽤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명호는 함께 지내던 형들이 자신이 부재한 이후 이렇게 잘 된 모습에 기분이 꽤나 좋았다.

“명호야 그럼 너 내일 어디 갈거야?”

“그냥, 이곳저곳. 한국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고 싶어.”

“길 안 잃어 버리겠어?”

“아, 형 나 아기 아니야. 괜찮아.”

킥킥거리며 웃다 지수가 그럼 교통카드 우리가 줄테니까 조심히 갔다와. 한국 2주동안 있을거랬지? 라며 물어왔다. 응, 2주. 해 질 것 같으면 들어올게. 핸드폰 로밍 시켜놨어, 연락 할 수도 있어. 명호는 고갤 끄덕이며 답했고 그들도 그렇게 하자며 고갤 끄덕였다. 명호는 내색은 안 했지만 저녁을 먹고 같이 저녁을 정리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올 때까지 자신이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때 인생을 헛살지 않았구나. 또 4년만에 만나는 형들이 자신을 너무나 편하게 잘 챙겨줘서 너무나 고맙다라는 생각을 했다. 덧붙혀 그가 그의 친구였던 이 형들을 자신에게 소개시켜줘서 고맙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그가 만약 지금 함께 했었으면 그는 지금 자신이 원하던 ‘음악’이라는 일을 할 수 있었을지도 궁금해졌다.


“명호야, 이리 와봐. 내가 노래 하나 작사 해보고 녹음도 해봤는데 들어볼래?”

곧바로 그의 옆으로 가 이어폰 한쪽을 귀에 꼈다. 그러자 그가 노래를 틀어주었고 약 4분동안 그와 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다만 그가 힐끔 저를 쳐다보는 느낌이 느껴졌다. 4분이 끝나자 마자 최고라며 손을 들어보였고 그는 정말이냐며 실실 웃으며 물어왔다. 진짜, 좋다고. 사실 가사를 못 알아차렸지만 그래도 음악 선율에 덧칠해진 당신의 목소리와 그의 흐름이 정말 최고였다고 그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지만 정말, 진짜 좋아. 라는 짧은 단어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좋은 듯 너한테 제일 처음 들려주고 싶었어. 라며 제 머릴 쓰다듬었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핸드폰을 쳐다보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정말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아. 행동으로만 표현하기엔 너무 아쉬워. 가만히 그를 쳐다보다 그와 눈이 마주쳤고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입을 맞췄다.


 눈가를 두들기던 햇살에 명호는 눈을 떴다. 언제부터 잤는지 알아 차릴 수 없었으나. 일단 한국에서의 하루가 시작 됐다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였다.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피자 꽤나 찌뿌둥한 몸이 개운해진 기분이였다. 시간을 확인하니 오전 11시 32분이라는 글자가 명호를 반겨주고 있었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방 문을 열었다, 그러자 조용한 집 분위기에 고갤 갸웃거리다 냉장고에 붙여져 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지수는 회사가고 나는 출판사랑 컨택 있어서 가봐야해. 너무 잘 자고 있어서 안 깨웠어. 대충 계란말이 해놓고 갔으니까 밥 먹고 놀러 갔다 와. 조심하고.’

정한의 쪽지를 보고 살몃 웃었다. 엄마가 따로 없네. 명호는 식탁에 있는 계란말이를 발견하고 전자렌지에 돌린 뒤 밥솥에서 밥을 퍼고 난 뒤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원래 밥 혼자 먹는게 그렇게 싫었으나 중국에서 자취를 하다보니 저절로 혼자 먹는게 익숙해져 버렸다. 명호는 습관이라는게 무서운거라고 생각하며 금방 밥을 먹고 설거지를 했다. 그 두 형이 없다고 집만 커진 자취 하는 느낌이 드는게 참 묘하다고 생각하며 명호는 생각보다 빠르게 밖을 나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컨버스를 신고 밖으로 나와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보았다. 적어도 여긴 전과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였다. 명호는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겨 버스표를 쳐다보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를 찾고 버스가 올 때까지 노래를 들으며 기다렸다. 몇 년간 들은 노래라 질릴만 하지만 명호는 그 노래가 자신의 핸드폰 목록 중에 있는 노래 중에 가장 좋은 노래였고 그가 자신에게 들려준 다른 노래들보다 가장 뜻 깊은 노래였다. 몇 분 동안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을 보고 있었을까.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고 명호는 두 형들이 준 버스카드를 찍고 빈 자리에 가 앉았다. 전에는 두자리로 가 앉았겠지만 한자리에 가 앉자 뭔가 가슴 속 한켠이 먹먹해 지는 기분이였다. 명호는 바로 노래를 다른 노래로 바꿨고 명호의 귀에는 한국에서 꽤나 유행하던 걸그룹 노래가 들리웠다.

 명호는 자신이 원하던 도착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교환학생을 잘 받아준다는 대학교. 전과 같은 모습에 명호는 기분이 좋아졌다. 다만 학교 건물은 거의 똑같았지만 그 주변 건물들이 많이 변해 기분이 묘했다. 주윌 지나다니는 많은 학생들과 휩쓸려 명호는 그 대학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름이 뭐야?”

“어머, 너 너무 귀엽게 생겼다.”

“나이는 몇 살이야?”

“애인은 있어?”

“스무살인데 교환학생이면 너 공부 잘 하구나?”

처음 온 대학교에 같은 과인 동기들이라고 해서 친하게 지내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학교 길을 알려준다더니 옆에서 쫑알쫑알 이야기를 하는 여선배들에게 서명호, 스무살, 애인이 모에여? 라는 시덥지 않은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길을 알려준다는건 참 좋지만 여러 명이 굳이 저 하나 길을 알려주는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한국어 모르는 척 대충 이야기하는 것도 몇 번 그녀들에게 지쳐 갈 쯤 누군가가 저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야, 니네 왜 얘 괴롭혀. 멀리서 보고 다굴 하는 줄 알고 놀라서 왔네.”

처음 보는 남자에 가만히 눈만 깜박이고 그가 하는 말을 알아 듣기 위하여 최대한 머리를 굴리는데 다굴이라는 단어 덕분에 그의 말은 잘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아, 무슨 다굴이야. 명호가 새로 교환 학생으로 왔는데 너도 알다싶히 이상하게 우리 과 교환학생 잘 안 오잖아. 그래서 우리가 너무 좋아서 그런거였지. 그렇지, 명호야?”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살짝 웃기만 했다. 그러자 그가 고갤 젓곤 이야기를 마저 했었다.

“에이, 야 얘 얼굴이 완전 굳었는데, 뭘. 나만 믿고 다 할 일이나 해. 아, 강하 너 너랑 같은 조지? ppt 만들고 있어?”

“아, 아니 다른 조원들이...”

“와, 이거 덤태기 씌우는거 봐. 내가 아까 보니까 너가 ppt로 정리만 하면 되더라. 가서 공부나 하세요들. 얘는 내가 학교 알려줄게.”

그의 말에 여자 선배들은 아쉬운듯 서로 눈치만 살피다 “안녕, 명호야. 나중에 봐”라는 말만 남기고 다들 사라졌다. 아, 다행이다. 후-하고 한숨을 내쉬자 그가 킥킥 웃으며 어깨동무 한 것을 풀고 악수를 건냈다.

“내가 너 살려준거다? 멀리서 보는데 진짜 저 애들 사이에서 혼자 겁먹어가지고 귀엽더라, 너. 아, 난 최승철. 전공은 전기학과인데 부전공이 동양문화라 쟤네랑 친해. 2학년이야. 그니까 22살. 아까 뭐라더라... 아, 너 명호 맞지?”

그의 손을 꽉 잡고 고갤 끄덕였다. 어찌됐든 그는 여자무리에서 날 구해준게 맞으니까.

“서명호, 스무살이에요. 중국에서 왔어요.”


 그와 처음 만났던 자리에 서있었다. 며칠 전인 것 같았는데 그게 벌써 5년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명호는 그 자리를 맴돌다 하늘을 쳐다봤다. 햇빛이 너무 강렬해 인상을 찌푸리며 최대한 하늘을 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보지 못하고 고갤 숙이니 어떠한 남자가 몇 발자국 앞에서 가만히 저를 쳐다 보고 있었다. 잘 못 봤나 싶어 명호는 몇 번 눈을 감았다 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명호는 자신이 여기 있으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곧장 뒤를 돌아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갔다. 뭐 잘 못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 남자는 왜 자신을 쳐다 보고 있었던건가. 이상한 기분에 걸음을 빨리 옮겨 근처 카페로 가 커피를 시켜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상하게도 햇빛은 쨍쨍 했으나 비가 내렸고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기에 바빴다. 명호는 자신이 들어와 자리에 앉은 뒤 몇 분 뒤 비가 내리자 괜히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그 남자가 고마웠다. 아마 그 사람이 자신을 그렇게 쳐다 보지 않았다면 아마 뛰어다니며 비를 피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자신이 됐을 것이기 때문에.

 몇 분이 지나자 비는 금방 멈추었고 자신이 맨 처음 집을 나섰던 그 날씨와 똑같았다. 그제서야 명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사실 학교보다 오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그 곳은 자신과 승철이 살던 집이였는데 그곳에서 명호는 아침, 밤 할 것 없이 승철과 함께 할 수 있었고 승철이 그 곳에서 자신의 노래를 처음 들려주고 둘이 함께 쇼파를 샀을 때 별 것 아니였지만 행복해하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그 곳에 승철과 자신이 함께 한 추억이 너무나 많이 깃들여 있었다. 익숙하게 명호는 걸음을 옮겨 자신이 살던 곳으로 향했다. 일부러 학교와 가까운 곳에 집을 얻어 돈이 꽤 많이 들었었다고 흘리듯이 이야기 한 승철이였지만 그래도 명호는 자신이 승철의 집에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같이 사는 그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돈도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를 줬었다. 그 때마다 승철은 항상 외국에서 온 애가 돈도 없는데 뭘 주냐며 이야기 하다 결국은 한 고집하는 명호에게 져 함께 월세를 냈었었다. 명호는 걸음을 빨리 해 걸었고 이제 한 건물만 지나가면 자신과 승철이 살던 건물이 나온다. 속도를 서서히 늦춰가며 걸음을 옮겼다. 사실 승철이 사고가 난 뒤 처음으로 와보는 건물이라 손과 다리가 벌벌 떨렸고 괜히 그 곳에서 예전처럼 집에 늦게 오면 건물 앞에서 기다리던 승철이 자신을 반겨 줄 것 같았다. 너무 늦었다며 자신을 안아 줄 것 같았고 말이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땅을 보고 걷던 명호가 고개를 들자 그 건물은 여전했고 기다리던 승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당연한 것이였다. 하지만 명호는 그를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보며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 목소리, 자신을 감싸던 그 따스하던 품과 자신을 어루만져주던 그 큰 손. 뭐 하나 잊을 수가 없었다. 명호는 헛웃음을 지으며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 앉아 몸을 웅크렸다. 항상 생각했었다. 그가 그 때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 그 날 그렇게 눈이 많이 오지 않았다면, 그냥 차라리 그 때 정말 감기에 몸이 너무 아팠었더라도 그와 함께 차를 탔더라면. 그냥 그 날 그가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럼 아마 그는 아직도 나의 곁에서 나를 토닥여주고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그가 정말 내 곁에 없다는 것을. 그의 기억의 끝자락을 잊지 못하고 가슴 속에 새기고 있었을 뿐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었다. 죽은 사람을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죽은게 아니라 영원히 사는 거라고. 하지만 그건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남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잊을 수 없는 감정을 남기고 가는거라고. 나는 솔직히 무서웠다. 아니, 미련했다. 그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제대로 전할 수 없었고 그가 없는 이 세상을 살기가 두려웠다. 그래서 그를 내 가슴 한구석에 가둬두고 내가 내키는 대로 그를 꺼내었던 것이다. 잊혀질뻔한 기억이였지만 생각났다. 그는 항상 나에게 이야기 했었었다. 혹시 내가 사라지면 너도 금방 나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 난 너의 전부가 되고 싶었지만 그건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니까 너의 전부가 될 사람을 찾아줘.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는 언제나 나의 전부였었다. 그와 처음 만난 5년 전에도 그를 떠내버린 4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지만 그가 정말로 나를 떠났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너무나 아려왔다.

 그러다 누군가가 명호의 어깨를 팔로 감싸 안았다. 명호는 고갤 들지도 않고 그냥 누군가를 껴안고 엉엉 울었다.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며 우는 것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다 우는 소리가 가라 앉자 명호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의 품에서 울었다니, 여간 이상하고 부끄러운 일이였다. 명호가 갑작스래 자리에서 일어나자 무릎을 굽히고 명호를 안아주던 그가 놀라 가만히 명호를 올려다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만히 명호를 쳐다봤다. 명호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아까 학교에서 본 사람인데 그 사람이 왜 여기에 와 있으며 왜 자신을 달래주고 있는 것인가. 명호는 큼큼 거리며 눈치를 보다 먼저 말을 꺼냈다.

“미안. 미안해요.”

“아뇨, 괜찮아요. 그나저나 괜찮아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뭐...”

“말 못하면 안 해도 되요. 지금은 좀 마음 괜찮아요? 아까 우리 학교에서 봤는데 나쁜 사람 아닌 것 같아서 달래준거에요. 사실 진짜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달래지도 않았을거야.”

살짝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보니 아까 자신을 쳐다 보던게 맞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까 왜 자꾸 쳐다, 봤어요? 질문에 그냥, 귀엽게 생겨서요. 라면서 어깰 으쓱이더니 여긴 어떻게 왔어요, 라고 묻는 남자에 눈만 깜박이다 그냥, 예전에 여기 살았었어요, 라고 답하자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기한듯 씩 웃었다.

“와, 대박. 저 지금 여기 살아요. 그래서 수업 듣고 바로 온건데 신기하다. 이름이 뭐에요? 한국 사람 아니죠? 발음 좀 어눌해.”

“중국에서 왔어. 서명호라고 해. 25살이야.”

“동갑이네? 나 지금 전기전공 하는데 군대 갔다와가지고 3학년인데 25살이거든. 친하게 지내자. 난 김민규.”

먼저 악수를 건내는 그 남자의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다 이내 그의 손을 맞잡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오묘했다. 자신을 쳐다 볼 때 눈빛이 어디서 본 것만 같은 눈빛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말하는 것도 그렇고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였다. 그리고 생각 했다. 지금의 나 자신과 미래의 나 자신이 같은 것인지 다를 것인지. 다만 지금, 한국에 있을 때만큼은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이 남자와 함께 한다면 내 자신이 과거에서 현재로 물들 것 같았다는 이상한 확신 때문에. 안녕, 최승철. 안녕, 김민규.


 

내가 보고싶어서 찐 글이 맞아 세븐틴도 얼른 말머리 생기고 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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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대박..ㅠㅠ 너무 아련해서 좋다...민규듬직함에반할듯..
8년 전
독자2
명호른쪽글 보기힘들었는데 사랑한다..ㅠㅠ
8년 전
독자3
아 좋다.....
8년 전
비회원0.122
아... ㅎㅎㅎ 좋으다
8년 전
독자4
명호ㅠㅠㅠㅠㅠㅠ명호글은 처음보는거 같아요ㅠㅠㅠㅠ감사합ㄴ디ㅏㅠㅜㅠ
8년 전
독자5
아 울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ㅜㅜㅜㅠㅠㅠㅠㅠㅜ아ㅏㅠㅠㅜㅜㅜㅜ
8년 전
독자6
헐 잘보고가요 ㅠ ㅠ ㅠ 명호른쪽짱
8년 전
비회원166.68
미친 감사합니다아ㅠㅠㅠㅠㅠㅠㅠ 쿱잇규니라니ㅣㅠ 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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